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 53 | 54 | 55 | 56 | 5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어떻게 살 것인가 -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고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고 답하는 석학들의 강연 속에 일깨우지 못한 우리들의 미욱함을 뉘우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방향을 추구하며 살아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불황의 늪 속에서 헤어나기 힘든데다 내우외환의 위기가 깊어지는 때 총체적인 난국을 헤쳐 나갈 지혜를 얻는 일은 쉽지 않을진대 12명의 지성인들의 글을 통해 현안을 해결해 갈 물꼬를 트고 자신의 상황에 부합하는 선택과 결정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 가야할 숙명이 내려졌다

   의견을 드러내다 보면 상충하여 갈등할 때가 있는 우리 사회는 그것을 분열로 몰고 가서는 흑백논리로 치닫고 말아 화합과 상생의 조합과는 요원한 길을 걷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효는 화쟁론에서 모든 경전을 인정함으로써 개별적 다양함을 살려내 나의 경험과 지식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식도 진리임을 인정해야 함을 밝혔다. 내가 옳음을 입증하는 논쟁에 비해 대화는 상대방의 옮음을 발견하는 과정인 만큼 경청을 통해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일부터 시작할 일이다. 조성택 교수는 세상의 아픈 곳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고 인문학이 세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 있는 시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진왜란 당시 전시 총사령관격인 영의정 겸 도체찰사였던 '류성룡'이 임진왜란 7년을 온몸으로 겪은 후 집필한 전란의 기록인 <<징비록>>을 통해 한명기 교수는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적 과오를 응징하여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는 지혜와 통찰을 구하려고 하였다. 임진왜란 동안 15회나 물러나겠다고 선수를 쳤다가 철회한 선조를 다독여 종묘사직을 유지하였던 영의정 류성룡의 고달픈 임무를 떠올리며 최고 지도자에게 필요한 능력과 책임감이 막중함을 후세에 전하려는 의도가 컸다. 국정 최고의 요직에 있으면서 전란의 현장에서 조선의 재건을 위해 류성룡은 상업적인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식으로 외교나 교섭의 힘은 한 나라가 갖고 있는 능력과 힘에 비례함을 간파하였다

   자기 안의 언어가 저절로 커서 자연스럽게 폭발하여 표현된 시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잘된 작품이라는 글을 통해 힘을 배는 작업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견고한 성처럼 자리한 주체성이 비껴난 자리 밑에 감춰져 있던 것들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힘을 내게 하는 시를 통해 자신 안에 깃든 타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일흔인 학자는 잘 살기 위해서 시를 읽으며 말귀가 밝아질 수 있도록 힘쓰고, 관용의 정신을 기름으로써 외롭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것도 잘 사는 방법 중 하나라 일컬었다. 격동의 시대를 보낸 고은 시인은 많은 죽음을 목도하면서 생존자로서 애도해야 할 의무를 안고 살아가는 원죄를 말하며 폐허 위에 삶을 노래하며 궁극적으로는 통일된 세상을 바라는 시로 갈무리하였다

   ‘쾌락이야말로 최고선이며 고통과 불행은 최고 악이다.’

   에피쿠로스는 고통으로부터 해방하는 게 행복이라고 보았지만 관능적인 쾌락이 주는 행복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욕구를 끌어 올리다 보면 행복과는 점점 멀어지고 욕구를 낮출 때 행복은 우리 가까이 있게 됨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는 정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철학적인 성찰을 나누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에 빠질 때 행복했다고 회고하였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죽음의 수용소라 불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존한 빅터 프랭크는 니체의 구절을 가슴에 새기며 죽음의 공포를 견뎌내게 한 희망의 전언이었다. 고통은 홀로 맞서야만 하는 주관적인 체험으로 홀로서기를 통해 극복 가능한 것이지만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다는 말에 공감하며 타인의 상처를 섣불리 아는 것처럼 나서서는 안 됨을 절감한다.

