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것을 믿게 되는 이유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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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잘못된 믿음에 빠져들고 거짓 정보를 퍼트릴까. 미국의 사회학자 댄 애리얼리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들, 이른바 '오신자'들의 심리적 구성 요소를 탐구한다. 잘못된 믿음이란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 가짜 내용을 믿는 마음이다. 가짜 내용의 스펙트럼은 넓다. 거짓 정보와 대안 진실, 음모론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인터넷, 정치적 양극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별의별 거짓정보와 음모론이 미친 칼춤을 추듯 확산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비합리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에 기반해 사람들을 잘못된 믿음으로 이끄는 감정적 요소, 인지적 요소, 성격적 요소, 사회적 요소를 밝혀낸다.

저자가 보기에, 잘못된 믿음은 깔때기에 빠져드는 과정이다. 깔대기를 따라 내려가는 동안 사람들은 건강한 의심에서 '주류'에 대한 반사적 불신의 나락으로 추락한다. 이런 잘못된 믿음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이 깔대기에 처음 진입하는 사람은 과학, 보건, 정치, 미디어 등의 분야에서 이미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정보 출처에 대해 사소하지만 끈질기게 따라붙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 깔대기의 다른 극단에서는 모든 '주류' 출처가 무시되고 사람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본격적인 대안 진실이나 음모론을 받아들인다."(50쪽)

잘못된 믿음의 깔때기는 감정적 요소(스트레스), 인지적 요소(확증편향), 성격적 요소(나르시시즘, 의심이 많은 성격), 그리고 사회적 요소(따돌림과 소속감)로 구성된다. 가령 스트레스를 예로 들어보자. 누적된 스트레스가 잘못된 믿음을 부추긴다.

잘못된 믿음에 이르는 시작은 감정적 요소인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크게 예측 가능한 스트레스(소득세 신고, 기말고사)와 예측할 수 없는 스트레스(자연재해, 팬데믹)로 구분된다.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다보면 세 가지 종류의 결핍을 보이게 된다. 동기부여 결핍, 인지 결핍, 감정 결핍이다. 또한 피곤함, 패배감, 무력감, 의욕 부족 등과 같은 학습된 무기력의 징후까지 보이게 된다. 이럴 때 사람들은 비난할 대상(원흉)을 찾거나 자신이 놓인 엿같은 상황을 설명해줄 어떤 서사를 찾아 헤매게 된다. 여기서 진실성이나 정확성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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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히라오 마사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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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인간답게 잘살려면 가장 필수적인 것이 윤리의식이다. 윤리의식이 부재하는 순간, 곧장 약육강식과 무법이 지배하는 지옥으로 돌변하고 만다. 윤리학은 윤리와 도덕을 연구하는 학문, 즉 올바른 삶에 관한 학문이다.

윤리학자 히라오 마사히로는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이 바로 윤리학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윤리학의 기본 원리를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친밀한 관계와의 사랑’이라는 세 가지 기둥으로 정리한다. 윤리와 도덕이 개입하는 인간관계는 개인, 사회, 친밀한 관계 이 세 가지밖에 없다. 사회 윤리의 핵심이 정의라면, 개인 윤리의 본질은 자유이고, 친밀한 관계 윤리의 본질은 사랑이다. 기존의 서구 윤리학은 개인과 사회에 너무 치중하면서 가족과 친구와 같은 친밀한 관계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 가령 공리주의자 벤담이 사회 중심이라면, 의무론자 칸트는 개인이 기반이다.

사회에서 중요한 윤리적 원리는 정의다. 정의의 본질은 사회 안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 유지하는 것, 회복하는 것이다. 정의의 패턴은 세 가지다. 조정의 정의, 교환의 정의, 분배의 정의다. 조정의 정의는 죄와 벌의 균형, 교환의 정의는 주는 것과 받는 것의 균형, 분배의 정의는 다 함께 나누는 것의 균형이다. 이 세 가지 패턴은 각각 사법, 경제, 정치라는 사회제도와 죄와 벌, 매매, 세금 등의 기제와 결부된다.

