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엄마 굴욕사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8
비키 그랜트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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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엄마 납치사건>의 후속작이라고 하는데,, 전작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어요.. 그래도 독서엔 지장이 없었어요..

 

캐나다 문학을 접해본 적이 있나 모르겠지만 (제가 모르는 사이에 읽은 책이 있긴 있을 텐데...) 가능하면 여러 나라의 문학을 접해보고 싶은 욕심에 이 책에 관심이 갔어요..

 

게다가 수상 이력도 화려하고,, 캐나다에서는 방송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하네요..     

(캐나다 아동도서센터, 리소스 링크스 2010 올해의 책, 캐나다 독서경시대회 베스트 플롯상 수상작)

 

우선 쌈박한 번역이 재미있었어요..

청소년 문고임을 감안하면 신세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아요..

요즘 청소년들의 화법을 번역에 많이 차용하고 있어요.. 불량엄마와 그 아들로 구성된 가족의 분위기가 덕분에 더 잘 살아났다고 생각해요..

 

책의 목차도 눈에 띠는데,, 기결사건, 진술서, 평온권 방해, 아동노동법, 과실치사와 같이 법률용어를 각 장의 소제목으로 차용하고 있어요.. 이 법률용어들이 소설의 내용과도 잘 맞아떨어져 재미있는 효과를 주고 있어요..(법률에 문외한인 저도 덕분에 몇 가지 용어의 뜻을 새로 알게 되었어요..)

 

내용은 간략히 요약하자면,,

정의감에 넘치는 변호사를 엄마로 둔 아들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유명 과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과실치사 사건에 자진해서 변호를 받는데,, 결국 이 사건이 엄마의 '굴욕사건'이 되고 말아요.. 물론 아들 시릴이 엄마의 굴욕을 바로잡아주긴 합니다..

 

엄마에겐 법원 공무원(부보안관) 두기 푸저라는 애인이 있어요.. 시릴은 그를 비프 아저씨라고 불러요.. 요리를 좋아하는 아저씨 덕분에 시릴도 따뜻한 집밥을 먹으며 좋은 나날을 보냈는데(물론 처음엔 비프 아저씨를 질투해 삐딱하게 굴긴 했지만요..) 엄마가 맡은 사건 때문에 모든 관계가 틀어지고 말아요..

 

글리모치노라는 치아미백에 효과적인 발명품이 있는데,, 이 상품을 발명한 과학자 샌더스 박사가 연구실에서 원인불명의 화재로 목숨을 잃어요.. 당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척이란 남자가 화재를 진압한다는 것이 당황해 파워파우더(인화성 물질)을 불 속에 던지는 바람에 박사가 사망하게 된 겁니다.. 척은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않고 박사를 구하려했다는 여론에 힘입어 지역주민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고 있어요.. 시릴의 엄마가 변호를 맡아 무죄판결을 이끌어 낸 인물이 바로 척입니다..

 

그런데 시릴이 학교 과제물로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의문의 일들이 발생해요.. 척 던커크라는 인물에 가려져 있던 비밀을 밝혀낸 시릴이 기결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지를 발휘해 그에게 다른 죄를 물을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요.. 

 

그런데 재미있는 대목이 시릴이 학교의 미디어아트 실습실에서 과제물을 위해 인터넷에 매달리는 부분입니다.. '퇴거명령'과 '사기' 두 장에 이르러 긴박하게 내용이 전개되는데,, 그 긴박감이란 것이 다름아닌 미디어아트 실습실이 밤 9시까지만 문을 연다는 데 있습니다.. 시릴이 실습실에 들어가는 시간이 7시 45분인데,, 그 이후로 줄곧 율체신 선생님으로부터 빨리 정리하고 나가라는 독촉을 받습니다..

"이 녀석들 15분 남았다!"

 

척 던커크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출력하는 장면이 선생의 경고와 엇갈리면서 전개되는데,, 한국인 독자로선 쉽게 공감이 힘든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는 긴박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계속해서 선생님의 몇분 남았다는 식의 독촉을 이용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가정마다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에서 이런 이야기는 전혀 공감이 안 됩니다.. 집에 가서 나머지 자료를 검색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여기선 이 문제가 과제물을 완성하느냐 못 하느냐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요(시릴의 집에는 인터넷이 안 되니까요.. 시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다는 당위를 깔고 있어요..) 재미있죠?

