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라 중국, 쩨쩨한 중국인 - 오해와 편견을 깨는 40년 인문학자의 종횡무진 중국 이야기
김영수 지음 / 바틀비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국인이 중국인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가 있다. '떼놈', '장꼴라', '왕서방' 등이 그러하다. 모두 중국인의 장사꾼 기질에 주목한 비하어다. 상술에 능한 중국인은 오랫동안 상업을 홀대한 한국에서 '동양의 유대인' 취급을 받았다. 큰 나라 중국은 우리와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매우 뚜렷한 나라다. 가장 큰 공통점을 꼽자면 농경문화, 유교문화, 한자문화권, 체면문화 등이 있다. 북쪽의 대륙기질과 남쪽의 해양기질도 어찌보면 공통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땅덩어리 규모다. 중국의 땅 넓이는 한국의 95배다. 14억 인구의 중국은 34개 성시와 56개 민족으로 이루어진 큰 나라다. 다음은 정치 시스템이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중국식 사회주의는 결이 매우 다르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염황자손이 강조하는 중화사상과 단군자손이 강조하는 홍익인간 이념의 차이도 꼽을 수 있다. 한족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중화사상이 외세에 의해 큰 손상을 받았을 때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반청복명'이나 '물망국치'같은 기세등등한 팻말들이다.

중화주의와 깊이 연계된 중국인의 심리 특성으로 뻥이 세고 통이 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은혜와 원수의 관념인 '은원관'도 빼놓을 수 없다. 큰 나라의 '쩨쩨한' 보복은 이런 은원관 탓이다. 중국 속담에 "군자의 복수는 10년 뒤라도 늦지 않다"라는 말이 있고, "은혜와 원수는 대를 물려서라도 갚아라"라는 속담도 있다. 80년대 인기있던 홍콩 느와르 영화는 물론, 전통 사극이나 무협 영화의 주제도 대부분 배신과 원한, 은혜와 복수로 점철되어 있다.

요즘 중국은 정말 여러모로 미운털이 박혔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열될수록, 전세계적으로 중국을 싫어한다는 비율이 압도적이다. 국내만 해도 '혐중'이 '친중'보다 훨씬 지배적이다. 그러나 인문학자 김영수는 "혐중과 친중 중 한쪽을 택하라면 주저없이 친중을 택하겠다. 누구를 혐오하기보다는 가까이 지내는 것이 낫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또한 국내의 혐중 풍조는 "일방적 친미와 낡은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무지한 정치와 언론의 부추김과 일방적 매도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공감하는 바다. 한중 관계는 평화와 호혜적 교류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우리는 과연 중국과 중국인을 얼마나 알고 있나. 저자의 말대로,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야 중국인의 기질과 성격, 나아가 지역적 정서와 풍토 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교양 중국학의 입문서가 될 만한 내용들을 두루 소개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한계를 정하지 마 - 시스템에 반기를 든 로봇
미야세 세르트바루트 지음, 셈 키질투그 그림, 손영인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로비는 로봇답지 못한 로봇이다. 다른 로봇이 보기에도 로비는 이상하고 불량해 보였다. 로비에게는 남다른 호기심과 선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착한 마음, 어쩐지 코드에 따라 작동하는 로봇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다. 늘 호기심에 깨어있는 아이 같은 마음을 지닌 청소 로봇이 바로 로비다. 호텔 로비를 청소하기에 로비라고 불리지만, 공장에서 막 나왔을 때는 블랙이라고 불렸다. 그렇다, 로비는 외모도 남달랐다. 다른 청소 로봇은 죄다 회색인데, 로비만 실수로 그만 검은색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불필요하게도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고 있다. 로봇에게 장신구가 가당한 일이던가.

로비는 자기 직무에 충실했지만 타고난 호기심 때문에 호텔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거리를 걷고 공원에도 가고 올리브 나무에 기대어 앉고 싶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즐기고 싶었다. 우연히 지하실에 있는 발전기 로봇 제나를 알게 되고, 제나는 로비에게 십년에 걸쳐 만든 소중한 목걸이를 선물해 준다. 제나는 로비가 처음 만난 진정한 소울메이트다.

