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606호 : 2024.04.20 - #책방, 관계 비즈니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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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동네책방이 형성된 과정과 최근 현황,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제목《책방, 관계 비즈니스》에도 드러나듯 동네책방 운영을 위해서는 책방을 방문하는 손님들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 핵심적임을 알 수 있었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독자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는 일은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그 고민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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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의 미덕은 더 빨리, 더 싸게, 더 재미있고 더 대중적인 책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도리어 오래전에 존재했던 개인책방과 비슷해져야 한다. ··· p.31

특히 첫 번째로 실린 글 <동네책방의 오래된 미래>에서 위 문장을 읽고 그동안 간과했던 부분을 지적받은 기분이 들어서 깜짝 놀랐다. 필자에 따르면 동네책방은 온라인 서점이나 전자책, 더 나아가서는 OTT 플랫폼과는 다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과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책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확장해가는 OTT 플랫폼의 콘텐츠나 웹툰, 기타 무료 콘텐츠 등과 경쟁하고 있으니 막연히 책방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동네책방은 책방만의 미덕을 파악하고 그 매력을 강점으로 살려야 한다. 필자가 주목한 동네책방의 본질은 지역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이다. 책방과 손님 사이, 손님과 다른 손님 사이의 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 동네책방만의 매력이라는 것인데, 필자의 말처럼 자본주의적 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동네책방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는 어쩌면 책방을 찾는 동기가 될지도 모른다. 다만 <책방의 중력>에서도 언급되었듯 팬데믹 이후 개인주의적 관계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책방 내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 자체를 낯설게 여길 위험이 있다. 동네책방만의 매력인 ‘관계 형성’을 최근 현실에 맞게 응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라는 명제 안에 끊임없이 수상하고 멋진 일들이 얽히고설켜 자꾸만 ‘서점이 아니게 되기’를. 공간 아닌 공간, 서점 아닌 서점, 우리 아닌 우리를 위해 오늘도 이서점의 문을 연다. ··· p.49

이어지는 글 세 꼭지에서는 실제로 동네책방을 이끄는 책방지기들이 각자의 책방을 소개하는데, 세 서점 모두 손님과의 관계를 만든다는 하나의 맥락을 공유하지만 각자 관계 맺기의 방식이 모두 달라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서점 리스본은 신인 작가와 독자의 관계 형성을 위한 북토크를 기획했고, 책방카페 바이허니는 지역에서 독서모임과 각종 강좌를 열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책방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아서 더 눈길이 갔는데, 서점이라는 업종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일을 벌이겠다는 의미가 포함됐다는 소개가 매력적이었다. 줄여서 ‘이서점’으로 불리는 이 책방은 책과 기획, 손님들에게 상호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서점’이 아니라 ‘의존서점’이라는 소개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사실 나에게 ‘서점’은 동네책방의 모습보다는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서점 등 책을 사고 파는 행위가 주를 이루는 공간이란 인상이 강하다. 앞선 세 책방의 이야기처럼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공간을 넘어 독자가 다른 독자나 작가, 책방지기 등과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동네책방이라면 기존 서점과는 차별화된 효용을 주는 곳으로서 포지셔닝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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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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