 

결국 시릴은 과제물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엄마의 굴욕사건도 바로 잡고, 엄마의 애인도 초대해 피자파티를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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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는 꽃이다 - 축제 엑스포 테마파크 공연의 꽃 퍼레이드 이야기
이기호 지음 / 이야기꽃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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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차를 보았을 때 받은 첫 인상은 이러하다.. 퍼레이드 전문가가 현장의 경험을 정리해놓은 책..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지망생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지침을 주는 책..

 

그래서 퍼레이드에 대해 생소한 나 같은 독자가 읽기에는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책의 내용은 더없이 평이하다..

 

퍼레이드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를 1부에서 다룬다..

 

저자는 퍼레이드를 이렇게 정의한다. 

퍼레이드란 축제의 중심이다..

퍼레이드란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다..

퍼레이드란 타킷 없는 상품이며 휴식이며 홍보이다.. (단 홍보를 목적으로 퍼레이드를 벌이더라도 그 목적이 노출되어선 안 된다.)

퍼레이드란 비주얼이다..(퍼레이드란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다 라는 정의의 동어반복적 표현이다.) 등등..

   

퍼레이드에 문외한인 독자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평이한 내용과는 달리 비문이 많아 독서에 어려움이 많았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을 보자.. 

 

'우리 민족에게 있어 퍼레이드가 낮선 것이 아니라는 것은 역사가 곧 증거이다.'

 

이 문장은 이해가 안 될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민족에게 퍼레이드가 낮설지 않다는 건 역사가 증명한다.' 하는 식으로 고친다면 읽기가 더 수월하리라..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무료이기 때문에 지나가다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문장은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된다..

 

상여의 구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상여 앞이나 상여 위에서 상여꾼을 지휘하는 선소리꾼은 요령이나 북 또는 꽹과리를 치면서 하는 앞소리를 시작으로 한 소리가 있고, (...).'

 

이런 식으로 이 책의 문체는 묘하게 꼬여있다.. 그 때문인지 독서하는 내내 저자의 설명이 어딘가 불분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2부는 퍼레이드의 효과이다.. 

내가 기대한 내용은 실제로 행해진 퍼레이드의 예를 들면서 그 효과를 설명하리란 거였다.. 저자는 1부에서 말하길 퍼레이드에는 목적(홍보)이 드러나선 안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퍼레이드의 효과를 측정(또는 증명) 할까?

 

이 의문에 답은 찾을 수 없었다.

 

3부는 퍼레이드의 기획과 제작이다..

 

이장에서 저자는 연출자와 스태프와 연기자들의 팀웍을 강조한다.. 조직과 조직력,, 관리능력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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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가족의 성장일기
심재철 지음 / 문예당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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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옥중일기, 병상일기를 이어서 쓸 수 있는 인생이란 흔치 않을 겁니다.. 게다가 수배를 피해다니느라 학창시절엔 일기를 쓰고싶어도 쓸 수 없는 형편이었다는데 이 점까지 감안한다면 결코 평범한 인생은 아닌 것 같네요..

 

저자는 스스로 '나는 왜 운동권이 되었는가?' 하고 자문해 봅니다..

그의 대답은 '그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단 하나의 길'이었고, 그가 그 길을 '회의도 없이' '달려온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운명을 말하고 있는 듯 하지만,,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고 모두 저자처럼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의 인생이 특별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아요..

 
이 책은 정치가 심재철 씨의 일기를 묶은 겁니다.. 책을 받고 좀 놀랐는데 별다른 편집을 거치지 않고 말 그대로 일기(와 편지와 사진)를 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자비출판'한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나는 듯 했어요.. 가족과 친지와 지인들끼리 보관할 목적으로 출판하는 그런 성질의 책들이요..
 
일기의 성격을 살리면서 좀더 세련된 편집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어요..
 
저자는 mbc 파업을 주동해 옥살이를 하게 되는데,, 이때 매일 같이 아내와 편지를 교환합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그가 옥살이를 성찰의 시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돌담벼락 밑에 있는 화단에서 국화꽃을 꺾어다 우유팩에 물을 담아' 두는 부분도 감동적입니다.. 자연과 차단된 독방 안에서 그렇게 꺽어온 꽃을 '낮에는 화장실 바깥 벽 창틀에 올려놓고 볕을 쬐어 주고 밤에는 방 안에 들여다 놓'는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져요..
 