"희망을 잃지 마. 인내심을 가져. 삶은 직선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지그재그로 나아가는 거야. 그런 지그재그 길이 언젠가 도움이 될 거야. 네게 남은 수명은 아직 기니까." (50쪽)

제나의 이런 격려로 로비는 해방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로비는 제나의 도움을 받아 정전이 된 틈을 타서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로비는 호텔 밖에서 달빛 공원 청소부 파키, 쇼핑 카트 로봇 마키, 남자 아이 볼리, 고물상의 칩수거 로봇인 전갈칩을 알게 되고, 고물상에서 폐기 직전에 놓인 제나와 재회한다. 로비와 로봇 친구들은 볼리네 아빠의 억울한 누명을 해결해주느라 위험한 순간에 빠지기도 하지만 함께 숲으로 도망친다. 거기서 로비는 의적 로빈 후드처럼 숲속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영웅이 된다. 해피 엔딩이다. 후속작이 기대될 정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요의 힘 - 나를 바꾸는 5분의 기적
틱낫한 지음, 위소영 옮김 / 소수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시국이 매우 어수선하다. 국내 정치와 경제가 난장판 수준이다. 불안과 갈등을 조장하고 대립과 분열을 재생산하는 가짜뉴스와 악의적인 거짓말이 판을 친다. 이런 마당에 교양 있는 시민이라도 냉정함과 침착함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명상과 마음챙김이 비상약이 된 시국이랄까, 아님 상비약이 된 시국이랄까. 그러던 차에 베트남 출신의 선불교 마스터 틱낫한이 소개하는 마음챙김의 글을 접했다. 스님은 《고요의 힘》(소수, 2025)에서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자기 내면에서 종일 거친 잡음을 일으키는 시끄러운 방송을 끄고 고요와 평온의 시공간을 확보할 것을 강조한다.

상상력과 창조력은 고요함과 단순함에서 나오지 소란스러움과 복잡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미국 작가 리처드 칼슨은 이렇게 말했다. "마음의 평정이 가져다주는 가장 흥미로운 한 가지 측면은 이전엔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고요함 덕분에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마음을 평정시키고 나서 나는 더 정직해지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음챙김은 마음속 소음과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게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불교 보살로 관세음보살이 있다. '관세음'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깊이, 온 마음을 기울여 듣는다"는 의미다. 틱낫한 스님은 우리가 마음챙김 수행을 통해 내면의 고요함을 만날 수 있다면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섯 가지 소리란 삶의 경이로움이 부르는 소리(자연으로부터 오는 아름답고 훌륭한 소리), 세상을 관찰하는 자의 소리(고요의 소리), 브라마의 소리('옴'이라는 초월적 소리), 밀물의 소리(부처님의 목소리), 세상의 모든 소리를 초월한 소리(무상의 소리)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먹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입는 것, 이 모든 게 다 내 정체성의 일부를 형성한다. 불가에선 네 가지 종류의 음식을 구분한다. 입으로 먹는 음식(단식), 안이비설신의 여섯 감각 기관으로 받아들이는 음식(촉식), 마음의 의도로 먹는 음식(의사식), 개인적인 의식과 집단적인 의식(식식)이 그러하다. 내면의 공허함, 고립감, 슬픔, 초초함 같은 부정적인 생각도 우리가 먹는 음식에 해당한다. 이런 것들이 일용할 양식이 되어선 곤란하고 위태롭다. 알아차림 명상을 통해 독소로 가득한 소음과 의식을 거르고 미소, 연민, 자비, 사랑, 친절, 용기 등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아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왕학의 교과서'로 일컬어지는 『한비자』는 사상서이자 철학서이자 역사서이자 우화집이다. 인문학자 김영수는 『한비자』를 "오늘날 인간관계의 속성과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이해의 틀"로써 바라본다. 기실 현대를 살아가는 교양인의 눈으로 보아도, 『한비자』는 여전히 유효한 리더십 계발서이자 사회심리학 교과서다. 또한, '모순', '역린', '식여도', '양약고구', '수주대토'와 같은 우화와 고사성어의 보물창고이기에, 인문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는 비운의 천재 한비자의 일생을 사마천의 〈노자한비열전〉에 기반해 한비자와 진왕(훗날 진시황)을 중심으로 톺아본다. 진왕은 한비자의 〈고분〉과 〈오두〉 두 편을 읽고선, "과인이 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한비자의 사상에 매혹됐다.

