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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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족의 촌수를 벗어난 삼촌은 속상한 일을 털어놓아도 새어나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친밀한 인척이다. 낯설지 않은 이름인 철수 삼촌이라는 제목에 딸린 부제-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는 눈길을 끈다. 기러기 아빠 두일은 강력계 형사로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하여 애쓴다. 캐나다로 가서 공부 중인 자녀들을 위하여 사채까지 끌어다 학비와 자녀 생활비를 쓰고 있다. 원금보다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리대금업은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을 파멸의 길로 끌기도 한다.

   시일 내에 돈을 갚으라는 독촉에 좌불안석인 두일은 사채업자 춘식을 만나 실랑이를 벌이던 중 그를 밀친 게 사망으로 이어졌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자 두일은 십 년 전 해결되지 않은 살인 사건을 떠올리며 그는 춘식의 시신을 매듭으로 묶어 포대에 담아 유기하였다. 10년 전 발생했던 연쇄 살인과 비슷한 시신 유기 수법으로 발견되면서 범인의 실체를 추적하며 사건은 전개된다. 춘식의 사망 사건으로 미궁에 빠진 10년 전 사건의 진범을 찾는 재수사가 이뤄짐으로써 규명되지 않은 미제 사건과 함께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진행되었다.

   사건 직후, 두일에게 걸려 온 의문의 전화는 또 다른 파행을 낳았다. 전화한 철수는 자신이 미제 연쇄 살인의 진범이라 밝히고, 두일의 범행을 모두 알고 있으니 살인범으로 신고하지 않는 대신 그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 것을 제안하였다. 자신의 범죄 사실이 탄로 날까 염려하던 두일은 그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철수와 불안한 동거를 시작하였다. 방학을 맞아 생활비를 줄이겠다고 예고 없이 귀국한 두일의 아내와 자식들은 의심 없이 철수와 함께 가족처럼 지내며 지금껏 느끼지 못한 가족의 정을 확인하며 잘 지냈다.

   살인범이라 자처하는 철수와 가족의 동거에 불안해하면서도 두일의 약점을 쥐고 있는 철수를 내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두일은 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여차하면 가족을 해칠 수도 있다는 두일의 불안감과는 달리 가족은 철수와의 생활에 만족하며 오히려 불안해하는 그가 예민하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두일의 아들 민기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미제 사건 관할 파출소를 찾아 사건 정보를 알아내고 탐문 설문까지 서슴지 않으며 겁 없이 수사망을 확대해 갔다. 두일은 야심한 시간에 집을 나서는 철수의 뒤를 밟다 10년 전 살인범과 맞닥뜨렸다. 하지만 그는 감금된 이가 진범인 사실을 모른 채 살인범을 놓아준 셈이 되었다.

   사건 프로파일 분석에 관심을 보이던 민기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듯 담대하게 범인이 머무르던 집으로 들어갔다 인질로 잡혔다. 난관에 봉착한 두일은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철수와 함께 아들이 살인범에게 붙들려 있는 옥상으로 가 육탄전을 벌여 급기야는 아들을 구출하고 범인을 체포하였다. 연이어 발생한 강력 범죄 사건을 해결한 두일은 일 계급 특진으로 임용되었지만 춘식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은 자신을 돌아보았다. 두일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밀어서 사채업자가 죽었음을 밝히고, 지난 악몽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여러 핑계를 대며 과실치사한 죗값을 미뤄 왔음을 철수에게 털어놓은 셈이 되고 말았다.