그러면서 매일매일을 '어떤 즐거움을 키워 함지박만한 웃음을 머금을지 생각해'보며 지냅니다..

불행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긍정을 보려는 저자의 심성에 박수를 보내게 돼요,, 

 

병상일기에서도 이런 면이 엿보입니다..

 

죽다 살아난 처지에선 누구라도 삶을 긍정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묽은 뜨물 같은 미음을 먹기 시작한 어느 날의 감동을 기적으로 승화시키고 있어요.. 죽음 가까이 다가갔다 돌아온 다음에야 우리의 평범한 하루가 기적임을 알게 되는 이 역설..

 

그의 병상일기를 읽다보면 지금 이 순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임을 깨닫게 됩니다..

 

육아일기에는 딸에 대한 사랑이 잘 나타나있어요.. 자잘한 행복,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요.. 오늘날의 부모들은 모두 바빠서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의 연속이지요.. 그렇게 아이는 자라고 그러다 대화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것이 오늘날 우리 가족의 자화상이잖아요.. 많은 아빠들이 이 책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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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붉은 실내 사계절 1318 문고 75
조정현 지음 / 사계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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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상 수상작품을 몇 권 읽어보았는데,, <로빈의 붉은 실내>는 그보다 훨씬 수준 높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인물 묘사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수리, 우인, 홍교, 태희 같은 아이들을 근처 고등학교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주요 서사는 아주 단순하다.. 교문 위에 나부끼던 경시대회 수상 축하 플래카드가 훼손된 사건을 두고 교장이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이 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다.. 그런데도 작품은 끝까지 높은 밀도를 유지한다.. 그 이유가 생생한 인물들의 성격묘사에 있는 것 같다..

 

이 인물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익을 쫓아 세상을 사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가 그것이다..  아진이 부모 태도와 홍교 엄마의 태도를 놓고 보면 극명히 대비가 된다.. 교장과 아진과 방송반 반장과 담임과 우인 같은 인물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전자의 부류에 해당된다.. 반면에 태희와 수리와 홍교 같은 인물들은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후자에 해당된다..     

 

나는 수리와 태희의 성격을 비교하는 맛에 이 책을 읽었다..

 

주인공 수리는 얼핏 보기에 좀 답답한 스타일이다.. 학교에서는 '은따'를 당하고,, 집에서도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치이는 존재다.. 한마디로 '주체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플래카드가 훼손될 때 현장에 있었고 그 때문에 교장에게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하게 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수리는 단 한번도 '주체적'이지 못하다..

 

우인 때문에 얼떨결에 범인이 되고,, 방송반 때문에 얼떨결에 자백을 하고,, 태희의 일갈에 얼떨결에 1인 시위를 하고....... 

 

수리는 원우인을 대신해 죄를 자백하고 교장실에서 고문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다. 우인은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뒤늦게 그 소문을 듣고 교장실로 달려가 진실을 밝힌다.. 이때 수리가 보이는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수리는 교실을 박차고 나가며 '교장실에 가서 원우인이 헛소리한 것이라고 말할 생각'이다.. 우인이 명예심 때문에 사건을 벌렸다고 한다면 방송반에도 그닥 해가 가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애는 왜 죽어라 모든 죄를 짊어지려는 걸까.. 단순히 심성이 착해서 그런 걸까?

 

1인 시위를 할 때도 학교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깃흘깃거리며 지나치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습관적으로 태희에게 문자를 보낸다. '이제 어떻게 하지?'

태희는 수리더러 "일 저지른 것도 네가 한 게 아니고, 해결할 능력도 없"는 아이라고 했는데, 그 말은 옳다. 

 

플래카드 사건의 배경에는 인터넷 블로그 '로빈의 붉은 실내'가 있다.. 로빈은 끝까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글로만 '포스'를 내뿜는다.. 냉소적으로 세상을 향해 쏘아붙이는 '로빈포스'에 아이들은 열광한다..

