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기행 2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유럽 도시 기행 2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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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함께 가려 했던 북유럽 여행을 순조로이 다녀왔을 테다. 20177월 하순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스트리아 빈, 체코 프라하를 열흘 일정으로 돌며 일상을 벗어난 친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스물에 만난 우리는 50 초입에 구상했던 여행지를 찾았다. 체력이 뒷받침될 때 여행은 떠나야 하고 해가 긴 여름에 우리는 길 위에 섰다. 6년 전 추억을 불러내 다녔던 거리와 봤던 건축물 등에 얽힌 역사와 삶의 궤적을 관통하는 유럽도시 기행2’에 나오는 네 곳을 보니 반가움이 밀려든다. 도시 형성에 큰 업적을 남긴 세계사적인 지식을 동원한 기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허공에 흩어질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한다.


   저자는 링을 따라 걸으면서 도시 안팎을 살핀 뒤 버스나 트램을 타고 외곽의 명소를 찾는 방식으로 길 위에 섰다. 길을 따라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며 빈의 역사 공간과 건축물이 포진되어 있는 슈트라세를 방문했다. 종교 행사와 국가 의전을 연 권력 공간으로 자리한 슈테판성당은 빈이 사랑한 음악가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왕가의 영묘가 있는 슈테판 성당은 고딕양식과 로마네스크양식이 혼재된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이 우뚝 솟아 위용을 드러낸다. 슈테판 성당 북탑인 독수리탑에는 노획물인 청동 대포를 녹여 만든 종을 걸어 평화로운 세상을 갈구했는지도 모른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주로 혼인을 통해 보헤미아, 헝가리, 스위스, 이탈리아 북부지역을 손에 넣었다. 요제프 황제의 부인인 시씨는 언니 맞선자리에 들러리로 갔다 황제 눈에 들어 열여섯에 요제프와 결혼하였다. 이모인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구박하였고 자식들을 빼앗아버릴 정도로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았다. 국사를 돌보느라 바쁜 황제는 여배우와 연인 관계를 유지하며 시씨 황후를 외롭게 하였다. 모든 것을 용인하고 궁을 나온 시씨는 빈을 떠나 생존을 위해 자유로운 길을 찾아 여행자로 나섰다. 호프부르크 궁전에 시씨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권력형 명사(名士)가 되었지만 행복한 왕궁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망 좋은 테라스를 가리키는 벨베데레 궁전은 클림트의 키스 원본이 전시된 곳으로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도 많이 들르는 곳이다. 오스트리아 현대 미술품이 전시된 상궁과 중세 미술품과 바로크 미술품이 전시된 하궁을 미술관으로 사용 중이다. 넓은 대지에 크게 조성된 정원에는 꽃과 나무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어 매혹적인 공간이다. 이 궁전에서 미···소 외무 장관들이 오스트리아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조약을 체결하였다니 역사적 의미가 큰 궁전이다.


   빈 중앙역에서 부다페스트 동역으로 헝가리 수도인 부다페스트로 이동하였다. 다뉴브 강변에 있는 건축물 중 걸작으로 꼽히는 네오고딕 양식의 국회의사당은 건국 1000년을 기념하여 세워졌다고 한다. 국회의사당의 외벽에는 헝가리 역대 통치자 88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지붕에는 1365일을 상징하는 365개의 첨탑이 있다. 국회의사당의 내부에는 총 691개의 집무실이 있다니 유람선을 타고 국회의사당의 야경을 보니 황홀하였다.



   헝가리의 국부(國父)이자 성인으로 추앙받는 이슈트반 사망 후 내전으로 세력이 약해졌고, 13세기 중반 몽골 침략으로 머저르 왕국은 인구 절반을 잃었다. 이후에도 헝가리는 나치 독일과 소련의 침략과 지배 아래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1990년 처음으로 독립된 민주공화국이 되었다니 이민족의 침탈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리라.........나치의 만행과 소련 공산당의 폭정을 기억하기 위해 테러하우스를 지어 불행한 역사를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도나우 강변의 구두는 잔혹하게 희생된 유대인 학살 현장의 일면을 구두로 재현하였다.


