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폭력이라 부르는 것들 -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폭력 이야기 온 세상이 교과서 시리즈 6
전국도덕교사모임 지음 / 해냄에듀(단행본)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 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폭력 예방법 2조에 명시되어 있는 법적인 정의이다.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은 다양한 현상으로 드러나 우려가 크다. 학교폭력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추세에 사람들 간의 갈등을 적절히 해소하며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은 때 학생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련의 과정이 절실하다.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익명으로 시행하여 배움의 공간에 자리하는 폭력을 예방하여 궁극적으로는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지향한다. 아침에도 선배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어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눈을 내리깔지 않아 주의 준 것이라 했다니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물질적 피해보다 조회수를 늘려 얻는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SNS 운영자는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평화롭게 지냈던 수렵 생활과는 달리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권력이 분화되는 신분제가 생겨나 집단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약탈을 일삼는 일들이 일어나 구조적 폭력 행태가 두드러졌다.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발생하는 억압과 착취가 구조적 폭력에 해당하며 구체적으로는 빈곤, 기아, 사회적 소외, 독재 정치, 경제적 독점, 인종차별, 성차별 등을 들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약육강식으로 여긴 홉스의 사상에 다윈의 진화론이 합쳐져 사회 진화론의 본질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자식을 잘 키워야 한다는 명분에 사로잡혀 훈계를 일삼는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징계하는 경우가 있다.

  ‘친권자는 그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동의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는 민법 915조가 체벌을 정당화해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의 빌미가 되어왔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법무부는 징계권을 삭제해 아동 권리가 중심이 되는 양육 환경을 조성하고 아동학대에 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기대하게 되었지만, 친권자의 아동학대는 심화 양상을 띤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만큼 부모는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과정에 성장이 일어날 수 있도록 양육하여야 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동에 대한 부모의 통제와 간섭을 최소화하는 실천은 건강한 부모자식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으며 인간답게 살 권리를 타고난 생명체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권이 짓밟혀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하면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가운데 타인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인권을 존중할 때 연대하며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특정인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그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며 사회적 차별과 폭력을 유발하는 혐오 표현은 서로를 갉는 고질병으로 사회를 곪게 한다. 혐오 표현에 반하는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하여 집단 폭력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떤 사안 결정을 앞두고 망설일 때, ‘결정장애란 말을 종종 해왔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용어라는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한 채 특수어처럼 단어를 써왔다. 무심결에 하는 말들 속에 장애인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의미가 존재한다니 용어를 선택할 때,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겠다. 학생들 성적에 따라 우열반을 편성하고 수업하면서 학생들 학업 수준에 걸맞은 수업을 시행한다며 형평성에 부합한 것처럼 여기지만 실상 능력주의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소외감을 낳을 수 있다. 능력에 따른 결과물이 오롯이 개인의 성과라는 생각이 싹트면서부터 능력을 갖춘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갈등은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성감정의지를 균형 있게 갖추고 원만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전인적 성장은 작은 사회라 일컫는 학교에서부터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준 높은 학문과 기술을 배워 자아실현의 기쁨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함께하려는 움직임으로 연대할 힘을 돋우는 사회에서 발아한 비폭력적 행동이 열매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 -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을 찾는 15가지 질문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신인수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핍으로 아쉬움이 많았던 시절 어머니는 나에게 커서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엄마처럼 살지 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었다해 뜨면 논밭으로 나가 해질 때까지 일해도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기 힘든 1960년대 후반부모는 헐벗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라도 자식들만은 고등 교육을 받아 나라 일을 하길 바랐다가난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사는 부모는 남의 집 품팔이를 해서라도 자식만큼은 부모들처럼 노동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지 말았으면 하였다남편도 없이 자식 둘을 키우고 시어머니를 봉양하던 엄마의 고통을 알아차렸기에 일찍 엄마 손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아이로 성장하였다엄마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였고집안일도 나서서 척척 해내었다.

 

   “형님형님 딸은 나중에 뭐가 되어도 될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라는 이웃의 말을 들으며 자라서인지 중학교 때부터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자연스레 꿈은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사로 굳어졌다학원 한 군데에도 다녀보지 못한 탓에 교실을 학업 수련의 장으로 여기고 친구들과 경쟁하면서도 너머의 세상을 동경하며 지냈다방학 때면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 할머니 집을 찾는 아이들과 교류하며 딴 세상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집과 학교를 오가며 농사철에는 농사를 돕고동생들을 챙기며 집안일도 도와야 했던 시절의 궁색함과는 대별되는 도회 학생들의 삶은 이질적이었다그 시절 아이들은 법조인을 꿈꾸며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책들을 읽고 정해진 길을 차근차근 밟는 듯하여 왠지 모를 조바심이 일기도 하였다.

