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영 케어러’와 방문진료 의사로 활동하는 저자 2명이 우리 사회의 돌봄 현실과 인식,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대담한 내용이 담긴 책이다. 개인적으로 편집자님의 역할이 돋보인다고 생각했다. 돌봄이라는 주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의 눈높이를 고려하면서 적절히 반론을 제기해 두 저자에게서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려고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논의의 폭이 굉장히 넓었다. 사실 막연히 돌봄받는 자와 돌봄하는 자 사이의 이야기로만 한정해서 생각했는데, 그 둘 사이의 여러 이해 관계자들 간 관계뿐만 아니라 돌봄에 대한 사회 인식과 그 원인, 제도적 한계 등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비롯해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청년·노동 문제 등 폭넓게 이어지는 논의를 통해 우리가 평소 돌봄의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도 실은 돌봄 문제와 유사한 맥락으로 연결지어 이해해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짐작해볼 수 있게 해준 전개였다고 생각한다.


한편, 거시적인 제도에 초점을 맞출 때 발생할 수 있는 한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돌봄을 수치로만 환산하려는 시도나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이루어지는 제도화는 설익은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각 개인의 필요나 특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은 시설의 문제와도 연관된다고 생각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도에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스웨덴의 경우 돌봄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자신을 소비자로서 인식하기 때문에 돌봄 노동자를 감시하려고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막연히 북유럽 국가는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으니까 돌봄 문제와 관련해서도 본보기가 될 만한 부분이 더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들 나름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도 ‘소비자 정체성’으로 돌봄 서비스를 대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 간 관계, 나아가 공동체의 관계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공부하는 일- 인문잡지 한편이 만난 저자와 편집자 6인이 연구하고 글 쓰는 방법
김선기 외 지음 / 민음사 / 2023년 2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4년 01월 10일에 저장

미치지 않고서야- 일본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
미노와 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2024년 01월 10일에 저장
절판
격자시공 : 편않, 4년의 기록- 출판공동체 편않 인터뷰집
출판공동체 편않 지음 / 편않 / 2021년 10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4년 01월 10일에 저장

출판, 노동, 목소리-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11인의 출판노동 이야기
고아영 외 10인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15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4년 01월 10일에 저장



3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각본>한국의 가족 제도가지고 있는 암묵적인 규칙, 짜여진 각본 같은 요소들을 제시하며 우리 사회가 앞으로 논의해야 할 지점을 짚어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왜 며느리는 꼭 여자여야 하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가같은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보수적인 가족 제도갇혀 있는지 제시한다.


시기적절하게 나온 책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인구, 가족 문제연관지어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인구 절벽을 넘어 국가 소멸까지 거론되는 요즘이다. 2000년대 이후 출생자가 부모 세대 출생자의 반토막이 났다며, 절반 세대라는 말도 등장했다. 노인은 많아지고, 일할 사람어진단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정상 가족의 질서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양한 관계와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된 생활동반자법두고, 반대자들은 법안 찬성자들이 성혼 합법화라는 진의를 숨기고 있다고 말한다. 생활동반자법이 곧 동성혼 합법화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동성 결혼은 왜 문제가 될? 사람들은 왜 동성 결혼을 반대하며 며느리가 , 사위가 여자면 안 된다는 이유를 내세우는 걸?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며느리의 역할에 주목해 성별에 따라 짜여진 작동하는 가족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한다. 역사적으로 가족 제도가 남성을 중심으로 형성돼 온 방식, 한국 여성에게 특히 기대되는 역할 가족 내 지위의 모순을 짚으며,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과 크게 어긋나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며느리는 돌봄과 가계 관리 등 집안의 중차대한 일을 맡으면서도 남성에게 종속된 위치였다. 성별에 따라 지위에 차이두는 것은 불평등으로, 사회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사고 방식이라는 것이 자명하기에 저자는 여성이 꼭 느리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성별에 따역할 구분이 여전히 공고하게 남아 있는 우리 사회의 가족 제도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제본에서 읽지 못한 4장부터의 내용도 기대된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 제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가족 내 성역할 분업이나 최근 문제가 되는 출생률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