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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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0]

「The Pleasure of Leisure」, 원제는 「레저의 기쁨」이다. 레저는 우리나라의 용례처럼 “레저 스포츠”의 느낌과 거리가 멀다. 이것은 어떤 활동도 하지 않거나 활동을 중단하면서 느끼는 자유로움을 말한다. 「게으름 예찬」은 보면 볼수록 잘 번역한 제목이다.


사람은 일을 하고 산다. 일을 하면 쉬고 싶다. 하지만 제대로 쉰 적이 떠오르지 않는다. 끝없이 일이 몰려온다. 예상한 것과 예상하지 않은 것 모두가 찾아온다. 그러다 지친다. 일을 하면서도 끝없이 게으르고 싶어 딴짓을 한다. 내년에 연휴가 몇일이 있는지 달력을 찾아보기도 한다. 잠시만 효과 있는 진정제다.


「게으름 예찬」에서는 제대로 휴식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전에 전제가 있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확실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마 내가 하루를 어떻게 쓰는지, 어떤 이유로 그 활동을 하는지, 그 활동을 할 때 어떻게 느끼는 지 등인 듯하다.


제대로 휴식하는 법, 이 책에서는 여가나 게으름으로 번역된 단어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효용 때문이 아니라 순수히 즐거움을 위해 자유로이 선택한 것”


상식을 늘리기 위해 책을 읽는 행위는 게으름이 아니라 일이다. 몸이 건강해지는 걸 목표로 남는 시간에 조깅을 하는 것도 일이다. 같은 행위라도 그저 책을 읽을 때의 즐거움만 생각하고 시간을 쓰면 게으름이다.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집밖을 걸으면 그게 여가다.


결국 게으름도 어떤 활동에 속하기는 하지만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드는 점에서 다르다.


게으름은 무기력이 아니다. 나태함도 아니다. 두 가지는 나약한 성격에 불과하다. 게으름은 진실로 나를 위해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굉장히 의식적인 개념이다.


「게으름 예찬」에서 저자는 여러 가지 예시를 든다. 빈둥거리기, 아무것도 보지도 하지도 않기, 독서, 여행, 요리, 낮잠, 취미 등이 있다. 모두 즐거움 자체가 목적이었을 때 좋은 게으름이다.


하나 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적당한 수준의 일을 하는 것이다. 할 일이 많지 않을 때는 게으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시간이 많고 널럴히 그것을 쓰는 백수는 제대로 된 게으름을 부리는 게 아니다. 나태하고 무기력한 것이다. 


아마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숙제는 어떻게 적당한 수준으로 일을 맞추느냐일 테다. 일과시간을 포함한 하루가 내가 계획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직장인, 학생, 주부 등은 이 책이 정의하는 게으름에 하루 일정을 대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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