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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낙관주의자
수 바르마 지음, 고빛샘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초한지를 보면서 항우가 몰락하고 유방이 승리한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역발산 기개세'의 항우가 한 번의 패배로 단숨에 날개가 꺾인 이유는 바로 승승장구하던 엘리트주의가 빚은 영웅적 비관주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면에 백수건달이던 유방은 숱한 패배를 당했지만 결국 '단련된 낙관주의'로 권좌를 차지했다. 회복탄력성이 남달리 강했던 한고조 유방의 최종 승리인 것이다. 유방은 쓰디쓴 레몬이 주어지면 그걸로 맛난 레모네이드를 만드는 배포가 있었다.
일단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는 타고난 기질과 연결된다. 이러한 기질은 뇌신경학에 기반하고 있는데, 낙관주의가 좌뇌 주도적이라면, 비관주의는 우뇌 주도적이다. 좌뇌 활동이 활발해지면 낙관적인 태도가 강화되고, 마음이 차분해지며, 주체적인 결정력과 능동적인 사고 행동이 자연스레 촉진된다. 한편, 우뇌 활동이 활발해지면 비관적인 시선이 짙어지고, 우울과 무기력, 회피의 경향이 깊어진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항우는 왼손잡이였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낙관주의자는 더 오래 살고, 건강하며, 스트레스나 부상, 병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더 깊고 편안히 잠든다. 또한 낙관주의자는 더 큰 성취를 이루고, 소득과 직업 만족도가 높으며, 생활습관이 건강하다.
그런데 이런 타고난 기질과는 달리 훈련과 연습을 통해 낙관적인 태도를 기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합리적 낙관주의다. 낙관주의의 가장 큰 단점이 '타조 증후군' 같은 비현실적인 막무가내 낙관주의다. 이에 반해 합리적 낙관주의는 낙관주의자들의 회복탄력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긍정적이라 낙관주의자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현실 부정은 배제한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는 공존할 수 있다. 우리는 희망을 품으면서도 두려워하고, 최선을 기대하면서도 의심한다. 인간이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과 의심을 받아들이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탄탄한 대처 능력을 발휘하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합리적 낙관주의의 핵심이다." (35쪽)
정신과 전문의 수 바르마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체득'할 수 있는 여덟 가지 원칙을 정립했다. 바로 '목적, 감정 다루기, 문제해결, 자부심, 능숙함, 현재성, 사람, 건강한 습관'이다. 활력을 주고 의욕을 자극하는 진정한 목표를 찾아 투자한다. 감정에 대한 통찰과 인식을 깊이 있게 다듬는다. 직관과 논리, 감정 조절을 조화롭게 활용한다.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바로잡고, 자기 연민을 통해 단단한 자존감을 쌓는다.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능력을 계속 발전시킨다. 불필요한 생각과 걱정을 떨쳐,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다. 자신과 타인 사이의 관계를 돌보는 습관을 길러 외로움을 줄이고, 소속감과 연결감을 키운다. 합리적 낙관주의를 비롯한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들을 통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고 꾸준히 유지한다.
목적과 감정 다루기에 대해 조금 더 다루어보자.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로 삶의 목적을 꼽았다. 여기서 '목적'을 '의미'로 바꾸어도 된다. "긴 삶, 건강한 삶,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는 목적이 필수적이다."
부정적인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감정을 누르거나 분노로 표출하는 대신, 건강한 대처법을 활용해 감정을 인식하고 달리 반응하는 것이 좋다. 가령 '4C'나 '디센터링'을 활용해 부정적인 감정 패턴을 끊을 수 있다. 4C는 '따뜻할 것, 바로잡을 것, 진정시킬 것, 관계를 이을 것'의 약자이고, 디센터링은 마음 챙김 기반 인지치료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한 발짝 떨어져서 중립적이고 비판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