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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땅 엘도라도 - 라틴 아메리카 편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16
룰루 델라크레 지음, 이선영 옮김 / 상상박물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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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전래동화 라틴 아메리카 편입니다..

 

전에 싱가포르 편인 <리아우의 해적들>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무엇보다 책의 삽화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이 책의 삽화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그림 그린이가 누구인가 궁금해서 이름을 보니,, 세상에,, 글쓴이와 그린이가 동일 인물입니다..

 

이럴 때 보면 인생이란 공평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글을 잘 쓰기도 어려운데,, 그림 잘 그리는 재주까지 타고 났으니..!

 

서구문학에 편중되어 책들이 쏟아져나오잖아요.. 이런 현실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옛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니,, 내용이 어떨까 무척 궁금했어요.. 막연히 아프리카 우화나 신화를 떠올리며,, 라틴 아메리카의 옛이야기에도 원시적인 생명력이 가득하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그런데 제 예상과는 달리 책 전반에 걸쳐 식민지 제국주의의 흔적만 엿보게 되네요.. <정복자를 사랑한 소녀 구아니나> -1511년 푸에르토리코 전설,  <만 천 명의 처녀들>-1797년 푸에르토리토 전설, <과달루페 성모의 기적>- 1531 멕시코 전설,  <황금의 '땅 엘도라도> -콜롬비아 전설 16세기, 같은 이야기들을 보세요.. 모두 스페인이나 영국인 정복자들과 원주민 사이에서 있었던 옛 이여기입니다..

 

이야기는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아픈 식민의 역사를 가진 라틴아메리카의 옛 이야기가 이런 모습을 띄는 건 당연합니다.. 그것도 모르고 건강한 원시 생명력 운운했으니...

 

다행히 세 편의 신화가 실려있어 저의 바람을 조금은 충족해주었어요.. <바다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타이노 신화,  <번개의 신과 무지개의 탄생> -사포텍 신화, <만코 카팍과 황금 지팡이>- 잉카 케추아 신화가 그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이야기들을 읽을 때보다 이 이야기들을 읽을 때 훨씬 즐거웠어요..

 

<웃는 해골>, <원주민 소녀 센시온>, <해와 달이 어린아이였을 때>,  <밤에 우는 새 카쿠이>, <잉카의 전령 호수초> 같은 이야기들은 식민역사와는 무관하게 원주민들의 삶에 뿌리를 박고 있는 옛 이야기들입니다.. 

 

제 기대와는 좀 다른 책이었지만,, 그럼에도 낯설고 먼 땅에서 생겨난 옛 이야기들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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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엄마 굴욕사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8
비키 그랜트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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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엄마 납치사건>의 후속작이라고 하는데,, 전작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어요.. 그래도 독서엔 지장이 없었어요..

 

캐나다 문학을 접해본 적이 있나 모르겠지만 (제가 모르는 사이에 읽은 책이 있긴 있을 텐데...) 가능하면 여러 나라의 문학을 접해보고 싶은 욕심에 이 책에 관심이 갔어요..

 

게다가 수상 이력도 화려하고,, 캐나다에서는 방송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하네요..     

(캐나다 아동도서센터, 리소스 링크스 2010 올해의 책, 캐나다 독서경시대회 베스트 플롯상 수상작)

 

우선 쌈박한 번역이 재미있었어요..

청소년 문고임을 감안하면 신세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아요..

요즘 청소년들의 화법을 번역에 많이 차용하고 있어요.. 불량엄마와 그 아들로 구성된 가족의 분위기가 덕분에 더 잘 살아났다고 생각해요..

 

책의 목차도 눈에 띠는데,, 기결사건, 진술서, 평온권 방해, 아동노동법, 과실치사와 같이 법률용어를 각 장의 소제목으로 차용하고 있어요.. 이 법률용어들이 소설의 내용과도 잘 맞아떨어져 재미있는 효과를 주고 있어요..(법률에 문외한인 저도 덕분에 몇 가지 용어의 뜻을 새로 알게 되었어요..)

 

내용은 간략히 요약하자면,,

정의감에 넘치는 변호사를 엄마로 둔 아들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유명 과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과실치사 사건에 자진해서 변호를 받는데,, 결국 이 사건이 엄마의 '굴욕사건'이 되고 말아요.. 물론 아들 시릴이 엄마의 굴욕을 바로잡아주긴 합니다..