 

    담임을 하던 당시학교생활기록부 1페이지에 나오는 진로 희망 란을 비워두기 뭣하여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학생들이 소수였다성년이 되어서도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딱 잘라 말하기 힘든 상황인데 하물며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야 오죽 하겠느냐는 심정으로 생각한다어른들이 그려낸 직업군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에게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여러 경험 속에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전제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소멸되고 새롭게 생기는 직업이 많은 때수많은 종류의 직업 중 나에게 인성맞춤인 직업을 찾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남에게 자신을 보여줌으로써 돈을 버는 1인 미디어 제작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이 늘어나 그 이유를 물으면 하나같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여긴다생활에 필요한 돈을 많이 번다고 하여 좋은 직업이 아닐 텐데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보에 현혹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좋은 직업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기도 전에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좋은 직업으로 여긴다면 곤란할 것이다.

 

   좋은 직업이란사람들이 좀 더 불행해지고 사람들이 더 즐거워하도록 돕는 일에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쓸 때 가능할 것이다자신이 하는 일을 관조하였을 때 뿌듯함을 느낄 수 있고스스로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이면 더없이 좋은 직업임에 틀림없다아직까지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제대로 못 찾았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이유를 적으며 평범한 것에서부터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천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직이 잦은 시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하며 그 속에서 크고 작은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다 보면 자족감 높은 일을 찾을 듯하다.

 

  특정한 직업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맛보기 힘들다는 사실은 경험으로 알 수 있다비범한 업적을 이룬 전문가를 동경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루고 싶은 길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하여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학생들 스스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소질이 무엇인지 발견하기 위한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학교에서는 학생이 지켜야 할 규율을 지키며 수업 시간에 집중하여 학업 성취를 이루면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으로 학교생활에 별다른 걸림이 없다하지만 직장 생활은 학교생활과는 달라 사수 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여 다른 동료들과 공조하여 현안을 해결해야 할 때가 있다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일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군담 소설 박씨전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가공의 인물인, 이시백의 아내 박 씨는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여 청나라 장수인 용골대의 항복을 받아내 병자호란의 굴욕적인 패배를 심리적으로나마 보상하고 있다. 실상으로는 병자호란 당시 많은 인명 피해를 보고 청나라의 경제적 피탈로 우리 백성들은 극심한 고단함과 배고픔을 견디며 수렁에 갇혀 지내야 했다. 굴하지 않는 마음으로 꺾이지 않는 기개로 민족의 자부심을 일깨우고자 한 작품 창작 의도와는 달리 반정으로 정권을 약탈하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욕심이 지나친 인조에 대한 분노가 들끓어 오른다. 저자는 인조(仁祖) 1636’에서 무능한 지도자의 그릇된 인식과 판단이 엄청난 전쟁 원인을 제공한 도화선이 되었음을 사료(史料)를 기반으로 밝힌다.


   조선··명 세 나라가 읽힌 병자호란은 163612월부터 이듬해 1월에 청나라가 조선에 대한 제2차 침입으로 일어난 전쟁이다. 병자년에 일어나 정축년에 끝났기 때문에 병정노란(丙丁虜亂)이라 부르기도 하는 전쟁은 복합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절대적인 왕권을 행사하는 왕의 권한은 무소불휘의 힘을 갖고 있기에 정통적으로 왕위를 계승하지 않고 반정으로 왕좌에 오른 인조는 권력 유지를 위한 세력 팽창에만 열을 올렸다. 청나라 황제로부터 정묘호란 후 청나라는 무리한 경제적 조공을 요구하며 명나라를 치는데 협조해주기를 강요하고 있다. 인조 정권은 적의 외침에 방어 전략을 펴는 국방이나 백성들의 곤궁한 삶을 외면한 채 왕위를 공고히 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강화로 향하는 길, 김경징은 강화 검찰사라는 중임을 졌으면서도 국가의 위급함을 생각지 않고 그의 처자식만 보호하려고 하니 나랏일이 걱정된다는 말이 지척에 오갈 정도였으니 사사로운 이익을 중시하는 관리의 표본을 드러낸다. 김류는 그의 아들 김경징을 강화 검찰사에 앉혀 가문을 지키려는 욕심은 능력이 안 되는 아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인물에 대한 능력 검증도 없이 김류의 청을 받아들인 인조 역시 강화 함락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청군이 강화에 들이닥치자 강화 검찰사를 비롯한 지휘관들은 산속으로 달아나버리자 청군 방어에 나섰던 군사들 또한 달아나버려 청군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살육하였다. 청군에게 살육당하기 전에 자결하는 이들도 있었으니 피바다를 이룬 강화의 인권 유린의 현장인 셈이다.


  ‘관온인성황제는 조선 국왕에게 조유한다.’

