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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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6학년인 초등학생 '아쓰유키'가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남성 2인조에 납치되고 바로 범인의 몸값 요구가 이어진다. 경찰이 수사 방향을 지휘하며 긴장상태로 하루를 보낸 다음 날 4살 난 '나이토 료' 역시 사라지면서 전대미문의 아동 동시 유괴사건이 일어난다.


료의 엄마 '히토미'는 남편과 별거한 채 별다른 직업도 없이 료를 방치하듯 키웠다. 고교 시절부터 가출 등으로 식품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시게루'와 절연했지만 손자를 생각한 어머니는 도움을 주었다. 아이의 납치에 관심 없는 히토미를 대신해 1억 엔의 거액을 제시한 범인의 요구에 아버지 시게루가 몸값을 들고 나선다. 경찰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는 거짓을 고하지만 만약을 의심한 범인은 이런저런 지시로 시게루를 몰아가고 결국 경찰과의 합동작전은 실패한다. 그 이후 창고에서 아쓰유키는 무사히 발견되지만 료는 돌아오지 못한 채 사건은 종결되는데...그로부터 3년이 지나 7살이 된 나이트 료가 갑자기 조부모의 집으로 돌아온다.


30년의 시간이 지난 2001년 당시 유괴사건 담당 경찰이었던 '나카자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함께 수사를 도왔던 기자 '몬덴'이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긴 시간 이어온 나카자와의 인연과 함께 수사했던 사건을 떠올리며 추억하던 몬덴은 동료 경찰로부터 최근 잡지에 실린 기사에 대해 전해 듣는다. 30년 전 아동 유괴 사건의 희생자였던 나이트 료가 기사라기 슈라는 이름의 사실화 작가로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다는 기사였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는 몬덴은 자신의 마지막 취재를 결정하고 당시 사건 용의자로 지목받았던 인물의 형 역시 사실화 화가였던 것을 떠올리며 그 기억을 시작으로 조금씩 30년 전의 진실로 향해간다.


갑자기 나타난 료는 입을 열지 않고 조부모 역시 아무것도 전하지 않아 미스터리로 남겨진 시간. 유괴로 시작했던 사건에서 비어진 3년이라는 공백에 담긴 진실이 불안과 공포일지, 놀람과 반전일지, 쉽게 예상되지 않았다. 드러난 결말은 어린 료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았을, 소중하고 따뜻하게 남겨진, 존재의 모든 것을 전해준 3년이지 않았을까 싶다. 기자 출신의 작가는 몬덴을 앞세워 취재하듯 사건을 파헤치고 사실적으로 접근하며 감동의 결말에 이르게 하는데 읽는 내내 궁금함을 가지고 달려가게 한 <존재의 모든 것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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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패니시 러브 디셉션
엘레나 아르마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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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스페인을 떠나 뉴욕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카탈리나'는 언니 결혼식 때문에 고민이다. 언니와 결혼하는 남자가 6년 전 헤어진 전 남친 다니엘의 동생 곤잘로인것도 새로운 사랑을 찾은 다니엘이 애인을 데리고 신랑 들러리로 나선다는 것도 끔찍하지만 6년째 솔로로 지내는 카탈리나를 염려하는 가족들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으니 파트너로 데려가겠다는 거짓말을 해 버린 것이다. 한 달도 남지 않은 결혼식을 앞두고 절친인 동료 '로지'에게 고민을 털어놓던 중 우연히 이 얘기를 들은 '애런'은 자신이 파트너로 가주겠다고 제안한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애런이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그런 제안을 했는지 급하지만 결코 수락하지 않았던 카탈리나는 회사의 부당한 업무지시에 애런의 도움을 받으며 그를 다시 보게 된다. 애런 역시 카탈리나에게 자선경매 행사에 여자친구로 참석해달라는 부탁을 해오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가짜 연인이 돼주기로 한다. 그리고 결혼식 참석을 위해 스페인에 날아간 카탈리나와 애런은 가족들 앞에서 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그 사이 상대가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거짓과 진실의 경계가 애매해지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의 매력에 빠져든다.


스페인 출신의 작가가 쓴 연애소설이라는 점이 생소하고 궁금했다. #선공개후연애, #나쁜남자, #매력남, #계약연애... 익숙한 로맨스 소재가 가득하지만 언제나 반복되어도 찾게 되는 사랑 이야기였고 두꺼운 페이지임에도 빠른 전개에 쉽게 마지막까지 달려가게 한다. 영상화된다는데 재밌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이 절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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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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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쇄 기념으로 출간된 <숨결이 바람 될 때>로 이 책에 주목하게 되었다. 전도유망한 의사 폴이 치료가 쉽지 않은 암 진단을 받고 유한한 삶을 앞둔 채 쓴 에세이라는 소개 글만으로도 예상되는 감정에 손에 잡을 결심을 쉽게 하지 못했지만 생과 사를 직접적으로 봐 온 그가 전해주는 생각과 삶의 용기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1부는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난 폴이 스탠퍼드 대학에서 작가를 꿈꾸며 학문을 더해 가던 중 인생의 의미 있는 직업에 대해 고민했고 삶의 생과 사를 다루는 의사를 그것도 많은 학문적 노력이 요구되는 신경외과를 선택한 이유를 들려준다. 의사로서의 소명을 가지고 엄청난 업무와 수련과정을 견뎌낸 일들, 자신이 만난 환자를 통해 배운 생과 사의 모습들이 들려진다.