 

엄마에겐 법원 공무원(부보안관) 두기 푸저라는 애인이 있어요.. 시릴은 그를 비프 아저씨라고 불러요.. 요리를 좋아하는 아저씨 덕분에 시릴도 따뜻한 집밥을 먹으며 좋은 나날을 보냈는데(물론 처음엔 비프 아저씨를 질투해 삐딱하게 굴긴 했지만요..) 엄마가 맡은 사건 때문에 모든 관계가 틀어지고 말아요..

 

글리모치노라는 치아미백에 효과적인 발명품이 있는데,, 이 상품을 발명한 과학자 샌더스 박사가 연구실에서 원인불명의 화재로 목숨을 잃어요.. 당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척이란 남자가 화재를 진압한다는 것이 당황해 파워파우더(인화성 물질)을 불 속에 던지는 바람에 박사가 사망하게 된 겁니다.. 척은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않고 박사를 구하려했다는 여론에 힘입어 지역주민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고 있어요.. 시릴의 엄마가 변호를 맡아 무죄판결을 이끌어 낸 인물이 바로 척입니다..

 

그런데 시릴이 학교 과제물로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의문의 일들이 발생해요.. 척 던커크라는 인물에 가려져 있던 비밀을 밝혀낸 시릴이 기결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지를 발휘해 그에게 다른 죄를 물을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요.. 

 

그런데 재미있는 대목이 시릴이 학교의 미디어아트 실습실에서 과제물을 위해 인터넷에 매달리는 부분입니다.. '퇴거명령'과 '사기' 두 장에 이르러 긴박하게 내용이 전개되는데,, 그 긴박감이란 것이 다름아닌 미디어아트 실습실이 밤 9시까지만 문을 연다는 데 있습니다.. 시릴이 실습실에 들어가는 시간이 7시 45분인데,, 그 이후로 줄곧 율체신 선생님으로부터 빨리 정리하고 나가라는 독촉을 받습니다..

"이 녀석들 15분 남았다!"

 

척 던커크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출력하는 장면이 선생의 경고와 엇갈리면서 전개되는데,, 한국인 독자로선 쉽게 공감이 힘든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는 긴박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계속해서 선생님의 몇분 남았다는 식의 독촉을 이용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가정마다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에서 이런 이야기는 전혀 공감이 안 됩니다.. 집에 가서 나머지 자료를 검색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여기선 이 문제가 과제물을 완성하느냐 못 하느냐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요(시릴의 집에는 인터넷이 안 되니까요.. 시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다는 당위를 깔고 있어요..) 재미있죠?

 

결국 시릴은 과제물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엄마의 굴욕사건도 바로 잡고, 엄마의 애인도 초대해 피자파티를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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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가족의 성장일기
심재철 지음 / 문예당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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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옥중일기, 병상일기를 이어서 쓸 수 있는 인생이란 흔치 않을 겁니다.. 게다가 수배를 피해다니느라 학창시절엔 일기를 쓰고싶어도 쓸 수 없는 형편이었다는데 이 점까지 감안한다면 결코 평범한 인생은 아닌 것 같네요..

 

저자는 스스로 '나는 왜 운동권이 되었는가?' 하고 자문해 봅니다..

그의 대답은 '그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단 하나의 길'이었고, 그가 그 길을 '회의도 없이' '달려온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운명을 말하고 있는 듯 하지만,,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고 모두 저자처럼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의 인생이 특별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아요..

 
이 책은 정치가 심재철 씨의 일기를 묶은 겁니다.. 책을 받고 좀 놀랐는데 별다른 편집을 거치지 않고 말 그대로 일기(와 편지와 사진)를 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자비출판'한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나는 듯 했어요.. 가족과 친지와 지인들끼리 보관할 목적으로 출판하는 그런 성질의 책들이요..
 
일기의 성격을 살리면서 좀더 세련된 편집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어요..
 
저자는 mbc 파업을 주동해 옥살이를 하게 되는데,, 이때 매일 같이 아내와 편지를 교환합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그가 옥살이를 성찰의 시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돌담벼락 밑에 있는 화단에서 국화꽃을 꺾어다 우유팩에 물을 담아' 두는 부분도 감동적입니다.. 자연과 차단된 독방 안에서 그렇게 꺽어온 꽃을 '낮에는 화장실 바깥 벽 창틀에 올려놓고 볕을 쬐어 주고 밤에는 방 안에 들여다 놓'는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져요..
 

