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의 로그인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명문고, 명문대에 진학하며 집안의 기대주였던 '천신한'은 20살에 교통사고를 겪은 후 생긴 특별한 능력 때문에 인생이 크게 달라진다. 사고 이후 죽음을 앞둔 사람을 감싸고 있는 '검은 안개'가 보이는 천신한은 자신의 상사에게서 검은 안개를 보지만 살릴 기회를 놓치고 그 죄책감과 우울함에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방안에 숨어 버린다.
가족들의 한숨을 자아내는 존재로 전략한 천신한은 자살할 생각으로 공원에 나갔다 만난 노숙인 아저씨로 인해 다시 살 다짐을 하고 자신이 잘하는 게임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계획한다. 다시 게임을 몰두하던 어느 날 온라인상에서 함께 플레이하며 고민을 주고받았던 닉네임 '시리'가 천신한에게 만남을 간곡히 부탁한다. 좋아하던 여자친구라 거절할 수 없었던 그는 현실에서 시리를 만나는데... 그녀를 감싸고 있는 검은 안개를 발견하고 놀란다.
천신한은 시리를 살리기 위해 방 안에서 나와 자신의 비밀을 잘 알고 있는 친구 '허칭옌', 시리의 친구 '양양', 양양의 외삼촌 '왕전샹' 등과 함께 시리 주변의 위험을 찾아내려한다. 인터넷상에서 만났다는 남자친구의 존재를 파고 든 천신한은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되는 '그'를 만나고 시리가 어떤 위험 앞에 던져졌는지 알게 된다.
주인공 천신한이 가진 죽음을 보는 능력은 온라인으로 소통하던 시리가 위험에 빠졌음을 알게 해주는 장치가 되었고 고립의 경험을 가졌던 그였기에 시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방 안에서 나온 천신한의 추적을 따라가다 보면 무분별하게 숨어 있는 온라인상의 위험,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늪처럼 계속되는 가스라이팅 속에 숨은 검은 세력의 존재를 찾아내게 한다. 대만판 N번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죽음의 로그인>.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N번방 사건에 이어 얼마 전 또다시 일어난 성 착취 사건의 취재를 보면서 구석에 몰린 피해자들의 절망과 극악한 수법에 충격받은 기억을 떠올랐다. 어쩌면 현실은 소설보다 더할지도 모르겠다. 전작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로 만난 우샤오러 작가의 사회를 보는 시선이 좋아 만나게 된 이번 작품 역시 사회문제를 고찰하는 작가의 진지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