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은 열망으로 가슴이 바스락 소리를 낼 때면 떠오르는 공간 간송 미술관이 있다. 일 년에 두 차례 열리는 전시회를 보기 위해 남해에서 서울까지 가서 한성대 입구에 내려 마을버스로 이동했다 두 시간 넘게 줄을 섰다가 5분도 채 안 되는 관람 시간에 허탈할 때도 있었지만 미술관으로 걸음을 옮기며 행복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사는 게 팍팍할수록 선현들의 그림은 나를 다독거리며 현재에 충실할 이유를 묻고 스스로 답하며 좀 더 열심히 살아갈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수집한 작품을 상설 전시관에서 전시할 때는 관람한 적이 없지만 소슬한 바람이 부는 가을 미술관을 찾아 바람 빠진 풍선처럼 휑한 마음을 작품 감상으로 채우고 싶어진다.

 

   친목 모임에서 패키지여행으로 서유럽 5개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한정된 시간 내에 유럽의 명소를 찾아 수박 겉핥는 것처럼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줄을 섰지만 2시간 넘게 줄을 선 다음에야 입장이 가능했던 바티칸 박물관은 입구에서부터 인파에 밀려 작품 설명을 제대로 들을 수도 없는 상황에 지쳐갔다. 잰걸음으로 가이드를 따라 움직이지만 방대한 그림과 조각들을 보기에는 여러 제약이 한계로 작용했다. 바티칸 박물관을 보면서 인류가 남긴 문화유산으로 자산을 축적하며 사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게 부러웠던 기억을 안고 미술관과 건축에 관심이 많은 저자가 쓴 글을 읽으며 세계 곳곳에 자리한 독특한 구조의 건물이 있어 찾고 싶은 곳이 늘어났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을 대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설명에 이어 박물관 설계를 주도한 세계적인 건축가에 대한 작품 세계가 곁들여져 건축물설계에서부터 완공까지의 과정을 집약해 놓은 글이다. 어떤 장소를 방문하였을 때 그곳을 살피며 떠오른 생각들은 쉽사리 잊기 힘든 강렬한 기억으로 각인될 때가 있다. 도처에 자리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각기 다른 형태로 자리하지만 고유한 모습과 빛깔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어 향후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남기도 한다. 선사 시대부터 현재까지 800만 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한 영국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는 환경에 대한 의식을 바탕으로 최신 공법과 재료로 효율성을 높이는 건물의 완공을 위해 노력하였다.

   유치원 때 만난 두 친구는 건축학을 전공한 공학도로 세계 최고의 건축가 콤비로 일한다니 살아온 세월만큼 쌓인 우정의 깊이를 가늠해 본다. 건축물이 들어서는 장소의 역사성 및 문화의 조화까지 아우르는 자크 헤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의 작품인 테이트 모던은 템스강변의 폐쇄된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개조한 것이라니 흉물로 방치될 수도 있는 건물을 문화의 향유 공간으로 변환시키는 거장들의 능력은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세계도시 재생 프로젝크의 모델로 자리하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철강도시 빌바오의 명성을 이어 항공기 몸체에 쓰이는 티타늄을 유선형의 굽어진 벽면에 부착하여 비가 많이 내리고 흐린 날이 많은 지역의 기후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조형미가 뛰어나다고 하였다. 네르비온 강과 맞닿은 미술관의 측면 역시 또 다른 예술성을 더해 사진만으로도 예술적 감각에 놀라고 말았다. 루부르 궁전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루브르 박물관의 입구에 자리한 유리 피라미드는 복도로 이어진 선형 건물의 분산된 출입구를 한 곳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컸다니 조형물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 건축가들의 의도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베를린을 관통하는 슈프레 강 지류에 있는 박물관섬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역사적 건물로 베를린의 역사적 중심지를 이룬다고 한다. 전쟁의 상흔을 살려 새로운 박물관에 필요한 기능을 최대한 담아내려는 노력은 옛것과 새것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조형물로 자리하여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은다. 고전적이고 미니멀리즘적인 특성으로 일관하는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본질에 충실한 건축으로 전 세계에 걸쳐 신프로젝트를 수행한다니 그가 설계한 건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듯하다. 홀로고스트로 불리는 나치의 광적인 반유대주의는 무모한 죽임으로 수많은 인명 학살을 자행한 인권 유린의 현장을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가해한 독일은 다양한 방식으로 속죄하여 왔다. 희생된 유대인들의 비극적 역사를 보여 주는 공백의 기억과 홀로고스트 타워는 수형의 공간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유대인들의 불안과 공포의 소리를 쇠로 만든 얼굴 조각들을 밟을 때의 소리에 담았다니 섬뜩하면서도 숙연한 걸음을 옮겨야 할 듯하다.

