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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글.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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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보이는 대로 어림잡아 판단하여 서로 오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단면만 보지 않고 다방면으로 볼 줄 아는 힘은 여러 경험과 노력을 통해 길러진다. 파란나비 피터는 반쪽붉은나비를 보고 아름다운 날개를 가지고 싶다 하니 상대는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은 피터는 창문을 통해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숲속을 지나다 고슴도치를 만났다. 고슴도치는 몸의 가시를 비웃는 친구들 때문에 아플 때도 있지만 이를 정직하게 대면하고 사랑 받을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가려 했다.

 

 

  반쪽붉은나비를 만난 피터는 마음속 깊이 들어가 그곳에 피어있는 꽃을 따먹어야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꽃을 따 먹자 붉은 빛이 감도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마침내 반쪽붉은나비가 되었다. 피터는 아름다운 나비를 자랑하고 싶어 길을 나섰으나 친구의 시큰둥한 반응에 친구가 잘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해줄 친구는 그리 많지 않음을 알아차려야 했다.

  ‘높이를 갖고 싶다고 모두들 높은 곳만 기웃거리는데 헛수고일 뿐이야. 아가도 말했지만 높이를 가지려면 먼저 깊이를 고민해야 돼. 깊이를 가지려면 여러 번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 65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려고 아득바득 올라서려는 욕망에 갇혀 다른 사람들을 짓밟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깊이를 갖고 싶다면 높이에 대한 열망을 내려놓고 먼저 잠재적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어둠의 시간을 견디며 당당히 피어나는 들꽃처럼 살아가는 일의 존엄함을 일깨운다.

  아름다운 날개로 곳곳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아픔은 더했고, 다른 나비들의 혹평에 싸움을 하며 파란나비의 날개를 찢어놓기도 했던 피터는 위로 받고 싶은 대상을 찾아 나섰다. 키 큰 나무를 만나 불행의 원인은 나와 다른 것과의 비교에 있음을 직시하고 아픔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 자리에서 성장을 위한 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웠다. 진심으로 누군가의 문제를 짚어주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는 친구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키 큰 나무의 말은 아픔을 떠안고 넘어설 힘을 실어준다.

 

  고정관념의 성에 싸여 현상 이면의 본질을 헤아리지 못한 채 독단에 빠지는 경우를 대면할 때마다 참혹한 슬픔을 이해하고 일어서는 것처럼 말하곤 하지만 침묵한 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욕망이나 이중성을 함부로 깔보지 말라는 표범나비의 말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욕망에 기인함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갈은 꼬리 끝에 독을 만들어 자신을 지켜 나갈 상징을 만들어두고 있다고 하였지만 그 상징으로 스스로를 쓰러뜨릴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함을 말했다.

 

  피터와 사랑에 빠진 분홍나비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나무와 바람은 서로에게 슬픔을 주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행복을 주기도 하니까 소통하는 것이라 했다.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을 때 소통은 시작됨을 기억해야 한다.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 관심이 있어도 관심 없는 척, 욕을 하면서도 욕하지 않은 척하며 가면을 쓰고 사는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끌려 진실을 가두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냇물이 흘러 강물을 만나고,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며 만나는 숱한 사물들과의 부딪힘을 안고 사는 동안 누군가의 아픔을 달랠 줄 따뜻한 말이나 행동은 괴로움을 덜어 새롭게 시작할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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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소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6
앨리스 먼로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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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에 따른 삼라만상의 변화는 세월의 더께만큼이나 다양한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자욱한 먼지 속에 피어난 벚꽃은 탄성을 몰고 오는 튀밥처럼 튀어 올라 화사함을 더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움틔우는 몸짓은 활기를 더하고 지쳐 있던 마음까지 바로 세우는 힘이 있다. 태어난 지 오래지 않아 어머니를 여의고 새어머니와 이복동생,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로즈는 가난한 지역의 누추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타인의 눈에 나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역부족이었다. 로즈는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다가도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뜻을 비치고 이를 트집 잡은 새어머니 플로는 초반에 기선 제압이라도 하려는 듯 로즈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이를 빌미삼아 딸을 잔혹하게 매질하던 아버지는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과장된 연기도 서슴지 않았다.

