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 M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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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스케일에 묻혀버린 빈곤한 이야기적 서사.. 청년 준식의 장동건 보다는 안똔 김인권의 연기가 볼만했던 영화..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전쟁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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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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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극장가를 점령할 듯한 여신의 포스로 나선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이민정'이다. 충무로에서 아직은 스타급 배우는 아니지만 2010년 '시라노; 연애조작단' 이 한 편의 영화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이른바 충무로의 블루칩이 됐다. 늦깍이 치고는 나름의 행운인 셈. 곧바로 그녀 이름과 얼굴 알리기가 시작됐고, 이후 브라운관에서는 '마이더스'를 통해서 좀더 사람들에게 다가선 '이민정'.. 그리고 해를 넘긴 2012년 1월에 새로운 영화로 우리 켵에 다가왔으니, 그녀에게도 탄탄대로 행보를 걷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연기력 보다는 그녀만의 무언가 새콤달콤한 풋풋함으로 뭇 남성들을 설레게 만드는 매력의 소유자.. 그렇기에 이민정이 출연한다는 이 영화 '원더풀 라디오'는 근원적으로 끌리는 마력이 있다.

말 그대로 좀 과장해서 보자면 여신 포스의 '이민정'이 나왔기에 그냥 본다는 거. 그 '시라노..'에서는 다양한 주인공들 때문에 이민정을 반 밖에 못 봤다면, 이 영화는 위의 포스터처럼 그녀를 전면에 내세우며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여주인공인 것은 물론, 온리 '이민정에 의한, 이민정을 의한' 영화로 그녀는 쉴새없이 나온다. 라디오 DJ로 계속 활동하다가 종국엔 가수로까지 노래실력을 뽐내며 달달하게 영화에 방점을 찍는다. 참으로 알흠답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여신 포스인데, 여기에 기름을 붓듯이 그녀의 매력으로 소위 도배질을 했다. 그러니 맨들에게는 '허벨레, 우헹헹'? 되면서 나름 팬서비스 차원의 성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만이 능사일까? 즉 이민정의 매력만을 보여줄려고, 이렇게 많은 카메오와 '최고의 사랑', '과속스캔들', '라디오 스타' 등을 짜집기 한 것인가.. 영화는 로맨스도 그렇다고 무언가 울림의 드라마도 아닌, 일종의 라디오 부스에서 가수로 다시 전향한 어느 한 여자의 고군분투 성공기라 보면 될 터. 그 어떤 것도 본 영화는 무언가를 전달하지 못한 느낌이다. 그래도 이민정의 매력을 마음껏 봤다는 것만으로 이 모든 것이 상쇄됐다면 할 말이 없지만서도.. 중심이 되야할 극 전개상 스토리텔링의 아쉬움은 진하게 남는다. 그렇다면 정작 영화는 어떠했는지, 먼저 시놉시스는 이렇다.


(털털 발랄한 생계형 라디오 DJ 신진아와 까도남 PD 이재혁.. 둘의 달달한 로맨스? 그건 아니다.)

폐지 직전 프로그램과 퇴출 위기 DJ가 만났다! 유쾌한 방송가 리얼 스토리가 시작된다!

폐지 직전의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의 DJ 신진아(이민정). 국민 요정 '퍼플'로 잘 나가던 시절은 끝난 지 오래, 이제 그녀 곁에 남은 건 10년 차 열혈 매니저 ‘대근’과 유일한 생계 스케줄인 라디오 DJ 자리뿐이다. 하지만 자존심만큼은 전성기 시절 못지 않은 진아. 방송에서 막말하기, 멋대로 신청곡 바꿔 틀기 등 막가파식 진행을 고수하던 어느 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는 ‘원더풀 라디오’의 청취율을 올리기 위해 ‘재혁’(이정진)이 구원 PD로 긴급 투입된다. 재혁은 ‘원더풀 라디오’의 대대적 개편을 선언하고,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새 PD 재혁에 발끈한 진아는 청취자들이 출연해 각자의 사연을 노래로 전하는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를 새 코너 아이디어로 제안한다. 방송 사고 수준의 처참한 첫 방송 이후 쏟아지는 비난에 낙담한 진아, 하지만 두 번째 출연자의 감동 어린 사연과 노래가 전파를 타며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위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면 전개는 참 좋은 편이다. 아니 좋은 게 아니라, 안전모드?를 택하며 어디서 많은 봐온 이야기다. 과거 잘나가던 아이돌 그룹의 한 여가수가 이제는 생계형 라디오 DJ로 연명하고, 그 퇴출될 위기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찾아온 까도남 스타일의 PD, 이 둘이 티격태격하며 라디오를 살리고, 어느 날 터져버린 가수 시절의 표절시비와 막말방송, 그것으로 DJ는 물러나고 그 프로그램은 다른 사람이 차지하며 주인공은 한켠으로 물러난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 없기에, 과거 가수의 꿈을 다시 찾기 위해서 스스로 작곡한 노래를 가지고, 그 프로그램의 천회 특집 때 애청자들에 앞에서 멋지게 부르며 휘날레를 장식한다. 그리고 두 남녀는 달달한 키스를 나누며 마무리.. 이게 바로 '원더풀 라디오'의 스토리자 모든 거다. 스포일러라 타박을 주실텐가.. ;; 그냥 흔한 설정에 지나지 않는 한 여자의 일과 사랑을 쟁취한 이야기라 보면 될 터.

