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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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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밤 고향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토속 음식을 나누며 기억 속 똬리를 틀고 앉은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핸드볼 선수로 활약하던 친구들은 그 시절 지도 교사의 맹훈련에 지쳤을 때 물오른 앵두나무 가지를 꺾어 알알이 달린 앵두를 먹으며 달콤함에 젖었던 순간만큼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고 하였다. 순리를 따르며 하늘의 명을 받아들인다는 나이에 이르러서야 한자리에 모인 친구들은 아련한 기억 속 향수를 토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면소재지에 위치한 양조장에서 구매한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하고 햇고사리 넣어 묽게 쑨 들깨죽으로 요기하면서 연로한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하였다.

 

   연륜이 쌓이고 인생이 깊어질수록 사는 게 뜻대로 되지 않아 푸념할 때가 늘어나고 궤도를 이탈한 행성처럼 좌충우돌하며 지낼 때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스스로를 위로하여 근심을 덜어줄 때가 있다. 뜻하지 않은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좌절하고 실의에 젖기도 하지만 달갑지 않은 상황을 감내하며 극복하는 삶의 지혜를 발현하며 살아갈 뿐이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갈 때 인생의 후회는 줄어들 것이라 믿으며 현재에 충실한 생활을 열심히 하라는 구절에 담을 때가 있다.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채 동동거리며 살아내느라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지내다 몸에 적신호가 들어왔을 때에서야 발병 사실을 확인한 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 이승을 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서른이 되기도 전에 남편을 여읜 어머니는 집안일과 생계를 병행하며 사느라 지쳐갔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가 온 세상이 암흑이 되었을 때 집으로 돌아와 퉁퉁 부은 다리를 펴고 고꾸라질 듯 잠들기 일쑤였다. 어린 마음에 엄마가 우리를 버리고 떠나면 고아원 신세를 져야 한다는 생각에 눈치를 많이도 살피며 지냈다. 살가운 모녀 지간이 아니라 엄마 눈치를 살피며 애어른 흉내를 내며 일찍 철이 들어야 했다. 세월이 흘러 자식들은 가정을 이루고 가족들을 돌보며 살고 있지만 칠순이 넘은 엄마 눈에는 여전히 물가에 내놓은 자식 같은 모양이다. 그냥 엄마는 엄마인 채로 살면 된다고 해도 오히려 자식들 눈치를 보면서 살고 있는 듯해 애처로울 때가 늘어난다. 서로 눈치 안 보면서 가족을 배려하며 살면 될 텐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참견하며 그것이 간섭인 줄도 잊고 지낸다. 성인이 되어 딱 한 번만이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저자의 생각은 지난한 시간을 반추하게 만든다.

 

   그림으로 동심을 보듬고 살아가는 일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동화 작가는 인생의 희로애락과 동고동락하며 넉살좋게 살아온 사람일 것이다. 위선과 가식으로 본질을 위장한 채 살기보다는 창피한 일을 무릅쓰더라도 가슴이 전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왔다. 패악을 쓰기보다는 소곤소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의 따스한 한마디처럼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며 공생하는 유기체에게 사랑을 전한다. 나이 들어도 소녀 감성을 품고 세상을 낙천적으로 살고 싶은 독자는 저자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일부터 그들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전송하고 오는 길을 떠올리며 정이 흐르는 살풍경을 연상한다.

 

