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문명 생활과는 거리가 먼 197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난 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당시 유일한 책인 교과서를 낭독하기를 좋아하였습니다. 국어 책을 읽을 때면 배역에 걸맞은 소리를 내며 읽어 동네에 소문이 과하게 나서 공부를 못하면 어쩌나 염려할 정도였답니다. 그래서인지 6시 이전에 눈을 뜨는 편인데 전날 읽던 책을 10분 남짓 소리 내어 읽은 뒤 하루 일정을 열어갑니다. 고미숙 님의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를 읽은 뒤부터는 낭송하는 책읽기를 지속하려고 실천하는 편입니다. 자가 운전자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목적지로 향하는데 300페이지 이내의 책을 휴대합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어도 멀미를 하지 않는 강한 체력이라 어디에서든 책을 읽습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너의 길을 걸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

유명세를 타는 이들이나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 모두 유한한 삶을 사는 만큼 자신의 생을 주체적으로 꾸려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종이 책에 익숙해져서인지 전자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편입니다. 노안으로 피로가 가중되는 편이라 화면을 오랫동안 보기가 힘들어 종이 책을 찾습니다. 책들 대부분 증정 받아 읽는 편이라 연필로 밑줄을 긋고 핵심을 파악하며 읽기를 즐겨하고 책장에 자리하고 있는 책들은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을 줍니다. 쌓여가는 책들을 한곳에 자기 나름대로 분류한 서재를 갖춘 독립된 공간에서 타인의 훼방 없이 그곳에 박혀 책을 읽고 사유하며 표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은 바람은 자꾸만 커져 갑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서평 도서로 읽어야 할 순서대로 두는 편이고 읽은 책 중 필요한 부분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싶은 책들이 세 권 자리합니다. 오한진 박사의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 김정경 님의 <<아저씨 욕망하다>>, 전에 읽었지만 생각날 때마다 선현들의 독서법을 통해 진짜 공부를 일깨우고 싶은 정민 교수의 <<오직, 독서뿐>>입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2층을 나만의 서재로 꾸미고 그 안에서 책들을 읽는 자신을 상상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느 순간 읽은 책들을 쌓아두는 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은 책들 중 10대의 청소년들과 공유하며 읽으면 좋을 책들은 나누어 여럿이 함께 읽어가는 가운데 독서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해에 두 번은 책 나눔을 합니다. 읽은 책을 모두 내놓지는 못하고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책은 소장하는데 도서관 서고처럼 장서를 배열하기는 힘들고 통시적 관점에서 출간 순서대로 책을 정리하는 편입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책이 귀하던 시절 초등학교-그 당시는 국민학교- 다닐 때는 교과서 외의 책은 없었고 학교로 배달되는 어깨동무를 친구들과 함께 돌려 읽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중학교 들어가서는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으며 첫사랑의 열병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나에게도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랐습니다. 소녀의 죽음으로 소년은 상실의 아픔에 젖을 새도 없이 끝나버린 사랑의 안타까움이 전해져 왔습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갈등하는 부부를 위해 지인이 선물해 준 책 김진국 저자의 << 멀티를 선물하는 남자>> 명화를 표지로 내세워 선정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한데다 내용은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의 욕망에 탐닉하는 상황을 연출하여 책장 깊숙이 숨겨 두고 있습니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아동교육과 우리말 바로 쓰기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다 퇴임한 뒤 창작에 힘썼던 고 이오덕 선생님을 뵙고 싶습니다. 교육자로 10대의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며 제 2외국어에 밀려 우리말을 경시하는 풍조에 고운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자는 취지를 살려 선생님 재직 당시 반 아이들과 함께 했던 표현 활동의 형태에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 뮤지컬 공연을 보고 기사 소설에 빠져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지낸 행동파 돈키호테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도전하는 그의 결단력에 동요될 때가 있었습니다. 일상에 매어 살아내느라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돈키호테 1권과 2>>을 구비해두고 900패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주눅 들어 처음 몇 장을 읽다가 말았습니다. 방학 때마다 읽어야지 다짐만 하였는데 이번 여름방학에는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싶습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고미숙 작가의 책은 출간될 때마다 주머닛돈을 털어서 사는 편입니다. 호모로 시작하는 책들과 사주팔자와 오행의 원리를 중심으로 한 책들을 사서 읽다가 어려워 읽다 만 책은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입니다. 상생과 상극의 구조를 이해할 때 필요한 오행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읽으려니 힘이 들어 중간에 읽다 말았습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문명 시설이 없어도 해가 뜨면 책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를 바라며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드라마에 나오는 명대사를 간추려 뽑은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서자로 태어났지만 신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세상을 향해 한탄만 하고 지내기보다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벗들과의 폭넓은 교류로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던 이덕무를 중심으로 한 <<책만 보는 바보>>, 부처님 초기의 설법을 묶은 <<숫타니파타>>를 가져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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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제 48회 졸업식이 거행되었고 한 학년도를 마루리하는 종업식이 열렸다.