 

어둡고 흐릿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일을 플로는 역겹게 여기며 가족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헛간에서 놀음하는 공동체로 안정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있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사랑으로 서로의 부정적인 면까지 포용하며 지낼 수 있어야 하는데 로즈는 안온한 분위기와는 먼 비루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갈망을 더했다. 예민한 감수성에 결핍을 견디기 힘든 사춘기 시절 변두리 학교에 다닐 때에도 도처에 자리하는 폭력의 표적에서 비껴나려는 노력은 본심을 숨기고 체제에 순응하며 버텨내야 했다. 재래식 변소를 들락거리며 배설하고, 아이들 사이의 위계질서를 따르며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로즈는 연기하며 살아가는 생활에 젖어갔다.

 

아들로 태어나 별다른 노력 없이 특권을 누리며 인정받고 지내는 남동생과 달리 딸로 태어난 로즈는 안정적인 생활을 갈구하며 누추한 환경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욕망했다. 장학금으로 대학을 다니는 로즈는 누군가의 후원이 없으면 학업을 지속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학비와 용돈 걱정 없이 생활하기는 힘들었다. 그녀는 욕망의 끈이 닿지 않을 공간으로 머무르는 시선을 거두면서도 걱정 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일을 가슴에 품고 지냈다.

 

결핍으로 점철된 그녀와는 달리 가진 게 많은 패트릭을 만나 사랑을 가장하며 만남을 이어갔다. 남루한 생활을 잇는 처지에서도 영민함을 지닌 로즈에게 끌린 소심한 역사학도 패트릭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는 백화점 소유주의 아들로 중산층 가정의 자제로 그와 결혼한다면 안정적 생활로 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가진 것이 없어 자립을 꿈꾸기도 힘든 고단한 생활과 결별하고 싶은 바람이 큰 그녀는 이른 나이에 고심하지 않고 패트릭과의 결혼을 선택하였다. 이후 그는 그녀를 위해 역사 공부는 팽개치고 백화점 후계자가 되기로 마음먹고는 심신을 단련하기보다는 집의 외장을 화려하게 꾸미고 사람들을 초대해 집을 자랑하였다.

 

네가 가난해서 나는 좋아. 너무 사랑스러워. 거지 소녀 같잖아.”

라는 패트릭의 말은 파경을 배태하고 있었다. 거지 소녀는 패트릭이 좋아하는 이미지에 불과하였다. 인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중산층의 속물근성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그 경계선에 발을 들여놓고 안정적인 생활을 잇고 싶은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사랑의 축복으로 귀결되는 결혼 생활과는 멀어진 가정은 파경으로 치달았고 로즈는 성적 일탈을 감행하며 자유로운 사랑을 구가하였다. 가난한 생활로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온 조슬린 부부와 소통하며 갖지 못한 부분을 공유해왔지만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정서적으로 공감하며 지내고 싶은 남자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가 떠나는 게 두려워 마음을 정리하는 편지를 썼으나  췌장암을  앓다 죽은 사이먼의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사이먼의 소식을 전한 이의 말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임의대로 판단하고 해석한 로즈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여겨진다. 가난했던 시절  중산층의 속물근성을 경멸하던 조슬린은 부자가 된 뒤 중산층의 속물근성을 띠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이들의 내재적 욕망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여러 지역을 떠돌며 고독하게 지냈던 시간들을 정리하고 살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새어머니 플로는 스스로를 건사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플로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데 반감을 드러내며 고집을 드러냈다. 지금껏 자신을 지탱해 준 정신적 근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녀는 요양원으로 가면서도 정신만은 챙기려 애썼다.

