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을 하루 앞둔 날, 3교시 수업을 하던 중 온몸에서 힘이 빠지며 쓰러질 것 같아 교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며칠 전, 머리가 핑 돌더니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어지러워 바닥에 철퍼덕 앉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고 여겼다. 처음 어지럼이 왔을 때는 기운이 빠져서일 것이라 여기고 담담히 넘어갔는데 같은 증상이 변이를 일으키니 걱정이 앞섰다. 병원에 도착했을 대에는 이미 진료가 끝난 뒤라 병원 응급실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당직 서는 의사 지시를 따르며 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았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워 MRI 촬영을 거쳐야 했다. 뇌 문제로 생긴 어지럼증은 아니었음에 뛰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응급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왔다.

 

   추석 연휴를 보내고 어지럼증 전문 이비인후과를 찾아 진료한 결과 이석증을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며 어지럼증을 가라앉혔다. 담당의 소견으로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갱년기 전후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때,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고 하였다. 낙천적인 태도로 지내는 편이라 스트레스를 받아도 곧잘 웃고 넘겼는데 나이 50이 지나면서부터는 마음에 걸리는 일들도 늘어났다. 스스로 열을 내면서 짜증을 내었다가도 지금 왜 이러고 있냐며 자신을 꾸짖는 일도 쌓여갔다. 35년 지기들과 만나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변화를 겪으며 생리가 끊어졌고 온몸 마디마디가 쑤시지 않는 데가 없다며 하소연했다. 이미 겪어보지 않은 일을 겪다 보니 감정의 기복에 휘둘리며 상기된 마음을 살피며,

   ‘지금 아픈 데도 추석에 식구들 먹을 음식을 혼자 마련하느라 힘들구나.’

   다독거리다가도 나만 며느리인가 반문하며 팔자타령을 늘어놓는다. 속상한 마음을 남편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푸념에 쐐기를 박는 한마디는 마음속 멍울을 만들 뿐이다.

 

   100세 시대를 살 수도 있는 장수 시대에 갱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남은 50년 삶의 질은 달라질 것이라는 저자는 지금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조그마한 일에도 예민해져 짜증을 내고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자신과 맞닥뜨릴 때면 당혹스럽다. 게다가 어깨에 댓돌을 얹은 것처럼 무겁고 뒷목이 뻐근하여 효험 있는 파스를 양쪽에 붙이고 출근하는 일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이 외에도 호르몬 불균형으로 심한 상열감과 과다한 땀 분비로 생활이 어려운 이유는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호르몬계에 교란이 일어나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자율신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위장관· 소화 기관의 장애로 어지럼 증상을 겪는다니 쿠퍼만 갱년기 지수로 갱년기 증상의 객관적인 파악을 위한 자가 진단 후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내 갱년기 증상은 몇 점일까?]

증상

상태 정도

없다

약간

보통

심함

홍조, 얼굴 화끈거림

0

4

8

12

발한()

0

2

4

6

불면증

0

2

4

6

신경질

0

2

4

6

우울증

0

1

2

3

어지러움

0

1

2

3

피로감

0

1

2

3

관절통, 근육통

0

1

2

3

두통

0

1

2

3

가슴 두근거림

0

1

2

3

질 건조, 분비물 감소

0

1

2

3

 

1~11가지 증상별 상태 정도에 해당하는 숫자를 모두 더한다.

  10점 미만 : 양호한 편

  10~14: 보통, 식습관 관리와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15~19: 경증, 전문가 상담과 관리가 필요하다.

  20~24: 중증, 전문가 상담과 관리가 시급하다.

  25점 이상 : 심각한 상태로 반드시 전문가 치료를 받는다.