개인에게 중요한 윤리적 원리는 자유다.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에 따르면, 자유는 크게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구분된다. 소극적 자유가 타인에게서 분리되는 자유라면, 적극적 자유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자유다. 소극적 자유의 핵심이 프라이버시나 우행권(바보 같거나 어리석은 짓이라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인으로서 행할 권리가 있음)이라면, 적극적 자유의 핵심은 자율과 자기결정이다. '자유란 무법이 아니라 나만의 규칙으로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바로 자율이다.

친밀한 관계에서 중요한 윤리적 원리는 사랑이다. 저자는 사랑을 크게 상보적 사랑과 공동적 사랑(우정)으로 나누고, 상보적 사랑을 다시 횡적 상보형(연애)과 종적 상보형(부모 자녀의 사랑)으로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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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역사 -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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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인간성, 시민의식, 공중도덕, 예의범절, 사회규범…. 이들의 공통분모가 바로 매너다. 교양의 바탕이 매너요, 인간성의 토대가 매너다. '도덕과 교육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를 살짝 바꾸어, '매너와 예의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고 할 수도 있다. 흔히 매너를 때와 장소에 맞는 정중한 행동양식, 올바른 격식을 갖춘 언사와 행동거지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런 간소한 뜻풀이는 매너가 정작 발휘하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기능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너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과 교류를 원활케 하는 관계의 윤활유이자 즐거움을 주는 장치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고, 공공선을 실현하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였다. 영국의 보수주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가 "매너는 법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도 바로 매너가 지닌 이런 사회문화적 효능 때문이다. 법이 명시적이면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사회통제 기능을 행사한다면, 매너는 암묵적이면서 상호적이며 넛지적인 사회통제 기능을 연출한다.

매너의 역사에 관한 학술 연구는 사회학자 노베르트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이 가장 대표적이다. 엘리아스가 주목한 사례들은 주로 생리현상이나 식탁 매너와 관련된 것들이며, 옷차림이나 인사법, 대화술이나 몸가짐과 같이 예법에서 중요한 영역들이 누락되어 있다. 시기적으로는 중세 말에서 르네상스 시기에 집중되어 있고, 지역적으로는 프랑스 궁정 예법에 한정되어 있다. 물론 중세 유럽에선 프랑스의 궁정 예절이 매너의 근간이었다. 엘리아스는 17세기부터 프랑스 궁정 예법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영국사를 전공한 사학자 설혜심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18세기 영국에서 프랑스 궁정식 매너도 일부 존재했지만, 그보다도 폴라이트니스(politeness) 개념을 내세워 중간계급 특유의 개방적인 매너를 발전시켰다고 주장한다. 당시 산업화와 자본가 계급의 부상에 따라, 18세기 영국 중간계급의 매너는 소탈한 자연스러움과 진정성,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젠틀맨 매너가 주류였다.

매너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띤다. 시기별로 굵직한 매너를 나열해보면, 데코룸, 쿠르투아지(궁정식 매너), 시빌리테(시빌리티), 폴라이트니스, 에티켓 등이 그러하다. 저자 설혜심은 유럽 각국의 에티켓북과 처세서, 행동지침서, 편지, 매뉴얼북 등 다양한 예법서를 토대로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 말까지 매너의 역사를 분석한다. 서양 매너의 이론을 정립한 아리스토텔레스와 고대 로마의 키케로부터 중세의 기사도, 에라스뮈스와 로크의 예절 교육, 18세기 영국식 매너와 젠틀맨다움을 거쳐 상류사회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에티켓으로의 퇴행과 개인화된 20세기 에티켓까지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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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끝에서 쇼펜하우어, 절망의 끝에서 니체 - 방향 잃은 삶을 위한 철학 나침반
강용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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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불안하다. 행복하지 못할까봐, 성공하지 못할까봐 불안불안하다. 불행이 유행이 된 듯한 현대인에게, 미래는 암울하고 현재는 우울하며 과거는 유감이다. 뭔가 불안한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비법이나 묘약은 없을까. 철학자 강용수는 불안하고 불행하고 우울한 영혼들에게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을 제안한다.

