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91 | 92 | 93 | 94 | 95 | 9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길 잃은 곰
전이수.전우태 지음 / 서울셀렉션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을 잃은 것은 곰만이 아니다. 북금곰보다 먼저 인류는 갈 길을 잃었다. 하지만 자신이 길을 잃어버린 미아라는 현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북극곰은 무고한 피해자고, 인류는 이기적인 가해자다. 북극곰은 이웃과 인류에게 그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인류는 북극곰의 보금자리인 얼음의 나라를 심하게 파괴했다. 지구별에 거하는 모든 생명체가 참여하는 '가이아 대재판'이 열린다면 인류는 지구별의 공생 환경을 전면적으로 파괴한 끔찍한 사회악을 저지른 흉악무도한 범죄자로 심판받을 것이다. '인류세' 조항 하나에 근거하더라도 무기징역이나 영구 추방감이다.

개발성장을 빌미로, 편리와 혜택을 이유로, 인류는 가이아의 보금자리를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하고 파괴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인데도, 기후 위기나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힘 있는 어른의 입에서 좀처럼 나오지는 않고 오히려 어린 영혼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다. 환경문제를 반성케하는 착한 동화 『길 잃은 곰』(서울셀렉션, 2022)이 바로 그러하다.

이 책은 제주도 출신의 동화작가 전이수, 전우태 형제가 공동 창작한 그림책이다. 큰 빙하를 타고 제주도까지 떠내려온 북극곰과 곰을 고향인 북극으로 돌려보내려고 무진장 애쓰는 제주도 소년의 이야기다. 셈이 밝은 어른들이 빙하를 관광용 자원이나 빙수 재료로 삼는 돈벌이 작태가 웃프다. 살짝 '아기공룡 둘리'의 에피소드도 뇌리에 떠올랐다. 환경파괴범의 사회악을 증명해 줄 물증과 증인들이 넘쳐난다. 무심코 내버린 플라스틱 그릇과 숟가락, 바닷가에 작은 섬처럼 쌓인 재활용 쓰레기, 그리고 이들 쓰레기들의 직간접 피해자인 바다생물들이 그러하다.

동화는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기에 음미가 필요하다. 느린 음미의 시간이 없다면 동화는 그저 아이의 또다른 킬링타임용 간식으로 그칠 뿐이다. 게임이나 스마트폰처럼 부모 마음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그런대로 권장할 만한 눈요기 간식 말이다. 하지만 자연보호와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는 동화를 스낵처럼 소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 읽었다고 그냥 덮지 말고 일상생활에서 환경과 동식물을 보호하는 방안을 서로 궁리해보는 시간을 좀더 가져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사들 그래픽 노블 : 스커지의 탄생 전사들 그래픽 노블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성장스토리를 반긴다. 대상이 영웅이든 반영웅이든 말이다. 요즘은 진지하고 엄숙한 도덕군자 스타일의 영웅보다도 개성 넘치는 빌런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빌런의 잔혹한 범죄나 악행에 대한 스토리에 집중할 수도 있지만, 악당에 대한 독자들의 동정심과 측은지심을 어느 정도 끌어내려면 빌런의 성장 스토리를 일종의 감미료처럼 추가해야 한다. 문제는 빌런의 성장 배경이 대개 엇비슷하다는 데 있다. 가령 애정 결핍, 육체적 감정적 학대, 유기, 왕따, 신체적 열등감, 가난 등이 그러하다. '불량 고양이'의 대표 빌런인 스커지의 탄생도 역시나 그런 맥락이다.

스커지는 질 나쁜 길고양이들의 무리인 피족의 지도자다. 작고 약한 반려묘 ‘꼬마’에서 '재앙'이라는 뜻을 지닌 길고양이 '스커지'로 흑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그리 친절하지도 세심하지도 못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남는다. 저자는 "영리하고 용감하고 야망이 큰 젊은 고양이가 어떻게 피에 젖은 어둠의 길로 들어서게 됐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미리 밝혔지만 말이다. 천둥족 타이거스타를 해하는 스커지의 복수혈전이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복수였는지 다소 불투명하다. 숲 고양이들에게 당한 한때의 치욕을 되갚기 위해서였다는 시시껄렁한 이유가 다일까.

