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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은 상당히 독서를 좋하셔서.. 종종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시곤 했다. 하지만, 나는 가난한 사람들이 궁상을 떨며 결국 비참한 결말을 맞는 이야기를 싫어하기에 그대로 흘려버렸다. 그런데 대학엘 들어오니 이 작품을 가지고 토론하는 시간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집어 든것이다. 하지만 내가 8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 상황을 겪어보지 않아서인지...이 글의 여러 가지 힘든 상황들은 알기에는 너무 어리다. 즉 내가 너무 어릴 적에 겪었던 어른들의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나에게는 그저 막연한 소설 속의 이야기로만 다가왔었다.
하지만 이 글을 다 읽고 난 후엔 나의 생각이 달라졌다. 상황만 달라졌을 뿐 우리시대에는 또 다른 난장이와 거인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속의 난장이는 오랜 세월 이어져온 노비 집안의 후손이다. 사회적 계층이 없어진 현대에 난장이는 신체적 경제적인 또 다른 노비문서를 지니고 태어났다. 그는 평생 거인들로부터 손가락질과 멸시를 받으며 살았다. 하지만 그는 그의 조상들이 갖지 못했던 집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의 한을 지붕 삼아 그의 눈물을 벽 삼아 그렇게 직접 지은 집이다.
하지만 거인들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의 집은 허무하게 거인들로 하여금 도시 재건축이라는 명목으로 허물어지게 된다. 난장이는 삶의 의미들을 잃었다. 그는 죽음을 선택한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난장이의 한은 난장이의 3명의 아이들에게 계속된다. 아버지의 한을 알기에 열심히 공부하지만 공부할 수록 진실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에 결국 노동운동가가 되는 첫째아들, 그리고 여공으로 그늘 속에서 서서히 말라 죽어 가는 희망 없는 삶을 영위하는 둘째, 결국 타락의 길에 휘말리고 마는 셋째....등 작가는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하는 그늘, 그리고 그 속에서 신음하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난 후 나는 우리시대의 난장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 시대에도 그늘은 여전하다. 오히려 우리도 모르게 더 켜져 있는 지 모르겠다. 이 글이 계속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이러한 난장이들의 연재(連在)가 아닐까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 난장이들을 바로 보고 깨달아 가는데 이 소설은 필독서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