그래서 말들이 많은 것이다. 작년 한 해 마봉춘에서 히트를 치며 대상을 거머쥔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공효진과 차승원을 오마주 하듯, 거의 비슷하다. 과거 잘 나갔던 걸그룹의 설정도 그렇고, 까도남 스타일의 영화배우와 PD의 설정, 그리고 이야기 전개 과정도 이들이 티격태격하면서 러브에 빠지고-(물론 '원라'는 이 강도가 약했지만서도)-종국엔 일과 사랑을 쟁취한다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양태를 띄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이민정'은 진짜 예쁜 척이 아닌, 실제 성격인 듯 푼수끼에다 괄괄하게 때로는 새침하면서도 여린 구석을 보이며 다방면으로 활약해 매력을 내뿜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게 다다. 그나마 주인공이라서 다방면으로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지만, 이런 캐릭터 묘사는 이민정에서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면 조금은 안습이 되버린다. 


(이광수의 마구방발식 정신없는 억지스런 코믹 연기와 김정태의 뻔한 악역을 벗어나지 못한 식상함..)

남자 주인공 까도남 PD으로 나오는 '이정진'은 그냥 기본으로 한 느낌이라 차치하더라도, 이민정의 로드매니저를 맡은 차대근 역의 이광수 캐릭터는 심히 보기가 불편할 정도다. 정말 이 친구는 참 아쉬운 게, 왜이리 나올 때마다 정신없이 까불대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것이 그동안 굳혀진 그만의 캐릭터라서 그렇게 나온다지만, 마구방발식 정신없는 매니저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한마디로 억지스럽고 오버스럽다는 거.. ;; 그리고 이 영화에서 유일한 악역으로 기획사 대표 인석 역의 김정태.. 아니, 어쩌자고 매일 그런 대사톤의 악역인지, 김정태가 작년 한 해 소위 뜨고나서, 그 깔끄장한 악역 캐릭터를 못 벗어나더니 여기서도 그렇게 나온다. 과거 '퍼플'의 한 멤버를 키우고 대신 신진아를 이 세계에서 생매장 시킬려고 작정하듯 뛰어든 그를 보니, 마치 '미스 리플리'에서 이다혜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김정태 모습이 오버랩된다. 물론 여기서는 강도가 좀 약했지만서도..

이민정의 매력만으로 내달리기에 아쉬운 영화 '원더풀 라디오', 노래가 굿!! 

그리고 이런 주요 캐릭터 이외에 이 영화에서는 수많은 카메오들이 나온다. 실제 SBS '두시탈출 컬투쇼'의 이재익 PD가 이 영화의 시나오리를 썼다는 후문처럼, 그의 인맥을 자랑이라도 하듯, 컬투는 물론 이승환, 장항준, 부활의 김태원, 달샤벳 걸그룹, 정엽 등, 많은 이들이 잠깐씩 스크린에 얼굴을 내민다. 그래서 이런 연출이 깨알 같은 재미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애드립에 가까운 연기톤은 사실 극 흐름을 끊는 요소로써 작용하며 영화의 몰입감을 방해한다. 그냥 헛웃음만.. 그래도 볼만했던 건, 중간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부활시킨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의 코너를 통한 드라마적 자극은 볼만했다. '라디오는 사연이다', '사연이 라디오다'라는 말처럼, 그런 사연을 통한 전달력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을 뽐낸 이민정, 두 곡의 발라드가 영화의 아쉬움을 채우며 그렇게 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이민정'을 빼놓고선 말할 수 없다. 바로 주인공이자, 이민정 역할이 극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캐릭터를 그릴 때, 연예계 생계형 라디오 DJ로 분전하다가 과거 가수로의 꿈을 다시 전향하는 이런 전개 과정이나 모양새는 내내 불링불링하게 뽀얗게 치장되며 내달린다. 어떤 그 이면의 깊은 고뇌가 없이, 그냥 끼워 맞추듯 전개가 됐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것은 함께한 라디오 PD 역의 이정진도 그렇다. 까도남 설정에서 훈남으로 변모된 모습은 그저 흐름일 뿐, 임팩트한 맛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이 둘의 캐릭터가 '최고의 사랑'에서 따온 듯한 느낌이다 보니, 심히 예상 가능한 전개를 예상케 만든다.