 

 상대방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고 가난한 지역에서의 불안에서 도피해서라도  안정적인 생활을 바랐지만 행복한 생활로 이어지지 않았다. 어떤 남자 때문에 떠나야 했고, 어떤 남자에게 버림받는 게 두려워서 편지를 쓰고 치욕을 느끼면서 또 다른 희망을 품는 아이러니는 로즈 자신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여러 경험 속에 기대가 꺾이며 맞닥뜨린 실망과 좌절로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도 있었지만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노려도 스스로 행할 때 의미 있음을 알아차리고 타인의 태도에 머물러 있던 시선을 거두었다.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온 로즈는 새어머니 플로의 삶을 통해 인간은 소멸을 향해 가는 유기체임을 일깨우며 그림 속 이미지에서 탈피해 스스로 주인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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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 나태함을 깨우는 철학의 날 선 물음들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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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전망 좋은 위치에 자리한 카페에서 후식을 맛보며 한껏 분위기를 잡은 사진이 활개를 치는 SNS 활용 시대에 시선은 머물렀다 떠나기를 반복한다특별한 맛을 찾아다니는 유랑객처럼 오늘도 친구가 무엇을 먹었는지 궁금해 하며 소비적 욕망을 돋운다취향에 맞는 물건과 먹거리를 찾아 소신 있게 소비하기보다는 남들 맛있다고 먹는 것을 따라 찾는 경향으로 치달을 때가 있다먹고 마시는 일련의 활동들도 피사체에 담아 경쟁적으로 남기는 이들을 보면서 굳이 사진을 올려 타인의 욕망을 자극할 필요는 있을지 회의들 때가 종종 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일상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시공간을 초월하는 정서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바람으로 싫은 내색하지 않고 상대의 취향을 존중하다가도 자신의 취향을 고집할 때면 이대로 어른이 되어도 괜찮은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자신의 것이 소중하고 귀하면 타인의 것도 존귀함을 인정하며 유대관계를 유지할 때 지치지 않는 공고의 선을 실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모든 규제를 무장해제한 방학 동안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부리며 나태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지내는 학생들을 볼 때면 지금 주어진 자유가 타당한 것인지 묻게 된다.

  ‘자유는 예속무지는 힘

  이라는 풍자적 경구로 감시자들을 한눈에 넣어 통제하려는 독재자의 속내를 드러낸다스파르타식 입시학원은 자유가 개인에게 얼마나 버거운 짐인지 보여주는 실례로 자칫하면 자유가 나태와 타락한 삶을 조장하는 불안으로 이어지기 쉬움을 보여준다자율적인 생활을 통해 길러지는 게 바람직한 자유를 강제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유인이 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스스로 정한 삶의 의미에 얼마나 충실하였는지 살피며 지낼 때자유인으로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중국으로 1년 어학연수를 다녀 온 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토익을 비롯한 기본적인 스펙을 쌓느라 고군분투했던 딸을 보면서 대량 실업을 양산하는 고학력 실상에 암담해진다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의 틀에서는 햇수가 쌓일수록 불안은 엄습하여 취업 준비생을 황폐하게 만든다경험의 가치를 내세워 눈을 낮춰 취업 원서를 넣고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직장에서 수습기간을 마쳤지만 정의롭지 못한 조직 질서를 거부하면서도 보복성 폭력에 마음을 닫고 지내는 모양이다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한 채 보고 싶은 면만 보는 상사는 상대를 업신여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아 사원들이 받는 상처가 크다고 했다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토론하고 유연한 태도로 대안을 모색하려는 변화를 시도할 때 사회는 진화 발전해 간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문명사회의 이기를 누리며 지내는 실용성 이면에는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로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은 파괴돼 회생불능의 상황으로 악화되었다소비를 촉진해야 발전하는 경제구조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환경을 보전하려는 실천은 불가피하다객관성에 입각한 과학 지식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대신 건전한 비판정신으로 사회를 좋게 하는지 따져 볼 일이다확실하다고 인간의 이용 측면에 초점을 두는 기술주의적 환경론과 환경 자체에 가치를 두는 생태적 관점을 절충하여 윤리적 태도로 환경을 보존해 가야 한다숨 쉬기도 힘든 미세먼지 터널을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도덕적 선을 실현하는 일에 가치를 두고 국제적인 협력체제 구축을 미룰 수 없다.


