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푹푹푹 요리조리 사이언스키즈 14
세실 쥐글라.잭 기샤르 지음, 로랑 시몽 그림, 김세은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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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운동을 취미로 하기 때문에 길거리의 모래는 기피대상이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다 다쳤던 경우을 떠올려보면 모래 바닥에 미끄러져서가 대부분이었다. 슬립이 화근이다. 그래도 황토길이나 자갈길보다는 매끈한 시멘트 길이나 콘크리트 바닥을 좋아하는지라 모래를 아예 외면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래요정 바람돌이를 떠올리며 모래를 활용한 과학적 실험은 어떤 방식일지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았다. 『모래가 푹푹푹』(아름다운사람들, 2022)은 우선 모래의 특성과 구성을 소개한다. 모래알은 "암석이나 산호초, 조개껍데기 등이 물과 바람에 닳거나 깎여서 잘게 떨어져 나간 알갱이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암석이 모래알의 어머니라면, 물과 바람의 침식작용은 모래의 아버지라고나 할까. 

본문에 참과 거짓을 묻는 질문이 나오는데, "모래는 바람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도 참이고, "모래로 청바지 때를 없애거나 금속을 닦을 수 있다"도 참이다. 전자는 우리 기관지를 괴롭히는 중국의 황사를 떠올리면 되고, 후자는 사포를 떠올리면 된다. 모래는 천연연마제다. 모래시계의 원리는 뭘까? 모래는 위에서 아래로 물 흐르듯 잘 떨어지며 언제나 똑같은 속도로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바로 모래시계의 원리다. 

'모래로 물 여과하기'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실험이라 흥미진진했다. 큰 패트병을 반으로 자른 후 패트병 입구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한 다음, 얇은 거름천과 고무줄로 패트병 입구를 막은 후에 체에 거른 고운 마른 모래를 붓고, 그 위에 다시 흙탕물을 부으면, 작은 흙 알갱이는 모래알 사이에 걸리고 큰 흙 알갱이는 모래에 들어가지 못해서 물만 통과하게 된다. 수영장이나 하수처리장에선 더러워진 물을 이런 여과장치를 사용해 깨끗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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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면 재미있는 어린이 사자성어 맛있는 교양 1
박일귀 지음, 김현후 그림 / 맛있는책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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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에 직면하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은 의외로 길지 않고 짧다. 사자성어나 속담처럼 말이다. 이를테면 '과유불급'은 내 삶의 전체를 꿰뚫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는 한자 성어이고, '정심정도'는 내가 힘들 때마다 본능처럼 외우곤 하는 만트라다. 한자 성어 가운데 역사 이야기를 품고 있는 성어를 특별히 '고사성어'라고 하는데, 고사성어는 역사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상기시키고, 역사 속 지혜와 교훈을 압축해서 전해준다. 살다보니, 사자성어가 내게 무척 요긴한 확언이 될 때가 적지 않았다. 확언이 된 성어는 구덩이에 빠지거나 뭔가에 갇혔을 때, 나를 건져올려주고 풀어주는 해결사 같은 역할을 할 때가 있었다. 

저자 박일귀의 『알고 쓰면 재미있는 어린이 사자성어』(맛있는책 ,2023)는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한자 성어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추어 소개한다. 이 책은 각골난망, 각주구검부터 시작해서 형설지공, 화룡점정까지, 총 90개의 사자성어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쉽게 풀어 설명한다. 사자성어의 비슷한 말과 반대말 표현까지 더하면 약 180개의 사자성어를 소개하고 있다. 가령 '각골난망'의 비슷한 말로는 '백골난망'과 '결초보은'이 나오고, 반대말로는 '배은망덕'이 나온다. 성어의 활용법을 보여주는 등장인물로 드라큘라, 미라, 도깨비, 구미호, 처녀귀신, 댕댕이가 나온다. 

