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가상현실·3D프린터·사물인터넷·5G·인공지능 등으로 집약되는 기술 혁신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교육 형태는 이전의 시대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응용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다른 분야 사람들과의 협업을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 현실은 학력 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름 있는 대학 진학을 위해 골몰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치닫고 있다.

   ‘본인이 애타게 원한다면 몰라도 부모 마음대로 진로를 정해버리는 것이 과연 애들에게 좋은 일일까요?’

   아이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부모들은 세속적 잣대가 정해놓은 규정을 따르면서 자녀들을 명문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노력은 적정 수위를 넘어선다. ‘호숫가 살인사건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집단의 파행적 악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자식의 명문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춘 가족은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뛰어들었다.

   명문 사립 중학교 입학을 위해 의기투합한 부부와 학원 강사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사적인 모임을 유지해 왔다. 네 부부는 아이들 공부를 책임질 학원 강사와 함께하는 캠프를 위해 호숫가 별장에 모였다. 명성이 자자한 학교에 입학하여 엘리트 코스를 걸으며 이름을 드날리기를 바라는 부모는 어떤 조건도 마다하지 않는다. 슌스케는 명문대 입시를 위한 합숙 과외의 연장인 모임이 탐탁지 않았지만 아들을 위해 참석하길 바라는 아내 미나코의 뜻에 따랐다. 슌스케 눈에는 서로에게 다정다감한 모습은 아니지만 결속력을 보이며 함께하는 부부의 모습이 생경해 보였다.

 

   슌스케가 부탁한 자료를 가져왔다는 그의 비서이자 내연녀인 에리코가 호숫가 별장에 도착하고 일은 벌어진다. 특별한 증거물을 가져왔다는 에리코와 만나기 위해 간 자리에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슌스케 부부가 지낼 방에서 주검으로 나타났다. 방 안의 시체 주변의 핏자국을 보며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 슌스케에게 미나코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별장에 모인 부부는 사체 유기로 이를 은폐하는데 힘을 모았다. 인적이 드문 호숫가 밤 시간을 이용해 이들은 보트에 시신을 옮긴 뒤 호수 한복판에 유기하였다. 부력으로 시신이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시신을 담은 포대에 돌을 함께 담는 치밀함을 보였다.

 

   자식들의 명문 중학교 입학을 위해 모인 부부는 서로를 깊이 있게 이해하며 소통하는 관계로까지 진전한 유대는 없었다. 남편의 내연녀를 죽인 아내의 죄를 덮어주려는 이들의 행동에 의심을 품은 슌스케는 진실을 밝히려 한다. 아내가 내연녀를 죽인 것이라면 이들이 한마음으로 살인을 은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추정하고 이면에 똬리를 틀고 앉은 진실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명문 중학교 입학을 위해 시험지 유출, 성 상납까지 서슴지 않는 부모의 입시 부정과 왜곡된 가치관은 자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불법적인 일을 저질러 죗값을 치르더라도 명문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법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라 말하지 않았느냐는 아들 쇼타의 말에는 엄마가 심어준 왜곡된 가치관이 한몫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배워가야 할 시기에 아이들은 부모가 정해준 길을 걸어야 했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법을 잃어갔다. 학원 강사가 알선한 중학교 관계자와 얽힌 입시 비리의 물증이 담긴 사진을 들고 별장을 찾은 에리코가 양아버지의 내연녀임을 알았던 쇼타는 그녀를 돌로 쳐 죽게 했다. 아이들이 에리코의 죽음에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부모들은 한마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살인 사건을 파헤치면서 입시 비리의 주범으로 사체를 유기한 반인륜적 범죄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으로 가득했을 뿐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슌스케는 망연자실한 채 침묵하며 가정이 깨질까 두려웠던 쇼타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였던 부분을 되짚어봤을 것이다. 명문 중학교를 졸업하고 명문 고등학교를 거쳐 명문대학교를 졸업해야 성공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파행적 입시 부정을 낳고 말았다. 조금은 다른 방법을 찾게 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생각하며 경험할 기회를 열어주는 부모의 역할을 생각하며 참담함을 달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점심시간 학생들의 도서 대출을 전담하다 봉사하는 학생이 점심을 먹고 오면 급식실로 향한다. 걸음을 재촉하여 복도를 지나가는데 한 학생이 복도를 내달려 내게로 달려왔다. 잘못하면 그 학생과 부딪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소년이 뛰어오는 반대쪽으로 걸어가는데,

  ‘**! 꺼져.’

