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재벌 야망 8 (완결) 재벌 야망 8
혁이 / 도서출판 청어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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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형식으로, 여기저기 눈치볼 것 없이 속시원히 쓴 1960년부터 1979년까지의 대한민국사.
史實과 허구를 좀 더 명확히 가릴 눈을 갖지 못한 내가 안타까울 뿐.
처음에는 젊은 현대사 연구자가 장난스레 쓴 글인가 했는데, 괴물 같은 디테일을 보건대 당시를 체험하거나 오랜 기간 연구한 학자가 아니면 이런 작품을 내지 못할 것 같다. 혹은 집필 팀일지도 모르겠다. 시대를 보는 관점은 조금 다를 수 있겠으나, 어디에서도 이렇게 자세히 다룬 글은 보지 못했다. 게다가 몹시 재미있다. 한국 현대사, 경제발전사이니 박진감 넘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노동문제는 아주 살짝 다루고, 환경문제는 언급이 없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판타지 소설이 독자에게 주어야 하는 즐거움이라는 의무가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종이책으로 출간된다면 소장하고 싶은 기념비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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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020 서울국제도서전의 강연 영상을 보다가 판타지 장르의 소설도 하나 읽어보자 싶어 밀리의 서재에서 눈에 띄는 책을 읽기 시작한 건데 보물을 주웠습니다.

책 추천하기를 매우 꺼리는 편이지만, 일독을 권합니다.

다만 정경유착은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자금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고, 하나의 기업이 망하면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메워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객관적으로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극우적 정치관을 마구 내뿜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보스만 빼고 그 아래의 공무원, 정치인, 기업가의 치부를 다 들추어낸다면 그 화살은 결국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만한 일입니다. 전세계사적 관점에서 개발독재의 가능성은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남과 달리 우리는 꽤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판타지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글을 쓴 것은 비교적 오염되지 않은 기록을 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필명을 사용한 것도 필화를 피하려는 목적이겠지요.

1960년부터 1979년까지의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문화사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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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들의 어리석음이 국가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끔찍한 상실과 비극적인 고사의 예감에 시달린다 해도, 어쨌든 이 땅은 땅덩이의 넓이와 사람들의 영혼이라는 측면에서는 거대한 나라다.
그러므로 그 땅을 운전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피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힘을 북돋워주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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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지식인이라고 믿는 지식인들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에 속한다. 문제는 모든 지식인들이, 타인들이 인정해주고 그들에게서 지혜의 말을 구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을 지식인으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자기가 탁월하다고 증명하는 시험을 치를 필요도 없고, 자격증을 발급하는 공인된 위원회도 없다. 미용사 자격을 따는 것보다 지식인으로 칭송받는 것이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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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그랬듯 렌슨도 대체로 영적이거나 목적론적, 종말론적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현실적인 성격이었다. 그런 거창한 문제들은, 파이를 베어 물었는데 정확히 뭔지 알 수는 없으나 예상했던 그 파이 맛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서 음식이라기보다 입안에 있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지 알 수 없는 어떤 물질과 비슷했다. 예의 때문에 뱉을 수가 없어서 그냥 삼키고 나머지 파이는 냅킨에 싸 버린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마해야 하는, 그런 입 밖에 낼 수 없는 불편함을 안겨 주었다.

거짓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으면 사람들은 싫어한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일상은 아무 일 없이 계속된다. 결국 사람들은 거짓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이 경우처럼 종교적 관행의 기초로 성문화시켜 더욱 마음에 들도록 아름답게 갈고 닦는다.



이미 상호의존성단의 공식적인, 영적인 얼굴 노릇을 하고 있던 라헬라는 (정교하게 조율된) 박수 선거를 통해 첫 ‘황제(emperox)’로 선출되었다. 시장 조사 결과 거의 모든 소비자 집단에서 ‘황제(emperor)’의 대체어로 신선하고, 새롭고, 친근하다는 평을 받았기 때문에 최종 선정된 젠더 중립적인 칭호였다.

마르스는 진심으로 당황했지만 동료 학자들은 모든 새로운 발견을 자기 전공 분야에, 오로지 그 분야에만 관련시켜 해석하게 되어 있고 그렇게 작심한다던, 대학 시절 학과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손에 망치를 쥐고 있으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이는 법이야." 학과장은 말했다. 표현 자체가 새롭지는 않았지만, 이 현상은 마르스에게 새로웠다. 작은 한 가지를 알면 그 지식이 다른 모든 문제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실제 그 ‘다른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의 정보를 배제하거나 무시하기까지 하는 과학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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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웨스트사이드 출신의 그 두 청년을 죽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었다.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검찰이 우드슨을 제대로 기소했는지 시험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경찰도 거짓말을 하고, 변호사도 거짓말을 하고, 증인도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도 거짓말을 한다.
재판은 거짓말 경연장이다. 법정 안의 모든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판사도 알고, 심지어 배심원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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