   특정한 방식과 목적을 갖고, 비판 없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주의를 기울이고 10초 동안 호흡에만 집중할 때 감성지능은 높아지고 마음의 고요는 들어앉아 열락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명상법을 차드 멩 탄은 소개하였다. 바깥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내면을 살핌으로써 자기 인식 능력을 발전시켜서 번뇌로부터 벗어나 친절과 자비를 베푸는 습관이 자리할 때 세계 평화로까지 확대해 나갈 수가 있다. 돈을 어떻게 써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서슴지 않고 여행 경비와 문화생활을 위한 관람료 지불 등을 꼽는다. 재화는 남지 않지만 남는 경험으로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해야 무엇이든 이루며 살 수 있는데 지난해에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하는 요소들이 불거져 온 가족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내야 했다. 여전히 안고 가야 할 일이지만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며 지금 있는 자리에서 정성을 다하며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건강한 신체에 의미 있는 내용을 담아 가는 평생 학습을 잇고,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이강호 교수는 글로벌 시대의 필수 과제로 보았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 무고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월호 사건을 통해 안전한 생활을 담보할 수 없는 나라의 우울한 자화상이 떠올라 숙연해지고 만다. 130년 째 건설 중인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에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제대로 된 성당을 완공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경계의 벽을 허물고 호기심을 품어 변화를 추구하며 무엇인가에 도전하며 살아갈 때 그 생활에 깃든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터인가 독서의 효과를 말하며 책을 읽고 표현하는 일이 자기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달고 사는 교사로 자리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독서는 나의 힘이라는 말을 방증할 만한 이들의 일화를 들려주며 책을 즐겨 읽던 이들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만족지수가 높다고 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책 읽기를 강조하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며 행간에 따라 읽어 내려갈 때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 곳곳에 숨어 있어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책은 나만의 보석으로 가슴 속에 자리한다. 책이 좀 많은 집의 주인들은 대부분 애서가인 경우가 많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가 책을 매개로 맺은 인연들의 서재를 찾아 서재 풍경을 피사체에 담고 서재의 주인공들과 나눈 대화를 글로 엮어 풀어냈다.

 

 

  여고 시절 보수동에 살았던 친구 집을 오르내리며 들렀던 책방 골목은 예전보다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아련한 향수 속에 자리하던 공간이 관광 명소로 각광받으며 부활하는 듯해 반가웠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던 시절 참고서와 문고판 책을 사러 들렀던 책방 골목은 오래 된 책들이 뿜어내는 냄새는 은은히 묻어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대형 온라인 서점이 영세한 서점의 문을 닫게 하였고 중고 서점까지 대형 서점이 운영하고 있어 작은 책방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책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 헌책방을 운영하는 일로까지 확장된 저자가 만난 평범한 애서가들의 책사랑은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집에서 혼자 책을 읽다가 동네를 한 바퀴 돌아야겠다고 집을 나서서 정비된 길을 걷다가 군립 도서관으로 가 가판대 위의 신문을 보고 열람실에 들러 책들을 둘러보고 오는 여정이 즐거움을 준다. 사서 교사 이영주 씨는 독서를 상상력 함양의 수단으로 여기는 학교 독서교육의 편협한 시선을 교정하여 독서를 즐기는 교육으로 치환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상상력을 기르는 일은 우리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균형 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토대로 기능할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마감 기한에 쫓기지 않고 차분히 읽어야 하니까 책은 사서 읽는다는 여행 작가의 애장 도서 이야기는 배낭 옆에 놓인 메모지만큼이나 생활의 내밀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타인이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하는 공부는 한계가 있는데 반해 스스로 책을 보면서 깨우친 것을 바탕으로 하는 공부는 재미를 더한다. 책 읽기에 좋은 시간은 애독자마다 다를 테지만 소요로 들끓는 시간보다는 만물이 잠들어 적요함으로 가득한 시간일 것이다.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책을 읽으며 연애 감정을 느낀다는 대학원생의 독서는 허상의 세계가 발현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에 책을 소유하여 읽는 것일 테다.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역사적 주체로 바로 서기 위해 건강한 역사의식을 길러주기 위해 역사서 관련 책을 읽으며 후학들에게 그 의미를 들려주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인터뷰이의 글은 가르침을 실천하는 이들이 새겨야 할 일이다.