   소년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반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 눈은 휘둥그레졌고 나는 뜨악한 표정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반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수업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이는 자폐를 앓은 지 꽤 되었다고 하였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당시 여러 유형의 폭력에 시달리다 전학을 와서는 무탈하게 지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오로르는 말로 소통할 수는 없지만 태블릿에 글을 써서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녀는 상대의 눈을 보고 물음에 답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소통 방식과는 사뭇 다름을 알고 있다.

  ‘나는 사람들의 눈을 보면 다 안다. 내가 가진 신비한 힘이다.’

    오로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배려하는 힘이 크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는 것처럼 오로르는 말을 못하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상대와 소통할 때에는 태블릿에 내용을 쓰면 된다고 여긴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상황에 따른 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린다. 다름으로 차별받는 일 없이 생명체는 누구든 공정하게 대우해야 하고 존중받아야 함을 역설한 조지안느 선생님은 제자의 강점을 칭찬한다. 열한 살 오로르는 자신의 주변을 헤아리며 상대의 고통에 감응하는 힘이 크다.

 

 

 

  우리 가족이 깨진 건 엄마 탓이야.’

    부모의 이혼에 불만을 품고 지내는 에밀리 언니는 여느 집처럼 아빠와 엄마가 잘 지내기를 바랐다. 큰딸의 항변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어머니는 부부가 인생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어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였다. 이를 지켜보는 오로르는 가족의 슬픔에 전율하며 힘든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아차린다. 생김새에 너무 집착하는 힘든 세상에서 언니 친구인 루시는 몸집이 크다는 이유로 잔혹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일쑤였다. 마법을 부리는 오로르는 키가 크든 작든, 몸집이 비대하든 왜소하든 차별 없이 모두가 잘 지내는 행복한 세상인 참깨 세상으로 향하였다.

 

 

    에밀리 언니의 생일을 맞아 함께 떠난 괴물나라는 이름대로 무섭고도 재미있는 놀이공원이다. 신화 속의 인물들을 조형물로 만들어 괴기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재미있는 체험이 가득한 괴물나라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한번 즐길 새도 없이 루시는 조롱당하였다. 도로테를 포함한 잔혹이들은 무리 지어 다니며 상대의 약점을 잡아 놀려댔다. 루시는 수영장을 빠져나와 종적을 감춰버렸고, 일행은 그녀를 찾아 나섰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오로르 어머니는 안절부절못한 채 경찰에 도움을 청하였고, 어머니는 루시 엄마가 던지는 말의 횡포에 시달렸다. 루시를 찾기 위해 경찰의 부관으로 나선 오로르는 힘든 나라와 참깨 나라를 오가며 루시 언니의 행방을 찾았다. 수학 신동인 루시가 남긴 수학 공식을 보고 그녀의 행적을 찾아낸 오로르의 공적은 놀라운 지혜를 드러낸 통찰력의 결과물로 여겨졌다.

 

 

   참깨 세상과는 달리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생각으로 가득한 힘든 세상에서 여럿이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오로르는 물음을 건넨다. 평준화된 외모나 성격, 경제적인 곤란 등을 차별적 요소로 삼고 결핍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의 기사가 실릴 때마다 안타까움이 더한다. 남과 다르다는 사실이 또 다른 장애로 남아 당사자를 괴롭히도록 방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말을 못하지만 태블릿에 글을 써서 소통하는 오로르가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이끈 조지안느 선생님, 비굴하게 떼 지어 다니며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아이를 괴롭힌 잔혹이들과의 용서와 화해는 아름다운 삶의 일면이다. 오로르는 상대의 마음을 읽고, 이를 활용해 모두가 행복한 참깨 세상을 만들고 싶은 바람을 키우며 힘든 세상을 살고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주일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인 만남으로 이어져 지금껏 살아온 삶의 질서를 깨뜨리는 경우가 있음을 통절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 인생인 듯하다. 일상적 삶에 지쳐 피폐해진 육신에 쉼을 주는 형태의 여행은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일수록 매력적이다. 눈에 익은 일상과 이별하고 익숙지 않은 공간에서 낯선 이들의 틈새에서 자신과 맞닥뜨리는 일들은 쉽게 잊히지 않을 자아의 본질을 일깨운다.

 

   서울 토박이인 도연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이스탄불에서 사투리를 쓰는 유철에게 호감이 갔다. 유철은 이스탄불에서만큼은 일정 없이 일주일을 보내려 했고, 도연은 구상하며 글을 쓰느라 쌓인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오려 했다.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도연과 유철은 술탄아흐메트 광장을 거닐고 노천카페에서 술을 마시며 식당에서 케밥을 먹었다. 낯선 곳에서 청음 만난 이와 음식을 나누고 잠자리를 함께 한 둘은 일주일의 여행을 가슴에 묻고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며 지냈다.

