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무게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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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말 이번 해의 중간으로 가고 있는 지점인데... 아마 상반기 베스트 책 결산으로 들어가게 될 목록 일순위로 꼽아 본다.

누구나 살면서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다시 삶이 열리기도 하고, 완전한 절망에서 희망을 찾기도 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다른 세계속으로 발을 내딛게 되는 일도 있다.

여기 주인공 레인랜드의 삶 자체가 그런 삶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까

엄격한 아버지 와 규율이 싫어 제도권을 떠난 그가 야간경비원으로 독학을 하며 번역가의 삶을 살기도 , 여러 언어 문화권으로 공통점이 되었던 아내 리비아와 만나 출판사를 경영자로 되었다가 마지막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가가 되는 것 처럼 말이다.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결정의 순간

'레이랜드'는 먼저 떠난 아내를 대신해 경영해 오던 유서 깊은 출판사를 경영하고 친밀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 살아생전 영혼의 반려자였던 아내 리비아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사이 , 얼마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판정으로 11년간 경영해 왔던 출판사를 매각한다.

시한부 판정 오판됨을 알게 전까진 레이랜드의 불안감으로 빠른 속도의 전개처럼 느껴진다면, 시한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난후,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본질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언어를 잃은 사람에게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 그 언어를 알고 혀에서 느긋하게 굴릴 수 있는 스스로에게 공허하고 잘난 척 하는 말투로 의식을 거행한 거지.-323P

파올로는 오진이라는 재난뒤에 살아가기가 어떤지 물었어.나는 이제 이 세상에서, 시간 속에서, 언어에서 달라졌다고 대답햇어.

고해성사처럼 들렸는데 ~ 난 구원 받은 듯이 기뻤지. 433p


그리고 그는 자신만의 언어를 찾는 작업을 삼촌이 유산으로 물려주었던 런던 저택에서 진행한다.

삶에서' 레이랜드'에게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번역가에서 자전적 소설을 완성으로

딸 소피아는 의사과정을 포기하고 사진 작가로 전업을 꿈꾼다.

러시아인 번역가 '안드레이'는 사랑하는 여인의 불륜상대를 살인하게 된 죄로 감옥에 갇히는 계기로 작가가 되기도한다.


죽음의 존엄성

소설에서는 언어로 여러나라 언어를 구사하는 레이랜드의 눈으로 주변인들을 관찰자 역할도 하게 한다.

작가는 주변인물을 통해 사회적 이슈들을 끄집어 낸다. 버크 , 안드레이 , 패트릭등을 통해서도 다양한 예를 들어 화두로 만든다.

런던에서는 새로운 친구 전직 약사인('버크')로서 불법체류자들에게 처방전없이 약을 내주는 과정에서 법정으로 내몰리며 약사 자격을 발탁당하고

버크는 말한다. "난 로빈 후드와는 달리 타인의 재산을 훔치지 않았어. 내소유가 아닌 걸 나눠주지도 않았고. 하지만 나도 그처럼 정의를 위해 법을 어겼지."441P


법정의 한 피고인은 사랑하는 아내의 (뇌사상태에 빠진 환자) 남편은 존엄 상실이라 주장하지만 법정에서는 '살인죄' 죄목을 붙여준다.

"클라이번은 고의적으로 살인을 했어요.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이 고의적인 살인이 누군가를 치워버리거나 복수하려고 행한 '모살'이 아니라 '도움'이자 '해방'이고 '구원'이라는 걸 알아요.이건 해석의 문제가 아닌 사실의 문제, 어떤 행위를 그 행위로 만드는 건 동기이기 때문이지요."511P

그외에도 주변인물들의 에피소드들 '프란체스카 메르케세'소설가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소설을 집필하고,

젊은 나이에 성공한 작가' 메리 앤'은 갑자기 절필을 선언하기도 하는등

600페이지가 넘지만 다양한 인물들의 스토리로 지루할틈 없이 다가서는 다채로운 언어로 들려준다.