나름 '성어 박사'인 내가 이제껏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표현이 튀어나와 신선했다. 바로 '여진여퇴'다. "함께 나아가고 함께 물러선다는 뜻으로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는 태도"를 말한다. 본문에선 '부화뇌동'의 비슷한 말로 소개하고 있다. 아무튼 '현대한어사전'에서나 보던 성어를 이렇게 만나게 되니 반갑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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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대 의학이 놓친 마음의 증상을 읽어낸 정신과 의사 이야기
앨러스테어 샌트하우스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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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가운데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진단을 받은 분이 있다. 길에서 잠깐 넘어졌는데 그 후유증으로 통증이 가시지 않아 오랫동안 병환에 시달려온 상태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있는 경우, 찾아갈 수 있는 용하다 소문난 병원을 두루 다녀봐도 전혀 차도가 없다. 그저 독한 약을 복용하면서 그때그때의 고비를 넘길 뿐이다. 신경을 많이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우울증과 화들짝 놀라는 공황장애 증세까지 심해져 이중삼중으로 고생이다. 마약성 진통제도 다스리지 못하는 통증, 비록 한밤중 요로결석의 극심한 통증을 경험해 본 바지만, 그럼에도 CRPS의 통증은 상상이 불가하다. 허나, 생명엔 위협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라고 할까. CRPS는 신경적, 사적, 유전적인 질환일까 아니면 심리적, 사회적, 환경적인 질환일까. 

이처럼 현대 의학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있다. 흉통, 피로, 두통, 어지러움, 요통, 무기력증, 마비, 기침 등, 현대 의학으로도 그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는 만성적인 증상들로 고생하는 환자들이다. 유명하다는 명의를 찾아 이런저런 과를 전전하며 각종 검사를 받아보지만, 답변은 결국 “검사 결과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병자의 견디기 힘든 통증은 여전하고, 의사는 치료할 방도가 없어 속수무책이다. 여기서 '병'과 '질환'을 구분해야 한다. 

"'병'은 현재 본인이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 주관적 증상의 경험이며, '질환'은 의사가 검사 결과로 내리는 진단이다. 질환은 스캔 검사, 혈액 검사, 신체 검진을 통해 '실제'로 확인되고 객관적 입증이 가능하다. 반면 병은 일련의 증상일 뿐 반드시 의사가 내린 진단을 통해 입증되는 건 아니다. 그리하여 질환이 아닌 병은 흔히 '실제'가 아니라고 여겨진다."(57, 58쪽)

런던 종합병원의 정신과의사 앨러스테어 샌트하우스는 이런저런 원인 불명의 고통과 증상을 진단한다. 저자는 특히 최첨단 의료가 홀시하는 질병의 심리적 측면에 주목한다. 그리고 심신일원론에 기대어 마음의 고통이 어떻게 몸으로 이어지는지, 무엇이 그 고통을 더욱 깊게 하는지,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살핀다. 저자는 모든 병에는 각기 다른 양상의 신체적ㆍ심리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이 신체적인가 심리적인가 하는 논란은 데카르트적인 심신 이분법의 연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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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 가발공장에서 하버드까지, 삶을 정복한 서진규 박사의 성공스토리
서진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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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의 《7막7장》을 읽으면서 학구열과 성취욕에 불타올랐던 때가 있다. 삼십 여년이 흘러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7막7장, 그리고 그 후》를 접했지만, 예전 십대 때의 열정과 패기, 감동을 되살리진 못했다. 그런데 서진규 박사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다시,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RHK, 2022)를 읽고 나니, 사그러져가던 예전의 열정과 패기가 되살아나는 조짐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창 베스트셀러로 유명세를 타던 따끈따끈할 때에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를 접해보지 못한 관계로, "가발공장에서 하버드까지 삶을 정복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매우 뒤늦게 접하게 됐지만 그래도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드라마 「파친코」의 선자의 이미지와 겹치는 측면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저자의 체험이 마치 영화처럼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 책은 말그대로 '꿈과 도전 그리고 성공'의 영웅 서사를 보여주는 가열찬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싶다. 어찌보면, 미국판 아메리칸 드림에 매우 충실한 동양인의 성공 스토리지만, 군인, 학자, 어머니로서의 삶 자체는 매우 한국적이지 않았나 싶다. 