 

   경남 k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진유철과 k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하도연은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났다. 도연은 유철과의 짧은 만남 이후 어딘가에서 그가 자신이 쓴 책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히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규범적인 식상에서 그를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을 것이다. 만나야 할 사람은 어떻게 해도 만나게 되어 있고, 아무리 만나려 애써도 못 만날 인연은 만나지 못하는 게 숙명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도 깨닫기 전에 뱃속에 아이가 들어서 서둘러 결혼한 도연은 이혼하고 딸과 함께 지낸다. 밤낮이 바뀌어 생활하는 작가의 기벽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딸은 엄마가 하는 일을 응원하며 모녀 사이도 좋은 편이다. 유철은 대학원에서 만난 정희와 결혼했지만 남편의 모든 일에 함께 나서는 아내의 간섭이 힘겨웠다. 재선 국회의원으로 대중들의 통제 아래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하며 지내야 하는 고충에다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려는 아내의 광적인 태도에 지쳐 가던 때, 아내의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보좌관은 작가와 국회의원이 한자리에 함께하는 지역구 행사를 제안하여 도연과 유철은 다시 만나 터키에서의 짧은 추억을 공유하며 사랑에 빠져들었다.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이를 속박하지 않는 자유를 허하며 둘은 궁벽한 지역과 정치 1번지인 도심에서 사랑을 나눴다. 둘의 관계를 포착한 이들은 터키에서 함께 걷는 사진을 들춰 기사로 내보냈고, 이를 본 유철의 전처는 도연을 이혼 전에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몹쓸 작가로 낙인을 찍었다.

 

   유철이 대학의 시간 강사로 일할 때, 대학원 공부를 그만 둔 정희는 교수 자료에서부터 학생들 답안지까지 손을 대며 남편을 힘들게 했다. 남편의 일을 부부가 공유하는 일을 당연시하며 국회의원 행사에도 일일이 참석하여 남편의 자유를 잠식해왔다. 아내에게 포획되어 지내온 삶을 청산하고 이혼한 유철이지만 이혼하고 나서도 새로운 사랑을 만나 안착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이스탄불에서 도연과 유철이 함께 보낸 일주일이 가정파탄을 초래한 것처럼 몰아 부친 전처 정희의 편에 선 대중들의 입김에 몰려 유철은 국회의원직을 그만 둬야 했다. 불륜을 저지른 작가로 출판 금지 처분까지 내려진 도연은 당분간 절필하며 정희의 논리에 맞서지 않았다. 극악의 상황에 몰린 둘은 사랑하는 둘이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혼인 서약을 하고 문제를 함께 풀어나갔다. 분풀이하는 상대에 맞서 분노하며 대응하기보다는 침묵하는 가운데 일이 정리대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자유로이 연애하며 사랑하고 살아갈 것이라 말하던 도연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유철을 받아들이며 혼인을 서약했다. 남편이 하는 일 모두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상대를 옥죄는 아내, 아내를 남편의 부속품처럼 여기며 아내 위에 군림하는 남편 등살에 못 살겠다는 이들을 보면서 진정한 부부의 사랑이 무엇인지 반문한다. 연애할 때의 호감을 사랑으로 착각하여 결혼했다 후회하며 쇼윈도부부처럼 살아가는 부모를 지켜봐야 하는 자식들에게도 못할 짓이다. 서로 안 맞아 헤어졌다면 미련 없이 그 사람을 보내주고 내 그릇을 더 넓혀 상대의 안 좋은 부분까지 담을 수 있는 도량을 기를 필요가 있다. 군중 심리를 이용하여 남편의 마음을 돌리려 하다 도리어 자기 파멸을 초래한 전처 정희의 어리석음이 아픔을 더한다. 개인의 고유성을 침해하지 않으며 서로의 성장을 위해 공유하며 오늘보다는 좀 더 나은 내일을 전망할 수 있는 우리이길 바라며 권리를 앞세운 집착을 내려놓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사의 맛 - 교정의 숙수가 알뜰살뜰 차려 낸 우리말 움직씨 밥상 한국어 품사 교양서 시리즈 1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사는 사람이나 사물의 움직임 또는 작용을 나타내는 말로 문장의 주체가 되는 말의 서술어 기능을 하는 품사로 정의 내린다.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을 다룰 때 동사는 한 문장의 성격을 밝히는 데에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교정을 보면서 전문성을 키워온 저자는 동사의 맛을 육수나 양념에 비유하였다. 다양한 요리에 활용도가 높은 육수, 음식을 만들 때 재료가 가지고 있는 좋은 향기와 맛은 그대로 살리고, 좋지 않은 맛은 상쇄시키기 위한 양념 같은 동사의 감칠맛에 끌렸다.