대중의 눈에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로, 니체는 허무주의자로 비춰진다. 그런데 얼핏 염세와 허무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사싱이 오히려 살아갈 의지와 용기를 고취시키고 분발시키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보다 섬세한 눈으로 살피면, 염세주의도 허무주의도 적극과 소극, 능동과 수동의 질적인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철학자 모두 좋은 태도, 건강한 관계, 의미 있는 삶, 자기다움에 관해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아포리즘을 남겼다.

쇼펜하우어와 니체 둘 다 실존적 불안에 주목했다. 다만 그 해결책이 갈리는데, 쇼펜하우어가 '마이너스 해법'을 제시했다면, 니체는 '플러스 해법'을 제안했다. 쇼펜하우어는 불안과 고통을 잠식시키려면 의지를 억제하고 욕망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금욕주의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니체는 실존적 불안을 인간이 자기 한계를 극복하고 더 높은 존재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보았다. 니체가 '힘에의 의지'나 '초인 사상'을 내세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다움을 강화하고 삶의 역경과 불안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니체는 전반적으로 쇼펜하우어보다 더 급진적이다. 니체는 진리, 신앙, 과학을 상대로 파산선고를 하기 때문이다. "진리란 없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 "신은 죽었다" 등의 관점주의 선언이 그러하다. 관점주의는 절대적 진리라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주어진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니체의 관점주의를 상대주의와 다원주의로 해석한다. 다원주의는 같은 사물을 달리 볼 가능성을 허용한다. 그렇다고 객관성을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객관적인 인식은 더 많은 관점, 더 다양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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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가 낯선 나에게 - 삶의 모든 순간에서 나를 발견하는 심리학
사라 큐브릭 지음, 박선령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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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좀비 시대다. 좀비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그런 확신이 든다. '스몸비'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공동묘지에서 나온 듯한 흐리멍텅한 눈, 비틀어진 자세, 휘청거리는 다리로 번화가를 몰려다니는 좀비는 진정한 자아와 감수성을 상실한, 무감각한 도시인의 초상이다. 실존주의적 접근을 선호하는 심리치료사 사라 큐브릭은 '자기 상실'을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파악한다. 자기 상실이란 "자신의 자아가 되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자신의 진정한 본질과 멀어져서 조화, 공감, 동맹 의식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자기 상실은 자신 혹은 자신의 삶에 대한 공허감, 단절감, 좌절감, 불행을 느끼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좀 거칠게 말하면, 자기 상실은 '내적 동의'를 붕괴시키는 실존적 상실이다. 내적 동의란 "삶을 긍정하고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감정, 본질, 자기에게 중요한 것, 신념, 개인적인 독특함, 태도, 목적을 긍정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말한다. 하지만 주변의 기대, 동조 압력, '남들 다 그렇게 산다'는 평범한 상식에 부응하기 위해 내적 동의가 붕괴되면서 자신의 본질을 잃고 자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삶을 근근이 버티다, 끝내 우울과 불안, 공황발작, 섭식장애, 약물중독, 자해와 같은 여러 고통스런 문제들을 겪게 된다.

"자기 상실을 겪으면 자기의 감정, 신체, 생각, 신념, 관계, 의미, 자유, 가치와 분리되거나 소외되는 것처럼 느껴진다."(30, 31쪽)

실존주의 상담 치료의 이론적 토대는 장 폴 사르트르, 쇠렌 키르케고르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사상과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알프레드 랭글의 실존 분석학이다. 실존주의 상담 치료사로서, 저자는 우리의 '자아' 감각이 행복, 관계, 성취의 핵심이며, 자아에는 자유, 선택, 책임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따라온다고 강조한다. 자유, 선택, 책임의 부담을 받아들여야 진정성과 의미가 있는 존재 방식이 가능하다. 즉, 활발발한 자기 삶의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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