그러면서 매일매일을 '어떤 즐거움을 키워 함지박만한 웃음을 머금을지 생각해'보며 지냅니다..

불행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긍정을 보려는 저자의 심성에 박수를 보내게 돼요,, 

 

병상일기에서도 이런 면이 엿보입니다..

 

죽다 살아난 처지에선 누구라도 삶을 긍정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묽은 뜨물 같은 미음을 먹기 시작한 어느 날의 감동을 기적으로 승화시키고 있어요.. 죽음 가까이 다가갔다 돌아온 다음에야 우리의 평범한 하루가 기적임을 알게 되는 이 역설..

 

그의 병상일기를 읽다보면 지금 이 순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임을 깨닫게 됩니다..

 

육아일기에는 딸에 대한 사랑이 잘 나타나있어요.. 자잘한 행복,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요.. 오늘날의 부모들은 모두 바빠서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의 연속이지요.. 그렇게 아이는 자라고 그러다 대화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것이 오늘날 우리 가족의 자화상이잖아요.. 많은 아빠들이 이 책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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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붉은 실내 사계절 1318 문고 75
조정현 지음 / 사계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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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상 수상작품을 몇 권 읽어보았는데,, <로빈의 붉은 실내>는 그보다 훨씬 수준 높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인물 묘사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수리, 우인, 홍교, 태희 같은 아이들을 근처 고등학교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주요 서사는 아주 단순하다.. 교문 위에 나부끼던 경시대회 수상 축하 플래카드가 훼손된 사건을 두고 교장이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이 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다.. 그런데도 작품은 끝까지 높은 밀도를 유지한다.. 그 이유가 생생한 인물들의 성격묘사에 있는 것 같다..

 

이 인물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익을 쫓아 세상을 사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가 그것이다..  아진이 부모 태도와 홍교 엄마의 태도를 놓고 보면 극명히 대비가 된다.. 교장과 아진과 방송반 반장과 담임과 우인 같은 인물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전자의 부류에 해당된다.. 반면에 태희와 수리와 홍교 같은 인물들은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후자에 해당된다..     

 

나는 수리와 태희의 성격을 비교하는 맛에 이 책을 읽었다..

 

주인공 수리는 얼핏 보기에 좀 답답한 스타일이다.. 학교에서는 '은따'를 당하고,, 집에서도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치이는 존재다.. 한마디로 '주체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플래카드가 훼손될 때 현장에 있었고 그 때문에 교장에게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하게 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수리는 단 한번도 '주체적'이지 못하다..

 

우인 때문에 얼떨결에 범인이 되고,, 방송반 때문에 얼떨결에 자백을 하고,, 태희의 일갈에 얼떨결에 1인 시위를 하고....... 

 

수리는 원우인을 대신해 죄를 자백하고 교장실에서 고문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다. 우인은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뒤늦게 그 소문을 듣고 교장실로 달려가 진실을 밝힌다.. 이때 수리가 보이는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수리는 교실을 박차고 나가며 '교장실에 가서 원우인이 헛소리한 것이라고 말할 생각'이다.. 우인이 명예심 때문에 사건을 벌렸다고 한다면 방송반에도 그닥 해가 가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애는 왜 죽어라 모든 죄를 짊어지려는 걸까.. 단순히 심성이 착해서 그런 걸까?

 

1인 시위를 할 때도 학교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깃흘깃거리며 지나치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습관적으로 태희에게 문자를 보낸다. '이제 어떻게 하지?'

태희는 수리더러 "일 저지른 것도 네가 한 게 아니고, 해결할 능력도 없"는 아이라고 했는데, 그 말은 옳다. 

 

플래카드 사건의 배경에는 인터넷 블로그 '로빈의 붉은 실내'가 있다.. 로빈은 끝까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글로만 '포스'를 내뿜는다.. 냉소적으로 세상을 향해 쏘아붙이는 '로빈포스'에 아이들은 열광한다..