"나는 예전의 나처럼 절망하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저버리려는 이들에게, 희망 없이 사는 이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었다."(39쪽)

저자는 한국 밑바닥 계층의 삶을 철저히 경험했고 극복했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한국식 가부장제의 장벽을 허물고,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저자의 꿈과 소망은 그저 군인이나 학자 같은 직업적 천직을 찾는 일이 아니라, 절망하고 길을 잃은 이들에게 살아있는 '희망의 증거'가 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그저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큰일을 하지 못한다. 일에는 보다 큰 의미가 있어야 한다. 세계나 인류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나 이웃을 위해 일한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면 일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보다 큰 뜻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은 즐거워지고 신바람이 난다. 일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몰두한 일은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에 대한 성취감과 보람은 이때 생겨난다."(172쪽)

나는 꿈을 향해 분발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자가 제시한 셀프코치법이나 자존심과 의지를 키우는 노하우 같은 시련극복법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죽음이 도피가 아니라 일종의 적극적인 '선택의 자유'로까지 간주하는 결단력에 놀랬다.

"나는 나 자신과의 대화를 거듭하면서 용기와 희망의 힘을 새삼 발견했다.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의 자기 합리화. 그때 나는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설득하기 힘든 것이 자기 자신이지만, 일단 자기 자신과 합의가 이루어지면,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내가 자기 자신을 믿고 따르라고 말할 때의 자기 자신은, 바로 ‘대화를 통해 합의된 자기 자신’인 것이다."(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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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가죽 양탄자 웅진 세계그림책 233
제럴드 로즈 지음,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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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못하는 짐승이 은혜를 갚았다는 전설과 민담이 있다. 호랑이가 꿩과 노루를 어머니 방 발치에 갖다놓고, 까치나 꿩이 종을 쳐 은인의 목숨을 구하고, 두꺼비가 독지네를 물리치고 제물로 바쳐진 소녀를 구하는 설화는 매우 유명하다. 제럴드 로즈의 『호랑이 가죽 양탄자』(웅진주니어, 2022)도 결국은 동물이 은혜를 갚았다는 류의 현대판 설화다. '호랑이의 보은'에 해당하는 이야기랄까. 다만 은혜를 갚기까지의 우여곡절이 참으로 개구지다. 오랫동안 굶주려서 연약해진 호랑이가 궁에서 쓰이는 호랑이 무늬 양탄자로 가장하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비록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정겨운 느낌이 물씬 나는 고전 그림책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데, 죽지 않고 아직 살아 있으면서도 호피를 자청한 늙은 호랑이가 여기 있다. 먹이를 사냥할 능력을 상실한 늙은 호랑이는 굶주림으로 죽어갈 운명이다. 그런데, 굶주려 종이장처럼 홀쭉해진 요놈의 호랑이는 기특하게도 잔꾀를 낸다. 

가끔 먼 발치서 창문을 통해 왕궁에서 차린 진수성찬의 저녁 식사 광경을 엿볼 때가 있었는데, 자기도 그 자리에 있고 싶다는 욕망을 품곤 했다. 어느날, 궁전 마당에서 양탄자를 터는 하인이 등을 돌리는 틈을 타 담을 넘어 낡은 호랑이 가죽 양탄자를 숨기고 대신 자신을 빨랫줄에 널었다. 다행히 궁에 들어간 호랑이는 성공적인 기생충 생활을 이어간다. 다만 세탁물을 방울방울 떨구며 빨랫줄에 매달리고 하인의 방망이질 같은 수모를 견뎌야 했지만 말이다. 잘 알다시피, 고양이과 동물은 물을 싫어한다. 그래도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다면 충분히 참을 수 있는 굴욕과 수모였다. 잘 먹고 잘 지내다 존재가 탄로 날 위기에 놓이지만, 궁궐에 든 강도들을 잡으면서 궁의 든든한 가족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제는 눈치 안 보고 당당히 궁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해피엔딩이라 절로 웃음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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