   아버지의 권위에 굴종하며 살아온 가족 구성원들은 자기 방어책으로 저마다 비상구를 염두에 두고 살아야했을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과는 거리가 있는 환상 같은 소설 속 가정을 떠올리며 소녀 소설에 빠져들었다. 뒤늦게 우리 사는 세상이 소설보다 드라마틱한 현실임을 깨닫지만 살아보지 않는 한 발견하기 힘든 것 중 하나다.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얽히고설켜 살면서 제 빛깔을 띠고 살아가는 운명 공동체인 가족의 일상은 감춰진 속살을 드러냄으로써 진솔한 삶의 가치를 비춰주는 거울로 기능한다. 지나고 보면 불운했다 여겼던 일들도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힘이었음을 깨닫고 살아 숨 쉬며 읽고 싶은 책을 접하며 사색하는 가운데 표현하는 일상이 고마움 선물임을 일깨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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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문명 생활과는 거리가 먼 197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난 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당시 유일한 책인 교과서를 낭독하기를 좋아하였습니다. 국어 책을 읽을 때면 배역에 걸맞은 소리를 내며 읽어 동네에 소문이 과하게 나서 공부를 못하면 어쩌나 염려할 정도였답니다. 그래서인지 6시 이전에 눈을 뜨는 편인데 전날 읽던 책을 10분 남짓 소리 내어 읽은 뒤 하루 일정을 열어갑니다. 고미숙 님의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를 읽은 뒤부터는 낭송하는 책읽기를 지속하려고 실천하는 편입니다. 자가 운전자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목적지로 향하는데 300페이지 이내의 책을 휴대합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어도 멀미를 하지 않는 강한 체력이라 어디에서든 책을 읽습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너의 길을 걸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

유명세를 타는 이들이나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 모두 유한한 삶을 사는 만큼 자신의 생을 주체적으로 꾸려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종이 책에 익숙해져서인지 전자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편입니다. 노안으로 피로가 가중되는 편이라 화면을 오랫동안 보기가 힘들어 종이 책을 찾습니다. 책들 대부분 증정 받아 읽는 편이라 연필로 밑줄을 긋고 핵심을 파악하며 읽기를 즐겨하고 책장에 자리하고 있는 책들은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을 줍니다. 쌓여가는 책들을 한곳에 자기 나름대로 분류한 서재를 갖춘 독립된 공간에서 타인의 훼방 없이 그곳에 박혀 책을 읽고 사유하며 표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은 바람은 자꾸만 커져 갑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서평 도서로 읽어야 할 순서대로 두는 편이고 읽은 책 중 필요한 부분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싶은 책들이 세 권 자리합니다. 오한진 박사의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 김정경 님의 <<아저씨 욕망하다>>, 전에 읽었지만 생각날 때마다 선현들의 독서법을 통해 진짜 공부를 일깨우고 싶은 정민 교수의 <<오직, 독서뿐>>입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2층을 나만의 서재로 꾸미고 그 안에서 책들을 읽는 자신을 상상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느 순간 읽은 책들을 쌓아두는 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은 책들 중 10대의 청소년들과 공유하며 읽으면 좋을 책들은 나누어 여럿이 함께 읽어가는 가운데 독서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해에 두 번은 책 나눔을 합니다. 읽은 책을 모두 내놓지는 못하고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책은 소장하는데 도서관 서고처럼 장서를 배열하기는 힘들고 통시적 관점에서 출간 순서대로 책을 정리하는 편입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책이 귀하던 시절 초등학교-그 당시는 국민학교- 다닐 때는 교과서 외의 책은 없었고 학교로 배달되는 어깨동무를 친구들과 함께 돌려 읽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중학교 들어가서는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으며 첫사랑의 열병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나에게도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랐습니다. 소녀의 죽음으로 소년은 상실의 아픔에 젖을 새도 없이 끝나버린 사랑의 안타까움이 전해져 왔습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갈등하는 부부를 위해 지인이 선물해 준 책 김진국 저자의 << 멀티를 선물하는 남자>> 명화를 표지로 내세워 선정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한데다 내용은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의 욕망에 탐닉하는 상황을 연출하여 책장 깊숙이 숨겨 두고 있습니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아동교육과 우리말 바로 쓰기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다 퇴임한 뒤 창작에 힘썼던 고 이오덕 선생님을 뵙고 싶습니다. 교육자로 10대의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며 제 2외국어에 밀려 우리말을 경시하는 풍조에 고운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자는 취지를 살려 선생님 재직 당시 반 아이들과 함께 했던 표현 활동의 형태에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 뮤지컬 공연을 보고 기사 소설에 빠져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지낸 행동파 돈키호테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도전하는 그의 결단력에 동요될 때가 있었습니다. 일상에 매어 살아내느라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돈키호테 1권과 2>>을 구비해두고 900패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주눅 들어 처음 몇 장을 읽다가 말았습니다. 방학 때마다 읽어야지 다짐만 하였는데 이번 여름방학에는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싶습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고미숙 작가의 책은 출간될 때마다 주머닛돈을 털어서 사는 편입니다. 호모로 시작하는 책들과 사주팔자와 오행의 원리를 중심으로 한 책들을 사서 읽다가 어려워 읽다 만 책은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입니다. 상생과 상극의 구조를 이해할 때 필요한 오행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읽으려니 힘이 들어 중간에 읽다 말았습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문명 시설이 없어도 해가 뜨면 책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를 바라며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드라마에 나오는 명대사를 간추려 뽑은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서자로 태어났지만 신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세상을 향해 한탄만 하고 지내기보다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벗들과의 폭넓은 교류로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던 이덕무를 중심으로 한 <<책만 보는 바보>>, 부처님 초기의 설법을 묶은 <<숫타니파타>>를 가져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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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나를 이어주고 힘듦을 나누며 소통하는 이들이 있어 행복한 인생이다.

