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1

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ㅣ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골든아워 1

이국중 의사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아덴만 여명 작전의 선장 치료 이야기에서부터이다. 전국민의 관심을 받는 일을 지방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주대에서 한다는 사실에 처음에 의아하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 대해서 무지하다고 볼 수 있다. 의료계의 현실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은 바로 의학종사자들과 밀접한 이해관계자들일 뿐일 것이다. 그렇지만 의료가 얼마나 아픈 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는 아파하는 사람들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심정과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현실 등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고는 했다. 물론 그의 대척점에 있는 감동을 받은 적도 많다. 어렵고 힘든 중증외상이란 부문에서 피땀을 흘려가면서 노력하는 의료종사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드라마에서 보던 대학병원의 파벌이 실제로 존재하고, 파벌들의 정치 다툼에 의해 병원의 나아갈 방향이나 일 등이 진행되고는 한다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순수하게 의료에만 집중하는 의료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감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의 한 부분이기도 하니, 이 또한 버티고 감당하는 것이 몫이자 업이겠다.

생과 사의 경계를 기록한 활자들은 글자 하나하나가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 보인다. 중증외상센터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한 실화이고, 치료의 결과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감정의 극한은 읽는 내내 마음을 거대하게 요동치게 만든다. 이런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겸허해지고,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 글들이기에 더욱 그런 감정이 크다.

아플 때 보게 되는 의사들의 감정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 한 사람의 생명의 감당하는 의료진들의 마음가짐이나 태도 등도 알 수 있었다. 단지 사자라는 단어가 붙어서 존중을 받는 것이 아닌 그들의 업 자체로 존중을 받아도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존중이 부족할 때가 많다.

중증외상센터를 방문하는 자들의 태반이 가난한 자들이라는 점은 심히 안타깝다. 엄청난 치료를 감당해야 하고, 그런 자들을 치료하면서 적자를 봐야만 하는 병원의 처지도 심히 씁쓸하다. 누군가를 위해 꼭 필요한 의료센터이지만 그 많은 재정을 일개 병원이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체계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박하고 어려운 현실에서 피땀을 흘리는 의료진들에게 감사한다.

찬란하면서 고고하게 빛나는 이국중 교수의 사투를 이어나가는 글들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애프터 1, 2

애프터 2 - 이게 사랑일까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8월

애프터 1, 2

사랑 이야기! 지역에 따라 문화는 다르지만 언제나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통하는 면이 있다. 엄친딸과 막 나가는 거친 사내의 연애!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서로 정반대에 있어 오히려 흥미진진한 편이다. 다리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고수하는 보수적인 아가씨와 온몸에 문신을 하고 피어싱까지 한 남자의 연애는 평소 사실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해 오던 편이다.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남녀가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살아온 방식과 가치관 등에 따라 결렬하게 부딪친다. 그 과정에는 화학공식처럼 케미도 일어난다. 불협화음도 일어나는데,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더욱 탄탄해지는 면도 있다.

남녀 주인공을 보면 현대판 오만과 편견의 일부분도 보인다. 거칠게 대하는 남자를 보면서 여주인공은 점점 빠져들게 된다. 늪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느낌일까? 아니, 사랑의 감정도 있으니 오아시스와 같은 달콤함도 함께 있다고 봐야겠다. 그렇지만 사랑은 양날의 검으로 실패하거나 무너질 경우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독이 2권 말미에 아주 거대하게 터져나온다. 1, 2 권이 완결인줄 알았는데 뒤편이 또 있다. 헉뜨! 완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흡입력이 강한 소설을 읽다 보면 뒷부분이 궁금해서 잠이 안오는 경우가 많다. 사랑 이야기에 목 마른 독자들에게 바로 이 책이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책이니 믿고 봐도 괜찮겠다. 공통적인 관심사인 사랑 이야기에서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다는 건 이미 재미를 보장하는 인증을 받았다고 봐야 겠으니 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한 명의 성인이 된 느낌을 받았다. 대단한 권한을 획득한 것 같은데 그에 깔린 책임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뒤늦게 책임을 알게 되고 안타까워 한 적이 있다. 책 속의 여주인공은 한 명의 성인으로 당당하게 발을 내딛으려고 하지만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녀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건 과연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 뒤편의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면서 달콤함만 가진다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일 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담겨져 있는 아픔의 이야기! 그런 부분과 진솔하게 다가설 수 있는 부분으로의 발전! 격렬하게 요동치는 감정과 휙휙 바뀌는 주변 상황들, 이런 부분들이 바로 이 책의 재미있을 요소라고 볼 수 있겠다.

