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과 진화론은 종교와 과학이라는 다른 입장에서 보는 논리적 대립으로 평행선을 그으며 논쟁이 진행되어 왔다. 과학과 종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다루고 이해하는 사유 체계이지만 명백히 다른 근본 원리에 입각하고 있다. 영적인 믿음으로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는 종교와 현실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자연 현상을 다루는 과학은 양립하기 힘든 것처럼 보여 왔지만 사유 체계를 구성하는 영역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인식하여 시간적인 소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들의 견해가 있다. 종교적 핵심인 믿음은 두뇌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진실이라고 간주하는 모든 인지나 감정으로 정의 내리는 인지신경학자는 믿음의 기원까지 올라가 신에 근거한 신앙 체계를 뇌의 중요 요소로 확립하여 믿음으로써 존재하는 인간으로 이끌어 냈다. 진화론을 중심으로 한 과학은 기존의 자연 현상과 이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되,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명확히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현대진화론과 유신론ㆍ무신론 논쟁의 정점에 서 있는 도킨스 교수는 <<만들어진 신>>에서 종교의 편협함, 맹신, 잔인함, 악습과 편견에서 나오는 극단주의의 폐단을 지적하며 신을 만들어진 망상이라고 말하여 유일신을 믿는 종교인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환경에 더 잘 맞는 유전자를 지닌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이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서 개체군에 유전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 변화는 그 생물의 환경에 대한 적응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개체는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하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여겼다. 자연선택은 모든 생명체가 실제로 살아남는 것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낳고, 이 자손들의 형질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전제한 뒤 환경에 더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게 되고, 살아남은 생명체의 형질이 유전을 통해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종교에 대한 진화론적 연구를 새롭게 열어 보이려는 윌슨 교수는 자연사적 정보를 통해 진화론의 강력한 기초는 금욕주의적 수행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자이나교뿐 아니라 특정 종교를 연구하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가설을 많이 내세워 자신의 논리를 펴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실례를 제시하지 못하는 밈 가설을 이론적 가능성으로 간주하였다.  

 

  우주는 생명체만을 위해 이상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 현상을 말한다. 진화론을 취하는 과학은 인간이나 종교가 만들어낸 법칙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에 부합하여야 하며, 자연과학의 결과와 이론은 실제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연구 결과는 언제나 잠정적이며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함을 전제한다. 알렉산더 교수는 과학적 설명은 생물학적 다양성이 생겨난 방식을, 신학적 설명은 그 원인을 기술하는 상보성을 들어 통합 상보성 모델을 적용하는 일이 과학과 종교의 대척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문화인류학자 겔너는 현대의 이데올로기적 권위자를 종교적 근본주의자, 엄격한 계몽주의자, 상대주의자라는 세 범주로 나눌 수 있지만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여 사회의 공적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주장했다.

 