   로 시작하는 청 태종의 조유문 12개 조항 끄트머리에 적힌 -국가를 다시 일으켜준 은혜를 생각하라-는 구절에서는 조선을 청나라 속국으로 여기는 태도를 자명하게 드러낸다.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 태종 홍타이지에게 삼배구고두로 항복 의식을 치른 뒤 청 태종의 수하에 들어갔음을 공표하였다. 예조판서 김상헌은 척화파의 영수로 오랑캐 임금에게 머리를 숙인 인조 밑에서 벼슬하는 것을 수치라 여기고 안동으로 낙향했다 심양으로 압송되어서도 굽힘 없는 기개를 드러냈다. 김상헌은 심양에서 다시 만난 주화파 최명길과 함께 있는 동안 나라의 주권을 잃은 조선의 신하로 서로 속내를 주고받으며 화해하였다.


   많은 피로인과 함께 볼모로 붙잡혀 심양으로 온 소현세자가 본국에 있는 부왕의 병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을 떠나려 할 때, 세자가 청의 영토를 벗어나려면 그와 비견될 만한 누군가를 잡혀야 하였다. 소현세자는 심양에서 만난 신부 아담 샬과 교유하며 서양 과학문명을 접하고 우수한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부강한 나라를 만들자고 하였다. 아들의 진정 어린 말을 곡해한 인조는 똑똑한 소현세자를 왕으로 추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 여기며 아들을 냉랭하게 대하였다. 병약한 소현세자는 심양에서의 팔 년을 보내고 고국으로 돌아와 서른넷에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저자는 인조반정이괄의 난정묘호란병자호란소현세자의 볼모 생활과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꼼꼼히 살펴 인조반정 후 벌어진 참화를 여실히 드러냈다


   억지춘향이 식의 명분-폐모살제, 배명금친, 무리한 궁궐 공사-을 내세워 서인 주도의 반정으로 인조 정권을 세웠지만 광해군이 청에 의해 왕위를 이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광해군을 제주로 유배를 보냈다. 인조 정권은 성곽을 보수하고 관방 시설을 정비하는 등 기찰을 강화하여 인조 정권을 지키기 위해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였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외면한 채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집착한 끝에 전쟁을 자초한 결과 막대한 피해로 도탄에 빠진 이들은 백성이었다.


   오랑캐의 말발굽 아래 어육(魚肉)이 되어가고 있는 죄 없는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 개월 짧은 기간의 패전으로 끝이 난 병자호란은 참패한 나라가 감당해야 할 몫치고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인간 사냥을 방불케 하는 오십만 명 이상의 피로인은 청나라의 경제적 이득을 노리고 붙잡은 민간인들이다. 청나라 장수의 첩이 된 조선 여인은 청나라 장수의 본처들에게 갖은 학대를 받았다. 질투와 시기로 조선 여인을 곱게 보지 않은 탓이었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조선에서 환향녀는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결을 강요받기도 하였다. 부국강병을 위한 자구책을 찾기보다는 절대군주로 건재하려는 인조의 과욕이 초래한 병자호란은 나라를 통솔하는 지도자의 요건을 생각게 한다. 민심을 저버리지 않고 상생의 철학을 가지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새로운 꿈을 품고 살아갈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는 데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말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는 속담은 길게 말하는 것을 삼가고 많이 말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제각각 말하는 주장 일색으로 치닫는 말들의 홍수 시대에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여긴다. 경험이 쌓인 선배는 후배들을 가르친다는 명분을 앞세워 타인이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늘어놓는다. 이른 아침 출근해 책을 읽다 보면 직원들이 출근하면서부터 교무실은 잡담으로 채워진다. 누군가가 한마디를 꺼내면 한 사람이 끼어들어 다른 말을 이어 붙이며 언제 끝날지 모를 이야기들이 지속된다. 자기중심적으로 늘어놓는 말들에 주워 담을 말이 없다는 생각은 인욕을 부른다. 개방적인 공간에서는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니 서로 말수를 줄이는 수밖에 방법은 없어 보인다.

 

   제 앞가림을 잘하고 언행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으로 품위 있게 자리하기 쉽지 않은 때, 저자의 어른답게 말합니다를 읽으며 자신을 다독인다. 연설문 첨삭지도를 받으며 말을 공부했다는 저자의 경험담은 말 공부로 성장할 자신을 가늠하게 만든다. 어른답게 말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말에 배울 점이 있어야 하고, 말을 할 때는 감정을 절제하여 나답게 말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 없이 중심을 바로 잡아 자기 생각을 잘 길어 올리는 말로 남들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말을 듣다 보면 장시간 말을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왕왕 있다. 오락가락하는 말로 상대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 공부는 지속되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과 크고 작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하여 협의회를 갖지만,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말들에 회의적일 때가 많다. 회의에 대해 회의하지 말자고 회의장으로 들어서지만 몇 사람의 말하기 독점으로 석연치 않은 감정만 보태는 경우가 허다하다. 회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회의는 또 다른 학습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회의 참석자들은 서로의 의견을 비교하며 자신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창구로 회의의 의미를 찾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함께 모여 일하다 보면 학습이 일어날 테고, 학습 경연을 위해 구성원들을 경쟁시키는 장으로 자리할 수도 있는 회의이다. 말할 기회를 만들어 주도면밀하게 준비하여 회의에 참석하면 어떤 상관도 쉽게 대할 수가 없다.