전쟁 이후의 한국사

전쟁 이후의 한국사 - 전쟁보다 치열했던,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살아남은 자들의 시간
이상훈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8년 8월

전쟁 이후의 한국사

한국사의 이면 혹은 잘 다루지 않는 분야를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희귀하면서 역사에서 필히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겠다. 현미경처럼 세밀한 부분을 밝히고 알려주면서 역사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또 흘러갔는지를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고대 한국사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도도하게 관통하고 있는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겠다.

신라가 한강을 차지하면서 삼국을 일통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안에는 독이 든 성배처럼 아주 음흉한 전략과 계략 등이 내포되어 있었다는 견해는 참으로 놀랍다. 생각지도 못 했던 역사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역사에 가정이란 필요가 없는 것이겠지만 이런 한국사의 이야기들은 과거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의견이다.

전쟁 이후의 한국사는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의 원인과 전개 그리고 그 이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지면의 한계와 빠른 전개로 인해 세밀한 부분이 다소 아쉽기도 하지만 빠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빨려 들어가는 흡인력이 있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측면이 강하다.

제국이나 거대한 세력의 몰락은 외부의 침략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내부의 분열이란 측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내부의 배신자로 인해 몰락한 거대한 세력의 이야기는 한반도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배신자들의 말로 역시 배신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신은 배신을 불러온다.

우리나라의 역사관에 대해서는 아직 확립되지 않는 가설들도 많고, 일제 강점기 시대의 역사로 인해 그릇된 부분도 있다. 이런 역사관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한데, 이 책에는 그런 내용들이 가득 넘쳐난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 했던 시각과 견해는 한국사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참으로 값진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다.

오랜만에 한국사에 대한 책을 읽으니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들이 참으로 많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낀다. 참으로 외침이 많은 나라이다. 그리고 그런 외침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 역시 그런 부분을 인지시켜준다. 마지막 부분에는 독도에 대해서 말하는데, 그 독도에 대한 일본의 야욕과 탐욕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재미있으면서 흥미롭다.

책을 일독하면 한국사를 관통하는 흐름에 대해서 알 수 있다고 봐도 괜찮겠다. 전쟁에 대해 기술한 내용도 훌륭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들에 대한 부분도 아주 좋다.

5개국에 집을 두고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는 나는 노마디스트

5개국에 집을 두고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는 나는 노마디스트
손 켄 지음 / 북루덴스 / 2018년 10월

5개국에 집을 두고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는 나는 노마디스트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는 삶! 재미있고 흥미롭고 즐거운 삶이겠다. 사실 이런 삶이 있다는 걸 알아도 제대로 실천을 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이다. 열심히 공부하면 좋다는 걸 알면서도 현실에서 미친 듯이 노력하는 사람들은 적은 편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사실을 아주 잘 알 수 있겠다.

저자는 삶을 즐기는 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통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일하고 공부하며 여행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겠다. 물론 이런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땀을 흘려야만 했다. 그런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생고생을 가장 앞부분에 보여주고 있다. 뉴욕에 도착해서 경험한 고생은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없으리라!

사서 고생을 선택한 저자는 눈부신 성과를 이룩해낸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객관적인 평가가 잘 이뤄지는 편이다. 그리고 인턴으로 들어가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아름답고 즐기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그런 힘을 가지기 위해서 저자가 보낸 시간들은 처절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정도겠다.