  자신이 선택하는 대로 생각하고 믿으며 행동할 자유가 있지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부정적 관점에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의심할 자유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믿을 자유 또한 인정해줘 무신론자의 자유는 유신론자의 자유와 밀접하게 엮여 있음을 킹 목사의 연설문을 인용하여 그 뜻을 명확히 하였다. 수양과 도덕에 초점을 맞추고 공공의 선을 향한 신념이 강한 불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종교학과 강사 히로코 카와나미는 2007년 미얀마 불교 승려들의 반정부 시위를 억압적인 군사정권에 맞서 사회적 안녕과 윤리적 기초를 마련하는 일을 예로 들었다. 인과 관계의 상호관계를 믿으며 업을 역동적인 원리로 보아 공덕을 쌓고 지혜와 연민을 키워가려는 불교에 대한 바른 이해로 고통의 조건을 수용한다는 오해를 풀어가려는 움직임은 다원적인 측면을 인식하는 게 중요한 종교의 가치를 일깨운다. 과학자들은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경로로 연결되었는가를 파악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부족들 간의 지위 경쟁, 폭력, 전통적 전쟁의 인류학에 대한 광범위한 고찰을 저서에 담은 마쉬너 교수는 길고 추악한 역사를 공유하는 전쟁과 종교를 들어 종교 자체가 전쟁의 직접인 원인은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종교가 전쟁을 촉진하는 것으로 봤다. 종교는 인간이 내집단과 외집단, 우리와 그들을 분류하는 근본적 수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단으로 기능함을 역사 속에서 살피고 있다. 20세기 후반 종교적 사리사욕이 없는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새로 부활한 설계론은 생물 진화의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의 출현에 초점을 맞추고는 신만이 이에 대한 유일한 답이라고 주장한다. 과학 자체로 신의 선물이라 칭했던 슈발리에는 과학이 어떻게 신의 권능을 가리키는지 살펴 볼 것을 촉구하여 과학과 신앙 간의 대화가 풍부히 오가는 것을 다윈의 유산에서 그 의미를 찾았다. 마이클 오브라이언은 문화의 진화를 파악하기 위한 유일한 접근법으로 다윈의 진화를 들어 진화론은 자연계를 설명하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으로 믿음의 문제인 신앙과는 별개로 인정하여 종교와 과학이 배타성을 띠기보다는 모두 의미 있는 유효한 체계로 이해했다.

 

  종교의 기원은 인과성에 대한 믿음이 진화한 데 있으며 인과성에 대한 믿음의 기원은 도구 사용에 있다고 본 월프트 교수는 중요한 사건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여 어려움을 해결해 온 종교 활동은 개인의 안녕과 낙관주의를 향상시켜 인간의 생태적 삶을 진화해 왔다고 봤다. 초자연적인 작용인(作用因)에 대한 믿음을 종교적 사유의 방식으로 여기는 이들의 인지적 유연성이 인간 사회 내에서 불가피한 현상으로 종교는 만들어졌다. 과학은 인간의 삶을 물질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종교는 인간의 삶을 심리적으로 안정하게 해주며 질적으로 향상시켜준다.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종교와 과학이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논쟁에서 벗어나 마음을 열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공동의 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언어와 공감을 가능케 했던 진화상의 거대한 도약인 거울신경세포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상호 관련성이 있는 인간으로 교감한다는 게 은유에 불과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영역이 공존하는 틀을 마련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과학책추천#현대과학종교논쟁#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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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직지 1~2 세트 - 전2권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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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직지 축제장을 찾았을 때, 직지로드란 교황청비밀문서 수장고에서 충숙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전시되어 그 내용이 궁금했다. 박병선 박사의 노력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됐던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이 세계 학계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후 직지 관련 연구가 계속돼 고무적이다. 직지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이전에 유럽으로 전파되었을 가능성을 소설에 담은 <<직지>>는 한글 사용을 둘러싼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바티칸 수장고 공개의 제 문제-계량학적 관점에서

    라는 논문을 쓰고 직지를 연구하던 전형우 교수는 직지가 유럽으로 전파됐다는 주장을 폈다. 이후 전 교수가 피살된 현장에서 그는 누군가에게 피를 빨리고 귀가 잘려 나간 채로 창에 찔려 있었다. 기묘한 피살사건을 추적하는 김 기자는 라틴어 전공자가 해석한 편지를 바탕으로 전 교수가 고의로 무엇을 왜곡하거나 진실과 동떨어진 해석을 내놓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미궁에 빠진 전 교수 죽음의 용의자를 찾아 나서는 길이 녹록치 않았지만 김 기자는 굴하지 않았다. 이 메일을 주고받던 카레나 씨를 찾아 아비뇽까지 갔다.