 

   영세중립국으로 아름다운 대자연과 함께 세계 속의 부자 나라 스위스에 자리한 파울 클레 센터는 세 개의 물결 모양으로 이뤄져 곡선미를 더하며 주변의 말밭과 잘 어우러져 바람이 불 때면 밀밭이 물결을 이루고 건물도 이랑을 이루는 경치를 자아낸다니 자연 속에 자리한 그곳에서 평화를 찾고 싶어진다. 경이로움으로 다가온 외계인 모양의 쿤스트하우스 그라츠는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중세도시 그라츠에 내려앉은 형상으로 파격을 더하는 미술관이다.

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건물 외부에서 50분마다 5분 동안 초저음의 진동이 나도록 설계했다니 하늘에서 지구의 생명체에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처럼 들려왔다. 르네상스 회화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는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은 문에 부흥기의 보물들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이며 황홀경에 젖게 한다.

   멋모르고 지내던 시절의 평화가 삶의 행복인 줄도 잊고 지냈던 시절로 회귀하고 싶은 날이 있다. 예기치 않은 일들에 발목이 잡혀 일상성을 잃게 될 때면 일이 벌어지기 전으로 시계 바늘을 돌리고 싶어진다. 무탈하게만 살아온 일상이 아니기에 늘 나의 고통이 큰 무게로 자신을 짓누르며 불행을 자초한다고 여겨왔으나 이제는 힘든 시간이 지속되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믿으며 자신을 담금질하는 통과의례로 받아들이며 지내는 배포가 생겼다.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자생적인 게 아니라 추억의 보물 창고 속에 저장된 추억의 앨범과 그 시절 읽고 들었던 유형의 문화들이 현재의 문화에 다리를 놓아 소통하면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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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다섯 살 중학교 2학년 때 딸의 사춘기는 절정으로 치달아 부모를 쉽게 헤어나지 못할 심연 속으로 가두어 엄마 속은 오징어 먹물로 물들어갔다. 아이가 중심을 바로 잡고 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텨냈던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때가 되면 방황하던 사람도 제자리로 돌아선다고 하지만 그 순간은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원 마일 클로저라는 파란 색 표지에 사이클 종주에 나선 젊은이들이 페달을 밟고 지나가는 거리에는 진초록 나무의 전송을 받으며 아스팔트 위를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가 땀으로 물기를 적신다. 힘든 시간을 감내하며 이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페달을 밟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영국 소년 제임스 후퍼는 열다섯 살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미답의 공간을 찾아 떠나는 모험과 탐험 생각으로 가득했다. 많은 위헌 부담을 떠안고 모험에 나서야 할 공간이라 어머니의 허락을 받기도 힘들었지만 막역하게 지낸 친구 롭과 함께 탐험을 준비하고 탐험의 길에 나섰다. 대부분의 사람이 불가능하여 보인다는 일에 도전하여 실패를 거듭하며 또 다른 모험에 나서는 그의 여정은 비전을 실현하는 일로 귀결된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마련하고 등반기술을 연마하여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옮기며 꿈을 이뤄가지만 20091월 알프스 등반 중 친구 롭과 앳킨슨을 크레바스 속에 묻어야 하는 상실의 아픔은 무엇보다 컸다.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진정한 우정을 쌓으며 지냈던 친구와의 영원한 이별은 지금까지 행해 왔던 탐험과 모험에서 벗어나 하늘나라로 먼저 간 친구들의 열정을 새기며 그들의 도전과 열정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꿈을 불을 지피는 분화구로 자리할 수 있길 바랐다. 롭의 유품을 정리하며 원 마일 클로저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척박한 환경에 놓인 이들을 구호하는 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영국을 넘어 다른 나라로 확장하여 갔다. 롭이 생전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생각한 대로 실천하며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려 했던지 널리 알리며 남들과 다른 길을 걷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구상하며 생각을 행동에 담는 용기 있는 선택과 결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은 저자의 바람은 컸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교육의 기회를 줘 널리 인류를 이롭게 하는 일에 동참함으로써 롭의 권위를 지켜주고 싶은 친구의 바람은 기부금으로 우간다에 교육적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나랑 학교를 열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교육은 한 인간의 삶을 열어주고 또 다른 이들의 삶까지 영향을 끼쳐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 공공의 선을 실현할 수 있는 길 위에 서게 하는 힘이 있다. 