   두일은 자수하여 죗값을 치르는 중이고 철수는 범행 분석 재능을 살려 경찰이 되어 강력계 형사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며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려 했다. 10년 전 연쇄살인범에게 여동생을 잃었고, 고립무원의 작은 섬에서 한 여인은 생을 마감하였다.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피해 여성들 확산을 막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지만 피해 여성은 고립된 섬을 쉽게 벗어나질 못하였다. 성범죄의 온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섬을 빠져나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도를 찾자고 말하는 형사를 향해 이 섬에서 나가지 않으려는 의사 표현으로 피해자의 삶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말하는 듯해 씁쓸해진다

   누구도 타인의 삶을 지배하며 살아갈 수는 없지만 올바른 가치가 아니라면 시정해서라도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며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자신이 죽을 줄 모르고 한 번뿐인 인생을 소모하여서는 안 될 일이다. 균형 잡히지 않은 가정이더라도 지키려 분투하던 두일이 과실치사로 죗값을 치르는 현실에 고독사한 기러기 아빠의 기사가 겹쳐 가슴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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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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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새침한 표정으로 뭔가를 좇고 있는 듯, 한 소녀가 서 있는 책 표지가 눈길을 끈다. 양반가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능소화 한 송이를 들고 서 있는 소녀는 특별한 사랑을 갈구하며 소년을 찾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라는 제목에는 서술어가 빠져 있다. 생략된 서술어에는 사랑한다는 말이 무난할 정도로 소설의 주제는 그릇된 사랑에 대한 이해로 출발한 집착이 사랑한다는 명분 아래 상대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보여 준다.


   실종되어버린 해록과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해주를 찾아온 경찰관이 현상 이면에 자리하는 진실을 규명해간다.

  ‘내가 여기서 죽으면 너 때문인 거야. 해록아, 넌 내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 나랑 못 헤어져.’

   해주는 사랑하는 해록이 마음에 들고 싶어 그에게 모든 것을 맞춘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 이별의 주도권은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공언했다. 부러울 것 없는 경제적 환경에서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고 살았지만 늘 바쁜 부모와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지 못한 채 외롭게 큰 해주는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체득하지 못한 듯하다. 여자 친구들과도 마음을 터놓고 고민을 말하며 지내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친구를 사귀었다. 해주는 온주를 질투하고 경계하면서도 그녀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다.

   친구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청소년 시기 함께하는 친구는 감수성을 바탕으로 서로의 모습과 행동에 반응하며 사회성을 기르는 자산으로 작용한다. 개별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교유하는 친구들에게는 잇속을 드러내며 사귀지 않는다. 하지만 해주는 힘 있는 실체로 친구들 사이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에 존재감이 있는 친구를 곁에 두고 필요조건으로 삼곤 하였다. 그래서인지 해주는 자신으로 진정으로 위하는 친구들 없이 외롭게 지내는 생활 역시 해록이와 사귐으로 치르는 대가처럼 여겼다. 그녀는 스스로를 약자로 여기며 위로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설정하고는 끊임없이 해록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은 그의 SNS 사진첩 관리까지 주도하며 상대를 압박해 갔다. 사랑하는 대상은 지쳐 나락으로 떨어져 고통 속에 지내는 것도 모르는 채...............

   해록과 사귀며 자신의 취향과는 달리 그의 취향대로 옷을 입고 머리 모양을 하며 지내온 해주는 해록의 마음을 임의로 설정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해주는 해록을 향한 마음을 해록 역시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당연시하였다. 좋아하는 마음이 강하다 보면 타인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 역시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는 추정이 화근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함을 알아차리게 된다. 상대도 당연히 좋아할 줄 알고 베푼 선행이 오히려 화를 초래하는 경우를 맞닥뜨리며 상대의 의향을 묻고 살피는 과정을 놓치지 않는다.

   ‘곰팡이는 한번 피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거. 곰팡이가 더럽고 건강을 해친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곰팡이를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 무서운 거야.’