  아득바득 일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일에 급급해 온 사람들은 어떻게 놀아야 제대로 노는 것인지 망각한 채 일에 매몰되어 왔을 뿐이다곁을 주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의 AI, 로봇 등의 확산으로 기존의 직업에서 물러나 늘어난 시간을 보내느라 고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놀면서 일하고 즐기는 인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가꾸어 나갈 때 존엄성을 잃지 않게 될 것이다남들의 평가나 이해 득실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삶이 아니라 이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살려가는 일에 가치를 두고 소신 있게 살아야 함을 자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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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
정유정.지승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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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고 일어나 세탁조에 빨래를 넣고 책상 앞에 앉아 읽던 책을 읽는데 제자의 전화가 들어왔다고등학교 때부터 막역하게 지낸 친구 엄마의 부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어머니의 오랜 투병생활 병상을 지켰던 제자는 죽음의 공포 속에 휩싸여 지낸 적을 회고하며 6개월 선고받았던 어머니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 하더니.........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순리를 거역하기는 힘든 줄 알지만 어머니의 죽음은 이승에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의 부재로 이어진다소설가 정유정의 소설 작법을 담은 인터뷰 형식의 글을 읽으며 투병 중인 어머니를 가슴에 묻고 살아남아야 하는 이의 질긴 생명력이 겹쳐졌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독서 인구가 더 줄어들어 출판 시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현실이다하지만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들은 있어 소설가들은 창작에 몰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개연성 있는 허구를 다루는 소설이 독자들의 읽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까지 작가의 노력과 집필 과정은 녹록치 않을 것이다전문 인터뷰어 와 두터운 독자층을 이루고 있는 전업 작가의 담론은 한 편의 소설이 탈고되기까지의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실패를 거듭하며 등단하기까지의 고단했던 시절을 털어놓으며 전문적인 이야기꾼으로 자리할 수 있었음을 알게 한다.


    ‘나는 이야기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어떻게 쓸까?’

   쓰려는 무엇을 말이 되게 논리적으로 증명해내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하는 소설작법에서 관련 책들을 분석하면서 많이 읽을 필요는 커진다진실을 말해야 하는 작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세계관을 정립하여 소설을 쓰므로 스스로 편협한 시각을 가진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자기 검열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어머니 대신 동생을 돌봐야 했던 청춘 시절의 암울했던 경험이 <<내 심장을 쏴라>>에 투영된 만큼 작가는 주인공 이수명을 사랑했다.


  동물적 성향을 띠는 역동적인 종목으로 고독을 견딘다는 작가는 인간의 악을 소설의 주류로 삼아 선이라는 절대가치를 지향하며절대적 가치와 일치된 행동으로 생명체의 존엄함을 드러내려 했다사회적 관행이나 시선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특별한 악인을 여러 인물로 변주해 소설 속에 등장시켰다독자와의 연결통로로 삼는 주인공은 이야기의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작가의 대리인으로 절정부분을 주도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적대자는 주인공과 체급이 비슷한 이로 갈등의 정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인공에 대적하는 이로 자리해야 한다.


