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됐다. 아껴둔 정산소종을 얼른 꺼내 우려보았다.
그리고 나서 문장을 음미해본다. (절기에 맞춰 천천히 읽는 중)

차향과 소나무 연기가 낮게 드리운 구름과 안개에 섞여들어 한 걸음 뗄 때마다 온몸에 무겁게 엉기고, 차밭 사이를 비집고 자리 잡은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면 눈치채지 못한 새 흠뻑 젖어 아궁이 앞으로 다가 앉아야 하는 홍차의 고향. 어쩌면 차는 그가 태어난 곳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우리를 일깨우는 것이다. 물을 끓이고 정산소종을 우리며 자욱한 연무 너머 홍차가 시작된 곳으로 떠나 지나간 시간을 흠향할 때라고.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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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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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거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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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나의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에는 끝이 있어야 할 것이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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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 누나가 고쳐줄 거야. 넌 내가 지금까지 만난그 어떤 인간보다도 훌륭하고, 그 어떤 인간보다도 온전해 우리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났어. 민이 네가 인간이든 기계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수억 년간 잠들어 있던 우주의 먼지가 어쩌다 잠시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해 의식을 얻게 되었고, 이우주와 자신의 기원을 의식하게 된 거야.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잠깐을 이렇게 허투루 보낼 수는 없어. 민아, 너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느끼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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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와도, 그런 종류의속 깊은 마음은 교류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시를 통해 그 체험을 하며 안도감을 느낀다. 시끄러움과 심란함도 그리하여 누군가에게 종내는 위로가 된다. 우리는 평화롭기를 갈망하지만, 평화는 찰나처럼 우리에게 와서 우리를 잠시 안아주고 떠나버린다. 김종삼은 「평화롭게」라는 시를통해서 평화가 유지되는 러닝타임 자체를 표현하려 한 것은 아닐까. 딱 그 정도의 시간. 그 시간만큼은 평화롭기. 하루에 한 번씩만이라도 평화롭기.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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