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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준비생의 홍콩 ㅣ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
이동진 외 지음 / 트래블코드 / 2025년 5월
평점 :
퇴사준비생의 홍콩
퇴사준비생이라는 단어는 사실 개인적으로 나와는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다.
그런데 이 책 《퇴사준비생의 홍콩》은 이상하게 나 같은 사람한테도 꽤 많은 말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그저 홍콩 여행을 배경으로 한 브랜드 탐방기겠지 싶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 이건 단순한 여행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은 도시라는 플랫폼 위에 수많은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고, 공간을 연출하고, 고객과 감정을 주고받는 그 과정에 대한 탐색서였다.
지금까지는 '브랜드'라는 말을 그저 로고나 제품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브랜드는 누군가의 철학과 감정이 담긴 이야기, 그리고 공간 안에서 구현된 경험의 총체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프라이빗 아이콘셉트 스토어나 애니콘 같은 브랜드 사례들이었다.
‘이게 돈이 되긴 할까?’ 싶을 정도로 독특하고 마이너한 감성인데,
그것들을 단순히 '소수 취향'이 아니라, "누군가의 자존감과 감정에 닿는 경험"으로 포장하는 방식이 정말 놀라웠다.
읽는 내내 ‘이걸 내가 했으면 어땠을까?’ ‘한국에도 이런 공간이 있을까?’ 같은 상상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창업해라!"라고 강요하거나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고 훈계하지 않는다는 것.
마치 나랑 같은 여행길에 오른 선배가, 지나가면서 들려주는 ‘재밌는 가게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전개되기 때문에
읽는 내내 부담 없이, 하지만 머릿속은 계속 자극받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처럼 자기계발에 대한 피로감이 높은 시대에, 이렇게 감성적으로도 ‘사업’과 ‘가치’를 이야기해주는 책이 드물다고 느꼈다.
사업이란 무조건 열심히, 치열하게, 빠르게가 아니라
"이걸 왜 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감정을 주고 싶은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책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작고 조용한 공간, 취향을 공유하는 진열장, 말 한마디가 담긴 포장지로도 충분히 시작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퇴사준비생의 홍콩》은 내게 '창업의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의 감각'을 처음으로 알려준 책이다.
혹시 당신도 지금 뭔가 해보고 싶은데 막연하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알겠는데, 이걸 어떻게 현실로 옮길지 모르겠는’ 20대라면
이 책을 통해 적어도 감각의 방향은 찾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