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 프란치스코 교황 최초 공식 자서전
프란치스코 교황.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 지음, 염철호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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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전 세계 고위 성직자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종교 지도자, 266명의 역대 가톨릭 교황 가운데 가장 사랑과 존경을 받으시는 분이 바로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시다.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이주민, 가난한 사람, 버림받은 사람, 병든 사람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시고, 교회 내부를 비롯해 모든 폭력에 대한 저항과 평화에 대한 사랑을 강력히 실천하고 계신다.

한국의 천주교 신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교황님이 요한 바오로 2세와 프란치스코 두 분이 아닐까 싶다. 두 분 모두 한국을 방문해 한반도의 평화를 축원해 주셨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해 1984년 5월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당시 신앙심이 충만했던 초등학생이던 나는 여의도광장에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그때 거룩한 하얀 십자가가 수놓아진 광장의 푸른 하늘이 기억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한국을 방문하셨는데 그 광경은 TV 중계를 통해 지켜보았다. 직접 뵙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보다 훨씬 친근하게 느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인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이기도 하고ㅡ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프란치스코 평전을 읽고 벅찬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인 최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님이 바티칸에 계시기 때문에 그런지 한결 정겹게 느껴진다.

『나의 인생』(윌북, 2025)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초 공식 자서전이다. 서점에 가면 『희망』이란 큼직한 자서전이 종교 신간 매대를 차지하고 있어 둘 중 어떤 책이 정말 '공식 자서전'인지 살짝 혼선이 오기도 한다. 뭐 여유가 된다면 두 권 모두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비닐 커버로 밀봉한 벽돌책보단 지금 내 앞에 놓인 교황님의 인자하신 미소가 표지인 이 작은 책이 더 나아 보인다.

『나의 인생』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바티칸 전문기자 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의 대화를 정리한 기록으로,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교황의 본명)의 성장기를 직접 들려주는 교황님 목소리와 당시 상황과 배경을 설명하는 보조자 역의 라고나의 목소리가 번갈아 등장한다. 교황님은 88년의 세월 동안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겪으셨다. 제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 냉전과 매카시즘, 비델라의 군사 쿠데타, 베를린 장벽 붕괴, 글로벌 경제 위기,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그러하다.

교황은 인생 이야기를 통해 신앙, 가족, 가난, 종교 간 대화, 스포츠, 과학적 진보, 전체주의, 평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견해와 입장을 피력하신다. 교황은 복음서처럼 개인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서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강조하신 바 있다. "인생 이야기는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작고 단순한 것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복음이 말하는 것처럼 바로 그 작은 것에서 위대한 것들이 탄생합니다."

또한 권력 남용으로 말미암은 폭력은 물론, "모든 폭력을 거부해야 합니다"라는 교황님의 강한 어조에서 친위쿠데타로 인해 난장판이 된 한국 사회의 오늘을 떠올리며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시한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을 말살하려던 한 권력자의 거친 폭력은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입니다 "라는 교황님 말씀이 우리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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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스피치 스피치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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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지성과 문명의 상징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큰어른 가운데 지성의 햇불을 가장 높이 들어 사회를 환하게 밝혀준 자유사상가로 능소 이어령 선생을 꼽을 수 있다. 내 눈에 능소 선생은 열성적인 '불의 멘토'이셨다. 한 전통 지혜에 따르면, 노련한 불의 멘토는 통찰의 불, 마음의 불, 창조의 불, 영혼의 불을 각각 지피게 된다. 이 네 개의 불은 능소 선생의 전반적인 지적 여정과 잘 맞물린다. 가령 《지성의 오성길》이 '통찰의 불' 시기,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마음의 불' 시기,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하고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것은 '창조의 불' 시기에 해당한다면,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영혼의 불'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능소 선생은 생명, 지혜, 기쁨을 노래한 긍정의 지식인이자 죽음마저 가르침으로 남기신 불굴의 인생교사이시다. 이 책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열림원, 2025)는 선생의 수많은 대중강연 중 기업 경영인을 대상으로 한 아홉 편을 엄선했다. 농림수산식품부 특강(2010), 중앙공무원 교육 강연(2009),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총회(2009), 한국표준협회 대한민국창조경영인상 시상식 특별강연(2009) 등인데 저탄소 녹색성장과 창조적 상상력을 화두로 한 내용이 특색이다.

당시 녹색성장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국가전략이었다. 잘 알다시피, 경제와 생태는 전형적인 갈등 관계이고, 경제 원리와 정치 원리는 오랜 대립 관계다. 서구에서 GND(Green New Deal)로 불린 녹색성장은 녹색기술 개발을 통해 환경위기를 완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취지가 컸다. 강의록에서 자주 언급된 생명자본주의, 생체기술, 바이오미미크리, 세미오시스, 창조적 상상력 등 모두 "위기를 넘어 새로운 판을 짜는 비전"의 맥락에서 나온 주요 단어들이다.