 

  ‘어제 뿌린 말의 씨앗이 오늘의 나를 만들고, 오늘 뿌린 말의 씨앗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는 말에서 말투는 한 사람의 인격을 담는 그릇이다. 말수를 줄여 타인이 듣고 싶은 는 것이 교감하며 말하기를 한 조직의 리더는 자기만의 견해로 해석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상황에 맞는 말로 공감을 끌어내는 말하기로 필요 이상의 말을 줄이며 말조심하는 실천은 품위 있게 나이 듦에 챙겨야 할 덕목이다. 깊이 사유하고 들여다보지 않는 말은 자신에게 돌아옴을 잊지 않아야 한다. 따뜻함은 없고 유능함만 있는 말재주를 꾀하기보다는 유능함과 따뜻함을 겸비한 말하기로 언어생활을 가꿔 나가는 길은 어른답게 말하는 여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주석 지음 / 담앤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숱한 만남과 인연의 궤 안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온 시간을 들여다본다. 오롯한 정신으로 살아갈 날들이 많지 않음을 새기며 오늘도 선승의 발자취를 따라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 정념(正念)으로 이끈다. 불교방송을 통해 들리는 주석 스님의 음성은 아픈 마음을 다독이는 엄마의 따스한 손길로 고해(苦海) 같은 세상에 살아갈 희망의 끈을 쥐어주었다. 그 때 그곳을 가지 않았다면 현실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하고 비통해 하면서도 지난시간을 불러내 미련을 둬 봤자 소용없는 일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문득 걸어온 발자취가

그리워질 때도 /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

그 때 그 상황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

하지만 / 그 때 그 상황이, 그 때 그 사람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것일 수도 있겠지. //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책 제목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시를 보며 지난한 시간을 떠올리니 회한이 가득하다. 지금은 곁에 없는 혈육을 떠나보내고 불면의 밤을 보내던 때, 살 수 없을 것만 같던 날도 이우러져 살아가게 되더라는 어른들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 상황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에 미치자 고개를 저으며 지금 남은 사람들에게나 잘하고 살자는 말로 갈무리하며 애통한 마음을 달랜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간 그의 미소를 그리워하며 오늘도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인생에 작은 등을 밝혀 길을 잃지 않도록 힘을 주는 인연이 있어 다행한 삶이다.


   출가 수행자로 나섰을 때, 은사 스님은 말하려 하지 말고 먼저 상대의 말을 들어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던 대목이 눈에 띈다. 책을 읽고 교재 연구를 하는 공간에 유독 말을 주고받으며 가십거리를 잇는 이들이 있다. 별 소리 아닌데 살을 붙이며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말은 무성해져 소음을 만들고 원치 않는 음악을 들어야 할 정도에 이르고 만다. 옛날 있었던 일들을 들추어 자신이 가장 애썼다는 말을 내세우며 소통의 벽을 느끼게 하는 말을 서슴지 않는 선배를 보면서 품위 있게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구시화문(口是禍門)이니 필가엄수(必加嚴守).’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입에서 나오는 말로 시작되는 것이니 우리의 입을 엄하게 지키라는 법정 스님의 감로법은 무성한 말 숲에서 본질을 왜곡하지 않은 채 살아갈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어야 할 듯하다. 나 역시 입으로 먹고사는 직업군에 속하다 보니 한마디 말이라도 아끼려 침묵한다. 깊이 사유하지 않고 내뱉은 말이 독을 입고 내게로 와 나를 해하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음을 숙지하고 지낼 필요가 있다.


   대인관계 증진을 위해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로 보아야지 하면서도 용납이 힘든 사람들과도 어울려 지낼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자신만의 안식처는 필요하다. 대중들의 왁자한 삶에서 비껴나 뒷산을 걸으며 무심을 들인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상처 입은 마음을 다독이며 긍정의 한마디를 실어 걸음을 뗀다. 돌려 생각하면 살아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감정을 느끼고 표출하며 살아가는 것이리라. 영원할 것 같은 관계도 흐르는 세월 따라 색은 제 빛을 잃고 퇴색한 채로 남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를 발견하며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