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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이야...
필리프 베히터 글.그림, 김경연 옮김 / 책그릇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행복한 '나'를 찾게 해 주는 이야기>

책장을 열면 곰 한마리가 숲에 누워 다리를 장난스레 흔들며 말한다.

"난 내가 좋아."

자기는 무엇이든 자신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단다. 그래서 이번엔 "나 대단하지 않아?" 하며 우리에게 동의를 구한다. 이렇게 잘난척하는 곰이 밉지가 않다. 도리어 천진난만한 순수함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조카들에게 책을 사주곤 하는데, 지켜본 결과 아이들은 '특정'한 어떤 책에 애착을 보이는 것 같다. 여러 권 책을 사줘봤지만 어떤 책은 한두번 보고 마는 반면, 어떤 책은 책장이 닳도록 보고 또 본다.

<사과가 쿵!>이라는 책이 그 대표적인 경우인데, 나로선 그 책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커다란 사과 하나를 두고 여러 동물들이 야금야금 갉아먹는 내용이다. 그러다 비가 내리자 그 동물들이 모두 사과 속에 숨어 비를 피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짐작하기로 반복되는 그림과 이야기가 만들어 내는 어떤 리듬을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그러다 보니 책을 고를 때 <사과가 쿵>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아직 조카들을 만나지 못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지만 <난 말이야>도 <사과가 쿵>만큼이나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우리의 곰에게로 돌아가자. 곰은 비오는 날 웅덩이에 고인 물에 얼굴을 비춰보며 "음, 진짜 멋진걸."하고 말한다. 이 귀여운 곰은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끼고, 심지어 외국어도 잘한다. 평소엔 무지하게 용감한데, 거미는 예외다. 거미가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꼴이 웃음을 자아낸다.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하늘을 보며 '내가 정말 특별한 것 같아'하고 생각하는 곰. 이 책을 보는 아이들은 이 곰처럼 자기 자신도 특별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될 게 분명하다. 

이야기는 '자기긍정'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런 곰도 뭔가 부족하다. 곰은 때때로 왠지 모르게 외롭다. 그래서 곰은 길을 떠난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 '너'를 만난다. 친구곰과 포옹하며 우리의 곰은 말한다. "네가 있어서 참 좋아."

존재는 혼자서는 불완전하다는 진리를 일깨우는 책이다. 아이들에겐 가족이 필요하고 친구가 필요하다. 포옹하고 있는 두 마리 곰처럼 아이들도 서로 포옹하고 있을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 곰의 행복한 기분이 아이들에게 전염되는 모습을 상상하니, 얼른 조카들을 만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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