아끼는 제자가 다녀갔다. 그녀와는 고2때 만났으니 햇수로 9년째다. 학교 다닐 때는 피상적으로 흘렀던 관계가 지난한 시간 속에 두터운 정으로 맺어진 우리다. 삼수로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에 합격하여 교단 생활 1년을 보내고 앞에 선 제자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달랐다. 제자는 아이들의 일기에 댓글을 늘 달아주면서 교감했던 시간이 소중하였던 모양인지 이제는 그 아이들의 일기를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하였다. 스물 한 명의 아이들을 말하며 이 아이는 엄마가 없어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고 말하며 마음이 유독 쓰였다고 했으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데다 절제력이 떨어진 아이, 학습력은 떨어지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등 참 어엿하게 교단 생활을 잘 잇고 있는 듯해 덩달아 신이 났다. 

   언제 전화를 걸어도,

  "그래, 얼굴 보자. 시간 없는 네 시간에 맞춰서 봐."

   라고 화답하게 되는 제자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오늘도 누군가에게 희망의 빛을 투사하는 교사이고 싶다. 긴 봄 방학이지만 병원을 오가느라 시간을 소진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기간이었지만 이제는 건강을 회복해 생기 있게 활동하며 살아갈 일만 남았다.

 

 3월 2일은 입학식과 시업식이 있어 분주해질 것이라 이왕이면 해결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짓는 게 우선인 시간이다. 에세이를 읽는 이유 중 하나가 저자가 쓴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전율하고 공감하는 시간 속에 사실성에 기초한 의미가 커보이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통찰로 크고 작은 일깨움을 전해주는 2월의 에세이들 역시 눈길을 끄는 책들을 자의적으로 꼽는다.

 

     

‘기록되었다’라는 뜻으로, 하나님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체념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것은 라우흐 알 마흐푸즈(al-lawal-maḥfūz, 보호받은 서자()판) 위에 기록된 신의 교리와 ‘지상에서 일어나는 재난과 너희에게 일어나는 것은 하나님이 그것을 드러내기 전에 이미 기록된 것이라 실로 그것은 하나님께 쉬운 일이라…’(57:22)와 같은 코란 구절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지식백과 사전>>발췌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코엘료의 신작 에세이가 나와 마음을 끈다. 종교는 달라도 신의 섭리를 따르며 그 안에 변호를 끌어내는 지혜의 힘을 모으려 할 때 저자의 책은 함께 했다.

 

 

 

 

 

  어려서부터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였다. 할머니는 어린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을 즐겼다. 이야기 소재는 친근한 동네 할머니들에서부터 이웃 동네 할아버지의 무용담까지 곁들여 흥미로움을 더했다. 이야기 속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고 현상 이면에 숨어 있는 인생살이의 신산함과 다복함까지 읽어내는 힘이 필요함을 알았다. 이야기꾼은 천명대로 살다 하늘로 떠났고 남은 이는 책 속의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지내야 했다. 공동체적 삶이 무너지고 잔인한 이기심이 팽배해져 극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는 시대에 가치관의 혼란은 가중된다. 솔닛은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면서 목격한 일들을 일상성에 융해하여 고독한 군중들의 연대를 공고히 할 필요를 역설한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바른 것인가?