번역을 하면서 알맞은 단어를 부단히 찾을 때만 현실감이 흐려지지 않고 온전했다. 10p

이미 오래전에 가장자리가 바랜 지도는 유물처럼 보였다.

앞으로 삼촌과 함께 여기 서서 어떤 언어가 빠졌는지 세어볼 일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걸까?18p

"선생님 귀국을 환영합니다". 런던 공항 여권 심사 직원이 말했다.7p,629p

내안의 시간 ,나만의 시간을 살아냄으로서 시간의 독재에서 벗어났다는 행복에 겨운 놀라움이고 해방감이지.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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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7-25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필드 님도 별 다섯!^^
<언어의 무게> 다들 평이 좋네요.
이 책도 읽고 싶긴한데 얼마 전 리스본 벽돌책을 읽었던지라...또 벽돌책은!!!ㅜㅜ
조금 더 있다가 읽어보렵니다^^

가필드 2023-07-25 11:58   좋아요 1 | URL
나무님 천천히 보셔요 ^^ 정말 좋았답니다 올해 소설 부분 일위로 올려야 되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 - 나를 수놓은 삶의 작은 장면들
강진이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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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그림과 글을 읽고 있으면 어렸을적 기억으로도
그떼 그시절부터 소소한 삶의 행복감을 느낄수 있게 해준다.
책이 삽입된 그림도 좋지만 한땀한땀 수로 놓았던 작가 솜씨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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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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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부는 돈과 관련된 영역/

4-5부는 개선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차근하게 알려주는 데요.

줄거리

1부.빛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자본주의의 비밀

왜 물가는 계속 올라가기만 할까요 ?

이유는 경제가 안좋아서 ?

근본적인 이유를 알려줍니다.

물가가 계속 오르기만 하는 이유는 수요가 적어지고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하락되지만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돈의 양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하락되고 물건 값이 오른다.

은행은 있지도 않은 돈을 만들어 낸다.돈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은행이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 있다.

예를 들면 은행에 100원을 예금하면 은행은 10원을 남기고 90원을 A라는 사람에게 대출해 준다.

그렇게 되면 전체 100원이었던 돈이 190원이 된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시중의 통화를 조절한다.

기준 금리를 낯추면 통화량이 늘어나고 높이면 줄어든다.

빛이 없으면 돈도 없다.돈은 빛이다.빛에 대한 이자를 받아 은행은 수익을 챙긴다.

빚지지 말고 성실하게 일을 해야 한다고 배우지만, 자본주의에 하에서는 빚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2.위기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금융상품의 비밀

재테크의 함정은 은행이 가장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이다.

(위의 논리대로면 그럴듯 ㅠㅠ)

은행은 정부가 보조해주지도 않으며 이익을 내는 기업일뿐이다.

은행도 다 알지 못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은행전문가들도 상품들을 모른다 헐! 2008년 미국 모지지론 사태도 이런 상황이었다 ㅜㅜ)

책임도 지지 않는다.

보험도 재테크가 아니며 (설명서에 깨알같이 적혀있는 조건등 읽기 난해하기 한 것도 금융사의 또다른 함정 !! 하나하나 따져서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저축만으로는 행복해 질수 없다.

은행 믿지 마라는 이야기인데 결국 은행도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이나 민간인들에게 대출을 해 줘도

은행이 파산 상태일경우 누군가는 돌려 받지 못하게 되는 구조.

개선점: 꾸준히 금융지식을 쌓아 부동산,예금,펀드 등 분산투자를 해야한다.

3.나도 모르게 털리는 소비 마케팅

자신도 모르게 끊임없이 소비를 강요당하는 사회에서 살아간다.

아이들은 2개월부터 브랜드에 영향을 받아 자기 정체성을 브랜드를 통해 묘사하게 만든다.

(나이키신발을 신은 모습이 나라고 생각하는 등..)

쇼핑에도 다양한 감정들

(우울할때 많이 지르며 여성들은 남친과 헤어진 후 쇼핑으로 푸는 경향),

관계지향적 소비

(같은 동호회, 모임에서 과시욕이나 집단 소속감으로 사는 경우도 많음)

를 하기도 하며 여성들은 판매자들이 감정적인 교류를 응해주면 자신의 필요여부와는 상관없이 구매한다.