   부다와 페스트를 연결하여 하나의 도시로 통합하는 길을 연 세체니 이슈트반은 10년 공사 끝에 세체니 다리를 만들었다. 도나우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기준하여 부다와 페스트로 나뉘어 펼쳐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겔레르트 언덕이 있다. 언덕의 자유기념탑은 소련군이 나치군대를 쫓아내고 헝가리를 기념해 만든 조형물이다. 유럽 정치와 정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최초의 헝가리인 언드라시는 머저르 공화국의 기초를 만든 그를 기념하는 동상을 보며 시씨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궁금해진다.



   9세기 말 보헤미아에 최초의 왕국을 건설한 체코는 14세기 룩셈부르크 가문에 지배권이 넘어갔고 이후에는 빈의 합스부르크 가문으로 지배권이 넘어가 이민족 침략으로 얼룩진 역사의 획을 그었다. 종교개혁가 얀 후스는 부당한 특권을 누리며 민중을 억압하고 부패를 저지르는 종교권력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퍼부으며 민중과 소통하기 위해 체코말로 설교했다. 그는 보수적 종교 세력에 의해 이단으로 몰려 화형에 처해지면서도 종교 개혁의 끈을 놓지 않았고, 이후 민중들이 후스파로 집결해 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힘차게 하는 동인으로 작용하였다. 카렐교의 성 바츨라프 기마상은 바츨라프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성바츨라프는 보헤미아의 자존을 지키려고 외세에 대항하다 사악한 동생의 손에 목숨을 빼앗겼다. 이후 체코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얀 팔라흐의 새벽 분신은 소련침략에 항거하며 제코슬로바키아의 자주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프라하의 봄을 이끌었다. 위대한 작품을 남겼으나 외로움과 고통으로 얼룩진 인생을 살다 간 카프카의 집을 들렀을 때, 작은 공간이 자아내는 음울함은 그가 생전에 말하지 못했던 생각을 담은 아버지에게 쓴 편지 내용이 떠올라 더 커졌다.


   프라하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드레스덴은 독일 동부 작센주의 바로크 도시이다. 내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엘베의 물과 바위 절벽, 연봉과 우거진 숲은 알프스의 대용품처럼 아름답고 목가적인 풍경이라니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어진다. 드레스덴의 랜드마크인 성모 교회는 부패한 가톨릭교회에 대한 루터의 공개 비판이 종교개혁운동의 산실로 자리한다. 높고 날카로운 첨탑 아래 정중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신에 대한 외경심을 더한다. 드레스덴 최고의 궁전인 츠빙거 궁전은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인공미보다는 자연적 조화를 중시한 궁전으로 볼거리가 많이 있다고 한다. 렘브란트, 뒤러 등의 작가들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도자기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니 독일 여행 중에 들르면 좋을 듯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452, 연합군의 드레스덴 집중 폭격으로 2만 명 이상 사람들의 목숨과 함께 젬퍼오퍼도 폐허로 변하고 말았다. 이후 문화 예술의 도시답게 많은 예술 애호가들이 역사적 건물의 복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지금의 젬퍼 오퍼가 다시 살아나 세계적인 오페라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특별한 외관 못지않은 역사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도시의 존재감은 세계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빚은 역사의 궤적으로 이어진다. 건축물이 완공되기까지의 서사는 공간을 넘어선 시간 속 인물이 머릿속에서 그린 교량 설계를 맡기고 세치니 다리가 완공될 때까지 쏟은 정신적·물질적 지원은 역사물과의 조우를 선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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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붓다 - 바람과 사자와 연꽃의 노래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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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이들의 신음이 흘러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다를 나라를 침략해 무고한 목숨을 빼앗고,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전쟁을 부추기는 무리 등 인류의 평화는 깨져 이지러진 얼굴을 하고 있다. 지속될 것 같은 삶의 여정에 혈육의 갑작스런 죽음은 두려움과 비애는 한치 앞을 모르는 삶의 무상감을 더한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시대 인생의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간다. 고통으로 점철되는 인생에 함께하려는 일에만 급급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자아의 상을 드러내며 지내온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아상을 벗지 못한 채상대의 다름을 차별하며 지냈던 시간을 참회하며 청년 붓다의 치열한 수행 정진을 들여다본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자신이 원하는 사회인의 모습을 알지도 못한 채 남들이 걸었던 길을 답습하는 청년들이 있다.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기 힘든데 꿈을 꾸면 뭐 하느냐고 지청구를 늘어놓을 때도 있지만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출세하고 싶은 욕망이 자리한다. 사는 동안 최고의 부와 권세를 누리며 갖고 싶은 것을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길 바라며 욕망을 충족하려는 움직임이 도처에 자리한다. 감각적 욕망을 충족하고 애착하며 또 다른 욕망을 품고 갈애에 시달리는 욕망의 바퀴를 굴리는 일상의 연속은 덧없음을 수반한다.