바로 전개된 내용이나 포맷 자체도 진부한 설정에다 클리셰도 잔뜩, 그렇다고 방송가의 리얼 스토리는 없이, 인맥을 과시한 듯한 시트콤식 잦은 카메오 출연의 과장된 애드립까지 이 모든 게, 지금 시대에 맞지않게 참신해 보이질 않는다. '싱글즈'와 '참을 수 없는' 등을 연출한 '권칠인' 감독의 역량치곤 새롭지 않다는 거. 그래서 그런 느낌이 다소 낡은 로맨틱 코미디가 떠오를 정도로, 영화는 사실 기대 이하다. 그래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지만, 그래도 이민정을 풀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면 조금이라도 상쇄될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신'이라는 이민정.. 그녀를 통해서 모든 걸 쏟아낼려고 했던 영화가 아니라면, 그녀의 매력만으로는 능사가 될 수는 없을 터.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패착이자 진정한 '라디오 스타'가 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다른 각도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래도 이민정은 내내 예뻤고, 노래 또한 가수 뺨치게 달달하니 좋았다는 거.. ~  

뮤직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4899&mid=16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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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7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스강호 2012-01-21 22:08   좋아요 0 | URL
영화가 분명 이민정의 매력으로 내달렸지만.. 그게 다라는 게 아쉽죠..~

그리고 그 무비매니아 종료 메일은 이미 받았고요.. 그 이유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 어쩔 수 없죠. 기존처럼 전 그냥 계속 쓸 겁니다. 어차피 보는 영화고 쓰는 루트가 있어서 말이죠.. ~
 
부러진 화살 - Unbo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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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편의 법정 드라마로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다. 아니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실화다. 물론 그것을 액면 그대로 담아낼 순 없어도, 분명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적 재구성을 통해서 관객들을 법정으로 참관시킨다. 바로 2007년 1월에 실제 일어났던 '석궁 테러사건', 당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대학교수가 판결에 불만을 품고 담당판사 집에 찾아가 석궁을 쏴 위해를 가해 사법부 권위에 도전장을 내민 엄청난? 사건이다. 바로 이 영화는 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내달리며 일종의 사회고발극 양상을 띈다. 아니 양상을 띄는 자체가 아니라, 대놓고 그 사건의 A-Z까지 담아내고 있다. 바로 항소심까지 가는 5차례 공판 과정을 자세히 날짜까지 언급하며 영화적 신빙성을 높인다.

그러면서 우리시대 고귀하고 준엄한 사법부의 법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소위 법 위에 군림하며 법을 어떻게 집행하는지 직격탄을 날린다. 주인공 김경호 교수 역을 맡은 국민배우 안성기가 연이은 항소심 끝에 호송차에 오르기 전, 던진 한마디..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정말 와닿는? 명대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강력한 법치주의로 운영되는 우리 사회에 그 또한 강력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그렇게 만들었고, 실제 그는 왜 아직도 사법부를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아도,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다. 권력 앞에 선 법, 법 앞에 선 권력.. 이 법과 권력은 그렇게 우리를 알게 모르게 지배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속 김 교수는 그 직격탄을 법정에서 날렸으니..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서 먼저 접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이 남자의 분노에 주목하라!”

대학 입시시험에 출제된 수학문제 오류를 지적한 뒤 부당하게 해고된 김경호(안성기) 교수. 교수지위 확인소송에 패소하고 항소심마저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각되자, 담당판사를 찾아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위협하기에 이른다. 격렬한 몸싸움, 담당판사의 피 묻은 셔츠, 복부 2cm의 자상, 부러진 화살을 수거했다는 증언… 곧이어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사법부는 김경호의 행위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테러’로 규정, 피의자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그러나 피의자 김경호가 실제로 화살을 쏜 일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면서,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 같았던 재판은 난항을 거듭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법정, 엇갈리는 진술! 결정적인 증거 ‘부러진 화살’은 행방이 묘연한데... 비타협 원칙을 고수하며 재판장에게도 독설을 서슴지 않는 김경호의 불같은 성격에 변호사들은 하나둘씩 변론을 포기하지만, 마지막으로 선임된 자칭 ‘양아치 변호사’ 박준(박원상)의 등장으로 재판은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데... 상식 없는 세상에 원칙으로 맞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석궁 테러사건의 피고인 김경호 교수, 그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 박준, 안성기 박원상의 호흡이 좋다.)

시놉시스를 보듯이, 또 누차 얘기하지만 이 영화는 실화다. 2007년 학교로부터 부당하게 해고 당했다며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한 모 대학의 김경호 수학과 교수가 '교수지위 확인소송'으로 재판을 벌인 후, 그 판결에 불만을 품고 담당판사를 상대를 찾아가 벌어진 '석궁 테러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아니 모티브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의 실체와 판결 과정을 그대로 담아낸 일종의 기록이자, 사회 고발극 양상을 띄고 있다. 그래서 영화적 분위기는 곧바로 감이 오듯이 오락적이지도 않거니와, 그렇다고 '의뢰인'처럼 영화적으로 포팅된 법정 스릴러를 표방하는 것도 아니다. 마치 1시간 반짜리 'PD수첩' '추적60분'을 보듯이, 과거 그 사건을 역추적하며 그것을 그대로 옮겨담고 있다. 여기에 연기파 국민배우 '안성기'의 자연스런 호연과 조연급 배우지만 그만의 색깔이 뚜렷한 '박원상', 이 둘이 의뢰인과 변호사로 만나 극적 재미까지 부여하며 관객들을 법정으로 생생하게 인도한다.