4.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할 아이디는 있는가?

자본주의 250년(산업혁명이후)이 지났고 끊임없이 위기를 겪고 이겨왔다.

자본주의 구조주의 특성상 계속해서 상승했다가 하강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누군가는 파산을 해야 하며 계속해서 더 많은 수익을 낸다.

호황이 지나면 위기가 찾아온다.

5.복지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하다

모두다 잘 살게 될거 라는 아담 스미스,

혁명이 일어나 자본주의가 몰락하고 사회주의가 될거라는 칼 마르크스도 틀렸다.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던 케언스도 , 또 시장의 자율성을 믿어야 한다던 하이에크도 더이상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행복지수는 OECD국가중 35개국중 32위

경제성장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그에 비해 행복지수는 어이없을 정도다.

자본주의는 인류의 부를 만들어 내는 좋은 것이지만 이것이 누구를 위한 자본주의가 되느냐에 길이 달라진다.

지금은 은행과 자본가를 위한 자본주의였다면, 이제는 약자를 위한 자본주의를 외치라고 한다.

(복지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처럼 국가가 잘사는 사람에게 세금을 높여서 하위층인 사람들에게 실엽율, 대학등록금제도등 복지 개선 제도를 개선시키는 방안등)

금융지식이 이렇게 없는지 ㅠㅠ 읽고 나서 각성했네요.

제도는 일개인 제가 어떻게 할수 없으니

은행보다 분산 투자 꼼꼼하게 살피고 공부해야 겠어요. 전문가에게 물어본다면 은행 관계자가 아닌 전문적인 재무 컨설팅하는 분을 찾거나

쇼핑할때 마음이 우울하거나 또 너무 기분이 좋을때도 자제해야 할듯 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uCYaHIeo0hU

우리가 해야할 복지는 단순히 돈을 주는 복지가 아닌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생산적인 복지를 해야한다. 약자들이 자립할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건강한 복지인것이다.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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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7-23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었는데, 금융자본주의를 지급준비율을 예로 너무 잘 설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자본주의 얘기할때마다 이 책의 내용을 활용했었습니다.

가필드 2023-07-23 23:33   좋아요 1 | URL
정리를 이해하기 쉽게 전체적으로 잘 해주셔서 저같은 경제 초보 입문자도 어려움없이 봤던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댓글 감사합니다 ^^
 
케이크와 맥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4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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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예술가 옆에는 뮤즈들이 존재 한다.

예전 길죽한 얼굴을 그렸던 화가 모딜리아니 옆엔 아내 '쟌느'가 , 또 얼마전에 봤던 에드워드 호퍼 옆엔 아내 '조세핀'이 무명인 남편을 유명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 소설도 그 인물이 '로지'라는 여성이 주인공 '드리필드'와 주변인물들에게 행복의 유희를 주는 역할을 통해

사람들의 본성과 연약함을 잘 그려내는 소설이다.



'어셴든'이라는 의사이자 작가가 당시 유명했던 '드리필드'가 서거한후 회상하는 장면을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된다.

토마스 하디라고 풍자했던 주인공' 에드워드 드리필드' 그의 아내 '로지'와 '어셴든'의 만남부터 '드리필드'가 유명작가가 된후의 삶을 '엘로이 키어'의 회고록으로 담기는 과정들을 그려낸다.


어센든은 유명 작가 에드워드 드리필드의 전기를 쓰게 된 동료 작가 앨로이로부터 그에 관한 정보를 알려달라는 청을 받는다.

무명시절 부터 드리필드와 친분이 있었던 어셴든은 젊은 시절 열정과 첫번째 부인 로지를 회상한다.

'드리필드'는 로지가 떠나고, 상실감에 방황하던 그를 이웃이었던 '트래퍼드'부인의 사교로 무명이었던' 드리필드'를 세간에 노출시키며 유명하게 만들지만 드리필드 특유의 순수함과 개성이 사라져 가고...

