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턴 숲의 은둔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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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10월. 스티븐 왕의 편에 서서 전투를 벌이던 '루델' 이 부상을 입고 생사를 오가다 결국 사망한다. 그리하여 수도원에 맡겨져 교육을 받고 있는 그의 10살 난 아들 '리처드'가 어린 나이에 영주가 될 예정이지만 생전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수도원에서 지내길 바랐던 루델의 뜻과 손주가 큰 영지를 소유하고 있는 이웃집의 나이 많은 무남독녀 외동딸과 결혼하길 바라는 할머니의 생각이 부딪힌다.


리처드를 보호하려는 수도원장과 할머니의 기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에이턴 숲에 나타난 성인 '커스러드'는 할머니의 뜻을 수도원에 관철시키고자 한다. 리처드는 커스러드의 곁을 지키는 하인 '히아신스'와 우연히 만나 대화를 하며 호감을 느끼고 그와 친구가 된다.


한편 주인을 때리고 도망친 농노를 근처에서 봤다고 찾아 나선 다른 지역의 영주 '드로고'가 수도원에 나타난다. 그가 찾는 농노의 인상착의는 마치 '히아신스'였기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리처드는 몰래 수도원을 빠져나와 히아신스에게 위험을 피하라고 전한다. 얼마 뒤 에이턴 숲으로 향했던 '드로고'가 단검에 찔린 시신으로 발견되고 수도원으로 돌아오던 리처드마저 실종되고 마는데...


에이턴 숲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사연이 엮여 커다란 사건이 만들어진다. 중세 시대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재산 증식을 위해 정략결혼을 시키려는 집안의 풍경이나 단지 종교적인 장소에만 머무르지 않고 치료와 교육의 장소로도 활용되는 수도원의 역할이 인상 깊다. 길 잃은 한 마리 어린 양을 인도해 준 캐드펠과 함께 어리지만 영특한 리처드의 활약과 위험을 무릅쓰고 서로를 위해 나섰던 리처드와 히아신스의 우정이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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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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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대학 문학부 동기인 두 작가가 한 명은 집필 담당, 한 명은 플롯 담당을 하여 만들어 낸 콤비 작가 유닛 '후루타 덴'. 특이한 작가 이력이 기억에 남았고 앞서 만난 <거짓의 봄>도 좋았기에 후루타 덴의 신작 <사건은 끝났다>이 기대되었다. 일부러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지 않고 펼친 앞 몇 페이지에서 벌써 사건은 끝나 버린다.


그 사건은 12월 20일 저녁 7시 21분 도에이 지하철 S선 열차의 한가운데인 다섯 번째 칸에서 일어난다. 패딩 입은 청년이 배낭에서 칼을 꺼내기 전까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몸을 싣고 달리던 전철 안은 평온했다. 찰나의 순간이 지옥 같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다시 일상의 모습을 되돌리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지하철 S선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라 불리며 사건은 끝나지만 결코 끝나지 않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은 단편 형식으로 그 다섯 번째 칸에서 일어난 사건을 직접 겪은 뒤 혼돈 속에 남겨진 사람들의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에 대해, 이제는 말할 수 없는 피해자를 홀로 남겨두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그에 대해 들려준다. 제대로 일상을 살아가지 못하는 각자의 이야기가 들려지는 동안 얼마나 힘들지 공감하게 했고 마지막 멈춰버린 사연에는 울컥한 감동도 남겨졌다.


뉴스에서 일본 사회에서 일어났던 묻지 마 범죄를 본 것을 기억하는데 어느새 한국 사회에서도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사건이 되었다. 그 묻지 마 사건이 분위기를 타며 동일 사건이 여기저기 반복되던 때 내가 사는 평온하고 조용한 도시에서 크게 일어났다. 내가 아는 장소여서 충격적이었고 이후 그곳을 지날 때면 그날의 모습이 상상되어서 또 누군가 모방 범죄를 일으키지 않을까 긴장했다. 내가 그 정도인데 그날의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쉽게 잊고 회복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그 날의 피해자 가족들은 어떻게 큰 슬픔을 견뎌내고 있을지...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더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야쿠마루 가쿠의 <죄의 경계>도 떠올리게 했던 <사건은 끝났다> 제목 뒤로 그러나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끝나지 못한다가 이어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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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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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년 8월 말. 램지 수도원의 재건을 위해 베네딕토회에 도움을 요청해오고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 렘지 수도원의 '헤를루인 부원장'과 견습 수사 '투틸로'가 도착한다.


헤를루인 부원장은 근처에 있는 형제들을 만나 기부금이나 복구 작업을 위한 기술 등의 자비를 받기 위해 방문할 계획을 밝히고 캐드펠과 함께 견습 수사로 있다 세속으로 돌아온 '설리엔'의 집을 방문한다. 불치병으로 육신의 고통을 받고 있는 설리엔의 어머니 '도나타'는 투틸로가 가진 음악적 재능으로 잠시나마 고통을 잊는 감동을 받고 설리엔을 수도원으로 다시 보내달라는 청은 거절하는 대신 목재를 공급하겠다는 뜻을 전한다. 기부금을 두둑이 챙긴 후 헤를루인과 투틸로는 렘지 수도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다.


때마침 홍수가 찾아와 강물이 범람해 혼란스러웠던 슈루즈베리 수도원은 물이 빠져나가고 진흙과 덤불로 지저분해진 수도원을 청소하며 성스러운 물건들과 함께 보관해두었던 성 위니프리드 성녀님의 관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은으로 된 성녀님의 성골함이 사라지고 대신한 나무토막이 들어 있었다.