 

   체력·성격·기저 질환·생활 양식 등 40~50년을 살아온 개인의 역사가 담긴 갱년기를 잘 보내는 일이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한 전제로 자리한다. () 기능이 쇠퇴하면서 인체의 저항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갱년기에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실천해야 한다. 두통이나 어지러움, 피로감이 심할 때 목 주변의 근육과 머리 아래에서 어깨로 연결된 승모근을 풀어줘 증상을 가라앉힐 수가 있다. 태양이 뜨고 지는 자연의 리듬에 맞춰 몸의 에너지가 활성화되고, 휴식을 취한 상태에서 몸은 건강해져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음을 되새긴다. 진액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35세를 기점으로 여성호르몬은 줄어든다. 신수의 기능이 약해져 진액이 마르는 시기인 갱년기에 진액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음식으로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을 우위에 둬야 한다. 단백질 식품을 챙겨 먹고 채소는 데치거나 쪄서 섭취하며, 밀가루 음식과 떡 종류는 되도록 섭취하지 않는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며 간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

 

   꽃이 피었다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고 수확이 끝난 자리에 잎을 떨구고 서 있는 나무를 보며 그동안 살아오느라 애쓴 자신을 다독거린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갱년기를 겪으며 관절의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을 알고 인체의 어디가 취약한지 파악하여 불균형상태를 바로 잡아가는 일을 미뤄서는 안 된다. 잠들기 전 누우면 등과 허리가 가려워 박박 긁느라 숙면을 취하기 힘들어 수면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울체된 열이 울혈을 만들고 피부 밑 혈액순환이 안 된 상태에서 노폐물 이동이 어려워지고, 이를 피부 밖으로 뿜어내기 위해 가려움과 발진이 일어난다니 반신욕으로 혈액순환을 도울 필요가 있다. 쌀뜨물을 이용해 세수하며 염증을 가라앉히고 보습하여 미백효과까지 거둘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시도한다.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모으며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계획한 대로 살아가는 인생 2막을 그리며 하고 싶은 일을 행하며 지내는 질적인 삶 향상을 바란다. 관절이나 근육의 건강을 위해 근력을 키우기 위해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길러 근육통 완화를 돕는다. 여성호르몬 감소로 자중 주변 혈류 약화로 분비액이 감소해 질이 건조되어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염증을 막기 위해 아래의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골반의 혈액순환이 나빠지므로 30분에 한 번씩은 일어나 걷거나 자세를 바꾼다.

  ● 항상 배를 따뜻하게 한다.

  ● 배변 후에는 물 세척이 좋다.

  ● 한방 좌욕과 식초 세정으로 증상을 완화한다. -160

   건강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포함해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도 신경 써야 한다. 여성은 생리를 시작한 후 완경이 되기까지 겪는 신체적 변화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50% 이상은 갱년기 증상을 겪으며 지낸다. 별 탈 없이 50~60대를 지나 70대에 갱년기 증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자기 몸을 살피며 좋은 습관으로 양질의 삶을 유지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건강을 관리하고 면역체계 강화를 위해 섭리에 따라 움직이며 자신을 돌보아 노년의 삶이 두렵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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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2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부쩍 땀이 많아져서 걱정인데 이것도 갱년기 증상일 수 있겠군요.. 인생이 뭘까,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자성지 2020-09-25 13:14   좋아요 0 | URL
땀이 많아지고 가려움증이 늘어 조금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네요.

자성지 2020-09-25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대 중반 인생이 익어가기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나입니다. 질병 없이 살다가고 싶은데 아픈 곳이 자꾸 나타나 육신을 힘들게 하고 정신마저 피폐하게 만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 사이로 연두빛 잎을 달고 서 있는 나무는

청신한 자태로 생명력을 돋웁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

우리 모두 부모의 사랑으로 태어나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하여

여러 사람들을 만나 교유하며 사회화 과정을 거칩니다.

 

2020년 5월 15일 스승의 날

제자들의 감사 인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진정성 있는 카톡 메시지로 감동을 전합니다.

[선생님 **입니다.

새해 인사 이후로 벌써 5개월이 지났네요.

코러나 때문에 시간 감각이 더 무뎌지는 듯합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항상 '스승의 날'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비록 저희 학년 수업을 맡으신 기간은 짧았지만

선생님의 수업과, 선생님의 표정과, 선생님께서 수업 중간마다 해주신 이야기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친구들과 가끔 선생님 이야기를 할 때, 제가 '잔향이 짙은 향수 같으신 분'이라고 했는데

친구들도 진심으로 동감하더라고요!

저도 선생님처럼 시간이 지나도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꼭 뵈러 가겠습니다.

선생님의 일상 곳곳에 행복이 깃들었으면 합니다. ](2020.5.15.오후 1:57.홍*연)

 

[선생님 잘 지내시죠? 올해는 참 얄궂고 지치는  해가 될 것 같아요.

