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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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NOON 세트에서 다시 만난 <행복한 왕자>가 오스카 와일드 작품이란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동화로 만난 건 내용 그 자체였지 작가까진 기억하고 있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며 작가가 누군지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어렸을 때 읽었던 느낌과는 또 다르게 다가왔다.

온 도시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세워진 행복한 왕자 동상. 온 몸은 순금으로 덮여 있고 눈은 사파이어, 칼자루에는 루비가 박혀 있다.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야 했던 제비는 동상과 함께 머무르며 도시 곳곳에 소외되고 힘들게 사는 이들에게 사파이어를, 루비를, 순금을 떼어다 나누어 준다. 보잘것 없어진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린 행복한 왕자 동상은 내려지고 동상 아래 죽은 제비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선의는 '행복한 마음'으로 가득차게 한다.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길 바랐던 행복한 왕자 동상은 베품의 미덕을 지닌 사람이었을 것 같다. 자의든 타의든 착한 일을 도운 제비는 친구들과 함께 이집트로 날아가지 못했지만 행복한 왕자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누군가는 베풀면서 기쁨을 느끼고, 누군가는 도움을 주며 뿌듯함을 느꼈을 테다. 그리고 도움 받은 그 누군가는 그래도 살아볼만한 세상이라 느끼며 다시 힘내서 잘 살았겠지? 그랬으리라 믿는다.

NOON세트 행복한 왕자에는 표제작 '행복한 왕자'와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부와 그의 영혼', '별 아이'까지 네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사랑하는 소녀에게 장미를 바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시켜 장미를 붉게 물들이고 사라져 간 나이팅게일 이야기는 너무 허무했다. 자신의 심장을 찔러 붉은 장미를 피워냈지만 소녀에게 거절당하자 장미를 바닥에 팽개쳐 버리는데..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피운 꽃은 아니겠지만 누군가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한순간 짓밟혔단 생각에 너무 안타까웠던 '나이팅게일과 장미'였다.

인어 아가씨를 사랑해 자신의 영혼도 끊어내고 인어와 사랑에 빠졌던 어부는 매년 찾아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던 영혼의 유혹에 넘어가 인어 아가씨 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온 마음이 인어 아가씨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꽉 차 영혼이 들어갈 틈을 주지 않았던 '어부와 그의 영혼', 숲에서 데려다 키운 별 아이는 자신의 뛰어난 외모만 믿고 남들을 업신여기다 자신을 찾으러 온 친어머니의 외모를 보고 부인하던 별 아이. 그는 흉측한 몰골이 되고 자신이 겪었던 일을 고스란히 겪게 된다. 하지만 타인을 생각하는 착한 마음씨로 인해 부모님도 되찾고 다시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간 '별 아이'까지..

'사랑'이라는 주제로 따뜻하지만 안타까움을 선물한 네 편의 동화가 긴 여운을 남긴다. '희생'은 진짜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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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0-0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스카 와일드의 삶을 돌아보면 행복한 왕자는 자신을 상징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묘비명이 너무 슬폈던 기억이 납니다.
 
여름의 레플리카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7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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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레플리카』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다섯 번째로 만난 책은 <여름의 레플리카>다. 전편 '환혹의 죽음과 용도'에서 니시노소노 모에와 마술쇼를 관람한 후 본가로 향한 친구 미노사와 도모에. 도모에의 아버지 미노사와 야스시는 현직 의원이고 앞을 보지 못하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모토키가 있다. 사나에, 도모에는 두 번째 부인인 사치코의 딸이다. 한동안 찾지 않았던 본가를 찾아간 도모에는 너무 늦은 시간에 집에 도착했고 현관 벨은 고장이 난 상태였다. 문을 열어준 가정부 사에키는 가족들이 두 시간쯤 전에 외출을 했다고 알려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일찍 깬 도모에는 집 안을 둘러보다 외출한 가족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오빠 모토키가 있을 3층 방으로 가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잠겨 있었고 자신과의 일 이후로 잠겨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벨 소리에 인터폰을 받았지만 고장 난 것을 떠올린 도모에는 대문 앞까지 나갔지만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고 집안으로 다시 돌아갔을 땐 뜻밖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면을 쓴 남자는 부모님과 언니를 납치해 산장에 있는 2인조와 한 팀이었고 그들과 합류하기 위해 도모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산장으로 합류하려 했으나 2인조의 왜건을 살펴보던 가면 쓴 남자는 그대로 가면을 버리고 도모에게 운전한 차를 타고 달아나 버린다. 두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한 부모님과 언니, 왜건 안에 죽어 있던 2인조 남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사라진 오빠 모토키.