 

   ‘너의 길을 걸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

   유명세를 타는 이들이나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 모두 유한한 삶을 사는 만큼 자신의 생을 주체적으로 꾸려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다. 존엄한 개체로 자아 존중감을 잃지 않고 살기 위해서라도 내면의 성장을 도모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야 할 당위성은 곳곳에 자리한다. 책장에 자리하고 있는 책들은 인생의 오욕(五慾)칠정(七情)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양분으로 자리한다. 인생의 고비가 있을 때마다 책 속의 인물들은 체념하지 않고 견디며 현안을 해결하는 열쇠로 작용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애서가는 컨테이너에 책들을 보관하느라 경제적 부담이 큰데도 지적 양분이 축적된 책을 쉽게 처분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책 읽기를 즐기고 표현하는 일을 좋아하는 만큼 나만의 서재를 마련하고 싶은 열망은 점점 커져간다. 책을 좋아하는 헌책방 주인이 서재의 주인들을 만나 대화하는 동안은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발견하며 내장된 가치를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나 역시 쌓여가는 책들을 한곳에 모아 자기 나름대로 분류한 서재를 갖춘 독립된 공간에서 타인의 훼방 없이 그곳에 박혀 책을 읽고 사유하며 표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소통하고 교유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 친구들과의 모임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부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걸음을 재촉하였다. 아릿한 일들을 겪을 때마다 그들이 진행하는 빨간 책방 방송을 들으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의 너울을 가라앉히며 안으로 천착하는 시간 속 내면을 응시하였다. 영화 평론가와 소설가가 진행하는 책 이야기는 일반적인 눈으로 읽어 내리느라 놓치고 말았던 행간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여 곱씹어 보게 하였다. 팔팔 끓는 물에 데쳐 낸 푸성귀를 찬물에 헹궈 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뒤 들깨가루를 넣어 고소함을 곁들인 나물의 별미에 처져 있던 미각은 살아나는 것처럼 흑임자와 적임자의 구성진 입담은 청중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빨간 책방 방송을 들으면서 그들의 말을 놓칠세라 메모하며 들을 때면 기억력의 한계에 스스로를 꾸짖을 때도 있었다. 애청자들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그동안 방송한 분량 중 감각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가장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만한 가치들을 제재로 삼아 한데 묶었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에 무게를 실어두는 창작자들이 추구하는 세계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우주와 일맥상통한다. 과거로 회귀하여 어떤 일을 상정하며 경우의 수를 던지는 작법을 즐겨 쓰는 하루키는 인생의 분기점마다 시간이라는 선을 바라보는 지점과 세상을 응시하는 다양한 시선으로 창작활동을 이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완벽한 공동체를 꿈꾸며 교유하던 이들과의 균열이 간극을 만들고 간극은 불화의 골을 깊게 만들어 인연의 매듭을 끊어버려 회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 시절 친구들을 찾아 이유를 듣기 위해 길을 나선 스쿠루의 행보가 담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소설 속 다양한 인물의 행동은 되풀이되는 우연으로 필연을 만들어내서는 서사적 흐름에 의미를 담는다. 통찰력 있는 시선을 견지하고 동일한 소설을 정밀하게 읽고 재해석하는 과정 속에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입장을 수용함으로써 감동의 깊이는 더하였다.