(재판 과정에서 판사 역을 맡은 이경영 문성근.. 이들이 제대로 궁지로 몰리며 진땀을 흘린다. ㅎ)

그렇다면 재판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을까? 사실 그 과정을 여기서 줄거리로 이야기하는 건 무의미?하다 할 수 있다. 그 재판 기록 일지를 그대로 쓰기도 어렵거니와 그것보다는 영화는 굴곡없이 차분하게 순차적으로 사건을 전개시켜 나간다. 2007년 1월 15일 사건 발생일부터 2008년 8월이었나.. 1년이 넘게 진행된 항소심 5차 공판까지 가는 과정을 그대로 담아낸다. 그렇다고 그 과정만을 담아내는 건 아니다. 변호사로 낙점된 지방의 한량?같은 노동 변호사 '박준'이 사건을 맡으면서 의뢰인 김경호 교수와 트러블이 생기는 등, 초반에는 불협화음으로 난항을 겪는다. 분명 자신은 화살을 쏘지 않은 우발적 사고였다면서, 이건 조작된 재판이라는 거. 즉 화살을 맞았다는 판사의 자작극과 검찰의 증거인멸, 그리고 재판부의 납득이 안가는 판결 등, 이 세가지가 의뢰인 측이 주장하는 쟁점으로 떠오르며 극은 전개가 된다.

그런데 여기 김 교수가 워낙 원칙주의자에 타협을 모르는 깐깐한 타입인지라, 어찌보면 그냥 잘못했다는 합의조로 나가면 될 일을.. 김  교수 스스로 철퇴를 가하며 사법부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라 할 수 있는데, 물론 이런 연출이 실제 인물이 그러했는지 몰라도, 여기서 안성기가 극화돼 보여주는 김 교수 캐릭터는 꽤 위험스럽게? 나온다. 감옥 안에서도 법정에서도 항시 법전을 끼고 다니면서, 공판 때마다 도리어 자신이 조리있게 반박하며 검사는 물론 판사까지 옥죄는 등, 일침을 제대로 가한다. 한마디로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집행이 이상하다 싶으면 그들을 직무유기죄로 고발하는 등, 위험스런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법정 밖에서는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법정 내에서는 "이건 재판이 아니라, 독잽니다." 등..

그렇다면 옆에 있는 박준 변호사로 나오는 박원상은 그냥 허수아비였나?! 아니다. 그도 이런 김 교수의 활약에 힘입어 힘닿는데까지 변론을 해나가며 멋지게 한방을 먹이는데, 과거 프랑스 재판의 한 사례를 언급한 최후 변론은 참 멋졌다는.. 그런데 이런 박원상 옆에 붙어 다니며 사회부 기자로 나왔던 김지호 역할은 무언가 아쉬웠다. 오랜만에 본 얼굴이었는데.. 아무튼 그렇다면 결국 김 교수는 최후에 어떻게 됐을까.. 그것은 이미 판결이 난 사건이기에 해당 기사를 찾아보면 알 수 있듯이 스포일러와는 상관없이, 실제 김경호 교수는 4년 형을 마치고 2011년 1월 만기출소했다고 영화는 자막으로 갈무리된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도 사법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으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법정극임을 다시 한 번 밝히며 끝낸다.


(국민배우 안성기 배우는 이런 드라마적인 연기가 역시나 잘 어울린다. 마지막은 나름 인상 깊다.)

'제대로 화살'을 사법부에 날린 법정 실화극, 공분까진 아니어도 속 시원하다?

