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의 이별 선물 - 아이에게 죽음의 의미를 따뜻하게 전하는 그림책 I LOVE 그림책
수잔 발리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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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끼는 사람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시간은 가슴이 뛰는 행복이고,
예상했든 예상치 못했든, 비밀스런 포장으로 둘러싸인 선물을 대하는 순간은 
그 포장 안에 다른 세계가 들어 있기라도 한 듯 가슴 설렘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이별 선물......
우린 함께 있을 사람에겐 선물을 곧잘 챙기지만,
헤어지는 순간은 그 사람에게 선물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아니, 그보단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은 늘 갑작스런 슬픔이기 때문이겠죠.

<오소리의 이별 선물>의 표지에서 수품 앞에 앉은 오소리는  두더지에게 종이 사슬을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두더지 뒤엔 개구리, 여우, 토끼 등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동물들이 보이지도 않는 저 멀리까지 줄지어 서 있어요.
처음엔 오소리가 어딘가로 떠나기 전에 이 모든 친구들에게 무언가 준비한 선물을 주고 있는 거라 생각했었죠.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들여다보기 전까지 말이에요.

누구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도와 주었기에 모두의 의지가 되었던 오소리.
늙어서 죽음을 생각하며 오소리는 친구들이 슬퍼할 것만을 걱정하죠.
두더지와 개구리가 언덕을 뛰는 것을 바라보며 함께 달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오소리는 긴 터널을 자유롭게 달리는 멋진 꿈을 꾸어요.
그리고, 그렇게 친구들 곁을 떠납니다.
겨울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오소리의 죽음은 친구들에게 깊은 슬픔을 남겼어요.
어느덧 봄이 찾아오고, 함께 모여 오소리에 대해 이야기하던 친구들은
각자 오소리가 가르쳐 주어 자신의 특기가 된 일들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어요.
오소리가 남긴 특별한 기억들이 슬픔을 녹게 해 주었죠.

이제 다시 표지를 들여다 보니, 끝없이 친구들을 향해 열려 있는 오소리의 삶이 보이네요.
언제든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주고, 힘든 시작을 도와 주었던 오소리는
그렇기에 그 모두와 추억을 함께 했던 거죠.
그리고 추억이 살아 있는 한, 오소리도 친구들의 삶 속에 살아 있을 거예요.

아이에게 죽음을 설명해 주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어요.
어쩌면 굳이 죽음을 따로 설명해 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이에요.
그저 이렇게 이야기해 주면 되지 않을까요?
"죽음이란 건 그저 삶의 한 부분일 뿐이란다. 성실하고 상냥하게 사랑을 나눠주며 살아가면 되는 거야. "
그리고, 저 역시 아이에게 그런 삶으로 남아야겠죠.

오소리의 감동적인 삶과 죽음이
사랑과 행복의 기억으로 사람들의 일부가 되는 삶을 꿈꾸게 하네요.

제 삷과 죽음을 성찰해 보게 만드는 동화입니다.
두더지와 같은 맘으로 오소리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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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빨간 날 - 달력나라 서바이벌
주경희 지음, 김옥희 그림 / 세상모든책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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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날을 좋아하는 건 아이들보다 어쩌면 어른들이 더하지 않을까 싶어요~

1년이 시작될 즈음 새 달력이 들어오면, 12장을 차례로 넘겨가며 빨간 날이 며칠인지 세어보는 건 누구나 똑같지 않을까 싶네요.

요 몇 년 새 휴일이 너무 적어졌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어깨가 축 처지기도 했었죠.

<오늘은 빨간 날>의 부제인 '달력나라 서바이벌'은 호기심을 자아내요.

무슨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것일까?

 

365일, 1년을 이루는 하루하루의 날들이 백성들이 되는 나라가 바로 달력나라죠.

모두가 평등했던 달력나라에 계급을 만든 건 바로 사람들이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순으로 빨간 날, 파란 날, 까만 날로 세 계급이 나뉘어졌고, 그 색깔의 옷들을 입고 지냈죠.

하지만, 해마다 서로 옷을 바꿔 입었기에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살았어요.

특수 계층인 '공휴일'만 빼고 말이지요.

달력나라의 귀족인 공휴일들은 늘 빨간 옷을 입었죠.

하지만, 사람들은 공휴일을 그냥 '노는 날'로만 여겼고,

달력나라 국회의장은 공휴일로 살아남고 싶은 공휴일들과, 앞으로 빨간 옷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까만 날들에게

서바이벌 게임을 제안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서바이벌에 나선 건 설날과 삼일절, 식목일, 석가탄신일 등 날짜순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빨간 날들과

예전엔 빨간 날이었지만, 지금은 까만 날이 된 날들이죠.