물음을 던지며 살고 있는 중년이다. 속박되는 삶이라 여기는 제도권을 이탈하여 자유롭게 살고 싶은 열망이 강해질 때마다 미답의 공간을 찾아 길 위에 서는 꿈을 키워왔다. 지금의 정황에 걸맞은 소유격 다음의 호칭보다는 오롯한 자신으로 일상을 보내는 삶은 생각만 해도 짜릿해진다.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은 열려 있는 가능성의 길이지만 어른으로 책임지고 살아야 할 것들이 많아졌을 때는 언감생심이라는 비탄만 늘어난다.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그래도 쉽게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 언젠가는 나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길 위에서 잊고 지낸 자신과 맞다뜨리게 되겠지.

 

 

   엘리트를 지향하는 교육의 대열에서 이탈하여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빈민가 학생들의 학습을 도우며 공동체 교육으로 차별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교육에 한결같이 정성을 쏟는 교육 운동가 김중미 선생님의 신작이다. 어떻게 성장할지 가늠하기도 힘든 아동들의 곁에서 그들이 경제적인 소외 계층의 자녀라는 숙명으로 희망까지 꺾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식을 외국 유명 대학에서 수학하게 만든 엘리트 연예인 부부들의 교육 방식을 방송하는 프로 안내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실의에 젖을 다수를 고려하지 않는 민영 방송의 기획이 달갑지 않은 것은 극소수의 금수저들에게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함께 살아가는 힘을 얻고 소소한 기쁨을 같이 느끼는 공동체적 삶을 바라며 <<괭이부리말 마을 아이들>>에 이어 김중미 작가의 산문을  만나고 싶어진다.

 

  유럽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복지혜택이 잘 되어 있는 선진국이다. 동남아 국가를 여행하며 우리보다 못한 환경에서 지난한 삶을 견디고 그자리에서 충실한 그네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알게 모르게 우월감에 젖기도 하였다. 이와는 달리 서유럽을 여행했을 때는 부러움과 질시, 열등감이 자리하여 위축되기 일쑤였다.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다음 해 동유럽 여행을 앞두고 스펜인어 공부를 다짐하지만 아직 실천하지는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드넓은 국립공원에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책을 보는 유럽인들의 여유로운 삶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닐진대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국한하여 생각하는지 반성해본다. 여럿이 모여 걷다 보면 길이 형성되고 막혀 있던 것도 통하고 만다. 사유하는 철학 걷기를 좋아하는 만큼 그들을 따라 유럽의 바깥을 걸어보고 싶다.

 

 

   바람의 향기를 맡고 봄바람에 미소를 지으며 햇볕 아래 자유로이 걸을 수 있는 일상이 선생님께는 허락되지 않은 시간이 근 20년 세월이었다. 정치범으로 몰려 수감 생활을 오랫동안 한 후유증이었는지 선생님은 햇볕을 오랫동안 보지 못해 생기는 암으로 영면하셨다. 처음처럼이라는 글씨체에 홀려 생전에 재능 기부한 회사의 술을 자주 마셨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평생 올곧은 신념으로 살다 가신 선생님의 부음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였다. 한 제자는 술을 마시고 울면서 전화해서는 선생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영적 스승을 잃었다며 탄식했다. 극악무도한 정신적, 물리적 폭력으로 치닫는 척박한 세상에 선생님의 어록은 희망의 빛을 투사하는 잠언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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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3-0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성지님, 골라주신 에세이들 모두 눈길 갑니다. 내일부터 정말 새로운 시작이네요. 보람된 날들 되길 소망합니다.

자성지 2016-03-01 20:45   좋아요 0 | URL
예. 새 출발을 기념하여 조금 이른 시간에 읽고 싶은 에세이로 모았답니다. 김중미 작가의 책을 먼저 접하고 싶어요.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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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혼자가 있는 줄 모른 채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 빠져드는 운명은 상냥하고 순수한 로테에게 끌려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한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자살하고 만 비련의 주인공 역을 맡은 뮤지컬 관람을 앞두고 집을 떠나는 길에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남해에서 부산까지 가는 버스에서 읽을 요량으로 도착한 책들 중 한 권을 선택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며칠 전에 장석주 시인의 독서 경험과 애장하는 도서 중심의 여운 있는 글을 읽어서인지 한 권이 책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음을 독자들에게 선포하는 통과의례에 해당하는 글이 궁금해서였다.