이렇게 영화는 한마디로 법정 공방을 다룬 실화극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예전의 MBC의 그 유명했던 법정극 '죄와 벌'처럼.. 그런 구성과 포맷이다. 사건을 역추적하기 보다는 그 사건의 재판 과정을 그대로 생생하게 담아낸 일종의 기록영화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바라보고 전개되는 과정은 어차피 주인공 김경호 교수에 맞추다 보니, 그의 주장과 입장만을 대변하는 모양새로 치닫아 일종의 편파성을 띄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편파로 보기엔 우리시대 사법부를 백프로 신뢰하며 그들의 법 집행을 오롯이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를 반문해 본다면, 답은 나온다. 영화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 들어가, 김 교수의 입장과 대변을 통해서 사법부의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몇차례 언급했다시피,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이건 재판이 아니고 독잽니다"처럼.. 이 한마디 만으로도 이 영화의 성격을 다분히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약한 정도가 아니라 꽤 권위적이고 권력 앞에 좌지우지되며 군림하는 법 집행을 우리사회가 목도해 왔다면 일견 와 닿는 멘트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을 '섹검, 떡검'으로 불리는 작금의 시대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은 분명 위협만 할려고 석궁을 들고 간 것이지 분명 쏘지 않았다는 김교수 주장을 토대로, 영화는 사건 기록의 법정공방을 5차례나 담아내 관객들 시선을 끌며 사회고발극으로 천착된다. 과거 '남부군'과 '하얀전쟁' 같은 이념성 짙은 영화를 만들었던 '정지영' 감독이 13년 만에 메가폰을 잡으며, 국민배우 '안성기'와 함께 또 다른 '도가니'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그 '도가니'처럼 가열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엔 사실 밋밋한? 것도 있다. 여기서 밋밋하다는 것은 그 '석궁 테러사건'의 경중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영화적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어차피 이것도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메기폰을 잡은 '정지영' 감독은 영화를 차분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분명 영화적으로 포팅해 지점별로 굴곡을 넣으며 무언가 임팩트를 줄 필요도 있었을텐데.. 5차례 공판 과정을 담아낸 법정 기록으로만 천착돼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그것이 이 영화의 스타일이라면 그것이 매력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미 '도가니'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공분을 사지 않았는가.. 여기선 그 정도의 공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법부를 향해 날린 직격탄 만큼은 회자될 한마디가 아니었나 싶다. 그것이 이 영화를 의미있게 살린 나름의 공(功)인 셈이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사법부에 쫄지마.. XX.. 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7571&mid=1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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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 - M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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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편의 전쟁 영화가 지금 화제의 중심에서 호불호는 물론 거의 뭇매를 맞다시피하며 주목을 단박에 끌고 있다. 개봉 전은 물론 개봉 이후로도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 '마이웨이'.. 도대체 어떻길래 영화에 대한 이른바 잡설이 많은 것일까? 심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강호도 그 대열에? 합류코자 해를 넘기고서야 봤다. 그런데 개봉한지 꽉 찬 2주가 지나가면서 영화는 거의 끝물 타임이라 느껴질 정도로, 이제는 지쳐보이기까지 하다. 최소 한 달 이상을 버텨야 할텐데.. 2월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을까.. 심히 우려와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과거 90년대 '은행나무 침대', '쉬리'로 단박에 주목을 받고, 2003년 '태극기 휘날리며'며 천만 관객의 흥행 신화로 인기 반열에 올랐던 감독 '강제규',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근 7년 만에 메가폰을 잡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스타 '장동건', 일본을 대표하는 미남 스타 '오다기리 조', 그리고 대륙의 여신 '판빙빙'과 전쟁의 파고 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주요 전쟁을 스크린으로 스펙타클하게 담아내며, 그 속에서 살고자 사투를 벌였던 두 청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게 영화 '마이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종국엔 휴머니즘을 말하고자 함일까? 아니면 직관적인 전쟁물로 천착하려 했던 것일까.. 보통 전쟁물이 근원적으로 안고 있는 이데올로기 등, 그 불편하고 불온한 심정을 대변하듯, 강제규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고집스럽게도 스스로 옥죄고 말았으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그들이 포기할 수 없었던 건 목숨이 아닌 희망이었다.


1938년 경성. 제 2의 손기정을 꿈꾸는 조선청년 준식(장동건)과 일본 최고의 마라톤 대표선수 타츠오(오다기리 조). 어린 시절부터 서로에게 강한 경쟁의식을 가진 두 청년은 각각 조선과 일본을 대표하는 세기의 라이벌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준식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고 그로부터 1년 후, 일본군 대위가 된 타츠오와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던져진 두 청년은 중국과 소련, 독일을 거쳐 노르망디에 이르는 12,000Km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겪으며 점차 서로의 희망이 되어가는데… 적으로 만나 서로의 희망이 된 조선과 일본의 두 청년 국적을 초월한 인간애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일본 황군으로 징집된 준식과 조선 청년들.. 조선인 대표로 항상 버팅기는 준식은 고생을 자처한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면 분명 이것은 전쟁물을 알 수가 있는데.. 영화의 시작은 묘한 이질감을 부여한다. 근 20여 분 동안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무작정 뛴다. 마치 '말아톤'에 나온 조승우처럼 장동건이 분한 '준식'은 그렇게 달리기에 목숨 건 행보를 걷는다. 심지어 그 전쟁의 파고 속에서도.. 그러면서 이런 준식에게 라이벌로써 대일본제국이 자랑하는 깔쌈한 청년 '타츠오'가 대항마로 떠오르며 이들은 대결 구도를 갖는다. 당시 일장기를 단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이라는 시기와 맞물려 이들을 그런 이야기 속에 집어 넣고 있는 것이다. 즉 달리기에 목숨 건 두 청년의 인연으로 시작해 전쟁의 파고 속에서 이들의 질긴 악연.. 그리고 종국엔 이들의 화해와 휴머니즘으로 내달리기한 위한 전초전을 초반에 깔아 놓는 방식이다.

당시 올림픽 출전 선발을 위한 경기에서 준식은 보란듯이 우승한다. 일본의 타츠오를 이긴 조선 청년의 자랑이자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막판에 진로를 방해했다는 처사로 그는 실격처리 되고, 이에 격분한 조선인 참관자와 사람들이 마라톤 행사 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그리고 일본 법정에서 준식 이하 그의 친구들, 조선의 수많은 청년들이 일본 천황폐하의 군대로 강제 징집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다. 마라톤 경기를 그대로만 승복했다면.. 어쨌든 준식은 그 사건으로 전쟁의 한복판으로 발을 담그며, 이른바 '개고생'이 시작된다. 모 노래 가사처럼 '서울 대산 부산 찍고..'처럼 일본군 찍고 소련군 찍고 마지막엔 독일군까지.. 그는 전무후무한 다국적 군인으로 탄생한다. 마치 전쟁테마관을 체험하듯이..