   해주의 말을 듣고 난 다음 경찰관이 습기 가득하고 군내 나는 청춘 시절 경찰관 시험을 준비하던 때를 복기하는 대목에서는 뻐근하고 고단한 시절의 고군분투가 떠올랐다. 가스라이팅으로 상대를 힘들게 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명분 아래 죄책감 없이 자신의 언행을 합리화하는 그릇된 사랑을 질책한다. 저수지에서 노을 진 풍경을 보러 동행하였지만 운동화를 벗어두고 저수지로 들어가는 해주를 외면하고 줄행랑을 친 해록은 어디로 갔을까? 해주 생각대로 공포로 뒤덮인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자취를 감추었는지 알 수 없는 해록의 행방을 숙제로 남기고 소설은 끝이 난다. 어딘가에 숨어 방황을 끝낸 해록이 현실을 바로보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말할 수 있길 바란다. 자신의 감정에 사로잡혀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랑은 애욕이 낳은 집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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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최인아 대표가 축적한 일과 삶의 인사이트
최인아 지음 / 해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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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입원한 병실을 찾은 날, 저쪽에서 알은체를 하고 오는 아줌마를 본다. 20년 전 제자의 어머니가 반가워하며 딸과 아들의 안부를 전한다. 서른여덟의 딸이 정교사로 발령을 받았고 작년에 결혼했다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좋아하고 잘하던 국어 교사로 잘 지내고 있다니 마냥 좋았다. 십 대들과 소통하며 시와 소설을 공부하던 문학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학생들의 말을 들을 때면 배우며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생각이 깊은 고등학생들과 수업하던 지난시간과는 달리 운동부 학생들이 절반이 넘은 교실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30년이 넘은 교직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월급쟁이로 전락하여 교실 수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며 하루하루 무탈하게 보내려는 데 뜻을 두고 사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말이 통하지 않는 학생들을 탓하면서 우선에 먹기 좋은 곶감을 빼먹으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보다는 교사의 말에 순종적인 아이들로 길들이려는 욕심이 앞섰는지 모른다.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여성 최초로 대기업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저자의 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를 읽으며 일에 대한 태도를 가다듬는다.

   무엇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시간에도 꺾이지 않고 애쓰고 견뎠던 시간 덕분에 광고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팀을 이끌 수 있었다는 저자의 말에 담긴 태도에는 지속하는 마음이 커 보인다. 현혹됨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 여겼던 마흔 살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였음을 떠올리며 저자의 고민에 공감이 갔다. 마흔 중반 퇴직을 생각하며 사직 의사를 드러냈을 때, 1년 휴직을 권고 받고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온 저자는 길 위에서 고민들의 임계차를 넘어설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동안 일에 집중하여 사느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못한 채 살아온 시간에 휴지를 찍고 새로운 삶을 구상할 수 있었다. 저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안 할 자유를 선택하고 결정하며 진정한 자유를 찾아 제일기획 입사 후 29년 뒤 퇴직하였다.

   퇴직 후 자유를 즐긴 후 자신의 순수한 관심사를 따라 대학원에 진학하여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자신을 상향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해법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인생이라 한다면, 생각하는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밖에 없음을 종국에는 깨닫는다. 정체되지 않은 시간을 살기 위하여 고민하던 불면의 시간은 스스로 나아지려는 실천의 시간이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한정된 시간에 밀도 높은 생활을 지속하여야 할 당위성이 있다. 타인이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야속해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으로 깊이를 채우는 일은 고차원적인 욕구를 실현케 하는 열쇠로 작용한다.

  자신의 이름을 건 책방을 생각이 오가는 공간으로 설정하고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일에 방점을 찍으며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실체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만드는 브랜딩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편으로 보인다. 시간을 가지고 가치를 축적해 가는 과업을 실현하는 일이기도 한 브랜딩은 한 사람에 대한 가치를 객관적으로 통찰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슬럼프 속에서도 꾸준히 자기만의 관점으로 자신만의 고유 가치를 찾아 스스로를 존중하며 나아가서는 타인의 존중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결과를 바꾸어갈 수 있음을 알고 도전하는 결기, 작은 일에 안달재신하지 않는 강심장으로 밀도를 높이는 시간 속에 역량은 쌓임을 알아차린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 중 하나는 감수성이다. 타인에 대한 반응을 살피며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감수성은 공감 능력으로도 이어진다. 함께하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지 예특하고 판단하며 상대의 의견을 적절히 수용하는 능력이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능력으로 여겨질 정도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곳곳에 자리한다. 거리낌 없이 말하며 자신의 생각에 갇혀 지내는 이들과 화합하기 힘들었던 점을 떠올리면 공감능력은 좀 더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목임을 깨닫는다.

