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통해서 좌절과 환희를 맛봤다면, 치욕이라고 왜 맛볼 수 없겠는가는 생각이 들었다. 꼭 남몰래 연애를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를 욕한대도 나만은 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감정이입이란 그런 것이다. 이성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그건 마치 사랑 같은 것이다. 몸으로 느껴지는 것이지, 머리로 설명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나는 지난 일을 생각하다가 불쑥 눈물을 흘리곤 했는데, 정말이지 그건, 사랑을 잃은 느낌 같았다. - 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