 

  북인도의 카필라바스투의 왕자인 싯다르타는 아버지 슈도다나의 사랑과 믿음, 백성들의 신망 아래 환락의 삶을 누렸다. 출가는 싯다르타 왕자가 환대와 쾌락의 삶에서 이탈하여 숲으로 가 수행하는 가운데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을 아우른다. 스물아홉에 출가한 싯다르타는 사문 고타마로 지금껏 누리며 살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궁극의 사유를 위해 맨발로 나섰다. 고타마는 부와 명예가 일으키는 화를 목격하였고, 지금껏 자신이 누렸던 부와 명예는 다수의 희생 아래 성취된 것임을 알고 나에게도 좋고 세상에도 좋은 길 위에 섰다.

 

   룸비니 동산의 무수 아래에서 탄생한 고타마는 열두 살 때 갯복숭아나무 아래서 깊은 명상에 들었다. 욕망의 세계 안에서 자아를 무한확장하며 이생의 복락과 명예를 누리는 전륜성왕의 길을 벗어나려는 원을 세웠다. 자아를 구성하는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 욕망과 자아를 해체하는 시원은 스물아홉 출가로 이어졌다. 6년간의 수행정진으로 서른다섯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에 이른 붓다는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서 열반에 들 때까지 45년간 설법하였다. 붓다의 호상 중 긴 혀는 우주 법계에 흘러넘치는 진리의 파동을 언어로 바꾸는 능력을 발휘하는데 큰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진리를 알려주는 스승이자 길벗인 붓다는 승가 공동체를 이뤄 길 위의 설법으로 도반들과 함께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차별 없는 수행에 힘썼다. 붓다의 가르침을 들은 제자들은 진리의 소리를 기억해 기록으로 남겼다.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을 찾았을 때 붓다의 고행상은 충격을 주었다.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 날이 선 힘줄과 핏줄이 그 위로 도드라졌고, 피부만이 남은 얼굴 위로 깊게 파인 두 눈이 앞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신체의 극한에 이르는 고행으로 진리를 찾아 용맹 정진한 끝에 성도에 이른 부처의 모습이다. 모든 것이 무상하니 부디 용맹 정진하라는 부처의 일침이 탐((()에 물든 자신을 일깨운다. 청년 시절 싯다르타는 갖은 것을 소유하고 환락을 누리는 생활에서 생의 방향을 전복하는 결단을 택하였다. 아들 사랑이 지대한 슈도다나 왕의 만류에도 싯다르타는 출가를 감행하기 위해 야소다라와의 사이에 아들을 출산하였고, 왕궁을 나와 숲으로 향하였다. 환락의 늪에서 지혜의 바다로 나아가는 길 위에서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법륜을 굴려야 하는 노정을 택하였다.

 

  궁극의 지평으로 안내해 줄 스승과 벗을 구하는 일은 출가자가 나아갈 바이다. 고타마는 알라라 칼라마의 무소유, 웃다카 라마풋타의 명상이 지극한 경지에 도달한 선정에 도달하여 스승의 가르침에 매이지 않는 자유인으로 구도에 나섰다. 고타마는 선정을 통해 감각과 감정, 사유 등을 제어하는 훈련을 쌓았고, 극한의 고통으로 항심과 인내력, 용기와 결단력을 길렀다. 숙명통과 천안통을 통해 뭇 존재들이 어떻게 나고 살며 죽는지를 간파한 고타마는 연기법을 체득하였다.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삶은 괴로움()이다. 네 가지의 거룩한 진리라 일컬어지는 사성제의 원리를 통찰하며 윤회의 고리를 끊기까지 쉽지 않은 수행과정이다. 고와 집을 일으키는 무명의 늪을 세밀히 관찰하고 통찰할 때 비로소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으로 피어날 수 있으리라. 환락과 고통, 선정과 고행의 양극단을 벗어나 일상에서 해탈에 이르는 길은 팔정도를 통해 가능하다. ··혜 삼학의 원리를 담은 (정어/정업/정명)(정정진/정념/정정), (정견/정사유)를 바탕으로 한 수행법이다.