저자는 청소년 시절 롭과 함께 자신들의 꿈 이야기를 드러냈을 때 허황된 꿈은 꾸지도 말라는 말로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은 선생님을 만나 도전할 용기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처럼 타인에게 또 다른 꿈의 창조력을 제공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6학년도 수시전형 기간이 시작되는 9월 대한민국 고 3 교실에 자리하는 만 18세의 학생들은 자신의 내신 성적보다 좀 더 높은 대학에 지원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대학을 왜 가는지도 모른 채 부모님 강요에 못 이겨 원서를 넣어야 하는 현실에 답답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아이들도 많다. 진정한 공부는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할지 고민하지 않은 채 남들이 여섯 군데 원서를 넣으니 뒤처질세라 자신도 원서를 모두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원서비용을 쓰면서 방향감각을 잃은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할 소신과 의견도 없이 사는 청소년들에게 제임스 후퍼의 일상은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며 점검하고 일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잡아야할지 방향을 세울 때 적절한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을 가지 않고 본격적인 모험 활동에 빠져 영국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정, 폴투폴이란 명칭을 붙인 북극부터 남극까지 무동력 종단, 알프스 등반 등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행하며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교실에서 본격적인 학문을 배우기 전 실패와 좌절 속에 꿈을 차근차근히 실행해 온 제임스는 한국에서 학위를 받고 산악회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를 반려자로 삼아 또 다른 꿈을 호주 시드니에서 실행하고 있다. 친환경적 삶을 표방하며 자연과 인류가 공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대안적인 삶을 꿈꾸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공부하는 부부의 모습에서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한다.


   제임스 후퍼가 세 살이었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와 살던 아동기, 맞지 않음을 인정하고 결별한 뒤 각기 다른 방향에서 부모님은 생활에 충실하였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에 만족하며 지내던 그에게 남자로 살기로 했다는 어머니의 폭탄선언 이후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은 그였지만 어머니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의 삶을 선택하고 그 결정에 집중하여 살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저자는 엄마의 용기 있는 선택을 지지하였다. 삶이 깊어질수록 이해심은 늘어나 포용력이 커질 줄 알았는데 자신의 경험과 산술적인 잣대로 재단하여 편 가르기를 하고 마는 자신과 맞닥뜨릴 때의 헛헛함은 미욱함이 많은 어른이라는 생각에 머물게 한다. 위험에 빠지거나 실수를 저지르게 되더라도 스스로 선택한 삶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쥘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안정적인 길만을 좇아 자신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하며 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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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잠을 자고 일어난 고등학생 아들은 느릿느릿 움직이며 능청을 떨며 너스레를 늘어놓는다. 밥 먹고 도서관으로 가든지 할 일을 찾아 행하라고 하니 투명 인간 취급하라며 화를 돋운다. 눈앞에서 얼쩡거리며 마음 쓰이게 하지 말라는 말에 아들은 가방에 책들을 주섬주섬 넣어서는 시무룩해져 집을 나선다. 주말 아침 집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집에서도 행복할 것이라는 책을 보면서 집안에서 함께 지내는 이들과 생활하는 일이 행복할 때보다는 불행하다고 여길 때가 많은 것을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서로 연관성 없이 살아가는 제 삼자라면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서 요구하고 금기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들을 도서관으로 내몰고 전기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물 끓는 소리에 일어나 찻잔을 꺼내 다관에 물을 붓는다. 다관을 데운 물을 숙우에 버리고 헹군 찻잔에 물을 따른다. 차를 다관에 넣고 물을 부어 찻물을 우려낸다. 세 번씩 나눠 찻잔에 차를 따르며 오감으로 차를 마시며 음미한다. 오롯이 혼자인 시간 행복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전신을 휘감아 돈다. 직장에서의 생활은 행복지수가 높은 편인데 가정에서의 삶은 불행할 때가 더 많다고 여기며 지냈던 터라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불행의 원인을 가족 구성원들의 외적 요인으로 치부하고는 원망 섞인 소리를 많이도 내고 살았나 보다.