한국인은 독창적인 뭔가가 있다. 세계인이 한글과 K문화에 빠져드는 이유다. 한국인이 가진 창조적 상상력은 연원이 깊다. 가령 배달문화는 한국인이 유목민이면서 농민이기 때문에 가능해진 문화다. 농처럼 '배달의 민족' 운운하지만, 기마민족의 DNA와 농경민족의 DNA를 함께 갖고 있기에 이같은 배달문화가 흥할 수 있었다. 벼농사를 짓는 동아시아 민족 가운데 누룽지와 숭늉 문화가 있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 중국도 일본도 베트남도 누룽지를 먹거나 요리로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는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어 버리는 한국인 특유의 창조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질적인 혹은 대립적인 요소를 결합시킨 비빔밥 문화나 디지로그적인 사고 역시 그러하다. 한국인의 이런 융합적 사고와 통섭 효과엔 대륙과 해양 문화의 회색지대라 할 수 있는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도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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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양장)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2판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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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사상에서 강조하는 자아완성의 이념형이 있다. 가령 유가의 군자, 도가의 진인, 불가의 보살이 그러하다. 그런데 말도 어렵고 실천은 엄두도 안 난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오는 외계인처럼 보인다. 실제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동양 사상에서 강조하는 전인적인 인간은 나 같은 대중에겐 너무 요원하신 '님'이다. 실생활의 롤 모델로 삼기엔 겁나게 벅찬 대상이다.

그런데 한국의 선지식 법정 스님(1932∼2010)은 가장 사람다운 삶의 경지를 '맑고 향기롭게'라는 아름다운 우리말 여섯 자에 담았다. 1994년에 설파하신 '마음을, 세상을,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라는 실천덕목은 양식 있는 민주시민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깊이 새길 만한 인생 모토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정치적 분쟁과 빈부격차, 기후 재앙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요즘, 세계인 모두가 진심으로 따라야 할 모토가 아닐 수 없다. 추구하는 바는 군자도 보살도 진인도 아니요, 대동세계도 천국도 극락도 아니다. 다만 어제보다 맑고 향기로운 삶, 지금보다 맑고 향기로운 세상이 법정 스님이 평생 염원하신 바다.

법정 스님은 우리 각자가 자기 삶을 값비싼 상품이 아니라 아름다운 예술작품처럼 가꾸어 나가기를 진실로 염원하셨다. 그럼, 맑고 향기로운 삶으로 건너가는 든든한 징검다리는 무엇일까. 법정 스님은 개인적 차원에선 늘 절제와 친절을 강조하셨고, 사회적 차원에서 공존과 공생의 태도를 강조하셨다. 불교의 정수가 자비와 지혜라면, 법정 스님에겐 무소유와 청빈이 곧 지혜이고, 공존과 공생이 곧 사랑이다.

이 책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 2025)는 법정 스님이 1994년 만든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나온 강연집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출간 강연 내용들 가운데 맑고 향기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수행 덕목과 일상 습관을 강조한 가르침을 수록했다. 가령 무소유, 청빈, 친절, 계율, 나눔과 생명의 의미 등이 그러하다.

​맑으려면 우선 빼야 하고 향기로우려면 일단 버려야 한다. 그게 바로 무소유의 자세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필요와 유는 '소유하지 말자'는 소극적인 생활태도가 아니라 나다운 삶의 진짜 주인공이 되려는 매우 실천적인 자세다.

무소유는 '지금 여기의 나'에 집중하는 삶의 양식이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오로지 현재,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몰입하는 태도가 무소유의 태도다. 나눔을 부지런히 실천해야 마음이 맑아지고 마음이 맑아야 무소유가 가능하다. 맑은 세상은 무소유에 기댄 나눔의 세상, 나눔과 봉사에 기댄 자비와 사랑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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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도 행복해지는 연습
엔젤레스 에리언 지음, 이순미 옮김 / 드림셀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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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초고령 사회다. 국내 여성의 평균수명이 구십 세를 넘어섰다고 한다. 뭐, 남 얘기할 게 아니다. 외할머니의 백세인생이 바로 코앞이니 말이다. 나 또한 인생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노화와 만성질환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암, 심장병, 치매, 당뇨 같은 질환 말이다. 특히 심혈관계 질병은 가족력이 있어서 조심하고 있다. 덕분에 운동, 영양, 수면, 정서 건강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건강 이슈 말고도 따져보아야 할 게 있다. 가령 의미 있는 노년이나 영적인 성장 같은 정신적 측면이다. 만약 영혼의 통합과 변화 그리고 창조에 관심이 있다면, 의미 있는 위대한 열망의 삶에 관심이 있다면, 문화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 안젤레스 에리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저자는 인생 후반기의 통과의례와 여덟 개의 상징적인 문에 대한 신비를 들려준다. 여덟 개의 문은 은의 문, 하얀 말뚝의 문, 점토의 문, 흑백의 문, 전원의 문, 뼈의 문, 자연의 문, 금의 문이다. 이 문들은 "인생의 후반기 삶에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통로"들이다. 전통의 영적 지혜에 따르면, 여덟 개의 문마다 나름의 과제, 도전, 선물, 성찰, 실천이 따라붙는다. 성숙하고 지혜로운 '참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문에서 주어진 개인과제와 집단 과제를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은의 문'은 인생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권하고, '하얀 말뚝의 문'은 젊은 시절 자신의 역할을 뒤돌아보고 연장자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배우도록 합니다. '점토의 문'은 육체의 한계를 인정하고 우리의 몸을 돌보고 즐길 것을 강조합니다. '흑백의 문'에서는 보다 친근하고 성숙한 방식으로 관계를 발전시키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전원의 문'은 창의력을 발휘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고 사회에 이바지하며 오래 남을 유산을 남길 수 있도록 다독입니다. '뼈의 문'에서 우리는 세상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용기를 갖게 됩니다. '자연의 문'에서는 자연의 고요 속에서 우리의 영혼을 채우며 성찰의 시간을 갖습니다. '금의 문'에 도달하면 적극적으로 초연해지는 훈련을 함으로써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게 됩니다."(19, 20쪽)