돈을 요구했던 2인조가 왜 갑자기 살해당한 건지, 앞을 보지 못하는 오빠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뒤늦게 모에가 알게 되는데... 오빠를 좋아했던 도모에는 더 가까이 다가오는 오빠를 밀어내다 상처를 냈고 그녀에게 더욱 다가가는 모토키를 발견했다. 그 후로 도모에는 오빠를 보지 않았다. 오빠가 썼던 '날 쫓지 말아 줘'라는 시가 적힌 페이지가 펼쳐진 채 오빠 방에서 발견된 시집, 손님이 모였던 날 저녁에 걸려온 오빠의 전화.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미노사와 가 사람들을 납치했던 이들과 앞을 보지 못하는 오빠 모토키. 모토키는 행방에 대해 읽을수록 뭔가 개연성을 찾기가 좀 어려웠는데 도모에의 기억에 문제가 있었던 것, 살인의 동기가 많이 약했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남은 세 권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함을 안고 빨리 넘어가야겠다. 읽을수록 드는 생각인데 사이카와 교수와 모에는 형사를 했어야 하는 사람들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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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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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많은 요리에 사용되는 버터. 난 버터, 마가린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갓 지은 밥에 마가린 한 숟가락 듬뿍 떠서 밥 속에 숨겼다가 어느 정도 녹으면 간장에 비벼 주시곤 했던 엄마. 느끼한 걸 어렸을 때부터 너무 싫어했던 터라 주신 밥을 마다하진 못했고 대신 김치를 듬뿍 얹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 볶음밥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전복 버터구이를 좋아하는 조카를 위해 버터를 사용할 때면 속이 뒤집어진다. 그만큼 버터를 좋아하지 않는데 유즈키 아시코의 소설 <버터>를 읽으면서 제대로 버터 맛을 음미해 보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일본을 뒤흔든 의문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실화 소설이라고 해서 관심이 많이 갔다. 얼마나 대단한 꽃뱀이길래 세 명의 남자가 의문사를 했는지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음식 소설을 잘 못 소개한 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버터에 관심 없던 나에게 호기심이 일게 했으니 미스터리 맞는 건가?ㅋ

출간하는 소설마다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는 유즈키 아사코. 2009년 일본을 경악시킨 '수도권 연속 의문사 사건', 일명 꽃뱀 살인사건이라고 불린 사건의 범인인 기지마 가나에라는 30대 여성이 결혼을 미끼로 만난 남자들에게 10억 원 이상의 돈을 갈취하고 교묘히 살해한, 꽃뱀의 이미지가 아닌 범인의 모습에 놀랐다는 사건을 소설화했다. 가나에게 유명 요리교실을 다녔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이 사건의 배경에는 요리 잘 하는 가정적인 여자에 대한 환상과 가족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보고 소설 <버터>를 집필했다고 한다.




가지이 마나코는 세 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 중이다. 리카는 가지이의 단독 취재를 목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하지만 그녀가 이야기하고 블로그에 올려놓은 음식에 매료되었다. 독점 인터뷰를 위해 마가린밖에 모르던 리카는 가지로 인해 버터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세 명의 피해자를 만들어 낸 가지이는 꽃뱀이 아닐까 했지만 70Kg은 족히 넘어 보이는 몸매를 소유했다. 그녀에게 어떤 매력이 있었을까? 가지이의 살인사건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리카, 레이코 등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하려던 그들이 가지이의 버터를 통해 점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지이 마나코가 진짜 그들을 죽였을까?로 시작했던 책인데.. 뭔가 점차 나를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는 <버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 바로 음식인데, '버터'에 소개된 음식을 한 번 해서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게 만드는 힘이 넘친 소설이라 하겠다. 버터를 좀만 더 사랑했다면 책 읽는 동안 몸무게 엄청 늘렸을 거란 생각이 든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고칼로리 소설 <버터>를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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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1 - 정원사의 선물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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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이 레스토랑의 영업주,

해돈 님을 위한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셨습니다.