2부는 최고의 의사로 인정받으며 마지막 레지던트 생활을 얼마 앞둔 그가 폐암을 진단받은 일, 치료가 시작되고 힘든 투병 과정 속에서도 레지던트 생활을 마무리한 열정의 이야기가 들려진다. 치료가 어떤 단계로 자신을 만들어 갔는지, 그리고 체외 수정으로 만난 딸 케이디에게 조금이나마 기억에 남고 싶은 간절한 아버지의 소망의 심정도 전해진다.


그러나 끝내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2년여의 투병을 끝낸 폴의 이야기는 그의 부인인 루시가 마무리한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힘든 투병 속에서도 이 책을 써내기 위해 어떤 모습으로 노력했는지에 대해...폴이 완성하지 못한 이야기지만 루시의 에필로그가 있어 더욱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병원 안에서 생활해 보면 밖에서는 알지 못할 생사를 넘나드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걸 직접 느끼게 된다. 매일 같이 지켜보는 의사로서 폴이 만난 수많은 경험 속에 자신을 대입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 역시 슬퍼했고 수용했으며 남은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쓰고 싶어 했다.


그가 소명을 다하는 훌륭한 의사였다는 것, 그럼에도 자신의 의술을 제대로 펼치기 전에 접어야 했다는 것, 자신의 소중한 분신인 딸 케이디를 만나고도 시간을 연장하지 못했다는 것이 독자로서 슬프게 다가온다. 마냥 슬프게만 남겨지는 책이기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만난 운명 앞에 어떤 판단과 행동으로 용기 낼 수 있었는지, 나는 나의 사람들에게 어떤 배려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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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딥마인드 - 열심히 살아봤지만 허무함에 지친 당신을 위한
김미경 지음 / 어웨이크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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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유튜버, 작가, CEO...점점 활동반경을 넓혀가는 김미경 강사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계속 발전하는 자신을 만들어가는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코로나가 찾아오고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부여된 책임감은 위기감과 우울이 동반되고 삶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열심히 살아온 것 밖에 없는데 회사도 가족과의 관계도 어그러져 있는 상황에 번아웃이 찾아오고 멘탈이 무너져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을 때 스스로에게 물으며 내면에서 답을 찾았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들을 남들과 비교하며 좀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욕심낸다. 그런 욕심과 우월감이 동력이 되어 우리를 움직이게도 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고 발버둥 치는 동안 쌓인 마음의 공허함과 열등감이 찾아오는 부작용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때 내 마음 속에서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나를 존중하고 치유할 수 있는 내 마음 속에 숨은 엔진이 바로 '딥마인드'이다. 나를 칭찬해주고 긍정적으로 이끌어 주는 그 마음을 찾아내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실천을 해야하는지, 그래서 열심히 살기만 한 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들려준다.


자신과 주변을 넓고 깊게 자세히 살펴본다는 것, 인생을 의미있게 아끼며 살아가자는 메세지는 언제나 동일하게 느껴진다. 나는 어떤 것을 우선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위기 속에 나는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얘기하고 있는지 떠올려보게 해주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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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들
안도 요시아키 지음, 오정화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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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 '케이스케'를 데리고 아내 '유키에'와 사가미 호수에 놀러 간 '가즈오'는 갑자기 괴로운 표정과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나 저기에서 살해당했어.'라는 케이스케의 말에 당황한다. 얼마 전 목욕 중 목에 생겨난 줄무늬 뱀 모양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도 이상하던 터라 주치의와 상담하며 최면술사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최면치료 중 자신의 이름은 '오이카와'이며 목을 졸려 살해당했다는 케이스케의 충격적인 기억을 듣게 된 가즈오는 '사가미 호수'와 관련된 사건을 검색하던 중 33년 전 3월 7일 사가미 호수에서 목에 졸려 살해된 '오이카와 에이치' 기사를 발견한다. 오이카와의 사진을 본 가즈오는 얼마 전 꿈에서 자신이 죽인 남자의 얼굴임을 알고 기겁한다.


믿기 힘든 진실을 조사하던 가즈오는 병원에 들러 케이스케에 대해 상담받고 오던 중 갑작스럽게 33년 전 3월 3일의 과거로 돌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가즈오는 이곳이 과거라면 '오이카와'를 찾아가겠다고 결심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그를 만나 이내 그의 직물공장에 취업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어머니인 젊은 후미오와 삼촌 센다마저 만나게 된다. 사건이 일어나는 3월 7일 가즈오는 그날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으려고 하는데...


같은 시간대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동안 가즈오는 일어날 사건을 막으면서 바뀐 현재를 감내하기도 하고 과거 사람들 간의 정황을 파악해 수습해 보려 하지만 뭔가 부족한 결말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기회에 도달했을 때 그는 자신이 과거로 돌아간 연유와 전생의 진실을 알게 된다.


아들의 전생인 오이카와를 살려내면 현재의 아들 케이스케를 만날 수 없고 온정을 베풀어 준 오이카와의 운명을 알면서도 저버리는 건 마음이 아프다. 딜레마에 빠진 가즈오가 택한 선택은... 어느 선택이어도 가즈오의 마음이은 무거웠을 것 같다. 독특한 형식의 타임슬립을 소재로 풀어낸 미스터리.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여러 상을 받으며 주목받는 작가라고 하는데 그의 차기작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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