 

    전 교수의 피살 사건과 관련해 알 수 없던 카레나는 조선 세종 때 한글을 비밀리에 주조하던 양승락의 딸이었다. 한글창제를 반대했던 보수적인 정치권력과 결탁한 명나라 환관들에게 아버지는 비명횡사했다. 아버지를 여읜 은수는 겨우 목숨을 부지했지만 명나라 사신단의 행렬에 함께하여야 했다. 명나라로 가던 중 유겸을 도와 그의 양녀로 들어가게 되지만 환란이 덮쳐 로마로 향하는 수도자의 마차에 오르는 운명에 놓인다. 이후 청동이나 납으로 글자를 만든 다음 먹이나 염료에 묻혀 종이에 찍는 시연을 보임으로서 은수는 필사의 중심지인 마인츠로 보내졌지만 그곳에서 결박을 당한 채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 감금되었다.

 

    사람들이 쉽게 글자를 대하고 책을 읽는다면 세상의 질서가 무너지고 궤변의 지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편지를 바티칸 교황이 대주교에게 보내 은수(요안네스)를 악마의 대리인으로 단죄하려 했다. 금속활자를 만든 것이 악마의 지시라는 사실을 실토하라고 종용당하면서도 그녀는 금속활자를 포기하지 않아 화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다

 

     ‘요안네스를 살려주십시오. 천억 권의 책을 만들 사람입니다.’

    간청이 받아들여져 형 집행을 피한 요안네스는 고르드 수녀원으로 보내졌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은수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도 마음대로 책을 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랐다. 쿠자누스는 카레나를 본 후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함께할 뜻을 비치었지만, 카레나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둘의 사랑을 희생하기로 했다.

 

    카레나는 금속활자를 세상에 널리 퍼트리는 것을 도와달라고 쿠자누스에게 부탁하자 금속활자를 배울 사람으로 구텐베르크를 그녀에게 소개해 주었고, 구텐베르크는 성경을 인쇄하였다. 구텐베르크의 신전인 엘트빌레 수도원의 중요한 구성원인 피셔 교수는 조용히 해결할 일을 세상사의 관심사로 부각시켜 수도원 측으로부터 파문을 당한 뒤, 결국 그는 전 교수의 범인으로 상징적 사형에 처해졌다. 삶을 포기하려던 찰나 힘없는 백성들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과 불의에 맞서는 정신은 직지와 연결되어 새 글자 한글에 담은 약한 사람과의 동행'을 보인 지식혁명으로 이어진다. 모진 위험 속에서 새 글자를 만든 국왕, 그 글자를 금속활자에 담아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던 아버지의 바람을 지키려 한 카레나, 직지 연구에 혼을 바친 전 교수 등이 있어 우리 문화의 씨앗은 탐스러운 열매를 거두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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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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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튀는 행동을 삼가고 평준화된 생각에 순응하며 그럭저럭 지내는 삶을 표준화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통념을 답습하는데 익숙하다. 혁신 교육을 주창하면서도 우리 교육은 획일화된 정량평가로 성취를 높이는 일에 주안점을 두어왔다. 공식을 암기하여 5개 중에 정답 1개를 맞히는 문제풀이 중심의 정답 찾기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 논리를 정립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익숙지 않은 길이더라도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 속에 지적 호기심은 앎의 지평을 넓혀주는 욕망을 충족하는 과정으로 귀결될 것이다.

 

  통찰력 있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석하여 재구성하는 논리를 펴 자신만의 관점을 새롭게 하는 교육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나만의 관점에서 논리적 해답을 제시하는 능력이 존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독서를 통한 사고력 신장과 어휘력 향상은 삶을 사유하며 철학하는 교육과도 연계된다. 숱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의사결정을 한 뒤 발자국을 찍으며 걷는 걸음은 삶의 궤적으로 개인의 역사를 이루고 나가서는 인류의 역사로 모아진다. 계획을 수립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이 앞서 실행에 옮기지도 못하고 정해진 시스템을 따라야할 때가 많았음을 경험으로 알아차린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도 원시부족사회 때 유용했던 전략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선택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확신이 들면 의사를 결정하고 결정한 대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의사결정의 전형적인 패턴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70% 확신이 들면 의사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고, 실행 중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게 나은 결정을 위한 방편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나이 들수록 인지적 유연성은 떨어지고 자기 객관화와 멀어지는 게 보편적이다. 자신의 신념을 회의하고 의심하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세상을 배우려는 가운데 자기 객관화는 정례화 될 것이다.

