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O
매슈 블레이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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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정치인의 딸이자 잡지 <엘리멘터리>의 창간자인 25세의 '안나 오길비'는 가족, 친구와 함께 농장으로 휴가를 떠난다. 새벽녘 안나는 자신의 지문이 남겨진 칼과 핏자국이 가득한 옷 상태로 잠든 채 발견되고 이웃 오두막에서는 안나의 친구 '더글러스'와 '인디라'가 수십 군데 찔린 자상으로 숨져 있는 모습이 발견된다. 잠들기 전 자신의 범행을 고백하는 메시지를 보낸 안나. 용의자인 안나를 깨우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아무런 반응 없는 그녀는 '체념 증후군'이라는 진단과 함께 병원에 이송된다.


그리고 4년 후...

애비클리닉에서 일하는 법심리학자 '벤'은 휴가 중 상사이자 최고의 수면 전문가로 불리는 '블룸 교수'의 호출을 받아 급하게 회사로 돌아오고 기다리고 있던 법무부 직원과 비밀스러운 만남을 갖는다. 벤이 발표한 논문 속 이론에 주목한 법무부의 요구는 그 이론에 맞춰 '안나O'를 깨워달라는 것. 그렇게 잠든 살인 용의자 안나는 그녀를 담당했던 간호사 '해리엇'과 함께 애비클리닉에 비밀스럽게 이동해온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담당 경찰은 안나의 사건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왔던 밴의 이혼한 전처 '클래라'가 맡는다.


벤은 엄마 '에밀리'의 증언으로 안나에게 심각한 몽유병이 있었다는 사실과 잠들어 있던 안나가 유일하게 반응을 보였던 자극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남겨준 자료를 통해 20년 전 블룸 박사가 맡았던 환자X 사건에도 주목한다. 한편 당시 범행 현장에 있었던 보건안전 컨설턴트인 '롤라'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건에 대해 블로그에 정보를 올리고 롤라가 오두막에서 들고나왔다는 '안나의 수첩' 내용이 조금씩 들려진다.


그날 밤 오두막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안나는 정말 살인자인가 아니면 누명을 쓴 피해자인가? 안나는 결국 눈을 뜨고 진실을 들려줄 것인가? 20년 전 같은 날 있었던 환자 X의 정체는 누구인가? 여러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한 소설은 조금씩 그 질문에 답을 보여주며 이끌어가고 진실이 납득될 때쯤 생각지 못한 반전의 반전이 보여준 의외성에 놀라게 한다.


쳬념 증후군이라는 설정이 생소해 찾아보니 실제 스웨덴으로 망명 온 난민 가정의 어린이들 중 169명이 잠자리에 든 후 몇 달, 몇 년간 깨어나지 않는 사례가 보고되었고 그들이 겪은 정신적, 심리적 요인에 따른 이 증상은 '체념 증후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설정에 인간의 복잡한 여러 심리적인 갈등이 부딪히고 해결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던 <안나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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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닿는 거리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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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귀었던 남자친구 '준'의 아이를 가진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준은 도망쳤고 '미유'는 충격을 받는다. 어렵게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화가 난 부모님은 병원에 데려갔지만 이미 중절수술의 시기는 지나버렸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이를 낳아 입양 보내자는 부모님의 의견에 오기로 혼자 낳아 기를 거라며 집을 나왔지만 정작 갈 곳은 없다. 이곳저곳 떠돌다 순진하게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곳을 따라갔지만 유흥업소였고 도망친 미유는 사방이 막혀 암울한 기분으로 어느 건물 옥상에 올라선다.


뛰어내리려는 그때 갑자기 나타난 어린 자매와 여성으로 인해 실행을 멈춘 미유는 지난번 유흥업소에서 다정한 조언을 해주던 그녀 '지사'를 다시 만난다. 갈 곳 없이 밤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나 방치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해 주는 일을 한다는 지사는 자신의 집으로 미유를 데려오고 출산 때까지 일하며 머물 곳이 필요한 미유를 위해 지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 '그린 게이블스'를 소개해 준다.