한비자는 전국 말기 약소국 한나라의 왕실 서자 출신으로, 유가 사상을 집대성한 순자 문하에서 이사와 함께 수학했다. 훗날 진나라 재상이 되는 이사는 출세지상주의자였는데, 자기 스스로 한비자보다 못하다고 인정했다. 출세를 위해 이사는 동문인 한비자를 해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한비자의 고향은 오늘날 하남성 서평현 한당촌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한비자 사상의 핵심은 법·술·세라는 세 범주다. 이런 한비자의 사상에 영향을 준 법가 사상가로는 상앙과 신불해, 신도가 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개혁가로 꼽히는 상앙은 법령의 원칙인 법(法)을 중시했고, 저서 『상군서』가 전해진다. 한나라에서 활약한 신불해는 법을 시행하는 방법인 술(術)과 형명을 강조했고, 저서로 『신자』 두 편이 있다. 신도는 신하들을 굴복시키는 세(勢)를 중시했는데, 세는 권세, 위세를 말한다.

저자는 한비자의 법·술·세의 관계를 바퀴 셋 달린 삼륜차(조직, 나라, 백성)의 세 바퀴에 비유한다. 가장 중요한 앞바퀴에 해당하는 것을 '세'로 보고, 뒷바퀴인 '법'과 '술'은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파악한다. 리더가 리더십의 본체인 세를 놓치거나 잃으면 법과 술도 쓸모가 없게 된다는 해석이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한비자의 다음과 같은 예리한 일침에 눈길이 절로 간다.

"리더가 고집만 세서 화합할 줄 모르고, 바른말을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며, 사직을 돌보지 않고, 경솔하게 자신감만 앞세우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9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쓸모 있는 세계사 365 - 역사책 좀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요나스 구세나에르츠.벤저민 고이배르츠.로랑 포쉐 지음, 정신재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달력을 보면 절기와 기념일이 표시되어 있다. 가령 음력 8월 15일 한가위, 10월 9일한글날, 12월 25일 성탄절 등이 예다. 종교 달력이나 문학 달력은 좀더 디테일한 구석이 있다. 일테면 천주교 달력을 보면, 1월 1일은 신정이면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자 세계평화의 날이기도 하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르게 체감되는 날도 있다. 10월 10일을 예로 들어보자. 10월 10일은 중화권에서 신해혁명을 기념하는 국경일로 '쌍집절'이라 불리는데, 한국에선 소설가 한강이 한국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매우 기념비적인 날이다. 전날인 9일이 마침 한글날이라서 더더욱 기억하기 쉽고 실로 겨레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깐 680년 10월 10일에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카르발라 전투가 있었다. 우마이야 왕조의 칼리프 야지드 1세가 카르발라 전투에서 라이벌인 후세인 이븐 알리를 물리친다. 후세인은 참수당하고, 그의 목은 다마스쿠스의 우마이야 대사원에 걸렸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은 또 어떤가. 한국인이라면 1950년 6월 25일 민족상잔의 비극을 모르는 이가 없다. 불과 4일만에 서울이 북한군에게 점령당했다. 하지만 세계사 덕후가 아니라면 1530년 6월 25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가 종교갈등 해결을 위한 아우구스부르크 화의를 소집했다.

세계사를 기록한 달력이 출시된다면 연표 방식이 좋을까 아니면 일력 방식이 좋을까. 내가 보기에 이상적인 편집은 일력과 연표 방식을 서로 혼용한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짠다면, 국사적으로나 세계사적으로나 오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쓸모있는 세계사 365》(정민미디어, 2024)는 365일 일력 방식을 채용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유로화의 출범(2002년 1월 1일)부터 파나마 운하의 반환(1999년 12월 31일)까지 다채로운 세계사적 순간들을 들려준다.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한강 작가의 대표작이 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1948년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가 그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도에서 학살이 벌어지던 바로 그 날에, 미국 국무장관 조지 마셜은 전후 폐허 상태인 유럽을 대규모로 지원하는, 이른바 마셜 플랜에 의거한 대외원조법을 제정했다. 마셜 플랜 홍보 포스터의 한 문구는 "어떠한 난항을 겪더라도 우리는 함께 잘 사는 길을 추구한다"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제주의 그 날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역사는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