 

   점심을 먹고 나른해지기 십상인 5교시 수업 시작 전 한 녀석은 중학교 다닐 때 인상 깊게 읽은 소설<<호밀밭의 파수꾼>>을 소개하겠다고 나섰다. 예모를 갖추고 학생답게 행동하며 학업에 몰두하여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일을 최고로 여기며 강변하는 교사들을 향해 학생은 콜필드의 입장에서 힘든 점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다. 성적 향상으로 안정적인 자리에 올라 체제에 순응하는 인간을 육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교육 환경에 반기를 드는 그의 행동은 기성세대를 혐오하지만 순수함이 남아 있는 아이들을 이상적으로 여긴 데서 기인하였음을 관통하였다.

  ‘센트럴 파크에 연못이 있는데 겨울이 되면 거기에 있던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추위로 얼어붙은 연못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 오리에게 연못은 상시적인 삶의 공간이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콜필드의 상태와 비슷함을 밝히는 대목에서는 성인으로 자리하는 과정의 통과의례처럼 방황하는 청소년의 면모 속에 수용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인생의 조각 속에 끼어든 인간 군상의 모습은 유한한 삶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성찰하는 가운데 원하는 인생을 머릿속에 그리며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이론으로 습득하여 해결할 수 없는 돌연한 일들을 겪으며 문제를 해결하여 나갈 때도 소설 속 인물은 크고 작은 방향을 열어두고 생각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길러준다. 대비되는 삶의 무게를 나란히 놓고 네 인물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영혼과 육체, 우연과 운명 등을 다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작가의 코멘트를 따라 읽으며 철학적 사유를 더하는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니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짚어준다. 본의 아니게 타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처로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오해의 불씨는 누군가의 마음을 상상해보지 못한 데서 발화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브리오니의 상상력이 자아낸 오해로 수감 생활을 해야 했던 로비, 로비를 마음에 품고 사랑으로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은 세실리아의 운명은 부박한 인생의 단면으로 여겨진다. 죽음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로비와 세실리아의 영혼을 달래주려는 소설 쓰기로 부리오니는 속죄하려 했지만 제목에 붙여진 <<속죄>>가 어떤 윤리적 책임을 띠게 될는지는 모를 일이다

  ‘나는 내일 일어날 일을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도 묻지 않죠. 내게 중요한 일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내일을 걱정하며 오늘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며 살아왔던 시절을 떠올리며 회의에 젖게 하는 구절이다. 자신이 투자한 탄광이 무너져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도 춤을 추며 무아지경에 빠지는 조르바에게서는 인간의 욕망조차도 붙들고 살아야 할 이유가 조금도 없음을 드러냈다. 그는 빈털터리로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순간, 마음이 오히려 가벼워졌음을 산투르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육화된 언어로 물욕에 찌들어 지내는 이들을 각성시킨다. 성과를 내고 인정받기 위해 바동거리며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을 냉소하는 조르바의 호탕한 웃음은 하고 싶은 일을 유예하고 가슴속에 자리하는 잠재적 소망을 이성적으로 짓누르며 살아왔던 삶을 전환하는 동인으로 기능한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공명함으로써 일상의 틀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일로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날 크레타 섬으로 향하는 길에 <<그리스인 조르바>>는 함께 할 것이다

   ‘상반되는 것 중 최악은 권태와 공포다. 우리 삶은 권태와 공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추다.’

  <<파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인상 깊게 본 구절에서는 밋밋한 생활에 권태를 느끼며 지내다가도 돌발적인 공포 앞에 평온한 일상을 그리워하며 사는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아버지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동물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가려다 난파당하여 태평양에서 227일을 표류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렸다. 죽음과 맞서 생존하기 위한 시간적 고립을 절절이 담은 소설에 반해 이안 감독이 연출한 영화에서는 생존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망망대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공간적인 고립감을 담아 매체가 갖는 본질을 살렸다. 혼란의 카오스에서 질서의 코스모스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종교적 특성을 저자의 소설쓰기와 상통하다고 본 진행자는 불가해한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게 해 생각의 지평을 넓혔다