 

   ‘노랫소리는 악기와 어우러져 한껏 분위기를 돋구었다.’

   는 문장에서 동사가 잘못 쓰여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므로 돋구웠다를 돋우었다로 수정해야 한다. 돋우다는 감정이나 기색 따위를 생겨나게 하다는 뜻을 나타내고, 돋구다는 안경의 도수 따위를 더 높게 하다는 뜻을 나타낸다. 동사의 뜻풀이와 활용형을 밝히고 기본형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예문으로 확인할 수 있어 동사의 쓰임을 명확히 알 수 있어 유용하다. 가려 쓰면 글맛이 나는 동사와 톺아보면 감칠맛 나는 동사로 구분하여 동사를 파헤쳤다.

 

   동사의 정확한 뜻과 쓰임을 알기 위해 국어사전을 즐겨 찾아 미처 알지 못했던 단어의 의미를 인지하고 일상에서 그 단어를 활용하는 글로 내 것으로 만들어 왔다. 적확한 단어 선택을 위해 고심했던 시간을 들여다보며 문장을 통해 글을 다듬는다.

   ‘밥을 먹고 나면 그릇들을 개수통에 담가 놓지 않고 바로 부시곤 했다.’

   가시다: 물 따위로 깨끗이 씻는다.

   부시다: 그릇 따위를 씻어 깨끗하게 하다.

   동사의 기본형의 의미를 풀고, 문장으로 용례를 보이니 이해가 쉽다. 어간에 어미가 붙어 다양하게 쓰이는 동사의 활용으로 다채로운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해 간 도서관에서 표준 국어사전을 들추는 남자와의 만남은 특별한 끈으로 맺어지지 않더라도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살피며 동사의 맛을 집필하는데 함께했다. 흔들리며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을까마는 사연 있는 남자와의 대화가 카메오처럼 등장해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목례로 알은체하며 지나가는 동료에게 미소를 건네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 안부를 묻고 싶은 이 중에는 사전을 들추는 남자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짐을 쌓아 두면 거치적거리니 저 구석으로 옮기라는 말을 들으며 널브러진 책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물건에 사용하는 동사로 사람에게는 쓰이지 않음을 알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밥을 눌린 누룽지로 저녁을 해결하며 라디오 방송을 귀담아들으니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 나왔다. 동사의 당하는 말은 기본형이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있는 낱말인지 살피고, 두 번 당하는 말이 되지 않도록 써야 한다. 잊힌 역사를 다시 기억해야 한다는 문장 표현처럼 불리다 역시 불려지다로 쓰면 안 된다. 겨울철이 되면 땅기는 피부에 수분을 보충해줘야 하는 것처럼 동사를 바르게 쓰려는 노력은 글을 쓸 때 전제되어야 한다.

 

   내키는 일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팔을 걷어붙이는 편이지만 마음이 쏠리지 않으면 엇나간 행동으로 주변의 불안을 살 때가 있다. 자기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며 동사의 참맛을 찾아 생각이 산산조각 나기 전에 표현한다. 내리치는 번개를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결정한 일이라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을 매조지을 필요가 있다. 입을 벌리고 논쟁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새롭게 활용할 동사들이 있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섯 가지 소원 ink books 2
조 사이플 지음, 이순영 옮김 / 써네스트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술사는 눈속임과 날랜 손재주로 관객들의 눈을 속이며 기대감을 드높인다. 공연장에서 봤던 마술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경우를 우연이 필연을 낳는 일로 치부할 때가 있다. 아들 둘을 떠나보내고 사랑하는 아내 제니를 떠나보낸 뒤 사랑하는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공간에 머리 맥브라이드는 홀로 남겨졌다. 친구들도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고 그의 주변에는 손자 챈스가 있지만 그는 욕심이 많은 손자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머리의 100번째 생일, 주치의 키튼 박사의 진료를 받으며 나이 들어 삶에 지친 이도 살아갈 이유를 찾을 가능이 있음을 전해 들었다.

 

   아내와의 사별 후 머리는 아내 제니를 다시 만나는 바람으로 죽음에 이르는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는지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였다.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죽음의 문턱이 가까운 100세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두 아들에게는 책을 읽어주지 못하였지만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준다면 보람이 있을 듯해 머리는 아동병원으로 항하였다. 간병으로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보호자에게 쉼을 주고 자신이 아동에게 책을 읽어 줄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살아 움직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자 사는 동안 가족에게 못해 준 것들이 떠올라 짧은 시간이더라도 행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다.