 

  진리를 찾는 출가 수행자로 45년 동안 끊임없이 길 위에서 도반들을 만나 법을 설한 붓다는 석 달 동안 여행을 하면서 열반의 죽음을 맞았다. 마지막 설법은 잘 알려진 대로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이다. ‘너희들은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에게 의지하라. 또한 법을 등불로 삼고 법에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은 의지하지 마라.’

감관·경계·알음알이의 세 가지 인연으로 선과 악을 짓고 과보를 받는 것인 만큼 자아의 상을 내려놓고 번뇌의 불을 끄는 수행으로 마음 밭을 갈아 지혜의 광명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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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 - 벗겼다, 끝나지 않는 전쟁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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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텔링으로 전하는 세계사 방송을 시청하면서 단순 암기로 시험 문제를 풀며 힘들어했던 여고 시절 세계사 시간이 떠올랐다. 사건이 일어난 계기와 근본적인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찾아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수업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떠올랐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사회화는 행동반경을 넓히며 만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확대 과정을 거친다. 학교에 입학 후, 이웃 마을의 학생들과 교류하며 다툼이 일기도 하고 다툼이 어른들 싸움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하였지만 조금씩 양보하며 함께 살아갈 길을 찾았다. 갈등으로 촉발된 세력 간의 다툼은 다른 양상으로 비화될 때도 있지만 파탄 국면을 초래할 전쟁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과거와 현재의 역사 속 전쟁을 들여다본다.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은 세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밝히며 의외의 사실들까지 더해 미처 보고 듣지 못했던 분야의 전쟁사를 보여준다. 읽고 쓸 줄도 모르는 시골 양치기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전쟁터에 나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영웅으로 급부상한 잔 다르크의 진실을 파헤치며 책은 여러 전쟁을 다룬다. 116년 동안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서 벌어진 백년전쟁에서부터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세계를 뒤흔든 전쟁의 역사를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전쟁의 진짜 원인부터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전쟁의 뒷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어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전쟁을 소상히 파헤쳐 앎의 영역을 확장해준다.

 

    프랑스 국내의 영국 왕 영지에 대한 귀속 문제를 두고 양 왕조 사이에 백년 전쟁이 일어나 휴전과 전쟁은 116년이나 이어졌다. 그동안 잉글랜드의 주도권 아래 이어져 가던 전쟁이 발발한 지 100년 즈음 치열한 전장 한가운데 서서 깃발을 흔들며 프랑스 군인들 사기를 진작시키며 잔다르크는 오를레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샤를 7세는 대관식에서 잔 다르크와 함께하며 성녀로 대우 받는 듯하다 그녀는 잉글랜드 압력 아래 열린 정치적 종교 재판에 회부되었다. 이단아로 몰린 그녀는 악마의 추종자로 루앙 광장에서 화형을 당해 열아홉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잔 다르크는 이단 재판에서 죄를 인정받고 희생되었지만 그녀를 이단인 채로 두면 샤를 7세 역시 이단에 의해 왕위에 오른 존재가 되므로 그는 그녀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영국 제국이 일으킨 가장 부도덕한 전쟁이라 칭한 아편전쟁은 차(tea)한 잔으로 시작되었다. 포르투갈 캐서린 공주가 결혼 예물로 즐겨 마시던 차를 가져와 귀족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커피 대체품으로 차를 보급한 셈이 되고 말았다. 청나라로부터 차를 전량 수입해 온 영국은 청나라와 무역에서 계속 손해를 보자, 청나라에 자유무역을 위해 광저우 외의 항을 열어달라고 하였지만 청나라는 이를 거절했다. 어떻게 하면 무역으로 인한 손해를 해결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영국은 청나라가 약으로 쓰려고 아편을 수입한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청나라 정부 몰래 청나라 시장에 아편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 유럽 제국들의 대표주자인 영국은 산업혁명과 자유주의 경제관, 해군력을 뒷받침으로 하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였다. 명분 없는 침략과 약탈을 저지른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폭력은 전쟁을 일으키며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았고, 수많은 이들이 살아갈 삶의 터전을 앗아갔다.