이상한 일도 많고, 이상한 사람들도 가득해서 22년간 그럭저럭 굴러가던 인생에 보스맵을

맞닥뜨린 기분이랍니다.ㅎㅎ

 

코로나가 많은 걸 바꿔든 것 같아요. 지금 교단에 계신 선생님은 피로도가 어마어마하실 것 같고요.

일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게 얼마나 큰 충격이 되는지 크게 실감하는 나날이에요.

멋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제 고등학생 시절을 풍부하게 채워주신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고요!

선생님 덕분에 저는 무엇이든 넓게 보고, 섬세하고 깊게 느끼고, 또 표현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사는 삶이 얼마나 귀한 시간들의 연속인지 선생님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매번 문자로만 답답한 소통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한층 멋지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어 나타날 제자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선생님!

꼭 먼저 찾아 뵙고서 인사드릴게요.

행복한 하루들만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나날이 제 기도와

최대한 닮은 모습이길 바라요.

많이 감사드려요. 선생님](2020.5.15.3:24.이*경)

 

[역시, 벌써 카네이션도 받으셨네요!

선생님 스승의 날 축하합니다. 또 오랜 시간 관심 가져주시고 친구처럼 엄마처럼

옆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라리 없었으면, 어색한 날이 된 지 꽤 되었지만 애들이 없이 맞는 스승의 날이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선생님들끼리 인사를 주고받으려니 쓸쓸하기도 합니당!

그래도 드문드문 연락을 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기도 해요.

저처럼 선생님도 그런 마음이시겠지요?

 

건강 잘 챙기시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 함께해요. 쌤!

맨입으로 인사드려서 죄송합니다? ㅋㅋ 다음에 남해 가서 맛있는 거 먹어요!!!!!]

(2020.5.20.9:39. 열일곱에 만나 지금까지 소통하는 31살 교육 동지, 2016년 여름 부탄 여행을 함께한 딸 같은 제자) 

  

올해로 교직 생활 30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될는지 가늠키는 어렵지만

배움의 끈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일상을 즐기며 지내다

어느 선생님 말씀처럼 학생들과의 만남이 많이 불편해지기 전

물러설 생각입니다.

 

사랑과 정성을 꽃에 담은 제자는 함께한 부부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였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이 어려워진 화훼농가에 도움 되는 꽃바구니라 생각하니

마음이 더 훈훈해집니다.

퇴근 후에는 광양 포스코에 근무하는 제자가 남해로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20년 근속 중인 제자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고 늦은 밤 집으로 와서

편의점 맥주에 적당한 안주로 자정까지 회포를 풀었습니다.

제자와 남편은 거실에 이부자리를 펴고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제자는 쪽지를  써두고

광양으로 갔습니다.

마음이 불편한 날의 연속이었는데 오래간만에 모든 것 내려놓고 1990년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공유하며 행복했습니다.

 

  개인의 삶에 깃든 역사는 살아온 시간에 비례해 축적된다. 켜켜이 쌓아 묵혀둔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지금껏 타인의 말에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며 살아왔는지 성찰케 한다. 온실 밖 들녘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어린 시절과 오버랩 되어 저자가 성장하면서 겪은 일련의 일들에 대한 공감은 깊어졌다. 살아온 환경에 따라 상황을 판단하며 사람을 재단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우를 범할 때마다 사람은 쉽사리 처한 환경을 벗어날 수 없음을 묵인할 때가 늘어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멀찌감치 떨어져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지켜보는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감염 및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유지는 건강한 거리 유지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삶은 긴 이별의 열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이다. 저자는 호떡 장사를 하던 어머니를 부끄러워하며 의도적으로 피하며 지냈던 청소년시기를 돌아보며 그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이별하며 성장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과거의 시간 속에 옹송그려 살아온 자신을 위해 글을 쓰며 희망의 정수리에 새 물을 붓는 글쓴이의 의도에서 숨은 보석을 찾는다. 간식 사 먹을 용돈이 없던 시절, 주운 지폐로 간식을 선택하여 먹었던 기억은 우연한 행운이 낳은 삶의 선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팍팍한 삶을 보냈다. 무수한 불운들 사이에 찾아든 행운이 발하는 빛 덕분에 불운을 견디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 5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자신뿐 아니라 타인까지 포용하는 영역이 넓어졌다. 자기만의 방식대로 판단하며 조금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과는 쉽사리 융화하지 못한 채 선을 긋고 지내며 교감의 깊이를 더할 사람들과만 교류하며 지내왔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비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다짐하면서도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상대를 원망하며 지금 이 순간을 무의미하게 보낸 적도 많았다.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보려는 시도보다는 몸에 붙은 습관대로 세상을 살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을 책망하기보다는 약속 장소에 조금 늦을 사람을 기다리며 책을 읽는 여유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일 테다.