쉬운 책이고 단순한 구성이지만, 공휴일들의 의미와 제정 이유를 통해 역사와 자긍심을 심어주는 책입니다.

저 역시 모르고 있었던 것들을 많이 깨달았구요.

책장들을 넘기고, 새로운 공휴일들을 만날 때마다 괜시리 마음이 즐거워졌습니다.

우리가 달력에서 빨간 날들을 발견할 때처럼 말이죠.

나를 이루고 있는 역사를 새로이 발견하게 해 주는 책이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책을 덮으며, 하나의 의문이 생겼습니다.

공휴일들이 귀족이라면 달력나라의 왕은 누구일까요?

잠깐 생각해 보았더니 알겠더군요.

그건 바로 '오늘'입니다.

아마, 맞을 것 같죠?

그 어떤 날도 '오늘'만큼 강하고 중요할 순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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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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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는 나에게 처음 눈물로 기억되었던 작가였다.

'칼에 지다'가 너무나 가슴 깊이 그어대는 슬픔을 남겼기에

나는 그의 다음 작품들에서 놀라고 말았다.

밝고 따뜻하고......

이제 나는 '아사다 지로'라는 이름만 보이면 냉큼 서가에서 집어드는

지로 아저씨의 왕팬이다.

아직도 이름이 외워지지 않는 '쓰바키야마 과장'의 사후 7일간을 그린 이 소설 또한 그렇게 길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동창처럼 반색을 하며 들고 왔다.

 

깜짝 놀랐다.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죽어버리다니..

어이없이...

그리고 시작된 사후의 세계 또한 너무나 의외의 모습이다.

이 세상에서와 저 세상에서나 똑같은 공무원들의 행태(습성?)들이라니...

생전의 자신의 죄에 대한 강습을 듣고

'반성'이라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극락왕생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입사할 때의 면접시험 같은 분위기로 재심사를 치르는 하늘나라의 공무원들.

주인공은 자신이 18년간 친구로 지내온 도모코가 사실은 자신을 사랑했으며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것 때문에 '음행'의 죄를 낙인찍히자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를 확인하기 위해 지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그에게 남겨진 시간은 죽음으로부터 7일간.

 

아사다 지로는 역시 '긍정'의 작가이다.

그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인간의 선에 대한 믿음은

독자들에게 따스함을 전해 주며, 꿈꾸게 한다.

우리가 가장 갈망하는 세상의 꿈...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믿고 사랑하는 옛 세상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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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를 찾아서 1 - S. 모건스턴의 진정한 사랑과 놀라운 모험에 관한 환상적인 이야기
윌리엄 골드만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세계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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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보았던 <프린세스 브라이드>

황당하면서도 낭만적인 이야기 진행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공주를 찾아서>란 책이 눈에 띄어 책장을 펼쳤다가

'버터컵 공주'라는 여주인공 이름에 그 옛날의 기억이 순식간에 되살아났다.

들뜬 마음으로 책을 빌려와 신나게 읽었다.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다.

책의 구성 또한 아주 독특하다.

다 읽고 나서 완전히 작가에게 농락(?)당한 배신감마저 느겼지만,

그럴 만큼 대단한 작가의 대단한 이야기이다.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소설이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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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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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4시까지 이 책을 읽었다.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고나 할까..

어떻게 이 책 속의 세상이 무너질지 그 불안함과

어떻게 구원받을 수나 있을지 그 실낱 같은 희망 때문에...

조금은 안도하고 책장을 덮고 누웠지만, 아침에 나를 깨운 건 악몽이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 책 속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눈먼 자들의 도시의 일인이 되는...

 

사실, 이 책을 서가에서 본 것은 정말 오래 전이다.

제목이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제목 자체가 깊고 복잡한 은유라고 생각했었다.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 또한 낯설었고 ..

왠지 푸코 스타일의 작품일 거란 생각에 그저 책 등만 구경한 게 몇 년이었다.

그런데, 진짜 제목 그대로 순수한 '눈먼 자들의 도시' 이야기일 줄이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눈이 먼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단순하고도 황당한 상상에서부터 시작한  이 이야기는

그 안의 오직 한 사람, 눈이 멀지 않은 한 여인을 통해

보지 못하는 자의 불안보다 보는 자의 고통이 훨씬 더 깊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국, 이 이야기는 삶과 인간, 영혼과 양심, 인간의 지식에 대한

거대한 은유가 된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히 알고 있는 세상 전체가

눈 감은 상태에선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버린다는 것..

그리고, 그 세상이 우리 자신의 영혼조차 그 바닥까지 뒤엎어 버린다는 것..

 

이야기가 끝날 때 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눈먼 자들이 사는 도시에 대한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사는 도시는 모두 '눈멀었다'는 현실의 이야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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