한곳에 머물러서 삶을 편안하게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 도전을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도전은 항상 실패의 위험을 가지고 있기에 쉽게 선택한다는 게 어렵다.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이 감당해야만 한다.

안정적인 자리를 버리고 새롭게 한 발을 내딛는다! 이리저리 주변과 얽히게 되면 때로는 주저앉게 된다. 실패할 경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주변에서 실패하여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움츠린다.

직접 발로 뛰고 책과 씨름하면서 잠을 줄여나간다는 것! 열정적으로 삶을 임하는 자세! 요즘 들어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권태에 빠져 스스로 힘이 빠질 때가 종종 있다. 책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열정과 도전정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다. 그리고 그런 열정과 함께 삶을 풍요로우면서 아름답게 즐기는 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기쁘고 열정적으로 미칠 수 있다면 저자처럼 세계를 여행하면서 아름답게 즐길 수도 있겠다.

멋진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크리슈나무르티와 함께한 1001번의 점심 식사

크리슈나무르티와 함께한 1001번의 점심 식사
마이클 크로닌 지음, 강도은 옮김 / 열림원 / 2018년 8월

크리슈나무르티와 함께한 1001번의 점심 식사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전해져오는 이야기들은 깨달음과 즐거움을 준다. 가까이에 도와 깨달음 등이 있다고 해도 알거나 이해하지 못 하면 그저 허무하게 지나가고는 한다.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경험하기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이런 가르침을 경험하거나 알려준다는 건 참으로 어렵다. 그런 난해한 이야기들은 책은 최대한 친절하면서 쉽게 알려주려고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반인인 내가 참으로 어울리는 책이다. 그리고 도에 대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나이가 들고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마음이 메말라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떨어지는 나뭇잎만 봐도 감상적으로 변할 수 있는 때에 이런 책은 마음의 싱그러움을 되살려준다.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고, 다소 겉도는 이야기들도 있다. 곰곰이 고뇌해도 부족함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책에는 심도 있는 가르침과 깨달음 등이 넘쳐난다. 금은보화와도 같다. 그 금은보화를 어떻게 캐내고 가질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겠다. 최대한 많이 읽고, 또 글귀들을 머릿속에 계속 떠올려봐야겠다.

진리를 탐구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걸 삶을 통해 알게 됐다. 진리의 한 조각처럼 삶에 체득시킨다는 것이 힘들다. 그런 삶의 맛을 경험해보고 싶은데,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다. 어떻게 도달하고 경험할 수 있는지는 마음에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 다만 그 길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주고는 한다. 현인의 이야기들은 높고도 높아서 이해 안 가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높은 위치에 있는 현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서 잠시나마 높은 고견이라는 것에서 깨달음과 가르침 등을 받을 수가 있고는 한다. 그것만으로도 책은 너무나도 가치가 높다.

달라이라마가 극찬한 이 시대 최고의 사상가 가운데 한 명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빛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현인을 관찰할 결과, 명상적인 고요함으로 가득 차 있을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기연 등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그런 기연을 접했다니 정말로 부럽다. 그런 경지를 한 번이라도 느꼈으면 한다. 언제 오기는 할까?

현인을 따라다니던 저자에게 엄청난 기연이 다가온다. 학교 요리사! 현인을 위해서 요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현인을 위해 요리 실력을 가다듬은 저자이다. 그래서 책 제목이 탄생할 수 있었고, 훌륭한 책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참으로 좋은 일이다.

현인과 만나는 순간을 저자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라고 했고, 그런 순간들이 책에 활자로 가득 기록되어 있다. 그 활자들은 하나하나가 치명적일 수도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들과 함께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인 깨달음과 가르침 등이 넘쳐난다. 보고 또 봐도 부족함이 없고, 언제 읽던지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정말로 아름다우면서 경이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