 

   저자는 학기를 새롭게 시작하는 9월부터 집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녀는 한 가정의 아내엄마로서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이 많은 만큼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지향하며 사는 과정을 중시하였다. 자신의 성장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행복이 무엇인지 일깨워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소유물과 행복의 관계를 조명하며 소유물 덕분에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던 점을 들어 소유물이 행복을 주는 경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보았다. 그것은 소유한 물건이 불러일으키는 추억을 연상하며 위안을 삼고 살아가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처분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서 요긴하게 사용할 때 집안의 주변 정리는 가능할 것이다.

 

   각기 사귀던 이와 결별하고 교제를 시작한 제이미와 저자는 한창 바쁠 때 약혼을 하고 결혼하여 결혼 생활에 대한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며 살기 위한 부부의 실천적 노력으로 부부 생활의 질서를 잡아갔다. 키스로 아침을 시작하며 아이들에게도 키스함으로써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이임을 자각하는 가운데 가족들 간의 유대는 돈독해졌고 칭찬으로 삶의 활기를 돋우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길을 잃었다고 연락해 온 딸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지금 그곳이 어디인지 알겠는지 물은 뒤 길을 찾아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사례를 보면서 호들갑을 떨어서 해결되지 않을 일들이 더 많음을 인식하였다.

 

   웃음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은 한바탕을 웃어젖히며 좋아하며 기뻐하다 보니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과 사귀는 게 습관처럼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보다 낫다는 말은 내가 행복하다면 다른 사람의 행복도 커질 것이라는 말을 도출할 수 있다.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행복을 앗아가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 함께 하여도 좋을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아가는 일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절대불가결한 일이다. 낙천적이고 힘이 넘치는 호랑이 같은 성향의 티거 유형의 긍정성을 띠는 사람과 소통하며 살아갈 때 부정적인 기운에 기운 뺏기지 않는 가운데 나답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행복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오아시스의 신기루와 닮았다. 올더스 헉슬리의 말대로,