그런데 일본군 황군 소속때부터 일은 꼬였다. 달리기 라이벌이었던 타츠오가 그 부대에 대좌로 임관돼 오면서 그는 모진 고초를 겪는다. 조센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괜한 얼차례는 기본이요, 군영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힘든 나날이 펼쳐진다. 그래도 달리기를 좋아하는 준식은 매일 거르지 않고 연병장을 뛴다. 급기야 소련군과 대전투를 앞둔 시점에서 준식 이하 종대(김인권)등, 조선인 청년 위주로 자살특공대로 차출돼 죽음이 임박해 오자, 이들은 밤에 탈출을 감행한다. 잘 빠져나왔나 싶었는데.. 소련군이 아침 나절에 탱크를 몰고 기습을 감행하는 것을 보고 일본군으로 다시 돌아가는 준식.. 그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겠다는 것인데, 정말 대책없는 놈이 아닐 수 없다. 그냥 친구들과 이쁜 판빙빙을 데리고 강을 건너가면 될 것을.. 영화는 이런 준식의 행동으로 그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


(준식의 친구 종대.. 산초에서 기회주의자로 변모된 그의 모습.. 김인권이 제대로 해냈다.)

일본 황군이 아무리 잘 나간다해도, 총칼로써 어찌 소련제 가열한 탱크 부대를 이기겠는가.. 그냥 장렬히 전사하는 일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대좌 타츠오는 일본군의 위세를 과시해 끝까지 독려하며 버티지만 황군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포로가 된 타츠와 준식은 대륙간 횡단열차 같은 걸 타고, 소련의 어느 깊숙한 포로 수용소로 입성한다. 이때부터는 이젠 엄청난 추위와의 싸움이다. 그런데 이곳에 작업반장으로 종대가 와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 놈은 그때 나룻배를 타고 도망갔는데, 어찌 이곳에 잡혀 온 것일까? 이름은 종대에서 '안똔'으로 바뀌었다. 위대한 소비에트 연방을 외치면서..

어쨌든 종대를 만난 준식은 한시름 놓는다. 하지만 타츠오 이하 일본군과 섞여 지내면서 일은 계속 터지고, 그 와중에 종대 아니 안똔 이 나서서 중재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춘복(김희원)까지 죽게 만드는 등, 이미 과거의 산초 같은 종대의 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오로지 살고자 기회주의자로 전락한 '안똔'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준식의 일관되고 평면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인상깊었던 종대로 분한 김인권의 다면적 모습이었다는 점에서 그 포로수용소 씬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무튼 그런 벌목장 수용소 생활에서 닥친 독일군과의 전투를 알리는 소식.. 이번에도 준식과 타츠오는 물론 전쟁에 참가해 총알받이가 되는 수용소 군인들.. 처참한 사투의 그 현장에서 종대마저 죽으며, 이젠 조선인 군인은 오로지 준식에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생명력이 길다. 그 독일군의 총알이 빗발치는 전선의 현장에서도 끈덕지게 살아남는다. 타츠오도 함께.. 그리고 이들은 이제는 서로를 의지하며, 눈 깊은 산맥을 넘고 생사를 함께 하는 동지로써 발현된다. 준식은 의식을 잃은 타츠오를 둘쳐메고 어떻게든 살리려 했지만, 약을 구하러 간 사이 타츠오와 영영 헤어지게 된다. 처음 시작할 때 일본군에서는 상사와 부하 관계인 앙숙으로, 소련군에서는 같은 포로 신세로 전락하며 무언가 끈을 발견했던 그들.. 그리고 마지막 독일군 코스프레로 이들은 마지막 전쟁의 파고 속에서 방점을 찍기 전, 노르망디 해변가에서 우연히 만난다. 참, 극적이 아닐 수 없는데.. 그러면서 해변가에서 붉은 노을을 보며 영화적 대사를 날려주는 준식과 타츠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제2차 세계대전의 알짜배기?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 일컫는 그 전투 속에서 살아남았을까..
아니면 이번엔 연합군으로 들어가 또 고생을 자처했을까.. 다 떠나서, 누가 죽고 누가 살았을까?


(영화 '마이웨이'의 모티브가 된 한장의 사진.. 독일 군복을 입은 채 연합군에 포로가 된 동양인 병사..)

이렇게 영화적 줄거리를 나름 길게 써봤는데.. 물론 마지막 스포일러는 남겨 두었다. 그런데 사실 내용은 간단하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이른바 '달리기에 매료된 두 청년의 다국적 전쟁체험 수기?'라 볼 수 있다. 영화적 홍보는 '적으로 만난 서로에게 희망이 된 두 남자의 이야기'라 말하고 있지만.. 문제는 바로 그 이야기에 있다는 게 문제다. 그것은 바로 전쟁의 파고를 겪은 두 청년의 이야기가 그렇게 와 닿지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마이웨이'에서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기도 한 게, 보통 전쟁물은 처참한 전투씬을 벌이면서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살고자 적을 죽이는 과정에서 광기를 보이는 등, 내면 변화가 중심을 이루기도 하는데.. 이 영화 '마이웨이'는 그런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이웨이', 직관적인 전쟁물의 스케일에 묻혀버린 빈곤한 이야기적 서사.. 