   반평생을 살아온 지금 인생의 2막을 새롭게 구상하고 유의미한 일상을 위해 소소한 기쁨을 즐거움으로 치환하며 살아가기 위해 움직인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생각한 대로 실천하며 1인칭 화자로 내밀한 경험을 융해하여 자신과 친밀해지는 인생의 주연으로 통념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총체적인 무력감으로 귀결되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소설에서 넌지시 일깨워 준 한 가정의 범죄가 가족이 서로 방관하고 방조하는 가운데 40년 후까지 이어졌다니 가족 구성원들 간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의 의미는 자못 커 보인다. 두 진행자가 다룬 많은 작품 중 엄선하여 묶은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상상하지도 못하였던 작품 속의 세계로 이끌어 허무함으로 규정짓고 말았던 지난한 시간 속에 담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여 현재적 삶에 충실하여야 할 당위성을 묻고 또 다른 세계를 동경하게 만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입춘이 지났다고 하지만 미세 먼지가 자욱하고 찬바람까지 불어 마음이

황량해진다.

불투명한 나날에 희망을 심을 수 있는 2월이기를 바라며 오늘도 무거운 마음을

달래 본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 모아 짧은 휴가를 즐기고 싶다.

 

 

교단 일기를 모아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을 오랜만에 만났다.

17년 동안의 교단 생활의 여운이 산문집 속에 융해되어

가속화된 물질 문명 시대에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열심히 사는

일꾼 체취를 풍기는 산문집을 통해 각박해진 세상에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열 달이 다 되어 가지만

대형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아직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선장을 위시한 직원들을 법정에 서게 하여

날치기 특별법 제정으로 무마하려는 수박 거트 핥기 식의

사건 처리에 울분을 토하고 싶다.

금요일엔 돌아올 예정이었던 아이들은 이제 이 세상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끄러운 어른으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려 본다.

 

 

 

호주로 여행을 떠났던 추억이 떠오른다.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던 시대 패키지 여행으로 떠난 첫 해외여행지

호주의 골드코스트 해변이 떠오른다.

대형 수족관 터널을 지나며 아쿠아리움의 위용을 봤던 나라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에 뭐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엄마가 세상을 뜨는 날은 세상이 무너지는 날과 진배 없을 것만 같다. 늘 곁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살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이승을 뜰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쓰라린다. 눈가에는 눈물이 고이고 목울대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오는 찰나를 떠올리며 오늘도 엄마를 그리워하는 작가의 사모곡이 떠오른다.

엄마의 육필 원고를 출판사에 가져다 주었던 딸이 엄마와 관련한 글을 산문집으로 엮었다. 친정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절제하며 엄마의 삶을 객관화하여 적은 딸의 글이 어떤 색깔로 자리할지 궁금해진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술과 안주,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새로운 술이 나오면 맛보고 싶은 것처럼 술집을 개업하면

먼저 들러보고 싶어진다.

술 궁합이 잘 맞는 부부라서인지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은 원하지 않지만 부인을 사랑하는 만큼 술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남자, 그런 남편보다 술을 더 사랑하는 여자인 주당 부부의 파란만장한 음주 행각 속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술집 탐방기를 따라 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생 4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정수 미생 4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경제성장을 주창하며 내핍하는 생계형으로 밀착되어 하고 싶은 일들을 유예한 채 지내왔던 경제 부흥의 주역들이지만 주목받지 못하였던 아버지들의 애환을 담은 영화 국제시장이 흥행을 끌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에 보답은커녕 부모님 속을 썩이면서 살았던 이들의 회한은 눈물 속에 용해되어 흘러 내렸다. 결핍으로 점철된 인생이라 온갖 고생을 떠맡아야 했던 세대들의 노력과 고생을 간접적으로 접할 때면 울컥해질 때가 있지만 잘했다고만 할 수 없는 세대 간의 불협화음이 자리한다. 2015년 새해는 밝았지만 언론 곳곳에서는 경제 불황과 청년 실업률 경신을 기사화하며 젊은이들이 자립하여 살 기 힘든 현실을 조명하며 한숨을 부추겼다.