    

   살아내는 것이 힘들어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 하소연하는 나에게 친구가 전한 한마디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는 짧은 한마디였다. 설령 감정에 치우쳐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던진 말이더라도 지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숨을 고른 뒤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파하고 힘들어할 때 묵묵히 내 곁을 지켜 줄 사람과 함께한다는 믿음만으로도 든든함을 준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갇혀 세상 모든 짐을 혼자 끌어안고 지쳐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용기 내어 친구에게 말하고 싶다. 너무 애쓰지 말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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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살찌우고 생각을 키워줄 독서교육 경험을 생생하게 전하는 저자의 독서 수업을 들여다보며 책이 귀하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가 떠올랐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에 의지하며 지내던 산골에서 살던 시절, 칠흑 같은 긴긴 밤이 이어지는 한겨울 손녀를 귀애하던 할머니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많았다. 할머니는 욕심으로 혹이 점점 커져버린 혹부리 영감이야기, 산골에서 가난하게 사는 일상이 힘들다고 이른 새벽 보따리를 싼 마산 댁 이야기, 빨치산 활동을 하다 세상을 뜬 5촌 삼촌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 큰 힘 들이지 않고 들었던 할머니의 이야기는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묘약이었다. 귀신 이야기를 들은 밤중에는 헛간 옆에 자리한 화장실을 못가 발을 동동 굴리며 고통스러워하면 할머니는 손을 잡아 이끌어 근심을 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경험한 내용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일은 청자를 향한 관심이고 배려에서 나온 일이다.

  

   글을 쓸 때마다 표현하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써내려가는 과정이 쉽지 않음은 일반적인 생각이다. 책을 읽고 생각을 덧붙여 표현해보자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챙겨야 할 것들을 찾아 대안을 마련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일은 반복된 표현에서 가능해짐을 알아야 한다. 말하고 싶은 내용을 글로 옮기는 과정을 따르다 보면 글쓰기가 조금은 수월해진다. 글을 쓰기는 힘들어해도 말하기는 부담 없이 가능한 아이들이 흔하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을 남에게 드러내고, 자기 생각을 확인하는 과정인 글쓰기는 아동기부터 지속될 때 효용감은 커질 것이다.

 

   표현능력과 소통능력을 가늠케 하는 말하기는 한 사람의 지적 수준과 인성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은 뒤 자기 방식대로 책에 대한 감상을 정리함으로써 즐거움을 깨우치며 다음 독서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내용을 찬찬히 되짚어 볼 시간을 갖고 독자 나름대로 생각을 말하며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 글을 쓴다면 정밀한 글쓰기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책에 쓰인 예를 많이 보고 말해본 뒤 비슷하게 써보기를 반복해 자기만의 내용과 형식을 가질 수 있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말투와 글의 내용을 분리해 지도하며 내용 전달을 잘하기 위해 말하는 스타일을 다듬어 가는 과정을 거친다.

 

   언어의 제약을 받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그림책은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림책에 쓰인 타인의 창의성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그림책 보고 말하기는 오감을 일깨우며 깊이를 더할 수가 있다. 동시를 함께 찾아 읽고 경험에 비춰 시를 해석하는 과정 속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고, 공통점을 찾는 공감 역량을 기를 수가 있다. 상상력의 보물창고라 부를 동화를 읽으며 읽은 내용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생각 정리를 통해 자신만의 논리를 찾아갈 수 있다. ‘아는 것아는 것 같은느낌을 구분해 주는 설명적인 글 읽기는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정보를 평가하며 편견과 반쪽 진실을 확인하여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리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스스로 확인하며 역량 계발에 집중하여 나갈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는 일은 읽은 책을 말하는 과정 속에서도 길러진다.