  현실화될 수 있는 확실성의 정도를 담은 소설 속 내적 개연성은 깊이 있는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할 때 밀도 있는 소설에서 가늠할 수 있다소설을 구상하며 개요를 작성하고 이야기의 기본이 되는 자료를 충분히 조사하여 초고 쓸 준비에 들어간다크고 작은 스케치북에 소설 속 공간을 세밀하게 담아 공간이 품고 있는 상황과 의미를 결부 짓는 과정까지 꼼꼼히 그려 자기가 만드는 세계를 신처럼 알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다일필휘지로 초고를 쓴 뒤 소설의 시작과 결말은 살리고 나머지는 버려져 초고는 작품을 부화하는 통과의례로 자리하는 듯했다도공들이 가마에서 구워진 도자기를 깨부수는 것처럼 초고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은 이야기꾼을 지향하는 소설가의 전문성을 가늠할 수가 있다.


   백지 위에 무엇인가를 써야 하는 심리적 압박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낳기도 하지만 다독(多讀)과 필사를 포함한 다작(多作)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작가 역시 자신과의 싸움인 글쓰기에서 전문성을 띠기까지 숱한 고민 속에 실천적인 노력이 있어왔다이야기 만드는 데 중점을 둔 초고에 장면 간의 유기적 연결에 중점을 둔 수정을 거쳐 탈고한다단문의 간결함과 속도감을 문장의 특징으로 삼는 작가는 첫 문장을 쓸 때에도 강렬한 인상을 끌어내기 위하여 고심했다.


  전문성을 인정받는 소설가 역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소설을 탈고하기까지의 의심독자들의 반응을 둘러싼 두려움 등을 이겨내기 위한 준비는 기초 작업을 튼튼히 하는 일부터 챙겼다한 편의 소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공들인 시간에 경외를 품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경험에 상상력을 입혀 내적 개연성 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이에게는 습작 기법의 길라잡이로 자리할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작위적이지 않아 공감 지수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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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눈 창비청소년문학 84
주디 블룸 지음, 안신혜 옮김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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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수성이 예민한 스물다섯 명의 여학생들과 인연을 맺고 새로운 생활을 다짐하는 자리 창백한 얼굴에 드문드문 마른버짐이 핀 여학생은 고개를 숙이고 앉아 담임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교과 수업 시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아침 자습 시간에는 한눈에 들어옵니다집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왜 저리도 파리한 모습으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지 관심이 갔습니다새 학기 시작으로 일상은 분주해졌고, 3월 중순 사흘의 가정방문 기간을 앞두고 중점적으로 챙겨야 할 목록을 작성하였습니다.


  유한한 시간을 살다 가는 생명체가 맞닥뜨린 죽음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기억 속에 저장하고 가슴에 품고 살게 합니다간간이 들려오는 부음은 망자를 애도해야 하는 시간이 이어질 때유족들에게 다가가 위로한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알은체하는 일도 조심스러워집니다죽음이 갈라놓은 영원한 결별을 경험하지 않고는 고통을 자각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편의점으로 침입한 강도의 총을 맞고 데이비 아버지는 목숨을 잃었고남은 가족은 가장과의 준비 없는 이별로 망연자실하였습니다아버지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자활의지를 잃은 데이비 가족의 회생을 바라며 5년 전에 만난 한 여학생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들이 작성한 신상 조사서 약도를 보며 제자의 집을 찾았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눈에 선연합니다일용직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였고 어린 남매를 보살필 여력이 없던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렸습니다오갈 데 없는 오누이를 떠맡은 할머니는 살아내느라 곤한 몸을 눕히고 쉴 수 있는 공간도 없이 이 집 저 집을 떠돌다 퇴락한 빈집을 빌려 한 공간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가정방문 날며칠 전 내린 비로 방바닥은 흥건히 젖어 있었고올라오는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장판 옆으로 둘러놓은 수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심인성 질병과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할머니는 발품을 팔아 손녀와 손자를 뒷바라지하면서도 아이들을 잘 키우려는 마음이 컸습니다할머니는 지난한 세월의 흔적을 조금씩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손녀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괜찮은데 병으로 죽게 되면 아이들은 누가 돌보나?’