 

   유대인과 기독교, 무슬림의 성지인 이스라엘과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은 잦았다. 팔레스타인 내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서로 차지하려는 유대인과 아랍인의 전쟁은 수차례 일어났고, 유대인의 고향인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의 국가를 세우려는 시온주의의 영토 확장을 압박하는 이스라엘은 분쟁하였다. 아랍인과의 약속을 저버린 영국은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의 나라를 세우는 데 힘을 보태었고, 팔레스타인인은 자신이 살아갈 땅이 유대인의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한계에 직면해 1936년 이들은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 팔레스타인들은 팔레스타인을 독립시켜줄 것과 유대인의 이민을 금지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불발되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 요르단이 모든 땅을 차지하여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또다시 살 곳을 찾아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3000도 이상의 고열을 내며 주변을 불바다로 만드는 네이팜탄은 잔인한 무기를 대량으로 투하한 베트남 전쟁의 단면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 전쟁의 잔혹한 참상을 드러낸다. 남베트남 내의 반정부 세력인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과 남베트남 정부 사이의 내전(內戰)으로 시작했으나, 196487일 미국이 통킹만 사건을 구실로 북베트남을 폭격한 뒤에 전쟁은 미국과의 전면전으로 확대되었다. 미군이 베트콩을 색출하기 위해 다이옥신 계열의 고엽제를 뿌려 밀림을 고사시키려 한 작전은 베트남인들은 물론 전쟁의 많은 참여자에게 극심한 후유증을 남겼다. 정글에 숨어있는 베트콩들을 찾아낸다는 명목으로 저질러진 고엽제 살포와 민간인 학살 문제 역시도 베트남전쟁의 가장 어두운 면 중의 하나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의 군인들 역시 고엽제 피해 등의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지만 적절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아 고통은 가중되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아프가니스탄은 동서 문화의 교차로 역할을 하며 번영하였지만 지금은 내전과 테러로 혼란이 가중돼 여행 금지 국가이다.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면 중앙아시아 대륙 중심부로 들어갈 수 있어 영토 확장에 욕심을 내는 대국의 관심은 컸다. 중앙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하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영국은 또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였다. 인도의 안전을 확인한 영국은 1919년 아프가니스탄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며 이 나라에서 철수하였다. 아프가니스탄이 사회주의 국가로 자리하길 바란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였다. 반사회주의 운동을 표방하는 모자헤딘은 소련에 맞서 대항하였지만 소련은 간교한 무기로 이들에 맞섰다. 소련은 초록빛 앵무새라 불리는 나비 지뢰를 살포하여 모자헤딘의 동요를 바랐지만 아이들의 해를 키웠을 뿐이다. 냉전 체제에서 미국이 모자헤딘을 지원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장기전이 되었다.

 

   모자헤딘 출신인 탈레반은 극단주의 무장 세력으로 수도 카불을 장악하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슬람국가로 만드는 것이었지만 또 다른 강대국 미국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쟁이 시작돼 아프가니스탄을 5년 장악했을 뿐이다. 2001911일 쌍둥이 빌딩 폭파로 떠올리는데 실상 9·11 테러 사건은 미국의 경제, 국방, 정치를 상징하는 미국의 심장부 세 곳을 노린 공격이었다니 충격이 컸다. 탈레반 주요 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미군은 탈레반을 무력화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인 20년의 아프가니스탄 주둔을 끝내야 했다.

 