그동안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 손을 놓고 쉬었더니 기록해야 할 일들이 밀려 있어

글을 읽고 쓸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이제서야 급한 불을 끄고 신간 평가단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읽고 싶은 책들을 

불러내 본다.  

  결혼보다는 여행을 선택하고 실크로드 기행에 나선 작가가

낙차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북인도 다람살라를 여행했을 때 만난 티벳인들의 선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닉네임 라모라는 이름은 다람살라에서 탁아 봉사를 할 때 만난 여자 아이 이름이라니 더 반갑다.

일반적인 생각을 뒤엎는 실크로드 기행은 경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국립 경주박물관에 전시된 지중해 연안 유리로 만든 제품을 보면서 경주를 떠올렸다는 그녀의 12000Km, 143일 동안 여행한 흔적들이 궁금해진다.

 

 

 

 

 

 활자 중독자의 글을 읽고 고전 읽기를 통해 사유하며 표현하고 생계까지 해결하는 독서 전문가의 책을 읽어서인지 고전 읽기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위대한 개츠비에게 매료되어 고전을 꾸준히 읽으며 소설을 읽는다는 것, 소설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독서 에세이라니 관심이 간다. 데이지의 환상에 사로잡혀 자기 파멸에 이른 개츠비의 삶을 보면서 내면에 자리하는 애착을 버리는 일부터 시작할 일이다.
 

 

 

 

저널리스트로 다작하는 글장이 작가의 캐리커처가 눈길을 끈다. 역설적인 제목만큼이나 심오한 의미를 띠는 산문들의 정수를 모았다니 기대된다. 사랑, 언어, 여자, 도시, 영화 등의 주제에 걸맞은 54편의 에세이를 모아 교양적 지식 함양과 저자의 유려한 글솜씨를 지켜보는 즐거운 일일 것이다.

 

 

 

 

 

 

  졸업식이 열리는 날 서른 둘의 제자가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교무실로 찾아왔다. 학교 다닐 때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우울하게 지냈는데 환골탈태한 모습이 눈에 띈다. 이 글을 쓴 저자의 청소년기 역시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시인 안도현과 이름이 같아 시인이란별칭 하나 붙였을 듯한데 그런지는 모르겠다. 인도와 미국, 프랑스 등을 거치면서 하곡 싶은 공부를 끈기 있게 해냈다니 놀랍다. 한국 사회의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현실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겪으며 자기 발전을 도모한 저자의 인생의 일면을 통해 20대인

자식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많을 듯해 호기심이 더한다. 여행을 통해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비전을 실현하는 저자의 노력이 궁금하다. 

 

 

 

명절 연휴를 앞둔 지금 다가오는 명절이 달갑지만은 않다. 제사를 시댁에서 지내지 않아 예년에 비하면 일이 많이줄었지만 심리적 부담이 큰 명절이다. 남녀 평등을 주창하는 사회풍토이지만 여성으로서 감당하며 살아야할 몫은 여전히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떤 삶을 살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떠올리며 중년 여성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자존감을 회복하며 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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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을 때의 휘황한 밤거리의 찬란함과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에펠탑에 올랐던 기억이 대부분인 파리 여행은 파리의 속살까지 보지 못하였다. 세계 미술관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루브르 박물관의 입구에 세워진 유리 파리미드를 지나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명화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만 봤던 명화를 볼 수 있다는 감흥도 잠시 인파에 밀려다니다 보니 박물관 견학이 쉽지만은 않은 일임을 떠올려야 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다시 오기 힘든 공간을 찾은 만큼 머릿속에 이미지를 새겨 넣고 가슴에 채우려 애를 써보았지만 별 소득은 없어 안타까움이 더했다. 그 당시의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채 기억 속에 사장해두었던 일은 망각이라는 단어가 자리하고 들어앉아 버렸다.