  눈물이 그렁그렁한 할머니의 거친 손을 잡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선생님으로 손녀가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다며 발걸음을 떼었습니다어릴 때부터 부모 없는 자식이라고 놀림과 따돌림을 당해왔던 일들은 보리의 마음을 음울한 잿빛으로 물들여갔습니다어른들에 대한 불신으로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보리의 축 처져 있는 어깨를 토닥이며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는 중용의 구절을 들려주었습니다.


   제이슨과 어머니데이비는 그녀의 고모 집으로 거처를 옮긴 뒤 현지 적응을 위해 며칠을 보냈습니다괴한이 침입하여 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는 내재해 있었지만 무력하게 지내서는 안 된다는 고모부의 조언을 따라 거처를 고모 네로 옮겼습니다고모 네의 도움으로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는 자식들에 비해 데이비 어머니는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낸 상실감으로 불면의 고통 속에서 헤매는가 하면 두통약을 복용하며 무기력하게 보내기 일쑤였습니다자신의 의사 표현은 점점 줄어들고 고모가 말한 대로 움직이는 어머니를 보며 답답함을 느낀 데이비는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며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협곡을 찾아 집중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인적이 드문 협곡에서 울프를 만나 뒤부터 데이비는 그와 필요한 말만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생활의 활기를 조금씩 찾아 갔습니다우연적 시간들이 쌓여 필연적 의미를 띠고 삶의 방향을 틀어줄 때가 있습니다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보리와 주기적으로 대화하며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교사를 경계하며 쉽게 말문을 트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꿈 장학생 신청서류를 보이며 무엇이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비쳤을 때 보리는 선생님처럼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사례는 없었다며 고마워했습니다제자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검토한 뒤 멘토로 학생과 어떻게 교류하며 지낼 것인지 계획서를 작성하고 장학금 활용방안까지 세세히 입력하였습니다열흘의 사정 기간이 끝난 뒤 장학생에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습니다.


  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환경에서 독서를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균형 잡힌 생활을 하는 가운데 비전을 드러내며 살아가려는 의지를 더했습니다경제적 상황이 안 좋아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사서 읽지 못하였다는 말을 듣고는 토요일에는 읍내에 있는 서점에 서 만나 함께 읽을 책을 구입하여 책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갔습니다일찍 철이 들어서인지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선생님이 베풀어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하며 새로운 희망을 전하는 이로 살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아버지 죽음의 잔상이 남아 있는 데이비 옷에는 총상을 입은 아버지가 흘린 흥건한 피가 잔혹한 선홍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아버지의 죽음 이후 살아남은 가족의 시간도 멈춰버렸지만 산 자들은 어찌 해도 생존을 이어가야 했습니다이상과 현실이 괴리되어 화가의 꿈을 꾸었지만 편의점을 지키며 살아온 아버지는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것이 회한으로 남았을 것입니다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요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고목처럼 말라 숨을 쉬기도 힘들어 했던 울프의 아버지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은 보리 아버지 등 세상의 어떤 죽음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죽음은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고 이승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이들은 가슴에 묻고 그리워하며 애도하는 시간 속에 생전에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합니다 기억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며 망자와의 만남을 추억하는 일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입니다제자 역시 두 살 터울의 동생이 태어났을 때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지갑에 넣고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면 꺼내어 본다고 하였습니다아버지와 함께 지난 시간은 잘 생각도 안 나지만 딸과 아들을 할머니 손에 남기고 하늘로 갈 때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습니다매달 20만 원의 장학금을 받아 학습에 필요한 책을 사고 교통비로 쓰면서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어 고맙다고 하였습니다.


  기초 실력이 부족했던 수학 공부를 반복하며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는 능동적인 태도는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고배우며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까지 품게 되었습니다지금 제자는 지방의 대학교에서 사회교육을 공부하며 틈틈이 사회복지기관에서 가르침을 전하는 봉사로 그동안 배운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며 선순환의 복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뜻하지 않은 불행을 탓하며 무력하게 지내기보다는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나 힘을 모아 나아가려는 추동력으로 결집될 때 진화 발전해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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