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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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신혼 전용 아파트에서 우연히 동거하게 된 5명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제목과 달리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주인공들은 화려한 퍼레이드와 상관없는 다소 어정쩡한 생활을 하는 중이다. 이 들은 각기 전혀 다른 생활을 하면서도 같은 생활공간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그다지 친하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전혀 타인이라고 할 수도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지하는 관계이다. 그래서 각기 5명이 주인공이 되어 옴니버스식으로 자신의 좀더 깊은 면을 얘기한다.

나 역시 하루의 반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음 속의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있으므로 참 공감가는 면이 많았다. 요시다 슈이치의 경쾌한 글 솜씨는 별다른 상황이 진행되지 않는 동안에도 지루하지 않게 느껴져서 좋았다. 결말에서 나오키의 범죄(?)가 밝혀졌을 때는 정말 경악을 금치못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동거인 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색하지 않은, 의식적으로 서로의 깊은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더욱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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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둘러싼 모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박영 옮김 / 열림원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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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양을 둘러싼 모험>에서 다루는 모든 소재는 암호화되어 있다. 하루키만의 독특한 언어로써 구체화된 이 암호들은 그의 여러 소설에서 등장하는데..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어야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에서 양은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종류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친구 '쥐'가 남긴 사진 속의 양을 찾아서 홋카이도로 여행을 하게 되는데,북쪽의 추운 홋카이도는 어두침침하고 단절된 공간이다. 친구인 '쥐'는 자신 속에 들어온 양의 무서운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그곳에서 스스로 격리된 것이다.

주인공은 단서를 찾으려고 머문 낡은 호텔에서 양박사를 만나, 마침내 '쥐'가 머무르고 있는 별장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는 양이 존재하지 않는다. '쥐'는 양과 함께 이미 자살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역할을 잃고, 무작정 무언가 결말을 기다리게 된다. '양 사나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의 등장으로 이 사람이 혹시 '쥐'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을 때.. 쥐는 '양 사나이'의 몸을 빌어 그가 이미 이세상의 사람이 아님을 알린다.

다음날 주인공은 그대로 별장을 내려오며 그에게 이 모험을 의뢰한 거물급 인사와 마주친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그 거물급.. 이 어째서 그에게 이런 일을 맡긴것인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채로.. 그에게서 사례비로 받은 돈을 그는 오랜 친구인 제이에게
'쥐'와 제이, 그리고 주인공의 공동명의로 바를 운영해 줄것을 부탁하며 끝을 맺는다..몇번을 다시 읽어 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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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
다구치 란디 지음, 송미정 옮김 / 깊은강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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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책의 뒷면에 추천글을 보고 책을 고르는데.. 비교적 괜찮은 듯 하였다. 그런데 무라카미류의 극찬이라.. 잠시 망설이면서 이책을 읽게 되었다. 과연 무라카미 류가 추천할 내용이었다. <안테나>는 15년 전 사라진 여동생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종류의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어느날 나이 어린 여동생이 사라지고 가정은 철저히 붕괴되어간다. 이후 가장인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여동생의 존재를 묻어 두었다.

그런데 여동생이 사라지고 나서 태어난 막내 동생은 안테나를 통해 죽은 누나의 존재를 느낄수 있다고 한다. 류이치로는 남동생의 알 수 없는 얘기에서 실마리를 잡으며 심령술이나 최면 등을 통해,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찾는다. 사람이 잊고 지내던 자연의 에너지라던가.. 자아상실, 가족과의 불화를 중심으로 섹스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결말에 이르러 류이치로는 여동생의 망령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면서 그동안 가족을 괴롭히던 존재로 부터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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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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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은 정말 난해한 책이라고 밖엔 할말이 없었다. 주인공은 16세기 후반에 파리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중 이교도 철학서 사본인 '헤르메스 선집'을 접하고 매료된다. 그는 아퀴나스가 예수 이전의 시대로서, 그리스 로마 철학자들의 철학적 체계를 신학으로 끌어왔던 것처럼 자신도 이교도의 사상을 신학으로 풀어내겠다는 다분히 배타적인 자세로서, 완본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서게 된다.

잠시 머물게 된 마을에서 연금술사인 한 남자와 조우하고 그의 됨됨이와 지적탐구에 감동해 가깝게 지낸다. 그 연금술사는 신학이라는 1가지만을 맹신하는 주인공에게 좀더 넓은 안목을 제시하는 사람으로서,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 이단으로 죽음을 당하게 된다. 마을에 갑작스레 천재지변이 일어나자 마을 사람들은 연금술사가 숨겨놓고 있던 안드로규노스는 화형을 처형한다. 그 순간, 태양이 한쪽부터 서서히 그늘이 지더니 기어이는 완전한 검은 태양, 즉 '일식'이 일어난다. 사실 현대인들에게는 단순히 흥미로운 일에 지나지 않지만 그당시에는 듣도 보도 못한 엄청난 일, 기적임에 틀림없다. 나는 사건의 마무리도 지켜보지 못한채 연금술사가 남긴 책과 함께 도망치듯 파리로 돌아온다.

한편의 소설 속에 이토록 많은 수사와 난해하기 짝이 없는 한, 고문을 인용하는 능수능란함, 어휘가 담겨진 것에 대해 몇번이고 놀랐다. 일일이 뒤에 있는 뜻풀이를 보는 수고로움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만 있다면.

이렇게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책은 처음이다. 여러 날을 되풀이해 읽었고 솔직히 제대로 읽었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어려운만큼 읽고 난 후는 말할 수 없이 꽉 찬 느낌이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그때는 좀더 선명한 무언가를 볼 수 있으리라. 히라노 게이치로의 새로운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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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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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다큰 어른이 읽으면 안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모모는 나이도 집도 가족도 아무것도 알수없는 꼬마 여자아이다.이책은 모모와 그의 친구들, 사람들의 조급한 마음 속에서 자라는 회색신사들에 관한 얘기다..

사람들은 항상 모모의 집인 원형극장으로 와서 놀거나 이야기를 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회색신사들은 모모의 친구들에게 시간을 저축해야만 더이상 남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된다며 사람들을 조급하게 만든다.

그녀의 친구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1분 1초를 바삐 움직인다.모모는 친구들이 더이상 찾아오지 않자 이상하게 여기고, 회색신사들의 영업을 방해하게 된다. 이로 인해 호라 박사를 만나고, 마음의 여유를 잃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모모와 회색신사들의 쫓고 쫒기는 여정이 이어진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누구보다 더 빨리, 더 좋은 것을 가지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 모습이 생각났다. 이 책은 중고등학생 그리고 바쁘게 사는 직장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이책을 읽고 조금의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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