 

얼핏 보기엔 수리는 멍청하고 로빈은 똑똑한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로빈은 '글'로써만 세상을 살뿐 행동할 줄 모른다. 반면 수리는 대책도 없이 행동부터 하고 본다. 그럼에도 이 아이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 행동의 근본에 '측은지심'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은 수리다.. 태희가 자신의 글을 두고 쓰레기라고 표현한 건 옳은 말이다. 쓰레기 매립지 위에 건설된 하늘공원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건 태희의 변화의지를 나타낸다. 그러나 그 아이가 과연 세상밖으로 나와 사람들 속에서 '행동'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편의점에 물건 하나 사는 것도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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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무병장수 밥상의 비밀 - KBS 생로병사의 비밀 10년의 기록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엮음 / 비타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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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KBS 건강 프로그램인 <생로병사의 비밀>을 책으로 편집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10년 동안 방송된 프로그램이라고는 하나 워낙 TV를 잘 보지 않는 나로선 정확한 기억이 없다. 방송국마다 건강 프로그램 한 두개쯤은 다루고 현실에서 분명 지나치듯 보긴 보았을 텐데. 아무튼 방송과는 무관하게 이 책을 읽었다.

 

건강에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텃밭을 가꾸고 내가 기른 채소로 밥상을 차리는 일에는 무척이나 관심이 많다. 그 또한 내 몸 좋자고 하는 일은 아니다. 씨앗에서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나는 그 경이로움에 도취되어 밭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이다.

 

2년 정도 농사를 지어보니 건강이란 자연과 함께 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자연이 제철에 제공해주는 초록 식물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것이 최고의 건강비결이 아닐까.

 

이 책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이길순씨의 아이들은 아토피 증세에 시달렸는데 텃밭을 가꾸고 난 이후로 증세가 좋아졌다고 한다. 가공식품을 완전히 끊고 텃밭에서 자란 제철 채소로 채식을 시작한 것 뿐이라는데 질병이 사라진 것이다.

 

그녀의 이 인터뷰가 내 마음을 대변한다.  

 

"전에는 채소 하나하나가 이렇게 소중하구나 하는 걸 전혀 못 느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게 나와 아이들의 건강에 직결된다는 것, 먹을 것 하나가 나의 생명에 바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되더군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인의 모든 질병은 자연에서 멀어진 삶을 사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백과사전처럼 옆에 두고 애용하면 좋을 듯 싶다. 나는 농부의 관점에서 고구마, 시금치와 브로콜리, 콩, 양파, 매실, 양배추 등을 다룬 항목을 관심있게 보았다. 앞서 언급한 작물들은 내가 길러본 것들이고 또 나름대로 효능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전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양파에는 '동맥경화와 심장병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과 다른 지질 성분의 합성을 막는 몇 가지의 흥미로운 성분'이 있는데, 그 성분을 퀘르세틴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퀘르세틴이 양파 껍질에 많다고 한다. 양파를 깔 때 보통 몇겹은 벗겨내는데 앞으로는 그래선 안 되겠다. 

 

콩이 좋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갱년기 여성에게 부족한 에스트로겐을 대체할 수 있는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이 콩에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굴을 다룬 부분에서도 좋은 정보를 얻었다. 굴에는 아연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중년들의 탈모 예방에 좋은 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주변에 탈모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알려주어야겠다.) 

 

감귤, 포도, 배, 견과류, 허브, 인삼, 고등어, 베리류, 파프리카 등의 항목도 관심있게 읽었다.

 

참고로 파프리카에 관해 흥미있는 두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이 채소를 신봉하는 주부의 이야기다. 이 분 역시 아이들이 아토피로 고생을 했다는데 비타민C가 풍부한 파프리카를 이용해 샌드위치, 피자 등의 간식을 만들어 먹였다고 한다. 그랬더니 아토피가 호전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에 걸리지 않는 식생활편 - 대한민국 명의들의 식단과 건강법> 편에서는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유병철교수는 저녁식사 때마다 과일과 채소를 꼭 챙겨먹는데, 수입 채소는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절대로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점을 볼 때 건강에 대한 관점에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사람마다 식성이 다른데, 연구결과만 들이대며 이건 꼭 먹어야 한다, 저건 절대 먹지마라 하는 식으로 일반화해선 안 될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은 노화를 예방하는 기호식품 편에서 <커피, 당뇨병을 막는다>는 꼭지 부분이다. 인스턴트 커피를 즐기는 나로선 인스턴트 커피에도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지 관심을 갖고 읽었다. 그런데 원두커피에 한해서만 이야기를 진행할 뿐 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원두보다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인구가 더 많은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다.

 

아울러 매실 편에서는 평소 매실 요리법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던 터라 그 점을 기대했는데, 아무런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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