 

   3학년 1학기까지 수학한 뒤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딸과 SNS로 안부를 전하고 음성 통화할 때면 불투명한 미래로 자립하여 경제적 활동을 벌이며 살아갈 수 있을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종종 말하였다. 과도한 사교육비를 지출하며 갖은 스펙을 쌓기 위해 돈을 들이고 인턴 십봉사활동 등을 벌였지만 취업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아 실의와 절망에 젖어 지내는 20~30대의 처진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여러 변수를 해결하며 정규직으로 자리하는 날을 인생의 서막이 열리는 날로 여기며 살아가는 미생 세대들의 노력은 생고생을 떠안고 살아가야 할 숙명에 놓인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안쓰러움이 더한다. 톈진에서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가 미생이었다는 딸은 비정규직 사원들이 조직의 일원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자존감 있는 생활을 잇는 게 녹록치 않음을 절감하여 더 우울해졌다고 해 정성을 다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자신에게 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 수 한 수를 둘 때마다 갖가지 유혹을 물리치고 최선의 점을 찾아 나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바둑은 방심하면 패하고 마는 현실 세계를 담은 인생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프로 입문을 꿈꾸며 바둑을 배우던 장그래는 지금껏 걸어왔던 길과는 다른 원 인터내셔널 영업부 3팀에 발을 딛고 바로 서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절절했다. 빠른 두뇌 회전과 판단력으로 민첩하게 행동하는 오 과장, 열정적으로 일하는 그를 보필하며 팀 내의 어머니 역할을 도맡고 있는 김 대리의 보살핌 아래 일을 배워가는 장그래의 모습은 번데기를 뚫고 나온 애벌레처럼 보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상정한 의안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영업 3팀 부원들은 휴가까지 반납한 채 신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전 직장 생활을 오래 하려거든 체력부터 길러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 오 과장은 체력이라는 외피가 없다면 정신력도 없다는 말로 체력 증진까지 강조하였다.

 

   한순간도 정신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상사의 가르침대로 장그래는 회의가 열리기 전 자료 정리에서부터 회의가 열릴 때 적성하는 보고서와 녹음까지 병행하며 영업 3팀 조직원 면모를 조금씩 갖춰 나갔다. 회의록 작성을 위해 문장을 간명하게 다듬기 전 전문 용어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문장을 적합한 무역 용어로 줄여 인상적인 보고서 작성을 위해 자료를 검색하고 문서를 찾아 익히는 일부터 시작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음을 간파한 장그래는 어려워도 투덜대지 않고 차근차근히 밟아야 할 과정을 채워 마침내 중동 항로 관련 이슈관련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돋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조직의 구성원으로 동화되어 가는 동안 익숙한 생활인으로 변모해 갈 수 있음을 감지하며 마음을 내려놓고 배우는 과정이 소중함을 그래는 일깨워갔다.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움의 감정이 스멀스멀 기어오를 때가 있다.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미움을 걷어낸 자리에 시비를 가릴 수 있는 발판이 자리하였고, 박 과장의 업무상 배임과 그의 친인척과 공모해 만든 현지 업체의 자금 횡령 등이 명백해져 담당 업무 관련자들의 문책이 따랐다. 개인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욕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이들의 징계는 영업 3팀의 위상을 드러내는 계기를 마련했으나 곳곳에 꽂힌 이들의 시선은 또 다른 두려움으로 적대적 관계에 놓여 구성원들 간의 연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 끈으로 작용했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고서 작성도 못하던 신입 사원이 제 몫을 하면서 조직원의 한 사람으로 자리하여 가는 과정에 상사의 배려와 안내는 스스로 터득하며 바로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 53 | 54 | 55 | 56 | 5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