  정해진 길만을 걸으며 난관에 직면했을 때 슬기롭게 헤쳐 나가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탐험가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집단적 선택을 따르며 안전성을 취하기보다는 집단적 선택의 범주를 이탈하여 시도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며 놓쳐서는 안 될 의사결정을 끌어내는 사람으로 결정 장애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습관의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은 기존의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고침으로 습관 뇌 영역을 관장하여 갈 수 있는데 삶의 진폭을 넓혀가는 일은 일상에서 시도되어야 한다. 오지 않은 미래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보다는 현재적 삶을 사는데 필요한 즐거움을 발견하며 지낼 때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갈 것이다.

 

  하나의 사상이나 생각에 빠져들지 않고 생각의 주체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세상과 연결하는 경험을 즐기며 창의적인 인간을 지향하는 호모루덴스로 살다가고 싶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드넓은 세상과 호흡하며 살아가는데 여행과 독서는 일상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남과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뇌 전체를 두루 사용할 때 창의성은 통찰력 있는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여 두었는가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시대의 성쇠를 좌우할 수 있다니 판단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인공지능을 도구로써 잘 이용하는 게 필요하다. 나와 유사한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회합을 다지고 인터넷 연결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에 과학기술을 잘 이해하고 능숙하게 활용하는 일이 절실하다.

 

 

  뇌 과학을 연구하는 저는 신경과학적으로 뇌는 체중의 2%를 차지하지만 에너지의 23%를 쓴다고 한다. 뇌를 쓰면서 사는 일은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셈인데 뇌의 인지적 에너지가 충만할 때를 생각하여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게 우선이다. 일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만지고, 책을 읽다 말고 영상에 빠져드는 경우 등을 흔히 겪으면서 남들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면서 나만의 지도를 그리고 잘 살고 있는지 물어본다. 다양한 생각을 수용하고 생각의 주체로 서는 이들과 협업함으로써 집단 지성의 긍정성을 확인하고 공유해 갈 때 자기 객관화와 혁신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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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주 세라 - 어린 시절 읽던 소공녀의 현대적 이름 걸 클래식 컬렉션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오현아 옮김 / 윌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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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가 산란을 위해 강물을 거슬러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지난시간들에 새겨진 추억은 아련한 그리움을 부른다. 구멍 난 신발에 해진 옷을 입고 지내면서도 명작만화로 나온 소공녀를 보면서 힘들고 지치는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라 믿었다. 결핍으로 궁색한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비굴해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단련하는 일은 자존감 있게 생활하는 행태로 모아졌다. 외로움을 달래줄 피붙이 같은 인형 에밀리에게 말을 걸며 무정물에게 감정을 불어넣는 상상력이 풍부한 세라는 비루한 현실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극복했다.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하며 인도에서 풍족하게 살던 세라는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영국으로 건너와 민친 여학교에 입학한다. 민친 교장은 똑똑하고 야무진 세라가 풍부한 상상력으로 시야를 넓히는 이야기가 거슬리지만 그녀가 재력가의 딸임을 알고 학교 전시용으로 이용할 생각에 특별대우를 해준다. 교장의 속물적인 행동을 의아해하는 학생들도 타인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세라의 배려에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많은 일이 우연하게 일어나.’(54)

지금껏 자신에게 근사한 일들이 많이 생긴 것,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는 아빠의 존재도 우연으로 돌리며 세라는 가진 것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었다. 심성은 곱지만 두뇌 회전이 더딘 아이들에게 놀림 받는 어민가드의 친구가 되어 그녀의 프랑스어 공부를 도와주었고, 엄마가 없는 응석받이 로티를 수양딸로 삼아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세라는 모두가 멸시하는 하녀 베티에게 음식을 나눠주었고, 막일을 수행하느라 힘든 베티가 쉴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영특한 세라는 자신을 시샘하던 라비니아의 비아냥거림에도 휘둘리지 않는 의연함으로 민친 학교의 학생으로 신임을 얻어갔다.