 

   <<썬과 함께한 파리 디자인 산책>>의 저자는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파리를 다시 찾아 유학생으로 틈틈이 복합적인 공간을 찾아 파리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을 그림과 사진을 곁들인 글로 남겼다. 예술의 도시 파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예술적인 디자인은 강렬한 인상을 풍기며 독자들의 눈에 들어온다. 예술가를 인정해주고 지원해주는 정책 때문인지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잇는 이들이 많은 점은 예술인이 밥벌이하기 힘든 한국과는 대별되는 요소로 비춰졌다. 파리에 체류하며 지낸 7년이라는 시간 속에 학교 주변과 명소를 다니며 발견한 작은 소품 숍에서부터 개똥 치우는 청소기와 레몬 착즙기, 희소성의 가치가 큰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전시하는 갤러리, 뷰트 쇼몽 공원에 조성된 머리 없는 산은 도심 안에 위치한 산에 있는 인공 폭포와 절벽이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는 곳이 인상적이다.

 

   개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취향만큼이나 개똥이 지천이라 그것을 치우는 진공청소기를 보면서 좋아하는 개의 배설물까지 깔끔히 마무리하려는 시민의식이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냈다. 거미를 연상케 하는 레몬 착즙기 '주시 살리프'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독창적인 모습으로 부엌의 조리 기구로 자리한다. 제르망 카페의 톡톡 튀는 디자인에 매료당한 저자는 카페 중앙에 설치된 자비에 베이앙의 조각품 소피는 카페의 1층과 2층을 뚫고 서 있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일상생활 속 익숙한 감정에서 비껴나 자유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적 영역의 지평을 확장해 준다.

 

   설치 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이 만든 지하철 입구인 팔레 우아얄 뮈제 드 루브르역은 동심을 예술로 승화시킨 야행성 키오스크는 유리구슬로 만든 설치물이다. 지하철을 타러 들어가는 길의 벽 속에는 물방울 모양의 보석함 속에 투명한 구슬들을 넣어 파티장을 연상케 한다니 그곳에서 지하철을 이용해보고 싶은 욕구가 인다. 유학 생활에서 오는 고단함과 고독을 풀어내기에 그만인 곳으로 갤러리를 꼽고 있는 저자는 천장이 높은 곳에 전시된 작품을 만나며 잠재된 미의식을 불러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갔다. 새로운 경험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가는 일에 적극적인 생활은 많은 곳을 찾아 오감으로 끌어내는 일련의 활동으로 그 모습을 스케치하고 메모하면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파리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창조적으로 형상화하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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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하동과 인접한 남해이지만 한 번도 남해를 찾은 적이 없던 이가 첫발을 디딘 남해에서의 생활은 낯설기만 하였다. 섬사람 특유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한 연대는 타향 사람이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이질감을 주어 고독한 생활이 이어졌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별다른 경험도 없이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장난기 넘치는 학생들의 돌발적인 질문에 당황해하던 빛이 역력했던 시절 학생들은 처녀 선생님을 놀리는 재미로 눈에 빛을 내던 때라 수업은 계획한 대로 잘 이뤄지지 않았고 선배 교사들의 조언을 들으며 강약을 조절하여 갔다. 결손 가정의 자녀로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조부모 슬하의 결핍 속에서도 굳건히 성장하는 아이들과 소통하며 지냈던 시절은 감정 다툼으로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정으로 모아졌던 시대였다

 

   반농반어(半農半漁) 생활에 익숙한 남해 사람들은 1년 내내 손발을 부지런히 놀려 의식주를 해결한다. 마늘을 거두어 낸 자리에 모내기를 하고 수확인 끝난 자리에는 마늘을 갈아 한파에 마늘이 얼어 죽지 않도록 비닐을 덮어 구멍을 내는 농법으로 마늘 농사를 짓는다. 마늘을 심고 남은 땅에는 시금치 씨를 뿌려 해풍을 먹고 자란 시금치를 캐 선별하여 수입을 올린다. 이른 새벽부터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밥벌이의 일상을 위해 거센 파도를 감내하며 그물질하여 생선을 잡고 물고기를 털어낸 그물을 손질해 다시 바다로 나가 조업하는 어부들의 삶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면서 보편적인 일의 연장선이었다. <<라면을 끓이며>>에 담긴 저자의 고백은 진부하지만 일상성이 유지되는 밥벌이의 경건함에 공감하며 일상적 삶에 균열이 가지 않는 생활을 바라는 자신은 지난한 생활이 비껴가기를 바라는 소시민으로 살아갈 뿐이다.