   20222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는 긴급 연설과 함께 단행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은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 세력 사이에 놓인 완충지대이자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경제적 보급 장소로 우크라이나를 주시하였다. 군사 요충지로 크름반도가 필요해진 러시아는 합병 서류에 서명하며 병합을 마무리했지만 우크라이나와 EU, 미국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을 통해 크름반도를 되찾으려고 한다면 NATO가 무서운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하는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도 가능함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위협 강도를 높이면서 가스관을 이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 기울어지자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였고,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통과하는 러시아의 가스관 사용료를 유럽 수준으로 올리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러시아는 가스공급 중단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며 크롬반도의 병합에 이어 돈바스 지역의 독립, NATOEU 가입 포기를 요구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어 전쟁이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대국의 이해관계로 전쟁터가 되었던 우리 역사에서처럼 강대국은 약소국을 좌지우지하며 군림하여 왔다. 군국주의의 희생으로 일제 강점 36년을 보낸 우리나라의 피침 역사는 음울한 자화상으로 국력을 키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각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나라 사이의 갈등을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야욕을 버릴 때 인류의 평화는 깃들 수 있을 것이다. 갈등은 더 큰 문제를 키우기 전에 대화와 협상으로 현안을 해결해 더 이상의 전쟁으로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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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일한다는 것 - 나를 증명하려고 애쓰는 당신을 위한 최명화의 가장 현실적인 조언
최명화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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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차가 많이 벌어지는 10대들과 함께 생활한 지도 32년 남짓이다. 부침하는 시간 따라 학생들은 주장을 거침없이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최상이라도 되는 듯 아우성이다. 교수 학습이 이뤄지는 배움의 공간에서 마흔 살이 넘게 벌어지는 아이들과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떤 보람을 찾고 있는지 돌아본다. 매너리즘에 젖어 예전에 행해왔던 관행대로 학사를 운영하는 관리자를 보면서 의식의 변화를 수반한 자각이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음을 발견한다. 자기 계발서 읽기를 그다지 반기지 않지만 나만의 속도로 나답게달라져야 한다는 목차 속 문장이 시선을 끌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기업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최연소로 고위직에 오른 저자의 화려한 이력을 보며 지금껏 살아온 교단에서의 생활이 중첩되어 위축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될 때면 찾아드는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중심에는 언제나 나다움을 두고, 어떤 힘에 쉽게 휘둘리지 않을 근성을 지녀야 한다. 나에 대한 엄혹한 자기 성찰은 자신에 대한 객관적 판단과 지속적인 행동을 보편화한다. 긴 호흡으로 마음 근육을 단단히 하는 접근은 나를 탐색하며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여정을 가속화한다. 내면의 울림을 들으며 나만의 속도로 나다움을 완성하는 여정을 즐길 때 나만의 경험으로 타인과의 차별화를 도모할 수가 있다.


   타인은 배제하고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함으로써 나와 만남으로써 내가 싫어하는 모습까지 품은 채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며 살아가다 보면 나다워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별화된 경험으로 나만의 콘텐츠를 축적해가는 과정 속에 대체 불가한 존재로 자리할 수 있다. 여러 페르소나를 갖고 있는 자신의 단면을 수용하고 가슴속에서 울리는 북소리를 들으며 삶의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외연의 행복에 매달려 타인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기보다는 삶의 과정 속에 얻을 수 있는 부산물로 행복을 받아들이며 지낼 때 우리는 행복하게 보이는 집착에서 벗어나게 된다.


   내가 아는 만큼만 알게 되고, 나도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은 자존감 기처를 형성하는 유연한 사고로 배움의 길로 이끈다. 각종 자격증과 이력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존재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표현하는 존재로 내면의 즐거움을 찾기를 바란다. 다양한 나를 찾고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를 제대로 보는 방법일 것이다.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 나만의 스토리는 자신은 성장시키려는 자아의 굳건한 의지가 보탬이 된다. 카이스트 공학도로 입생로랑의 패션모델에 나선 최현준의 일화는 평범한 삶에 자족하며 사는 자신을 성찰케 한다. 그는 따돌림을 당하던 중학교 시절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고 싶어 온종일 공부에 몰입하여 탁월한 성취를 맛보며 나만의 스토리를 찾을 수 있었다.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의 일은 자아실현을 넘어 더 큰 나를 형성하는 디딤판이다. 일은 나답게 성장할 수 있는 촉매로 사고의 지평을 넓혀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한다. 오랫동안 교직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 외의 영역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면이 있다. 낯선 공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선입견을 버리고 다가설 수 있는 용기는 나답게 일하며 살아가는 길에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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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의 생존법 문학동네 청소년 66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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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모범생으로 불리는 아이들은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고 학교 선생님 눈에 나지 않으며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었습니다. 학업이나 품행이 본받을 만한 학생을 모범생이라고 개념을 밝힌 사전적 의미와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아 보입니다.

인재의 요람 두성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열일곱 살 준호는 신일중을 거쳐 명문고로 이름난 두성고등학교에 수석 입학합니다. 입학식 후부터 정독실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며 대학 진학을 위한 경쟁 대열에 합류하는 고등학생으로 정답 자판기로 살아야 하는 운명에 처하였습니다. 평가를 통해 실력을 검증받으며 성적이 떨어지는 순간 짐을 싸서 정독실을 나와야 하는 관행이 상위법처럼 자리합니다.