 

   때 늦은 겨울비가 차창을 때리고 스물다섯이라는 나이 차를 뛰어넘는 사랑의 열매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부부의 용기가 부러워서일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으로 만나 서로를 향하여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이것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칠 때마다 숙명의 끈은 자꾸만 보이지 않는 선으로 이어져 둘을 견고하게 묶어주었는지도 모른다. 맑은 영혼으로 서정적인 감수성을 키우며 살아온 시인의 생활 속에 깊이 밴 사랑의 정서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해되지 않는 마음의 부름이었다.

 

   청정 지역의 광활한 공간에서 자연적 질서를 거역하지 않고 살아가려던 두 사람에게 번잡한 공간을 벗어나 투명한 하늘 아래 비취색 물결을 보면서 걷고 걸으며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안식의 시간이 주어졌다. 시드니 북서쪽 동네인 글레노리의 대저택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둘 만의 세계를 이어나간다. 나와 너가 만나 우리가 된 두 시인은 한 집에서 함께 사는 일에 익숙지 않았지만 서로 조심하라며 말을 건네는 배려가 돋보였다. 10년을 연애하고 한 보금자리에 둥지를 털었지마는 혼자 살던 시간에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며 간섭받는 일이 달갑지 않은 일이다.

 

   짐을 꾸리고 여행길에 오르기 전 낯선 공간에서의 생활이 두렵기도 하지만 둘이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설렘이 더했을 것이다. 한자리에서 잠들었다가 눈을 뜨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민낯으로 인사를 건네며 조금씩 둘은 서로에게 젖어간다. 살아내야 할 삶에서 비껴나 느긋하게 움직이며 물상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시간은 속력을 내며 왜 이러고 사는지도 묻지 않은 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과는 대별된다. 도시에 자연을 인공적으로 조성한 왕실 정원을 찾아 갖가지 나무들의 향연을 보면서 걷는 일은 지금껏 살았던 삶을 뒤집는 일이라는 점에서 소요하는 삶이라 일컫는 저자는 걷기 예찬론자로 비춰진다. 걸음으로써 마음의 고요를 찾고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내며 지냈던 지난날 노모와의 10년 생활이 쉽지 않을진대 원망이나 푸념은 보이지 않는다.

 

   글레노리 주택에서 글쓰기와 명상으로만 보내던 날들은 부부가 수도원에서 수행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침잠하였다. 아내는 남편의 고집은 따를 자가 없을 것이라며 남편의 속살을 드러내고 간섭받기를 싫어하는 점을 알아 그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으려 애썼다. 침묵을 지키며 글쓰기에 빠져 있는 남편에게 항변이라도 하듯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피아노로 수차례 연주했다는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피어오른다. 무료함을 달랠 길이 없어 P를 좀 봐 달라는 신호를 JJ에게 보냈지만 허사였다. 포도주 한 병을 마시고 토한 붉은 포도주가 흥건한 바닥에 널브러진 아내를 보면서 죄책감과 연민, 안도감이 교차했다는 진솔한 표현에는 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부부의 동질성 회복은 연대로 나아갈 것이다

  

   시드니에 도착한 뒤 마중 나온 이의 환대를 받으며 글레노리 올드 노던 로드에 위치한 저택으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실험 기간은 한 달이라는 시간이지만 심리적인 시간은 상대적이라 가늠하기 힘들어 보인다. 낯선 공간의 이방인으로 현지인들의 속살들을 들여다보며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고 심심함을 애써 지우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낯선 곳을 둘러보다 시큰둥해지면 책을 펼쳐 읽는 시간은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는 여유로 채워진다. 가속도가 붙지 않는 공간에서는 조바심을 낼 일도 없고 무한 경쟁의 각축전을 벌일 필요가 없으니 시간도 더디 흘러간다