램지로 보내는 물자를 실어 보내던 마차에 기다란 관 같은 짐을 싣던 수사의 모습을 기억하는 목격자 청년이 나타나고 수도원에 와서 그 수사를 지목해 주기로 한다. 그러나 수도원으로 향하던 길 청년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고 고백과 정황을 통해 범인으로 의심받은 투틸로가 감옥에 갇히는데...


성녀님과 함께 하고픈 마음에 도둑이 되기도 하고 지키기 위해 뜻하지 않은 죄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성 위니프리드 성녀님을 향한 성스러운 순종과 믿음을 앞세운 종교인의 모습이 돋보였다. 세속을 겪어내고 수사가 된 캐드펠이나 수사를 꿈꿨으나 맞지 않아서 세속으로 돌아간 견습 수사들을 보며 성직자로 뜻을 세우고 지켜가는 의미에 대해서도 떠올려본다. 경험에서 묻어나는 연륜과 한눈에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진 캐드펠 수사는 이번에도 자신의 종교적 신념은 지키며 융통성 있는 판단을 보여주고 어느새 캐드펠을 닮아가는 듯한 행정 장관 휴 베링어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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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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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해 주신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1142년 봄. 성 위니프리드 축일을 앞두고 분주한 수도원에 전투에서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주디스'가 캐드펠을 찾아온다. 시내에서 가장 큰 직물 상회의 유일한 상속인이자 아름다운 주디스에게 많은 남자들의 구애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지우지 못한 그녀는 수녀가 되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소명의식 없이 외부와 차단해버리길 바라지 않는 캐드펠은 진실하고 정직한 조언과 함께 얼마 뒤 방문하는 수녀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한다.


남편을 잃은 뒤 자신의 집을 수도원에 기증한 주디스는 매년 성 위니프리드 축일에 집 안 장미나무에서 백장미 한 송이를 받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렇게 3년 동안 주디스에게 꽃을 전해주었던 젊은 수사 '엘루릭'이 주디스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음을 고해성사하며 임무에서 물러나고 주디스가 기증한 집에 임대해 살고 있는 '닐'이 그 일을 대신하기로 한다. 여동생에게 맡긴 딸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닐은 장미나무가 손상된 채 장미나무 아래에서 숨져 있는 엘루릭 수사를 발견한다.


캐드펠은 범행 현장에 남겨진 발자국을 근거로 타살임을 확신하고 행정장관 휴 베링어와 함께 범인을 유추한다. 자신의 감성적인 계약으로 인해 젊은 수사가 목숨을 잃은 것을 슬퍼하던 주디스는 계약 파기를 위해 수도원으로 향하던 중 사라지고 연이어 강가에서 또 한 사람의 시신이 발견되는데...


캐드펠 시리즈에서 강인한 여성을 자주 보지만 남성 중심인 중세 시대에서 상속권을 가진 부유한 여성이 등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재산을 탐한 수많은 남자들이 협박 또는 회유로 주디스 곁을 맴돌고 그래서 사건과 배신이 일어나는 건 어느 시대나 동일한 것 같다. 장미 한 송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장미 한 송이로 마무리되는데 비록 장미나무는 사라졌지만 계속 자라날 장미꽃을 얻은 주디스가 행복하길...


1~6권까지 읽으며 다음 시리즈도 차례로 읽을 생각이었으나 13권을 먼저 읽게 되었다. 차례로 읽으면 수도원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겠으나 캐드펠 시리즈는 어느 편을 읽어도 무리 없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번 역시 기발한 소재로 흥미롭게 따라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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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의 사라진 작품들 - 팔리거나 도난당하거나 파괴된 그래피티 51
윌 엘즈워스-존스 지음,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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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철문, 도로, 벽, 승용차, 극장, 지하철 심지어 양, 소, 돼지, 코끼리를 캔버스 삼아 그려진 뱅크시의 많은 그림들이 아쉽게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탈리아어로 낙서를 뜻하는 '그라피티'라는 찰나를 보여주는 예술형식에 따른 이유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의 작품을 가지기 위해, 누군가는 그의 작품을 없애기 위한 결과였다. <선데이 타임스> 뉴욕 특파원이자 수석기자 출신의 저자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배경과 함께 뱅크시의 작품들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사연들을 소개해 준다.


뱅크시의 유명세로 수백만 달러에 팔리는 그의 작품이 온전히 남아있을 수 있을까? 그리하여 그의 작품이 그려진 벽이 떼어지는 사태가 일어나지만 뱅크시의 공식 회사인 '페스트 컨트롤'은 떼어 낸 작품에 진품 인증서를 발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뱅크시가 선택한 방법이 올바르다고 생각되며 그대로 보존되는게 가장 좋겠지만 팬으로서 진품 여부를 떠나 훼손되지 않고 남아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이 사라지는 또 다른 이유는 그라피티 예술가 사이에서 질투의 대상이 되어버린 까닭에 일부러 뱅크시의 그림을 찾아다니며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밖에 누군가의 실수로, 자연현상으로 등등 사라진 그림들. 스프레이로 그려진 그의 그림이 남아있는 평균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자신을 숨기는 예술가 뱅크시가 누구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가 세상에 예술로서 던지는 메시지를 존중하며 남겨질 다음 작품이 궁금해질 뿐이다. 그라피티 자체가 불법 행위로 간주 받고 스프레이로 순식간에 그려지는 작품이 유화 작품과는 구분되지만 이 시대에 분명한 영향력을 가진 뱅크시가 후대에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인정받을지 역시 궁금하다. 애정과 미움을 동시에 받고 있는 뱅크시의 입장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아쉽게 사라진 그의 작품들에 대한 비하인드를 알게 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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