    퇴직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과 만나며 지내는 일상의 소중함은 유한한 시간의 효용성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며 가르치는 일이 좋아 십대들과 교유하며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하여 오늘도 책을 펴 읽고 기록한다. 끝이 언제인지 명확히 알 수 없기에 현재라는 시간을 선물로 여긴다. 좋아하는 마음 이면에 자리하는 지속하려는 마음이 결합할 때 맺힌 꽃봉오리가 열매로 맺혀 성취감을 선물한다는 점을 새기며 인생 후반은 나답게 살기 위해 마음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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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폭력이라 부르는 것들 -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폭력 이야기 온 세상이 교과서 시리즈 6
전국도덕교사모임 지음 / 해냄에듀(단행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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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 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폭력 예방법 2조에 명시되어 있는 법적인 정의이다.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은 다양한 현상으로 드러나 우려가 크다. 학교폭력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추세에 사람들 간의 갈등을 적절히 해소하며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은 때 학생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련의 과정이 절실하다.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익명으로 시행하여 배움의 공간에 자리하는 폭력을 예방하여 궁극적으로는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지향한다. 아침에도 선배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어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눈을 내리깔지 않아 주의 준 것이라 했다니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물질적 피해보다 조회수를 늘려 얻는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SNS 운영자는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평화롭게 지냈던 수렵 생활과는 달리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권력이 분화되는 신분제가 생겨나 집단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약탈을 일삼는 일들이 일어나 구조적 폭력 행태가 두드러졌다.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발생하는 억압과 착취가 구조적 폭력에 해당하며 구체적으로는 빈곤, 기아, 사회적 소외, 독재 정치, 경제적 독점, 인종차별, 성차별 등을 들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약육강식으로 여긴 홉스의 사상에 다윈의 진화론이 합쳐져 사회 진화론의 본질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자식을 잘 키워야 한다는 명분에 사로잡혀 훈계를 일삼는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징계하는 경우가 있다.

  ‘친권자는 그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동의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는 민법 915조가 체벌을 정당화해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의 빌미가 되어왔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법무부는 징계권을 삭제해 아동 권리가 중심이 되는 양육 환경을 조성하고 아동학대에 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기대하게 되었지만, 친권자의 아동학대는 심화 양상을 띤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만큼 부모는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과정에 성장이 일어날 수 있도록 양육하여야 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동에 대한 부모의 통제와 간섭을 최소화하는 실천은 건강한 부모자식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으며 인간답게 살 권리를 타고난 생명체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권이 짓밟혀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하면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가운데 타인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인권을 존중할 때 연대하며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특정인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그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며 사회적 차별과 폭력을 유발하는 혐오 표현은 서로를 갉는 고질병으로 사회를 곪게 한다. 혐오 표현에 반하는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하여 집단 폭력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떤 사안 결정을 앞두고 망설일 때, ‘결정장애란 말을 종종 해왔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용어라는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한 채 특수어처럼 단어를 써왔다. 무심결에 하는 말들 속에 장애인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의미가 존재한다니 용어를 선택할 때,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겠다. 학생들 성적에 따라 우열반을 편성하고 수업하면서 학생들 학업 수준에 걸맞은 수업을 시행한다며 형평성에 부합한 것처럼 여기지만 실상 능력주의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소외감을 낳을 수 있다. 능력에 따른 결과물이 오롯이 개인의 성과라는 생각이 싹트면서부터 능력을 갖춘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갈등은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성감정의지를 균형 있게 갖추고 원만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전인적 성장은 작은 사회라 일컫는 학교에서부터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준 높은 학문과 기술을 배워 자아실현의 기쁨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함께하려는 움직임으로 연대할 힘을 돋우는 사회에서 발아한 비폭력적 행동이 열매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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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 -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을 찾는 15가지 질문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신인수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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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핍으로 아쉬움이 많았던 시절 어머니는 나에게 커서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엄마처럼 살지 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었다해 뜨면 논밭으로 나가 해질 때까지 일해도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기 힘든 1960년대 후반부모는 헐벗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라도 자식들만은 고등 교육을 받아 나라 일을 하길 바랐다가난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사는 부모는 남의 집 품팔이를 해서라도 자식만큼은 부모들처럼 노동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지 말았으면 하였다남편도 없이 자식 둘을 키우고 시어머니를 봉양하던 엄마의 고통을 알아차렸기에 일찍 엄마 손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아이로 성장하였다엄마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였고집안일도 나서서 척척 해내었다.