   

   달콤한 이름만큼이나 연인들의 애정 행각이 자연스레 벌어지는 곳 달링 하버 주변을 걸으며 사유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은 다른 생활의 흔적을 각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카지노에서 기분 좋을 만큼의 소비로 모험을 거는 시간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맛보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의 영역이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하더라도 몸에 배인 섭생까지 버리면서 현지 생활에 적응하기는 힘들다. 된장찌개의 구수한 맛을 그리워하고 김치찌개의 얼큰함에 빠져 보는 상상만으로도 이민자들은 행복을 떠올리게 될 것만 같다. 시드니 생활에 익숙할 즈음 살던 공간으로 돌아온 부부는 각기 다른 색깔로 그동안의 일상을 기술한 것처럼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감성적인 영역을 키워 늦게 만난 인연을 소중히 보듬고 살아갈 시간들로 채워가길 바라는 마음이 커져만 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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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회 졸업식이 거행되었고 한 학년도를 마루리하는 종업식이 열렸다.

그동안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 손을 놓고 쉬었더니 기록해야 할 일들이 밀려 있어

글을 읽고 쓸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이제서야 급한 불을 끄고 신간 평가단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읽고 싶은 책들을 

불러내 본다.  

  결혼보다는 여행을 선택하고 실크로드 기행에 나선 작가가

낙차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북인도 다람살라를 여행했을 때 만난 티벳인들의 선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닉네임 라모라는 이름은 다람살라에서 탁아 봉사를 할 때 만난 여자 아이 이름이라니 더 반갑다.

일반적인 생각을 뒤엎는 실크로드 기행은 경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국립 경주박물관에 전시된 지중해 연안 유리로 만든 제품을 보면서 경주를 떠올렸다는 그녀의 12000Km, 143일 동안 여행한 흔적들이 궁금해진다.

 

 

 

 

 

 활자 중독자의 글을 읽고 고전 읽기를 통해 사유하며 표현하고 생계까지 해결하는 독서 전문가의 책을 읽어서인지 고전 읽기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위대한 개츠비에게 매료되어 고전을 꾸준히 읽으며 소설을 읽는다는 것, 소설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독서 에세이라니 관심이 간다. 데이지의 환상에 사로잡혀 자기 파멸에 이른 개츠비의 삶을 보면서 내면에 자리하는 애착을 버리는 일부터 시작할 일이다.
 

 

 

 

저널리스트로 다작하는 글장이 작가의 캐리커처가 눈길을 끈다. 역설적인 제목만큼이나 심오한 의미를 띠는 산문들의 정수를 모았다니 기대된다. 사랑, 언어, 여자, 도시, 영화 등의 주제에 걸맞은 54편의 에세이를 모아 교양적 지식 함양과 저자의 유려한 글솜씨를 지켜보는 즐거운 일일 것이다.

 

 

 

 

 

 

  졸업식이 열리는 날 서른 둘의 제자가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교무실로 찾아왔다. 학교 다닐 때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우울하게 지냈는데 환골탈태한 모습이 눈에 띈다. 이 글을 쓴 저자의 청소년기 역시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시인 안도현과 이름이 같아 시인이란별칭 하나 붙였을 듯한데 그런지는 모르겠다. 인도와 미국, 프랑스 등을 거치면서 하곡 싶은 공부를 끈기 있게 해냈다니 놀랍다. 한국 사회의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현실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겪으며 자기 발전을 도모한 저자의 인생의 일면을 통해 20대인

자식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많을 듯해 호기심이 더한다. 여행을 통해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비전을 실현하는 저자의 노력이 궁금하다. 

 

 

 

명절 연휴를 앞둔 지금 다가오는 명절이 달갑지만은 않다. 제사를 시댁에서 지내지 않아 예년에 비하면 일이 많이줄었지만 심리적 부담이 큰 명절이다. 남녀 평등을 주창하는 사회풍토이지만 여성으로서 감당하며 살아야할 몫은 여전히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떤 삶을 살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떠올리며 중년 여성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자존감을 회복하며 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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