 

   자라는 아이를 위해 서가에 책이 충분한 독서 공간은 책 읽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어른들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면 교육 효과는 떨어진다. 어른이 먼저 책을 들고 읽으며 아이가 어깨너머라도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가야 한다. 책을 읽고 말하기 훈련을 거쳤다면 집중해서 글을 씀으로써 자기답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여 당당한 삶을 길러갈 필요가 있다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권리를 지키며 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지식을 쌓아가는 공부는 필수인 시대를 살고 있다. 자기를 다스리지 못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편협한 자아에서 벗어나 무장무애한 자유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길에 책을 읽고 표현하는 일은 함께한다.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여 시험 문제 풀이용으로 한정하기보다는 마음먹은 일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며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사는 길에 말하기 독서는 동행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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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도에 태어난 딸은 잘하지도 않던 공부를 지속하며 입사 지원의 역량을 길러야 했다. 학점 관리에서부터 토익 점수 관리, 운전 면허증 취득, HSK 6급 등의 스펙을 쌓으며 회사의 구미에 들어맞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지만 취업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취업 정보를 망라한 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업에 입사 지원서를 내었지만 1단계 통과도 쉽지 않게 되자 열패감으로 자존감을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마음 고생하는 딸이 나쁜 생각을 할까 염려하는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이미 취업한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며 지내는 시간이 불편해 외출도 꺼리며 취업에 매달린 끝에 1년 계약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여 직장 생활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게 돕는 상사는 없고, 훈련된 경력자들을 고용해 업무에 투입하는 일이 효율적이라 여기는 기업체가 늘고 있다. 직장에서의 경력이 없으면 고용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시대에 살얼음판을 내딛는 것처럼 불안감에 싸여 일하는 90년생들의 위기의식은 커 보인다. 입사 선배는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일러주기보다는 문제를 툭 던져주고는 해결해보라는 식이라니 낯선 직장 생활에 어려움은 더 많다고 한다. 암초에 걸려 휘청거리면서도 딸은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 중이다. 평생 직업은 있어도 평생직장은 없다는 말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1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 이직하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을 견디고 있을 뿐이다. 경력의 뫼비우스의 띠라는 말처럼 경력이 없으니 취업할 수 없고, 취업 못 하니 경력을 쌓을 수도 없는 설사가상의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인문계 졸업생으로 취업문을 열기 힘들다 보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대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9급 공무원 시험 합격률은 최종합격까지 1.8%라니 공시족들의 암울한 현실이 그려진다. 상시 구조조정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고, 향후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는 안정성을 높이 평가한 이들은 공무원 합격증을 쥐는 순간 그동안 지불했던 인생의 기회비용을 넘어선다고 여겨서이다. 일은 시키되 고용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유노동 무책임 시대에 국가 기관이 출자하는 직장에 젊은이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을 짜고 행복하게 살아갈 계획을 수립할 때 90년대 생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을 우선시한다

    

    1960년대 중반 농촌에서 태어난 우리(X세대)는 새마을 운동의 정점에 퇴비증산을 장려하는 활동에 동원되어 일하며 학교 다니는 일이 몸에 배었다. 부칠 땅이 없는 집에서는 방치된 땅뙈기를 개간하여 농사를 지으며 식구들의 입에 밥풀이라도 떼어 넣을 수 있었다. 가난한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난 우리는 농사일을 도우면서도 공부를 부지런히 하여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을 듣고 들어간 직장에서 30년 남짓 일하다 퇴직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급속도로 변화한 시대에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무색할 정도로 경력을 쌓아 자아를 계발하기에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회사에 대한 충성이 곧 나의 성장이라 여기던 부모세대와는 달리 솔직하게 생각을 표현하는 90년생은 자신의 미래를 중시하며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내부로 집중한다.

