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와 관련해서 들려주는 모두의 이야기는 무모했거나 어리석었거나 모자랐거나 우스꽝스러웠던 스스로가 담겨 있었다. 지혜로움과 근사함과 건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은 더 재미있었다. - P163

살갗이 아프도록 건조한 땡볕이 슬픔마저 사막처럼 마르게 했다. 너무 평화로워서 내가 좋아하던 절박하게 떨리는 문장들은 겉돌기만 했다. 책을 읽다 말고 번번이 넋을놓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러다 탄식을 했다. 아, 내가 시만 안 쓴다면 여긴 정말 좋은 곳이겠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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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의 신념은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 속에 그리고 내 속에, 또 오늘 밤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이곳에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녀는 살아 있지요. 위대한 시인은 죽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계속되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우리 속으로 걸어 들어와 육체를 갖게 될 기회를 필요로 할 뿐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힘으로 그녀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각자가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그때에 기회가 도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종종 스스로 내던졌던 육체를 걸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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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한 얼굴로 잠이 들지만 화창한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일처럼. 오직 화창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외감이 느껴지는 날도 있고, 오직 화창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함이 생기는 날도 있는 것처럼. 돌아보면, 잘지나왔구나 싶어 조금 기쁘기도 하다. 이런 유의 덧없는 기쁨이 누군가의 뒷모습에 잘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ㅡ책머리에 - P9

우리를 피로하게 만드는 온갖 국면들에 대해서도. 오직 몸만이 피로한 여행지에서의 달콤한 걷기에 대해서도. - P49

시는 그러므로 차분한 것 같지만 실은 시끄럽고 무섭다. 입을 봉인한 채 몸으로 지르는 비명이라서 침묵이나 적요에 가깝다 느껴질 뿐, 시는 열렬하고 아프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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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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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은 지인들이 왜 좀 아쉽다고 했는지 알겠다. 그럼에도 매년 읽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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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해민이 불쑥 그런 말을 할 때면 자신과 평생 상관도없고, 관련도 없을 것 같은 그 독서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되살아났다. 모든 게 지나치게 정답 같은 질문과 대답들. 옳은 것이 분명한 이야기들. 좋은 사람이라면 추구해야 하는 가치들. 마땅히 해야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 어쩌면 자신도, 해민도 살면서 그런 것들을 한 번쯤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그건 희망의 모습과 비슷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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