 

   “형님형님 딸은 나중에 뭐가 되어도 될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라는 이웃의 말을 들으며 자라서인지 중학교 때부터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자연스레 꿈은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사로 굳어졌다학원 한 군데에도 다녀보지 못한 탓에 교실을 학업 수련의 장으로 여기고 친구들과 경쟁하면서도 너머의 세상을 동경하며 지냈다방학 때면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 할머니 집을 찾는 아이들과 교류하며 딴 세상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집과 학교를 오가며 농사철에는 농사를 돕고동생들을 챙기며 집안일도 도와야 했던 시절의 궁색함과는 대별되는 도회 학생들의 삶은 이질적이었다그 시절 아이들은 법조인을 꿈꾸며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책들을 읽고 정해진 길을 차근차근 밟는 듯하여 왠지 모를 조바심이 일기도 하였다.

 

    담임을 하던 당시학교생활기록부 1페이지에 나오는 진로 희망 란을 비워두기 뭣하여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학생들이 소수였다성년이 되어서도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딱 잘라 말하기 힘든 상황인데 하물며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야 오죽 하겠느냐는 심정으로 생각한다어른들이 그려낸 직업군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에게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여러 경험 속에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전제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소멸되고 새롭게 생기는 직업이 많은 때수많은 종류의 직업 중 나에게 인성맞춤인 직업을 찾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남에게 자신을 보여줌으로써 돈을 버는 1인 미디어 제작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이 늘어나 그 이유를 물으면 하나같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여긴다생활에 필요한 돈을 많이 번다고 하여 좋은 직업이 아닐 텐데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보에 현혹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좋은 직업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기도 전에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좋은 직업으로 여긴다면 곤란할 것이다.

 

   좋은 직업이란사람들이 좀 더 불행해지고 사람들이 더 즐거워하도록 돕는 일에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쓸 때 가능할 것이다자신이 하는 일을 관조하였을 때 뿌듯함을 느낄 수 있고스스로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이면 더없이 좋은 직업임에 틀림없다아직까지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제대로 못 찾았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이유를 적으며 평범한 것에서부터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천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직이 잦은 시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하며 그 속에서 크고 작은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다 보면 자족감 높은 일을 찾을 듯하다.

 

  특정한 직업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맛보기 힘들다는 사실은 경험으로 알 수 있다비범한 업적을 이룬 전문가를 동경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루고 싶은 길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하여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학생들 스스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소질이 무엇인지 발견하기 위한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학교에서는 학생이 지켜야 할 규율을 지키며 수업 시간에 집중하여 학업 성취를 이루면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으로 학교생활에 별다른 걸림이 없다하지만 직장 생활은 학교생활과는 달라 사수 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여 다른 동료들과 공조하여 현안을 해결해야 할 때가 있다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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