매일매일 일상은 허상에 불과한 것처럼 공상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같았다.225p

'서머싯'은 유명해진 드리필드를 통해 우리안의 유명해지고 싶은 명예욕구와 개인적 행복사이에 방황하는 내면의 모습을 담는다.

유명해지기 전 드리필드는 당시 귀족 중심의 사회에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초월해 무명이었지만 술집에서 일했던 '로지'와

결혼하며 개인적으로 행복한 삶을 산다.

극중 드리필드의 첫번째 부인 '로지'는 '그리스인 조르바' 현재를 충실히 본능에 따랐던 인물 여자 조르바를 닮았다.

본능에 충실해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과감히 따른다.

결혼 후에도 그녀는 주변 남자들과의 만남을 즐기고 15살 연하였던 어셴든과의 밀회, 어느날 갑자기 남편 드리필드를 팽겨치고

'조지'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등 거침이 없는 그녀.

소설이 쓰여졌던 그 시대의 영국은 산업혁명이후 신분계급에도 혼란의 시대를 알려주고 있다.

길고 넓적한 구렛나룻을 기르고 프록 코트를 입은 남자들과 버슬 치마 차림의 여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내게 구시대의 풍속과 이상한 옷차림을 강요하는 기분이었다.50p

사람들은 드리필드와 로지를 끊임없이 입방아에 올리지만 당사자 앞에서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신분 차이 부터 달랐던 저택 관리자의 아들 '드리필드'와 술집 출신의 '로지'를 소위 말하는 아웃사이더.

그들은 정작 개념치 않은 자유로운 행동주의자 제목에서 처럼 '케이크와 맥주'( 행복과 삶의 유희를 의미)의 삶을 살아간다.

'로지'를 모습을 보면서 와 대단한데...그러다 드리필드 보다 더 자유로웠던 그녀는 다른 남자에게 옮겨간다.

무슨 말로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에 담긴 그 달콤하고 다정한 빛을 묘사할수 있을까.

"왜 다른 사람들일로 속을 썩고 그래? 내가 재밌게 놀아주쟎아.

안달하고 질투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야.지금 얻을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 안돼? 어짜피 100년후엔 우리 모두 죽을텐데

뭐가 그리 심각해? 우리 좋은 시간 보내자."

로지는 두 팔을 내목에 감고 입술을 댔다.

224p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수 없는 차이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

어느 선까지 허용될까. 이정도는 될까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그래도 나의 즐거움을 위해 반려자의 배신이나 남의 남자는 뺏지 못할거 같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 갇힌 부분이 있다면 풀어가는 자유로움은 부럽다.

부럽다면 지는 건데 !

경험과 생각,성취된 야심에 의해 점점 변해가는 그가 보였다.젊은 선원의(드리필드) 사진을 보니 그의 초연한 빛이 이때 부터 보였구나 생각했다.남들에게 보이는 얼굴은 가면이었고 그의 행위도 중요하지 않았다.그의 실체는 죽을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고독한 존재였고 , 그의 작품을 쓰는 작가와 그의 인생을 살아가는 남자 사이를 조용히 오가는 유령이 아니였을까!

272p


#케이크와맥주

#서미싯몸

#본성과이성사이

#체크인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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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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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이면서 그렇지 않아요,

떠나지만 늘 이곳에 남아 있어요.

그러다가 한 밤중에 언제나 같은 시간에 잠을 깬다. 쥐 죽은 듯한 고요 때문이다.

그 순간 거리를 달리는 차도,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도 없다. 잠이 점점 가늘어지면서 날 떠난다.

누구라도 좋으니 어떤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본문중

한 군데 가만히 있는 지루함을 가끔은 견디기 힘들어한다. 

익숙해진 공간에 감흥을 잃어서 인데, 그럴 땐 낯선 곳들이 너무 당연한듯 익숙해져 버린 감각들을 깨워주는 느낌으로

낯선 곳으로 떠나곤 한다. 삶이 지루하거나 변화가 필요할 때면 시간이나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을 땐 , 한번씩 일상의 변화를 줘 보는 것으로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활기차게 한다.

