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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품절
100쇄 기념으로 출간된 <숨결이 바람 될 때>로 이 책에 주목하게 되었다. 전도유망한 의사 폴이 치료가 쉽지 않은 암 진단을 받고 유한한 삶을 앞둔 채 쓴 에세이라는 소개 글만으로도 예상되는 감정에 손에 잡을 결심을 쉽게 하지 못했지만 생과 사를 직접적으로 봐 온 그가 전해주는 생각과 삶의 용기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1부는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난 폴이 스탠퍼드 대학에서 작가를 꿈꾸며 학문을 더해 가던 중 인생의 의미 있는 직업에 대해 고민했고 삶의 생과 사를 다루는 의사를 그것도 많은 학문적 노력이 요구되는 신경외과를 선택한 이유를 들려준다. 의사로서의 소명을 가지고 엄청난 업무와 수련과정을 견뎌낸 일들, 자신이 만난 환자를 통해 배운 생과 사의 모습들이 들려진다.
2부는 최고의 의사로 인정받으며 마지막 레지던트 생활을 얼마 앞둔 그가 폐암을 진단받은 일, 치료가 시작되고 힘든 투병 과정 속에서도 레지던트 생활을 마무리한 열정의 이야기가 들려진다. 치료가 어떤 단계로 자신을 만들어 갔는지, 그리고 체외 수정으로 만난 딸 케이디에게 조금이나마 기억에 남고 싶은 간절한 아버지의 소망의 심정도 전해진다.
그러나 끝내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2년여의 투병을 끝낸 폴의 이야기는 그의 부인인 루시가 마무리한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힘든 투병 속에서도 이 책을 써내기 위해 어떤 모습으로 노력했는지에 대해...폴이 완성하지 못한 이야기지만 루시의 에필로그가 있어 더욱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병원 안에서 생활해 보면 밖에서는 알지 못할 생사를 넘나드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걸 직접 느끼게 된다. 매일 같이 지켜보는 의사로서 폴이 만난 수많은 경험 속에 자신을 대입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 역시 슬퍼했고 수용했으며 남은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쓰고 싶어 했다.
그가 소명을 다하는 훌륭한 의사였다는 것, 그럼에도 자신의 의술을 제대로 펼치기 전에 접어야 했다는 것, 자신의 소중한 분신인 딸 케이디를 만나고도 시간을 연장하지 못했다는 것이 독자로서 슬프게 다가온다. 마냥 슬프게만 남겨지는 책이기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만난 운명 앞에 어떤 판단과 행동으로 용기 낼 수 있었는지, 나는 나의 사람들에게 어떤 배려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