빨강 머리 앤에서 따온 '그린 게이블스'는 '매튜와 마릴라'처럼 남매 지간인 '이카와'와 '가나토'가 운영 중으로 다리가 불편하고 치매 증세가 살짝 있는 연로하신 어머니 '루이코'와 남매가 돌보고 있는 위탁 아동 '히사토'와 '다이치', 부모를 알지 못해 양자로 입양한 '미쿠'가 살고 있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 부조화스러운 가족이지만 임신한 10대 여자아이를 선뜻 받아줄 만큼 따뜻하고 웃음 넘치는 그곳에서 꿈틀 대는 여자아이를 뱃속에 품은 미유의 생활이 시작된다.


지체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모진 경험을 한 지사, 수많은 여성들과 스치는 만남을 가지는 아버지를 따라 떠돌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카와, 유명 디자이너의 딸로 컸지만 아버지의 존재를 기억할 수 없었던 가나토... 어리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없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울타리 없이 혼자 짊어진 짐의 무게가 무거웠을 사연들이 들려진다.


감당할 수 없어 보이던 그때 손 내밀어 준 인연들은 가족보다 더 끈끈했고 따뜻했으며 그 관계는 감동적이었다. 그 사연 속에서 진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 다양한 형태를 가진 가족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아동학대, 복지 밖의 아동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전망탑의 라푼젤>에 이어 두번째로 만난 우사미 마코토의 작품은 던져 준 메시지를 통해 큰 울림과 함께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시선을 이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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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의 사랑법
테일러 젠킨스 리드 지음, 이경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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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8월 27일 토요일 아침 7시경 말리부 해안 절벽에 위치한 '니나 리바'의 저택이 불길에 휩싸인다. 소설은 불이 나기 하루 전 오전 7시부터 한 시간씩 흘러가며 현재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1956년부터 구성된 리바 가족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들려진다.


'니나, 제이, 허드, 키트'까지 리바 가족의 4남매는 어릴 적 우연히 주운 보드를 계기로 말리부 해변의 파도를 간단히 타고 넘는 뛰어난 보드 실력을 갖게 된다. 그 실력은 뛰어난 몸매가 눈에 띈 '니나'를 잡지 표지 모델로, '제이'를 막강한 보드 실력자로, '허드'를 그 찰나를 담는 사진작가로, '키트'를 제이를 이을 유망주로 이끌었는데 무엇보다 그들이 유명 가수 '믹 리바'의 아이들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니나의 유명세는 테니스 선수인 남편 '브랜던'이 여자 테니스 선수와 외도한 사실까지 만천하에 공개되는 사태를 낳았고 오늘 밤 니나의 집에서 열릴 파티에 모인 사람들이 보내올 시선은 아침부터 부담으로 다가온다. 어찌 되었든 부자 남편과 결혼해 대저택에 살면서 성공한 삶을 완성한 니나와 그의 동생들은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는데... 그 모든 일들은 1956년 할리우드에서 노래를 부르던 믹 리바가 말리부 음식점에서 일하던 17세의 '준'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부터이다.


영원한 사랑이 대신한 절망과 우울에 빠진 엄마 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내어 준 장녀 니나, 대외적으로 쌍둥이로 살아온 장남 제이와 차남 허드, 귀엽고 당찬 꼬맹이 막내 키트, 어쩌면 가족일지 모르는 케이시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내 민폐인 아빠 믹까지... 1956년부터 시작된 리바 가족의 이야기는 생각지 못한 다이내믹한 일들이 일어나며 빠르게 전개되고 1983년 하루 안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각자 다른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든 저녁 7시 대 환장 파티가 시작된다.


시원한 해변의 말리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사랑을 고민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끈끈한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한 가족의 유대감이 따뜻하고 감동적이면서 유쾌하게 그려진다. 할리우드 영화 속 장면들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영상적 효과를 내며 단숨에 읽게 만든 <말리부의 사랑법>은 재밌었던 <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의 작가였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출간된 작품과 앞으로의 신간에 관심 갖게 만들기 충분했다. 가볍지 않은 진중함을 담은 로맨스 소설이자 더운 여름을 시원하고 유쾌하게 만들어 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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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 캐드펠 수사 시리즈 21
엘리스 피터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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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스톡으로 가는 길에 만난 빛>

전쟁이 끝나고 모시는 귀족 '로제 모뒤'의 고향에 도착한 캐드펠은 수도원과 임대 계약 문제로 송사에 걸려있는 로제의 일이 해결되면 계약이 종료되어 어디든 갈 수 있다. 로제와 수도회 사람들이 심리를 위해 각자 향하던 길 매복한 강도들이 로제를 습격하고 부수도원장을 데리고 가버리는 일이 발생하는데...