여덟 개의 문 모두 인생의 후반기에 존엄과 품위, 진정한 권위를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한 상징적인 여정이 아닐 수 없다. 각각의 문턱과 문은 새로운 삶과 경험 또는 새로운 정체성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문턱이 "변화나 학습, 통합이 일어나는 시간과 장소"를 시사한다면, 문은 문턱에서의 작업을 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검증과 문의 안과 밖을 지켜내는 장치를 의미한다.

계절에 비유하면 내 인생은 가을 문턱을 지나고 있다. 가을이 수확과 결실의 계절인 만큼, 내 안의 본질적인 부분을 보다 충실하게 다지기 위한 과정이 요구된다. 앞서 언급한 여덟 개의 문은 영적인 성숙의 마디에 해당하는데, 내가 현재 넘어서야 할 문턱과 문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정리의 여정에 해당하는 하얀 말뚝의 문일까. 여기선 삶의 가치와 정체성이 행위에서 존재로, 준비에서 수확으로, 획득에서 상속으로, 야망에서 의미로, '나'에서 '우리'로 옮겨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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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 - 빅 트렌드의 법칙과 소셜 엔지니어링의 비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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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는 트렌드와 대중 담론 막후에는 설계자들이 있다. 이들 설계자들을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클릭 횟수에 집착하는 사이버 렉카의 엉터리 음모론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한 원리를 응용한 소셜 엔지니어링, 즉 사회공학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공익을 꾀하는 선의에 기반해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유행을 연출하는 은밀한 작전 세력들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이 바로 '소셜 엔지니어'이다.

유행과 트렌드의 생성과 확산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이론적 틀이 하나 있는데, 바로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 이론이다. '임계점'을 뜻하는 티핑 포인트 이론은 사회적 전염의 원리에 착안해 트렌드와 유행의 작동기제를 살핀다. 베스트셀러 《티핑 포인트》에서 저자는 소수의 법칙, 상황의 힘, 고착성 요소와 같은 세 가지 원리를 사회적 전염의 내적 작동 방식으로 제시한 바 있다. 가령 '소수의 법칙'이란 아주 적은 수의 행위자가 아주 큰 문제를 초래하거나 큰 유행을 초래한다는 규칙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나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우리 속담이 바로 이러한 소수의 법칙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신작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에서, 저자는 취향의 유행과 트렌드 생성의 작동 원리로 새로이 세 가지 요소를 더했다. 바로 오버스토리(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지배하는 공동체의 가치), 슈퍼전파자(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전파자), 그리고 매직 서드(전체 집단의 문화나 생각을 바꾸는 비율)이다.

오버스토리는 본래 숲을 이룬 나무들의 윗부분을 말하는 용어다. 오버스토리의 크기와 밀도 그리고 높이는 훨씬 낮은 땅에 있는 모든 종의 행동과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이 생태학적 용어를 사회 공학에다 적용한다. 가령 사교육의 메카를 연상시키는 포플러 그로브 연쇄 자살 사태의 경우, 오버스토리는 '극단적인 성취 윤리'라는 모노 컬처였다. 여기에 초기 자살자들이 평판 높은 모범생이었다는 소수의 법칙이 더해졌다. 마치 유명인의 자살이 모방 자살을 야기한다는 베르테르 효과처럼 말이다.

슈퍼전파자는 이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인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상식적인 개념이다. 세상을 휩쓰는 전염병의 확산에 극소수 슈퍼전파자의 책임이 막대하다는 얘기다. 소수의 취향이 어떻게 세계적 트랜드로 확산되는가, 혹은 한 권의 책이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되는가 등의 흥미로운 문제를 사회적 영향력의 관계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슈퍼전파자의 시각에서 풀어낼 수가 있다.

매직 서드(Magic Third)는 전체 집단의 문화나 생각, 행동 역학을 바꾸는 최적의 비율을 가리킨다. 어느 집단이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던 외부자의 비율이 4분의 1에서 3분의 1사이에 이르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에 착안해, 저자는 이를 매직 서드라고 부른다. 집단 역학의 변화를 가져오는 삼할의 법칙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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