   ‘000친구의 친정어머님께서 금일 숙환으로 별세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빈소와 발인 일을 명시한 부고는 고향 친구들 소식란에서 흔한 일 중 하나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나 풍족하지 않은 벽촌으로 시집와서 자식들을 건사하며 살아내느라 여유 있게 놀이 한번 떠나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서 임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젊어서 몸을 사리지 않고 아등바등 거리며 살아온 대가로 골병을 얻어 말년을 고통 속에 살던 이들도 유택(幽宅)에 갇힘으로써 육신의 껍데기를 벗는다. 어머님 부재의 헛헛함으로 연민에 젖어 목 놓아 오열하던 유족들도 시간 속에 슬픔의 깊이도 엷어져 살아남은 자는 살아가게 된다. 망한 조국을 가슴에 품고 이역만리에서 조국을 그리워하며 무협소설로 갈증을 풀어내던 아버지의 말없는 광야를 떠올리며 밖으로만 떠돈 아버지를 원망하는 대신 연민의 눈으로 보는 저자 김훈의 시선은 울림을 준다

 

   201511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일 감독관으로 남해읍에 위치한 고등학교인 남해제일고등학교로 오전 8시까지는 입실해 감독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하는 날이다. 여학생들만 응시하는 고사장이라 미묘한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불만을 토로한 사례가 있었던 터라 발자국을 떼는 것도 유의해야한다는 지침이 있었다. 1교시 국어 영역 시간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고 소리 없이 땀을 훔치며 매뉴얼대로 감독을 행하였다. 시험 시간은 80분이지만 예비시간까지 합쳐 100분을 정중앙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더니 다리가 뻑적지근했다. 교사 대기실에서 숨을 고르며 노란 리본을 단 감독관을 보니 세월호 참사로 진도 앞바다에 수장된 아이들이 생각났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 한마디를 믿고 구조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차가운 바다 속 선실에 갇혀 두 발로 걸어 나오지 못했다. 구조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치고 숱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서야 구조하는 척했을 분이다. <<눈 먼 자들의 국가>>를 읽으며 세월호 유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하려는 움직임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진상 규명을 위한 실천에 힘을 더할 때 또 다른 참사는 일어나지 않을진대 그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기우일까?

 

   1980년 이른 봄 학교에 입학한 후로 줄곧 학교를 오가며 이제는 자신만을 위한 공부에서 벗어나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동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는 교사로 생활한 지 26년째에 접어들었다. 돌이켜보면 회한으로 얼룩진 날들이 많았지만 독서로 생각의 깊이를 더하면서 자기 성장을 도모하는 생활을 잇는 제자들을 보면서 희망을 읽는 날이 늘어났다.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읽기로 지평을 넓혀가는 공부의 본질에 가까운 독서는 내실 있는 인생의 고갱이로 자리하여 예기치 않은 문제들에 직면할 때마다 크고 작은 지혜를 주었다. <<책벌레와 메모광>>을 읽으며 서자로 태어났지만 읽는 이가 주인인 물건으로 대변되는 책이 있어 이덕무는 신분의 벽을 넘어서는 혜안으로 닫힌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것인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등의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리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살아가려고 실천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지내서인지 매너리즘에 젖어 일상이 주는 달콤한 안락에 젖어 관성대로 살아가는 자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해질 때면 살던 곳을 떠나 색다른 공간을 찾아 나서기를 즐겼다. 가보지 않은 길을 동경하며 낯선 곳을 밟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단조로움에 변화를 시도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아들의 건강상 이유로 잠시 유예해두고 지낸다.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 여기면서도 왜 나에게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생겨 불행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푸념하면서도 감당할 수 있는 몫만큼만 고통도 오는 것이라 여기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새벽 5시 어둠에 잠겨 있던 물상들이 기지개를 켜고 빛을 향해 가고 있는 시각에 깨어나 빈방의 적막을 깨드리는 낭독으로 나만의 시간을 연다. 배우며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며 만난 숱한 인연들 중 몇몇은 교사의 보람을 일깨우며 지금 맡고 있는 일에 충실하라고 내면을 담금질한다. 피상적으로는 행복해 보여도 실상은 각기 다른 이유에서 파생된 다른 크기의 불행을 안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배우며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며 타자의 삶을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내적인 풍요로움을 구가할 수 있는 생업의 터전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어 행복하고, 책벌레들의 진짜 공부의 의미를 발견하며 독서로 필사하는 초서까지 겸하여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인생이라 감사하다. 나만 유독 힘들다고 여길 때면 생때같은 자식을 잃고 기초적인 생활 질서까지 잃고 평형을 유지하며 살 수 없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을 떠올리며 감정의 허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며 이 자리에서 행할 수 있는 일에 착수하는 자신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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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구름 사이로 동그란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달을 보면서 명절을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을 날려 보내렵니다.