 

   구겨진 포스트잇에 쓰인 메모 심장이 죽어서 내가 하늘나라에 가기 전에 하고 싶은 다섯 가지를 보며 머리는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된다. 그 메모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1. 여자애와 키스하기(입술에)

 2.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장에서 홈런치기

 3. 슈퍼히어로 되기

 4. 엄마에게 멋진 남자친구 찾아주기

 5. 진짜 마술하기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소원에 관한 메모일 수 있겠지만 산소를 마시지 않으면 1~2분을 견디지 못하는 제이슨에게는 이루기 쉽지 않은 소원이다. 심장 이식을 받지 않으면 몇 개월 살지 못하는 열 살 소년이 이루고 싶은 다섯 가지 소원이 실현되도록 도울 것이라는 꿈이 머리에게는 생겼다.

 

   가끔 찾아오는 손자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힘들게 살지 말고 앞으로 요양원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 시카고 컵스 야구 선수로 활약한 머리의 상징물은 청춘 시절의 팔딱거리는 심장의 일면을 담고 있다. 세상을 떠난 아들들과 아내와의 추억이 깃든 공간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할아버지에게 손자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폐질환을 앓는 머리는 약을 복용하면서 지내고 움직임에도 불편함이 있는 늙은이이지만 산소통이 없으면 호흡이 힘든 열 살 제인스의 꿈을 실현하도록 돕고 싶었다. 삶의 이유를 찾은 머리는 쉽지 않은 일들을 실천으로 옮긴다. 모든 것이 서툰 100세 노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머리는 제인스와 이메일로 마음을 전하며 소통하여 갔다. 제이슨의 다섯 가지 소원을 이룰 많은 방법을 강구하며 하나하나 실천해가는 모습에서는 용기 있는 100세 노인의 전범으로 여겨졌다.

 

  ‘젊음을 경험하고 싶다면, 살아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

  유품처럼 남은 낡은 자동차 셰비를 몰고 제인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치어리더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키스하기에 성공하자 둘은 어느새 다음 계획을 위한 걸음을 떼었다. 무면허 운전을 위장하기 위해 속력을 내는 등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카고에 있는 야구장에 도착하였다.

   ‘에스(Strong)-(Brave)-케이(Kind)’

   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떠나온 델라는 딸 티어건에게 어떻게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용기 있게 어떻게 행동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티어건은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홈런을 칠 수 있는 길에 함께하였다. 머리는 이 일로 아동 유괴범으로 붙잡힐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제이슨이 홈런을 칠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제이슨은 쓰러지고 말았다. 제이슨이 시카고 병원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동안 머리는 아동 유괴범으로 구속되었다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제이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힘들 때마다 머리는 제임스 신부를 찾아 심경을 드러내며 이런저런 조언을 얻는다.

   ‘머리, 자신을 찾으세요. 그러면 미래의 길을 찾게 될 겁니다.’

    아동 유괴범으로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터라 엄두도 내지 못할 때 신부의 조언은 제이슨 아빠의 집을 찾아 대화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지금 아이에게는 아빠가 필요함을 역설하며 하루하루가 기적 같은 삶이 이어지고 있는 아들의 처지를 말하였다. 이 일을 계기로 머리의 접근 금지 명령은 풀려 시카고 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의료진도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살아있는 제이슨은 머리가 전해달라고 부탁한 1934 탑스 카드를 움켜쥐고 있었다. 다시 만난 둘은 병상에 나란히 누워 서로를 바라보며 죽음을 관조한다.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절감한 머리는 자신의 심장을 제이슨에게 이식해달라고 애원하지만 불가하다는 의료진 말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지만 제이슨이 곧 심장이식을 받을 것이라는 소리에 기대가 컸다.

   심장 수술을 받은 제이슨은 살아나 건강을 회복 중이고 머리는 이생에서 해야 할 일들을 마친 듯 편안하게 죽음을 기다린다. 아들들이 어렸을 때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성찰하며 그 시절 아들 같은 제이슨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였다. 끊임없이 혈액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면서 혈액을 온몸으로 이동하는 심장은 우리를 살게 한다면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은 기적을 낳기도 한다. 100세 노인이지만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쉽지 않은 걸음을 떼는 일은 한 생명체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실천이었다. 제이슨이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하며 슈퍼히어로는 거창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였듯이 누군가가 살아갈 힘을 얻는 것만으로도 삶을 지속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