 

얼핏 보기엔 수리는 멍청하고 로빈은 똑똑한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로빈은 '글'로써만 세상을 살뿐 행동할 줄 모른다. 반면 수리는 대책도 없이 행동부터 하고 본다. 그럼에도 이 아이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 행동의 근본에 '측은지심'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은 수리다.. 태희가 자신의 글을 두고 쓰레기라고 표현한 건 옳은 말이다. 쓰레기 매립지 위에 건설된 하늘공원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건 태희의 변화의지를 나타낸다. 그러나 그 아이가 과연 세상밖으로 나와 사람들 속에서 '행동'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편의점에 물건 하나 사는 것도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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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 동화 보물창고 40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민예령 옮김,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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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코난 도일의 장편소설일 거라 지레 짐작했는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은 그의 단편을 모아둔 소설집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책 말미에 실려있는 '옮긴이의 말'을 보면 이 단편들은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들 중에서 '기묘한 개인사나 비밀스러운 가족사에 얽힌 네 편의 이야기'라는 설명이 있어요..

 

과연 그러해서,, 이 이야기들은 대부분 가족사의 비극입니다.. 두 편의 이야기가 아버와 딸의 관계에서 일어난 비극이고, 나머지 두 편의 이야기가 부부 관계에서 일어난 비극입니다..

 

<얼룩무늬 끈>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빌> 

<사라진 공격수>

 

제목만 봐서는 이 이야기들이 가족사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책을 완전히 다 읽기 전에는 독서 중에도 이 이야기들이 어째서 가족간의 비극을 다룬 것인지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추리소설의 묘미가 그런 거겠죠.. 마지막 문장까지 읽기 전에는 결코 퍼즐이 맞춰지지 않아요..

  

표제작인 <얼룩무늬 끈>은 코난 도일의 단편 중에서 '가장 기이하면서도 끔찍한 사건'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이미지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한번 상상해보세요.. 천장의 환기구 아래로 줄이 드리워져 있고 그 줄을 타고 정체모를 동물이 어둠 속에서 내려옵니다.. 상상만으로도 원초적인 공포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줄 아래에 침대가 놓여있다는 사실입니다.. 얼마나 굉장한 이야기인지는 직접 읽어보시기 바래요..

 

이 책을 통해 저는 셜록 홈스의 인간성에 반하게 되었어요.. 그는 사설탐정으로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의 매력은 여기에만 기인하지 않습니다..  법의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범인 추적에 필요한 여러 능력들을 발휘해주지만 그런 것이 전무했던 시대에도 홈스의 판단력은 더없이 정확합니다.. 그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셜록 홈즈가 사건 자체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홈스가 악을 미워하고 희생자를 연민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 사실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 있어요.. 

 

"그거 아나, 왓슨?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소위 직업병이라는 게 있지. 무엇을 보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건데, 자네가 농가들이 띄엄띄엄 있는 전원 풍경을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하고 있을 때 나는 이곳이 너무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은밀한 범죄가 일어나기에는 최상의 장소야."

 

바이올렛 헌터 양으로부터 위험을 알리는 전보를 받고 홈스와 왓스은 윈체스터로 갑니다.. 윈체스터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왓슨은 그곳을 지나며 풍경에 감탄을 자아내지요.. 그러나 홈스는 위와 같이 말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홈스의 인간적인 약점을 볼 수 있었다는 점도 이번 독서의 성과인데요.. 

 

왓슨은 그들 사이에 찾아오는 비수기가 두려웠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내 친구를 겪어 본 바에 의하면 그의 두뇌는 비정상적으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데, 그 움직임의 원동력이 떨어지면 다른 것을 찾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공을 들여 그의 경력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약물 중독 증세를 치료했다. 이제 그는 일상 속에서는 자극제를 차지지 않았다.'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명성으로만 들어왔지 제대로 된 독서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어요.. 그때문인지,, 홈스가 약물중독으로 괴로워했던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왓슨은 계속해서 홈스를 걱정하는데,, 그에게서 약물 의존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악마의 잠이 아주 얕'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 때문에 사건이 들어오면 홈스에 버금갈 정도로 왓슨도 기쁜 것입니다..

 

문학성을 겸비한 장르문학을 읽는 재미는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이번 독서가 저에게 준 재미가 바로 그런 겁니다.. 하룻밤 사이에 홀랑 다 읽어버리고 만 책이라 아쉬움이 큽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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