가족 간의 불화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사는 형제들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늘 그렇듯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며 언제나 이 일에서 벗어날까 의문을 품습니다.

한 집에서는 제사를 모시고 또 다른 집에서는 큰어른을 모시는 일상이

하나로 모아지면 좋을 텐데요.

다시 하나로 연대하며 살기는 어려워 보이는 어르신들이

상대를 배려하며 이해하는 가운데 서로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여 직장 일을 마치고 금요일 밤에는 푹 쉬고

그동안 읽은 책 서평을 작성하고 읽고 싶은 책을 보았습니다.

추리 소설을 읽으며 반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가면을 치우고 살의를

표현한 범인의 추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9월에는 읽고 싶은 수필류가 많이 나와 5권을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창창한 햇살 아래 답사를 떠나고 싶은 날

20대 청춘 시절부터 함께 하였던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는 답사 길라잡이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언을 새기게 했고 보는 만큼 가슴에 남는다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합니다.

 

 

 

 여름 방학 때 아이와 함께 강원도 영월로 답사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호야 박물관에 끌려 박물관 고장인 영월을 찾았습니다.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내쳐진 단종의 슬픔을 단종의 능 옆에 있는 보리밥집에서 삭이고 펑령포를 돌아나왔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찾고 싶은 영월이라 남한강 유역을 둘렀나 답사기

들고 떠나는 여행을 꿈꿉니다.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이의 정성과 노력에 감동하며 지낼 때가 많습니다. 중화 요리로 명장의 자리에 오른 고향 친구가 있어서인지

사부의 요리가 남다른 느낌으로 자리합니다.

쉽게 식어버리는 열정을 바로 세우려는 움직임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합니다.

근성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는 이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밥 한 끼를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별로 소통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는 밥을 먹고 싶지 않은 아집이

크게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밥 한 끼를 나누는 일은 그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명사들은 누구를 그리워하며 밥을 나누고 소통하묘 교감하였을지

궁금합니다.

 

 

 

 

 

 필사하고 싶은 작가 김훈 님의 글은 가슴 속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정한수 같은 정성의 산물입니다.

라면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서민적인 음식입니다.

나이 듦에 라면을 먹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여 한 젓가락씩 후루룩 먹으며

서로 웃고 떠들던 아동기의 결핍이 떠오릅니다.

부족함이 많았어도 서로를 생각하는 정이 흘렀던 그 시절을

추억하면 골방에서 친구들이 함께 먹었던 라면이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류시화 님의 인도 여행기를 읽고 인도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인도 여행의 시작은 환상이 깨지는 것부터일 것입니다. 빠하르간즈 관행대로 해오던 질서가 무너지고 아비규환 같은 길에서도 현지인들은 그들만의 질서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혹독한 여정에 몸과 마음은 지쳐갔지만 여러 곳을 떠돌아 다녀도 신기한 나라 인도만큼 이야깃거리를 주는 곳이 없어 보입니다.

'노 프라블럼' 한마디로 형통하는 그곳의 문화에 흠뻑 빠져들고 싶은 날 인도 여행을 꿈꿉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신간평가단 16기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는 소통하고 싶은 이웃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라 공감대 형성에 이로울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청아함이 가득한 가을에 까슬까슬한 마음을 달래 줄 에세이들이 있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행복한 가을입니다.     

소소한 일상에 감동하고 감사하는 감성을 잃지 않고 살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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