악당은 두 번 만들어진다. 무력한 희생자에서 난폭한 가해자로. 최고의 악당 스커지도 예외는 아니다. '꼬마'로서의 애정결핍과 열등감 때문에 스커지는 남을 지배하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힘을 악바리처럼 추구했다. 그런 지독한 근성과 패기가 바른 길로 향했다면 보다 품격 있는 지도자로 거듭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들썩들썩 떠드렁섬 아이들판 창작동화 10
원유순 지음, 김종혁 그림 / 아이들판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섬은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경기도 양평 떠드렁섬의 전설은 바로 청개구리 설화다. 어릴 때 엄마 말을 항상 거꾸로 행하던청개구리 설화를 읽고선 완전 내 얘기인 것처럼 느껴져 엄마에게 죽으면 무덤을 어디에 했으면 좋을지 물어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청개구리 엄마 무덤이 바로 떠드렁섬에 있다는 전설이다. 아동문학가 원유순은 양강공원 떠드렁섬의 청개구리 설화를 모티브로 삼아 코로나19 종식과 '건강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의 세상'을 염원하는 판타지 동화 한 편을 썼다. 친구들에게 왕따 취급을 당하던 '청개구리'란 별명의 강도령과 강물초등학교 4학년 3반 아이들이 영웅으로, 아이들을 납치하려는 모기처럼 생긴 외계인이 빌런으로 등장한다. 그러고보니 개구리와 모기, 천적의 관계다. 만약 섬에 두꺼비 전설이 내려왔다면 악당 역할은 지네가 따놓은 당상일 것이다. 그리고 얘기도 한결 하드코어가 될 것이다. 


코로나 19사태가 종식되고 마스크 해방의 날이 왔다. 강토와 우주, 아리를 비롯한 4학년 3반 아이들은 오랜만에 학교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았다. 친절하고 상냥한 왕미모 담임쌤이 토요일 저녁 야외 캠핑을 하자고 제안하고, 아이들은 이에 환호성을 내지른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친구들과의 야영이기 때문이다. 야영 당일, 갑자기 강물 속으로 뛰어든 학생 강도령을 찾아 담임쌤이 강물에 뛰어드는데, 정작 강도령은 아무렇지 않게 나타났는데, 담임쌤은 그만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며칠 뒤 깨어난 미모 쌤은 친절하고 상냥한 이전 모습은 어디론가 사리지고, 툭하면 때리고 갈구고 무시하는 문제교사가 되어버린다. 이상해진 성격에다 늘 피처럼 빨간 주스를 마셔대는 쌤의 모습에, 학생들은 어리둥절하며 쌤이 좀비가 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게다가 이런 좀비 쌤에게 용감하게 대들던 청개구리 강도령도 연일 결석이다.


어느날 담임이 방과 후 수학공부를 억지로 강행하는데, 어스름한 저녁이 되자 갑자기 모기처럼 생긴 외계인들이 4학년 3반 아이들을 공격하고, 모기인간에게 쏘인 아이들은 죄다 기절하고 만다. 강토와 아리는 다행히 몸을 피할 수 있었는데, 아리는 모기 알레르기가 있어 언제나 모기약을 갖고 다닌 것이 좋은 호신무기가 되어주었다. 모기인간들이 잡아온 아이들을 어찌하나 보니, 하나하나 원통형 캡슐에 넣어 모기 여왕이 타고온 케이케이 우주선에 실으려고 했다. 모두 다 실으면 키토 행성으로 데려가려는 것이다. 결국 강토와 아리마저 잡히게 되고 스스로를 '키토인'이라 부르는 모기 여왕은 아이들을 납치하려는 이유에 대해 알려준다. 때마침 강도령이 마치 '암행어사 출두요' 마냥 수많은 개구리들을 이끌고 나타나 모기인간을 거침없이 무찌른다. 다급해진 모기 여왕이 강토와 아리에게 침을 꽂자, 강토는 개구리의 해독 덕분에 금새 깨어나지만 아리는 알레르기로 인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다. 강토는 아리를 구하기 위해 홀로 여왕을 찾아 협상에 나서는데,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기대하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91 | 92 | 93 | 94 | 95 | 9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