<빛의 가치>

소유욕 강하고 인색한 영주 '하모 피츠하몬'은 꾸준한 명성과 영광을 구하고자 수도원에 임대료를 양도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젊은 그의 아내가 함께 수도원에 도착하지만 기증한 은제 촛대가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자 분노하고 캐드펠은 함정을 파고 도둑을 기다린다. 그가 만난 도둑은...


<목격자>

수도원의 임대료 징수일을 앞두고 담당하던 앰브로즈 수사가 병석에 눕자 장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윌리엄 집사가 대신한다. 징수를 마치고 수도원으로 돌아오던 윌리엄은 누군가의 습격으로 돈주머니를 잃고 강물에 빠진 채 구조된다. 의식을 차렸지만 뒤에서 습격한 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캐드펠은 범행 지역을 매일 같이 지키고 있는 한 명의 목격자를 떠올리는데...


<우드스톡으로 가는 길에 만난 빛>은 젊은 시절 캐드펠의 삶의 흔적과 앞날을 고민하는 모습, 일찍이 뛰어났던 관찰력을 살펴보게 해주었고 <빛의 가치>는 제목처럼 촛대 위에서 비추는 빛이 제대로 가치있게 쓰인 멋진 결말을 보여주었다. <목격자>는 단편이지만 장편소설만큼이나 충실한 내용으로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수도원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3편의 프리퀄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마지막 21권까지 읽고 나니 더욱 캐드펠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캐드펠 시리즈에 영향으로 받았다는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다소 읽기 힘들었던 반면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기발한 에피소드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캐드펠이 정리해가는 지혜로운 결말이 매번 흥미진진했다. 지나쳤을지 모르는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언제든 다시 꺼내 읽어보고 싶은 시리즈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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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의 참회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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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년 11월. 계속 이어진 사촌지간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내전이 거의 막바지에 달하고 있는 때 황후 편에 서있던 기사들이 포로로 잡혀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포로들의 명단을 입수한 행정 장관 휴 베링어는 포로 명단 마지막에서 낯익은 이름 '올리비에 드 브르타뉴'를 발견한다.


몸값을 주면 석방시켜주는 것과 달리 올리비에는 어디에 역류되어 있는지 몸값조차 제시되어 있지 않다. 휴는 이 사실은 가장 먼저 캐드펠 수사에게 알리고 고민 끝에 캐드펠은 수도원장을 찾아가 포로 협상을 위한 회의에 자신을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규율상 수도원을 떠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부탁해오는 캐드펠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올리비에'가 자신의 아들임을 고백한다.


수도사가 되기 전 십자군 원정에 출정했던 캐드펠은 당시 사랑했던 여인이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헤어지고 수도사가 되었으나 이후 사건을 해결하며 만난 올리비에의 얘기를 통해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세속을 떠나왔지만 포로 신세가 된 아들을 구하길 간청하는 캐드펠에게 휴 베링어와 함께 갔다 돌아올 것을 허락한다.


하지만 참석한 회의는 성과 없이 끝나버리고 오히려 살인사건이 일어나며 함께 참석했던 올리비에의 처남 이브가 누명을 쓰는 위험에 빠진다. 그리고 캐드펠은 휴를 따라 수도원으로 돌아가는 대신 올리비에가 있을 곳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하는데...


캐드펠 수사 시리즈 21권 중 단편 소설인 21편을 제외하면 20편이 시리즈의 마지막 장편 소설이다. 마지막은 캐드펠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수도사이기 전에 아버지로서 아들의 생사를 향해 달려간다. 기꺼이 아들의 목숨 대신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존재를 모르고 살았던 아들을 향한 참회, 세속적인 연을 가지고 수도사가 된 것에 대한 참회, 수도사의 의무를 저버리고 다시 세속으로 돌아간 것에 대한 참회... 캐드펠이 해야 할 참회가 가득하지만 그 무엇도 이해되지 않을 부분이 없었다. 6편 <얼음 속의 여인>의 인연들이 등장해 반가웠고 아버지와 아들의 조우와 화해가 감동적으로 그려졌던 마지막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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