 

 

세라의 열한 살 생일 잔칫날, 전시용 학생 세라의 후원자 크루 대위의 사망 소식을 들은 민친 교장은 장삿속을 드러냈다. 수백 파운드를 들여 세라의 생일파티를 열어준 민친 교장은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분개하며 무일푼 비렁뱅이로 전락한 세라를 부리면서 이용할 생각을 구체화했다. 궂은일을 해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일어난 삶의 변화는 가혹하였다. 시련에 좋은 점이 어디 있는지 궁금해 하는 어먼가드에게,

그렇지만 모든 일에는 우리가 모르는 좋은 점이 있을 거야.’(145)

라며 세라는 다락방에서 생활하며 끼니를 걸러도 불평하지 않고 심부름을 다녔고, 벌로 일을 더 시켜도 반항하지 않고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였다.

 

다락방 창가에서 멋진 저녁놀을 보며 무언가 낯선 일이 벌어질 때처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이 순간을 즐기려는 긍정성을 드러냈다.

처음엔 저도 학생이었어요. 그것도 특실 기숙생이요. 그런데 지금은…‥.’(304)

기숙학교 잔심부름을 하면서 춥고 배고픈 날들에도 공주처럼 행동하려고 애썼던 세라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전 공주처럼 행동하려고 애썼어요.’(309)

인도에서 이사 온 커다란 덩치에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큰 가족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세라는 상상의 날개를 펴며 혹독한 겨울을 견뎌 나갔다.

 

만약 내가 공주라면, 내가 공주라면 말이야. 공주 자리에서 쫓겨나 가진 게 없을 때에도, 나보다 더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을 만나면, 그들과 늘 함께 나눠야 해. 언제나 그래야 해.’(217)

배고픔을 감내하며 자신보다 더 배고파하는 아이에게 갓 구운 빵을 건넸다. 세라는 굶주린 자신의 영혼을 위로하고 절망에서 스스로를 구해내려고 숱한 이야기를 지어냈다.

 

추운 겨울 누추하고 옹색한 다락방에 거의 매일 새로운 무엇이 다락방에 놓이는 일이 벌어졌다. 갖가지 신기하고 값진 물건들이 가득한 방으로 변모한 다락방은 마법을 부린 듯 상상 속의 일들이 현실화되었다. 이웃인 람다스와 캐리스퍼드 씨가 착하고 상냥한 세라를 돕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로 마법이 나날이 아름다운 삶이 펼쳐졌다.

 

불운과 행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게 삶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크루 대위의 동업자이자 친구인 캐리스포드 씨가 간절히 찾는 아이가 세라였음이 밝혀졌다. 세라 아버지의 판단과는 달리 다이아몬드 광산 사업으로 큰 수익을 올린 캐리스포드 씨는 세라에게 그 몫을 남겼다. 아이의 돈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가 아이가 무일푼 되었을 때 세라를 함부로 대해온 경박함을 질타하는 어밀리아의 말은 민친 교장의 노기를 돋우었다.

 