이미 전작의 같은 전쟁물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은 눈알을 허옇게 까 뒤집으며, 그 역을 충실히 해내 천만 이상의 관객을 매료시킨 적이 있다. 하지만 여기 '마이웨이'에서 보여주는 준식의 캐릭터는 꽤 평면적이다. 오로지 달리기를 좋아하는 청년이 삼국의 군복을 입는 과정에서 어떤 심경의 변화라든지, 또 적으로써 동지로써 대하는 타츠오와의 대립구도나 갈등 묘사가 전무할 정도로 빈약하다. 그런 점에서 장동건이 고생하며 연기했던 준식의 캐릭터는 감정이입이 부족할 정도로 거의 실패작이라 할 수 있다. 대신에 타츠오 역에 '오다리기 조'나 종대 역의 '김인권'의 연기는 나름 볼만했던 게, 이들은 그 전쟁의 과정에서 자신의 입지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표출하는데 신경을 쓴 편이다. 특히 종대 역의 김인권은 말 그대로 산초에서 기회주의자로 변모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며 장렬히 산화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야기적으로 많이 허술함을 지울 수가 없다. 각국을 돌며 전쟁과 군복 코스프레 하는 게, 개연성은 고사하고 마치 미션을 부여하듯 전쟁씬을 다루었다. 물론 그 전쟁씬은 스펙타클하게 볼만한 비주얼로 포팅돼 시선을 끌었지만 그것은 스케일과 사이즈의 문제일 뿐, 그것이 영화의 전부라곤 할 수는 없다. 그 전쟁씬을 받쳐줄 이야기의 내적인 필연성이 결여가 된다면, 그것은 한낱 비주얼에 지나지 않는 전쟁물일 뿐이다. 그래서 '마이웨이'는 이야기적으로 빈곤한 서사로 내달리며, 전쟁의 비주얼은 좋았으나 감동은 고사하고 강제규 감독이 말하고자 한 그 어떤 휴머니즘에 안착하는데도 마치 강요를 하듯,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길을 걷고 말았다.

분명 한국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도 있을 법한 영화였기에 기대가 많았던 것도 사실. 하지만 300억 가까이 쏟아부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전쟁 액션을 관통하는 뜨거운 드라마를 만들고자 한 그 의욕과 야심은 향기없이 지고 말았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된 독일 군복을 입은 동양인 사진에서부터 시작된 이 실화 같은 '마이웨이' 이야기는 그렇게 스케일에 묻히고 만 것이다. 그런 비주얼과 스토리를 놓고서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은 물론이요, 이런 장대한 전쟁 서사는 그 어떤 시너지를 내지 못한 채, 자신만의 스타일을 견지하며 내달린 한 남자의 뚝심으로 발현된 것 같아 아쉬움이 짙게 베인다. 그것은 영화를 찍으며 고생한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터. 전쟁물은 이래서 잘 해야 본전, 못하면 뭇매의 중심에 서는 게 아닐까.. 결국 '마이웨이', 이 제목은 웬지 강제규 감독에게 어울릴 듯 싶다.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1628&mid=16567


그나저나, 강호가 싸랑하는 대륙여신 '판빙빙' 처자는 왜 그렇게 빨리 사라진기여.. 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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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2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하반기 이른바 '뿌요일'을 책임지던 사극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인기는 대단했었다. 역사 속 '세종 이도'를 색다르면서도 디테일하게 보여준 주인공격인 '석규세종'의 활약 속에 집현전 학사들의 연이은 살인사건, 글자 반포에 맞선 밀본의 정기준 세력 등, 한글창제라는 팩트와 픽션인 밀본을 잘 조합해 그려내며 그 중심에서 내달렸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얼마 전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역사 속 세종 이도만 쓸쓸히 남긴 채, 가공의 인물들은 모두 새드하게 각자의 책무를 마치고 갈무리됐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끝난 게 아니라, 원작 소설로 천착돼 우리의 이야기적 상상력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 바로 이정명 작가의 동명의 원작소설 '뿌리깊은 나무'가 그것이다. 그렇다. 이미 개인적으로 1편을 읽고서 저번에 정리한 적이 있었다. 1권의 내용 보다는 원작이 드라마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에 대해서 5가지로 간단히 정리 모드.. '책은 온리 강채윤이 주인공이다', '밀본의 정기준 같은 건 없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묘사가 좋다', '전형적인 범인을 쫓는 추리소설의 양상을 띈다', '세종 이도 보다는 세종시대의 치세가 자주 언급된다'로 적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기는 2권에서 방점을 찍으며 갈무리 됐으니, 2권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사실, 2권도 1권과 대동소이하게 전개가 된다. 이미 집현적 학사들 '장성수-윤필-허담-정초' 순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1권이 이들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인 겸사복 강채윤이 수사를 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강채윤이 역사 속 인물들인 성삼문과 이순지, 강희안, 대제학 최만리까지 만나면서 증언을 듣고 사건을 파헤쳐 나가며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기법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실어증 궁녀 '소이' 또한 나온다. 그런데 그녀가 무슨 비밀을 간직한 미스터리한 인물로 나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도 드라마처럼 그녀는 세종 이도가 만든 글자를 지키는 아니, 수혜를?를 본 여자였던 거.

