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그를 통해서 좌절과 환희를 맛봤다면, 치욕이라고 왜 맛볼 수 없겠는가는 생각이 들었다. 꼭 남몰래 연애를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를 욕한대도 나만은 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감정이입이란 그런 것이다. 이성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그건 마치 사랑 같은 것이다. 몸으로 느껴지는 것이지, 머리로 설명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나는 지난 일을 생각하다가 불쑥 눈물을 흘리곤 했는데, 정말이지 그건, 사랑을 잃은 느낌 같았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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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외로움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어도 매일 혼자서 저녁을 먹다 보면 결국 외로워진다. 호텔에서 바라보는 불빛이 외로운 까닭도 그 때문이다. 화려한 불빛은 몰랐던 외로움까지 불러내 한층 깊게 만든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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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경우 내게 독서는 12시간 동안의 비행과 같은 지루한 시간을 이겨내는 좋은 취미 생활이지만, 때로는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자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한다. 더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나는 더욱더 자유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책이 있는 게 아닐까? 원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다. 이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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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여행을 통해 나는 비정함을 익혔다. 눈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그토록 찬탄하던 곳과 작별하는 법을 알게 됐으니까. 이젠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친구처럼 지낸 이들과도, 또 아꼈으나 잃어버린 물건과도 아무런 미련없이. 이젠 알겠다. 그렇게 해서 내가 이 삶의 원리를 배웠다는 사실을.
그레이트! 베리 굿! 다만 그뿐이라는 것. 떠나는 순간에 아쉬움이 남아서는 안 된다는 것.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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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세라는 건 반경 0.5킬로미터 안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운세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갈 수 있느냐, 없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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