의식적으로 행복을 추구해서는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행복은 다른 활동의 부산물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행하다 보면 어느 새 행복은 내게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새기며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감사하는 생활을 잇는 게 일상의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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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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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로우니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하고 하지만 크고 작은 사랑은 삶의 의미를 규정하고 서로의 성장을 돕는 긍정적인 힘이 강하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은 사랑의 열매를 거두지 못한 미완의 사랑으로 가슴에 생채기를 품고 사는 이들이 많음을 대변한다. 새벽 3시 어둠에 잠겨 있던 물상들이 기지개를 켜고 빛을 향해 가고 있는 시각에 깨어나 공허함을 채워 줄 몰입은 뒤섞인 내면의 숨결을 골라 정제된 작품을 만드는 창조의 시간으로 변형 시킨 요요의 차선재가 있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인 방은 형성된 관계를 파괴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선재를 잉태함으로써 부부의 연을 맺었던 어머니는 아들을 떠났다. 선재는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무연의 상황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만큼 독립시계제작자로 실력을 발휘하며 지내면서도 수영과 속내를 털어놓으며 지내던 교감의 시간으로 돌리고 싶었다. 꿈꾸던 일상을 현실화하며 제 영역을 굳건히 붙들며 지내는 이들이지만 소식이 끊어졌던 시간의 간극을 메워가기에 세월은 덧없이 흘러버렸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이들과의 이별은 가슴 속 애증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 채 그리움의 심연 속으로 이끌어 감내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를 더한다. 사랑하던 여인의 이별 통보는 상대를 만나지 못한 아픔보다 누군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녀에 대한 반목을 키웠고 헤어나지 못할 늪지대로 그를 몰아넣어 회생불능의 지경으로 이끌었다. ‘힘과 가속도의 법칙을 이용해 보험 사기단으로 활동 중인 현수는 고통이 자신을 새롭게 해주기를 바라며 자동차에 온몸을 던지며 육체적 분리로 고해와 같은 일상의 무게와 무거운 심장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간다. 헤어진 여자 친구 정윤을 불러내 술을 마시는 알코올중독자 모임의 일원인 규호는 술을 마시면 무중력 상태에서 꿈속을 거니는 듯 탈현실적 삶에 젖어 의미 있다고 여긴 것들을 놓아버림으로써 무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살아남기 힘든 절망적 상황에서 살기 위해 분투해보지만 생명력 있게 살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생존에 대한 본능은 삶을 애착하게 만든다. 비행물체는 땅으로 내리 꽂힌 자리에 구멍을 냈고 사람들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 형체가 사라지고 마는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어딘가를 향해 걷던 중 만난 윤정화와 나는 막연한 기대로 부풀어 올랐던 적이 있다. 위태롭지만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같은 공간 위에서 불안정한 시간을 녹여낼 대화 상대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보트가 가는 곳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난관이지만 도처에 자리한 구멍 옆에 떨어진 바나나로 굶주림을 해결하고 대양을 건너 외계인이 오지 않을 무위의 공간으로 가려는 열망 이면에 구멍 속으로 사라져간 여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 또한 멍에로 자리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대상은 어느 구멍 아래에서 자생 능력을 잃고 파멸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아 스러져갔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성행위를 하나의 상품으로 상업화하여 발전해 온 포르노 시장의 성장률은 외설을 통해 내면의 욕구를 채우려는 이들의 수요가 늘어난 만큼 포르노 제작 기술이 발달되어 왔다. ‘상황과 비율속 춘하프로덕션 차양준이 도약을 위한 지지대 마련을 위해 노력하듯 포르노 배우 송미는 바람 든 봉지를 터뜨리면서 연출된 성 행위에서 느끼지 못한 쾌감에 전율하였다. 기획된 대로 움직이며 촬영하는 동안 기계적으로 움직이던 그녀에게 차양준의 시선은 서로의 가슴을 지피는 사랑의 불씨로 새로운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단초로 작용할 것처럼 보인다. ‘픽포켓은 마음의 주머니 속에 사리어 있는 우상의 궤적을 찾아 길 위에 서는 이들의 만남과 소통을 다뤘다. 좋아하는 가수의 실종으로 그녀의 행적을 찾아 길을 떠난 친구들은 그동안 점점이 박힌 고립의 선들을 하나로 이어 그녀를 찾아 나섰다. 욕심 없이 좋아하던 우상은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지만 낯선 곳으로 걸음을 옮기게 하는 용기를 주는 사랑의 대상이었음을 새삼 발견하게 한다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면서 제 욕심을 채우려는 일에 몰두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애착과 소유욕을 발견한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나의 이기심을 넘어 상대로 확장해 가는 넉넉한 마음을 지니지 못한 채 살아가는 어리석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많은 뱀들의 노기(怒氣)가 응집되어 지축을 흔드는 지진으로 숱한 목숨을 앗아가는 재해 현장에서 추억 속 연인을 불러내 실연의 아픔을 상쇄하려는 뱀들이 있어이야기 속 정민철이 남편의 실종으로 혼비백산한 연인 영선을 다독거리며 슬픔에 잠긴 그녀에게 안아달라고 부탁하는 이기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큐레이터와 화가로 만나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명사를 잃어가는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친밀감에 달뜬 이들의 만남과 소통은 지난한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기대감으로 시작할 수도 있는 사랑을 담은 종이 위의 욕조는 엇갈린 시간의 교착점이 또 다른 사랑을 잉태할 수도 있음을 가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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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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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되뇌며 살아서인지 복종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표면적 의미에 대한 거부 반응이 있어 왔지만 한용운 님의 복종(服從)’ 시를 암송하면서 단어의 이면적 의미에 주목하였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시적 화자인 나는 여러 의미로 불리는 당신에 대한 복종으로 자유보다 더 큰 존재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발적 복종의 의미를 발현하였다. 타의에 의한 복종은 고통스럽지만 자발적인 복종은 달콤한 행복을 줄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며 존재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았던 시기를 지나 학위를 받은 뒤 학문의 정점에 올랐던 위스망스 전공자인 소르본 대학교 교수인 프랑수아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는 의식에 젖어 지내고 있다. 이른 나이에 교수가 되어 전문적인 직업으로 사회에 편입되었지만 후진들 양성과 학문적 궁구라는 소명의식도 없이 학부 여학생들과의 성적인 쾌락을 좇으며 지낼 때가 있지만 그것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없이 본능적인 행위를 일삼다 끝내는 권태로운 일상을 지속할 뿐이다. 그는 지금껏 삶의 동반자이자 충실한 친구라고 여겼던 위스망스 연구로 박사 논문을 발표하고 난 뒤 삶의 열정은 끝나버렸고 헛헛함만이 크게 자리하였다.