아무튼 1권이 그렇게 추리적 양상을 띄며 강채윤이 활약을 펼쳐지만, 일개 말단 하급관리에게 가면 갈수록 수사는 높은 산이요, 저 너머의 큰 권력이 있음을 알고, 그는 큰 문제에 봉착한다. 그것이 2권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들이다. 그러면서 그 살인사건에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 둘 밝혀진다. 오행설에 입각한 '마방진'의 미스터리와 이들 집현전 학사들의 비밀모임이었던 '작약시계' 계원들, 그리고 그들 팔뚝에 새겨진 문신들.. 갈수록 사건과 관련된 증거와 자료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특히 이들 자료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비서고에 숨겨져 20년간 비밀스럽게 전해져 내려온 '고군통서'라는 책이 전면에 나서며, 사건 해결의 핵으로 떠오른다. 한마디로 이것을 누구든 득템하는 것이 모든 열쇠이자 통로가 되는 셈..

그러면서 그 '고군통서'의 행방과 관련된 과거지사가 여러 루트로 나오고 '석규세종' 아니, 이도 또한 이야기의 중심으로 나온다. 그의 역사 속 치세의 언급은 물론 아픈 과거까지도 말이다. 사실 1권에서는 거의 이도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는데, 여기 2권에선 중반 이후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강채윤이 수사의 한계에 부딪치고, 그 과정에서 명나라 사신관에게 덜미를 잡혀 문초를 받는 등, 그는 막바지로 몰린다. 여기서 실어증 궁녀 소이가 모든 사건의 뿌리가 된 비밀을 털어놓으며 강채윤을 돕기에 이른다.-(그러면서 둘은 애정모드?!)- 바로 '고군통서'가 전면에 나서게 되고, 이것을 득템하려는 자들은 바로 경학파의 수장인 최만리와 그의 부하격인 직제학 심종수.. 



그렇다면 이들이 집현전 학사들을 죽였을까? 도대체 이 오래된 서책이 그것과 무슨 관련이 있길래.. 이야기는 마무리로 갈수록 그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풀어내며 갈무리가 된다. 세종 이도의 하교와 함께.. 이렇게 2권은 사건 해결의 중심으로 떠오른 서책 '고군통서'의 비밀을 밝히고 그와 관련된 내막을 디테일하게 그리며 마무리 짓는다. 여기서 아직 원작소설을 못 읽은 분들을 위해서 결말에 대해서 스포일러를 적진 않았다. 하지만 간추린 내용을 보듯이, 이 사건의 범인은 얼추 잡아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범인이 아닐지 모른다. 집현전 학사들을 연이어 살해한 그 배후 세력을 밝히는 게 중요한 과제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묻어나는 세종 이도의 고뇌와 번민 등이 2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석규세종'처럼 말이다.

원작소설 '뿌나'는 드라마와 색다른 맛, '뿌나' 팬들에게 나름 일독을 권한다.

글자창제를 비밀리에 진행해 왔고, 그 와중에 자신이 아끼던 학사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군주 이도.. 바로 2권은 그런 이도를 중심으로 끄집어 내고, '고군통서'라는 비밀스런 고서를 픽션으로 치밀하게 구성해, 이른바 '세종의 비밀코드'라는 전제를 깔고 그려냈다. 그래서 1권 보다 진행도 빠르고, 이런 이야기를 쫓게 만드는 힘이 느껴질 정로도 읽는 이의 시선을 끈다. 물론 초중반까지는 강채윤이 계속 성삼문 등 학사들을 만나면서 수사를 벌이지만, 사건 해결의 열쇠는 결국 안 보이는 학사로 지명된 2명의 인물에게 집중되며 해결의 수순을 밟는다. 그것은 누구였을까? 바로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이지 아니었을까..

아무튼 본 원작소설 '뿌나'의 2권은 1권과는 또 색다르게, 특히 중반 이후 상당히 몰입감을 주며 내달리게 만든다. 마치 추리소설에서 그 마지막 내막을 모두 풀어내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역사 속 팩트인 한글창제와 그 속에서 미스터리를 가미해 복선과 생생한 캐릭터로 구현시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중심이 되었던 수찬 성삼문과 서운관 이순지의 이야기,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보수적 인물 대제학 최만리까지 익숙하게 낯설지 않다. 여기에다 세종시대 천문학과 수학, 역학, 철학 등 다양한 지식들이 나열돼 소설책 그 이상의 깊이를 더한다.

그래서 이번 원작소설 '뿌나'는 이런 지적 유희는 물론, 한글 창제라는 팩트 속에서 '세종의 비밀코드'라는 픽션과 조합시켜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책 본연의 흥미를 더했다. 이것은 비주얼한 드라마가 줄 수 없는 색다른 맛이자, 바로 지금도 한창 열기가 있는 '팩션소설'의 가장 근원적인 맛일 것이다. 그렇기에 원작 '뿌나'는 그 중심에서 토종 팩션으로, 분명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단언한다. 여러 말이 필요없이, 뿌요일의 드라마는 이젠 끝났지만 그 아쉬움을 여기 원작으로 달래보시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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