 

   커뮤니티 뿜뿌를 통해 깜짝 할인 정보를 접하고 공동구매로 필요한 물건을 비싸게 구매하지 않는 새로운 소비자로 부상한 90년생들은 그들만의 소통 창구를 형성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한다. 이들은 스마트 컨슈머로 고객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소비자 중심 경영으로 고객 만족을 높이는 소비자본주의를 형성하였다. 가족 중심적인 식생활에서 가정식 대체 식품중심으로의 식습관은 조리 과정의 편리함으로 남는 시간을 활용해 삶의 만족도를 높여 주었다. 주력 소비자로 대두되는 90년대 생들의 솔직함과 간단함을 선호하는 성향을 들어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고객 중심의 혁신을 꾀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시대에 새로운 세대에 모아진 관심도 크다

       

   불공정 행위로 직원과 협력업체에 횡포를 가하는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며 공정 거래를 이뤄내는 과정은 새로운 세대의 힘을 가늠케 한다. 비정규직이라도 일하며 경력을 쌓으려는 이들의 노력을 폄하하며 근성이 없다고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꼰대이기보다는 새로운 세대로의 이행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이들과 공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기성세대로 자리하길 바란다. 무책임한 참견은 삼가고 불건전한 관행을 고쳐가는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기성세대는 새로운 세대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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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대학을 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농어촌 지역의 고3교실에서도 EBS문제지 풀이 위주의 수업이 일반적이다. 문제풀이 기술을 앞세워 다섯 보기 중 정답일 확률이 높은 답을 찾는 빠른 길을 뚫는 게 목표인 것처럼 다른 방법은 별로 생각지 않은 수업을 행해 왔다. 문학 작품을 공부할 때면 외적인 내용을 곁들이며 처져 있는 아이들을 깨우지만 이내 아이들은 심드렁해져 고개를 숙이고 만다. 나 홀로 수업에 익숙해 한 시간 떠들고 나올 때면 밀려드는 허탈감이 컸다. 고등학교에 재직할 때는 중학교로 가서 원 없이 독서 교육 실컷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여전히 못할 이유는 도처에 자리했다.

 

   사유하며 표현하는 일에 익숙지 않은 중학생들은 물음을 던지고 함께 생각해 의견을 공유하자는 말을 피하고 싶어 하였다. 생각도 해보지도 않고 그냥 귀찮다며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뱉는다.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소통하는 힘을 생각하며 이런저런 수업을 병행했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업으로 지치지 않는 교사와 배움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마음을 바로 잡고 생각하는 배움을 실천하는 독서를 염두에 두고 매시간 책 읽고 표현하는 힘의 막대함을 역설했다.

 

   기승전책으로 불리는 국어 시간은 입시에 대한 부담 없이 기획한 수업을 시도할 수 있어 여건은 좋은 편이다. 진득하게 앉아 집중하여 책 읽기를 힘들어하지만 조금씩 시간을 늘려 가는 학생들을 보며 잘 안 된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등교하면 도서실에서 책을 찾아 읽고 골똘히 생각하는 학생 한둘의 모습에서 희망을 떠올리며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는 글 속에 실린 교사들의 독서교육의 실천적 사례에 감화 받는다.

 

   정시로 대학을 주로 가는 대도시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시행하는 인문 독서 프로젝트, 자아 정체성을 찾아 진로를 탐색하는 독서, 시를 읽고 함께 하는 공부 등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하여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문학 작품 읽기는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일깨우며 공동체적 삶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준다. 교과서 속 사건들이 일어난 원인과 배경, 사건 발발 후 영향 등을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는 역사 시간, 선생님은 그림책 읽기로 교과서 속 사건에만 머물러 있던 데서 벗어나 현재적 관점으로 통찰하는 힘을 길러주었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학생들도 흥미롭게 보는 역사 만화를 읽기 교재로 삼아 지금도 되풀이되는 적폐를 새기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며 일상을 보내는 일은 나은 자신과 대면하는 순간으로 이끌 것이다.

 

   방황한 시간이 길었던 국어 교사는 그 시간이 있었기에 현실의 벽과 타협하지 않고 진로를 선택하고 미래를 그릴 때가 있었다고 회고하며 수업 사례에 그 내용을 녹여냈다. 작품을 읽고 경험과 결부지어 의미를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잃어버린 자발성을 찾아가는 일은 교사와 학생의 경계를 세운다고 소리를 지르던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련 도서를 읽고 친구들과 책 속 의견을 나눔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치유하며 성장하는 독서 활동 시간이길 바라며 연수 경험을 나눈 교사들의 실제 수업 사례는 함께 읽기의 힘이 끌어낸 결과물로 여겨진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교사와 기꺼이 배우려는 학생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수업을 그리며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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