큰돈을 받게 된 세라를 놓칠세라 민친 학교 학생으로 복귀하기를 바랐지만 캐리스포드 씨는 교장의 청을 거절하였다. 마법 같은 일이 현실이 되어 지금과는 사뭇 다른 가족과 생활하며 새로운 꿈을 꾸는 세라는 최악의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삶의 의지로 힘든 시간을 다스렸다. 빵 집 앞에서 자신보다 더 굶주린 소녀에게 갓 구운 빵을 건네 허기를 면하게 해준 세라는 앤을 데려와 함께 생활할 정도로 타인을 돕고 배려하며 지친 영혼을 구원했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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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다 - 전염병에 의한 동물 살처분 매몰지에 대한 기록
문선희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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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가 들끓던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 메리가 집 밖을 나갔다 어스름 저녁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온 가족은 메리를 목청껏 부르며 찾아 나섰다. 아랫마을 진동 댁이 메리가 자기 집 뒤란에 사지를 뻗고 누워 있는데 이미 묵은 것 같다고 했다. 식량을 축내는 쥐를 잡기 위해 놓은 쥐약을 먹고 목숨을 잃은 메리를 뒷산 양지바른 곳에 묻고 집으로 내려오면서 통곡하는 소리는 사립문에 이르러서야 그쳤다. 식구처럼 지내던 개를 땅에 묻고 온 뒤 며칠은 상실감으로 밥도 뜨는 둥 마는 둥하며 아픈 마음을 달래야 했다.

 

   말 못하는 짐승도 사지로 끌려 갈 때는 죽지 않으려 버둥거리며 울부짖는 광경은 어디에서든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한우농가 반경 500m 내에 있는 농가 12곳은 혈청검사 결과 모두 구제역 감염항체(NSP)가 음성으로 나온 것이 맞지만, 농가 세 곳에서 백신을 맞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500m 이내 농가에 대해 살처분 결정이 됐다,’

   안성시 관계자는 NSP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마을 농가 9곳의 우제류 740여두를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경기 신문 2019.01.31.>

엊저녁까지도 여물을 잘 먹은 소를 사지로 몰아넣는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진 주인은 허탈감을 드러냈다. 국가는 규칙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국민들은 기르던 가축들을 산 채로 땅 속에 묻어야 했다. 깊게 파 놓은 구덩이 속으로 돼지들을 굴삭기로 밀어 넣을 때, 돼지들은 죽고 싶지 않겠다고 울부짖으며 절규하는 듯했다.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나라의 도덕성을 알 수 있다.’

비폭력 평화주의자인 간디의 말은 명분을 앞세워 생명체의 존엄성을 짓밟아서는 안 됨을 일깨운다. 저자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짐승들을 매몰한 지 3년 후 그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전시했다. 사진 옆에 살처분된 닭과 오리, 돼지 등의 숫자를 실어 통렬한 아픔과 강한 죄책감은 비정한 인간들의 이기심과 맞닥뜨리는 순간 증폭된다.

 

   농식품부는 대학교수 및 전문가 등이 참석한 중앙가축방역협의회를 개최하여,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내의 우제류를 살처분키로 결정한 뒤 이를 시행하였다. 산 채로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는 살처분 용역의 굴삭기 끝으로 터져 나오는 돼지들의 비명은 참혹한 죽음을 예견하는 절규로 비정한 인간성을 향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평생 오리를 키워 온 인터뷰이의 아버지는 정부의 명령대로 오이를 살처분한 충격으로 치매에 걸려 얼마 못 가 이승을 뜨고 말았다는 자식의 목소리는 떨렸다. 전시장을 찾은 군인은 군대에 있을 때 살처분 현장에 투입돼 살아있는 돼지들을 구덩이 속으로 몰아넣은 뒤 지금껏 악몽에 시달리는 형벌이 지속되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동물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을 담당해야 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죄책감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의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법규에 따라 수많은 동물들이 강제적으로 대량 살처분되었다. 수천만의 동물들이 고통 속에 죽어 갔고, 수백만의 사람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침출수 유출로 지하수와 토양 오염 등의 추가적인 문제도 발생했다. 극단적인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는지 물음을 던져 본다. 살처분이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공장식 사육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한 현대의 공장형 가축 사육 방식이 사람과 동물의 공통 전염병이 나타난 근본 원인'이라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적한다. 거의 움직일 수 없는 비좁은 공간 안에서 혹사당하는 가축들을 줄여가는 길에 소비자들도 함께 해 거대 담론을 형성하여 갈 수 있길 바란다. 풀밭이나 야외의 넓은 땅을 밟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동물 복지를 향한 길에 작은 뜻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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