예를 들면 약속이 있어 이동이 필요할땐 원래 이동했던 수단이 지하철이면 좀 번거롭더라도 버스로 바꿔 보기도 한다.

매일 하는 식사의 형태가 한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아침만이라도 토스트와 소세지 마치 유럽에 있는 호텔 조식처럼 바꿔 보거나, 같은 책을 한글이 아닌 쉬운 난이도의 원서로 도전을 해보기도 한다.


이 글의 쓴 분 줌파 라히리의 방법이었다. 그녀는 인도계이지만 미국태생 즉 영어가 모국어인데 이탈리아로 가서 그 나라 언어를 배우고 처음 쓴 에세이형 소설.

작가는 창작자에 있어 안주하는 것이 제일 위험하다는 것에 대한 시도라는데 창작의 열정이 상을 받게 한 거겠지. 대단하다는 말밖에!



책들의 형식들도 연결되어 있지 않고 장소 거리 상관하지 않고 써 내려간 소설인데

주인공은 마흔 중년의 대학 교수인 싱글 여성.

주인공은 짠돌이를 방불케 하는 아버지를 욕하면서도 그 아버지 처럼 행동하고,

친구 남편을 연민하기도 하고 유부남과 사귀기도 하고 집착이 강한 어머니에게 힘들어하기도 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홀로 앉은 그림이 연상 되는 글들은 어느날은 서점, 식당안에서, 봄등 공간과 시점의 제약없이 자유롭게 노니는 느낌을 준다.

대부분은 1인칭으로 화자가 되는 나는 3인칭 ' 서점이란' 공간에서는 과거의 어린 나를 지켜보는 3인칭이 되기도 하는 등 인칭마저도 넘나든다.

이름조차 도시의 이름 , 사람의 이름 , 식당등  구체화 되어 있지 않아 더욱 추상적으로 느껴졌다.

장소를 옮길때 가져가는 것과 버리는 것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없어지고 있으며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는 인생의 다복합적 면들도 보이구요.고정되지 않은 쉼없이 지금도 움직이는 불안정한 공간에서 떠났다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다 보는 소설 같은 에세이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마지못해 앞으로 떠밀려 가야 하는 느낌이 싫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라 나갈 필요가 없다. 눈을 뜨지만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29p

상점으로 들어갔는데 뭔가가 마음에 든다해도 자신과 싸우다가 계산대에 가지 않은 채 그냥 나오며, 난 역시 아버지의 훌륭한 딸이라고 느낀다. 항복하면 그건 지는 거다. 103p

밖에는 맹렬한 소음이 있다. 요란한 바람과 바다 소리, 모든 걸 먹어치우는 듯한 파열음. 왜 그 요동치는 소리가 이리도 우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지 궁금하다. 121p

나는 강까지 나갔다가 시계를 보고 다시 돌아온다. 고독은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기를 요구하고, 지갑 안의 돈처럼 난 늘 시간을 의식한다. 시간을 얼마나 죽여야 할까, 저녁 식사 전까지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하지만 여기서 시간은 다르게 계산된다. 그래서 한 시간의 산책은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131p

어쩌면 난 장학금을 거절하고 이곳에 그대로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개가 빌라 오솔길을 따라 날 끌고 갔듯이, 내 삶의 갑옷을 뚫고 나가도록 밀었던 뭔가가 있다. 난 충동에 굴복했다.154p


결국 환경 곧 물리적 공간, 빛, 벽은 아무상관이 없다. 그곳이 맑은 하늘 아래 있는지 빗속에 있는지 여름날 맑은 물속에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기차안인지 해파리 떼처럼 여기저기 퍼져 있는 여러 모양의 구름들을 뚫고 날아가는 비행기 안인지는.

머물기 보다는 나는 늘 도착하기를.아니면 떠나기를 기다리며 언제나 움직인다. 1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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