  준호는 대장암 투병 중인 아버지와 함께 시골에서 생활하는 어머니와 떨어져 삼촌과 함께 생활 중입니다. 그는 할머니 요양병원비와 아버지 치료비로 버거운 집안 살림에 고액 과외나 일타강사의 강의를 듣는 일은 바랄 수도 없는 터라 자율적인 학습에 매진해야 했습니다. 그는 정글 같은 세상에서 여느 아이들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성적으로 무장하 자기 방어기제로 삼았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를 좋아하며 그 사람을 떠올리는 일만으로도 힘이 날 때가 있습니다. 준호는 풍부한 감성으로 내면의 쓸쓸함을 짝사랑으로 채우며 지금껏 견뎌왔습니다.


  중간·기말고사, 수행평가, 모의고사,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반복·재생되는 일정을 소화하며 자기를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준호는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을 탓하며 신세 한탄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키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적인 날라리를 표방하며 지내온 건우는 준호의 막역한 친구로 함께하는 시간 속에 우정을 살찌웁니다. 둘은 학술 토론 동아리 코어에서 함께 활동하며 행동반경을 넓혀 동아리 회원들과 교유하는 가운데 사고의 폭을 확장하여 왔습니다. 코어 동아리에 지원했다 떨어진 병서가 유아처럼 생떼를 쓰며 자신을 힘들게 할 때에도 준호는 나답게 대처하며 자신의 길을 걷습니다.


  이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기득권의 카르텔에 무너져 내리는 광경은 좌시할 수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유빈은 주체적인 선택과 결정을 중시합니다. 유빈은 대학 입학 대신 특성화고를 졸업한 후 여행업계에 취직하여 경험을 쌓은 뒤 스토리 있는 여행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여행사를 차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특성화고 진학을 반대하던 터라 아버지의 뜻을 따라 두성고에서 한 학기를 마친 뒤 특성화고로 전학해 관광경영을 공부한 뒤의 청사진을 그리며 꿈에 한 발짝 다가서려 합니다.

지금 내가, 그냥 마음에 들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며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하는 유빈을 볼 때마다 준호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유빈의 확고한 선택과 결정을 지켜보면서 준호 역시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점검합니다. 3월 모의고사와 중간고사에서 1등을 차지한 병서를 보며 정답 자판기처럼 생활할 수 없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준호는 유빈처럼 남들이 걸었던 길을 걷기보다는 울퉁불퉁한 길이더라도 자신만의 색깔로 인생의 단면을 채워가는 과정이 좋다고 여겼습니다. 그는 두성고에서의 살벌한 경쟁 구도를 벗어나 부모가 있는 학교로 전학해 생활하며 어떨지 고민하며 부모를 찾았습니다. 공공 의료를 위해 헌신했던 준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내 앞에 놓은 것들에 많은 이유를 달지 않고 일단 해보는 것이라고 조언하였습니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보다는 모름지기 해야 할 일들의 조항을 만들어 그 규칙에 얽매어 살아온 시간을 돌아봅니다. 모범생으로 서의 생존 수칙 같은 매뉴얼을 따르던 시간은 수동적으로 움직이며 타인의 잣대에 맞춰 살던 시간이었습니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딸로 생존하면서도 자신의 논리로 스스로를 지켜온 보나 선배를 보며 준호는 마음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어버이날을 기점으로 부모를 만나고 온 준호는 그동안 자신을 에워싼 불안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외양을 둘러싼 모욕적인 SNS 악성 글에 휘둘렸다 코어 동아리 회원인 친구들의 위로와 응원으로 제자리를 찾은 유빈은 비둘기 눈깔이라는 부계정을 만들어 악성 댓글에 맞섰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준호의 심장부에 스며든 유빈은 준호를 생존케 하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고 편하면서도 대화가 잘 통하는 유빈의 전학을 앞두고 준호는 마음을 다잡습니다.

전학 안 가고 그냥 여기 계속 다니려고.’

 준호는 학교 뒷산에 오는 고양이 밥을 챙겨주라는 유빈의 부탁을 들어야 했고, 서로 다른 줄기의 강물이 합수하여 바다에 이르듯 경계 없는 자유의 바다에서 그녀를 만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통과의례처럼 성장 통을 겪으며 지내던 고등학교 시절, 입시 경쟁의 교육에서도 숨 쉴 수 있었던 것은 그 시기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 있어서였을 것입니다. 시험을 치른 뒤 친구 집으로 몰려가 함께 라면을 끓여 먹으며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다독이던 따스한 손길이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주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이 최상위의 선택이 아님을 알아차리며 내 마음이 전하는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걷더라도 스스로 선택한 삶을 응원하며 자기만의 빛깔로 물들어가는 청춘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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