 

   인간의 탐심을 적절히 조절하여 사회를 형성하며 사는 인간들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를 이루어 정치적 활동의 영향에 놓인다. 한 개인의 역사도 어떤 정치적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인생의 향방이 달라진다.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과 이슬람 정당인 이슬람박애당 대표가 맞붙음으로써 극우 정권에 대한 위기감은 프랑스 전역에 팽배해졌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국민전선의 사회당과 이슬람 박애당이 맺은 밀약으로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게 되자 프랑스 사회에는 걷잡을 수 없는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였다. 공립학교가 이슬람 학교로 바뀌면서 기존의 교수 중에는 거액의 은퇴 연금을 받고 교수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잔류 교수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하였으며 베일을 쓴 여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육 환경에 놓였다

 

   삶에 이국적인 향취를 주는 여성과의 만남에 비중을 두고 살았던 프랑수아의 연애사의 정점은 미리암과의 사랑이 그녀의 이스라엘 이민으로 끝나버리자 그의 육신은 다양한 고독의 근원지로 자리했다. 교수직에서 물러나 파란의 가장자리를 벗어나 외곽에 자리한 호텔에 머물며 주어진 시간을 죽이며 일상을 보내는 일로 고독하게 지내다 위스망스 논문을 쓰기 위해 머물렀던 리귀제 수도원으로 돌아갔지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 그의 낙담은 도처에 자리하였다. 피정이 실패로 돌아섰음을 감지하고 수도원 생활을 청산하고 떠났던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감행하였다. 살던 집으로의 회귀는 누벨 소르본 교수직 수락과 플레이아드 총서 감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이기도 했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이슬람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르본 대학 총장은 적재 적소에 필요한 부인을 적절히 활용하는 이야기는 경직된 원칙주의에서 비껴나고 싶은 프랑수아의 바람을 돋우었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 국가에서도 이슬람당이 패권을 장악함으로써 테러에 대한 공포로 확산되었고 이슬람 세계에 억눌린 위기의식은 팽배해졌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어머니와는 다른 욕정을 새어머니와 해결하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것처럼 프랑수와는 이슬람교 개종식을 거침으로써 남편에게 헌신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이 주는 쾌락을 맛보고 싶어 했다. 재직하던 대학을 나온 뒤, 자신에 대한 의무라고 합리화하여 충분한 은퇴 연금으로 에스코트걸을 고용해 성욕을 분출하는 적나라한 행위에서는 욕정을 이기지 못하는 지식인의 고독한 몸부림은 원초적인 색욕의 그림자에 지배를 받는 지식인의 음울한 일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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