작가가 십대부터 이십대까지, 6년 동안 집필했다는 <기괴한 레스토랑>. 작가만큼이나 판타지물을 좋아해서 판타지 영화, 애니메이션은 거의 다 찾아보는 것 같다. 나만의 상상력으로 캐릭터들을 그려볼 수 있는 장점이 가득한 판타지 소설, 너무 매력적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출간한 팩토리나인에서 뒤를 이을 책으로 꼽고 있는 '기괴한 레스토랑'은 우리를 어떤 상상의 세계로 안내할까.

열여섯 살 소녀 시아는 이사를 하던 그날, 우연히 고양이 한 마리를 보게 된다. 오드아이의 검은 고양이를 따라 굴속으로 들어간 시아는 요괴들이 사는 세상으로 인도되었다. 사람은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요괴 레스토랑의 영업주 해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선 사람의 심장이 필요하다. 딱 맞는 조건의 시아를 데리고 해돈에게 데리고 간 고양이 루이, 조건에 딱 맞는 심장을 가진 시아에게 심장을 내놓으라 하는 해돈, 심장 말고 다른 치료 방법이 있을 거라며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시아. 시아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한 달 동안 레스토랑에 머물며 식당 일을 해야 하고 치료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것도 심장을 추천한 마녀 야콥과 함께 생활하면서... 시아는 정해진 시간 안에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고양이를 따라 굴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사람의 심장을 먹으면 낫는다는 장면에선 '별주부 전'을 떠올리게 한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느낌의 '기괴한 레스토랑'은 뭔가 익숙한 것들의 조합인 것 같은 느낌이라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걸까? 하지만 내용만큼은 확실히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기괴해 보이지만 생각거리도 던져주는 다양한 요괴 캐릭터들과 시아를 도와주는 조력자들, 위기에 처한 시아를 도와준 하츠 등 캐릭터 분석해 보는 재미도 쏠쏠한 책이다. 꽤 두툼한 두께의 책인데 이게 1권이라니.. 아직 완결되지 않은 책이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너무 궁금한 '기괴한 레스토랑' 다음 권이 빨리빨리 나와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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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공간
조종하 지음 / 이상공작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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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공간』

시 쓰는 배우 조종하의 <시, 공간>. 제목이 너무 예쁜 책을 만났다. 한참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즐겨 읽었던 분야가 '에세이'다. 누군가는 에세이를 왜 읽는지 모르겠다고 하기도 하는데.. 난 그들도 나랑 같은 사람이었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네~, 이런 발상 너무 좋다 등등 사람 사는 맛이 느껴져서, 나는 하지 못했던 생각을 엿보는 것 같아서, 이렇게 느낄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난 에세이가 좋다. 시는 학창 시절 시 속에 숨은 뜻을 찾아내는 것이 너무 머리가 아파 가까이하지 않았는데 느낌 있는 시는 참 좋다. 그냥 내가 읽고 나만의 느낌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그런 편한 시..

작가 조종하의 책이 딱 그러하다. 편한데 느낌 있고, 감성도 두드리는 그런 시. 시를 넘기다 보면 그의 에세이도 한 편씩 만날 수 있다. 책이 전체적으로 느낌이 너무 좋다. 책 말곤 거의 보는 게 없어서 배우로서의 조종하는 잘 모르겠다.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작가 조종하는 더 깊이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다.


스쳐 지나갔다고 생각하자. 평생을 반짝거리며 살아도 별길의 끝에서 사라지는 별처럼 말이야. 그럼에도 끝을 아는 별들이 온 우주의 수많은 다른 별들과 스쳐 지나갈 때 더 크게 빛나는 것처럼, 너의 인연과도 모래사장 같은 세상 속에서 작디작은 모래알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친구의 연애 문제에 대해 작가가 친구에게 전한 말이다. 작가의 글이 이런 느낌이다. 책을 만들기로 결심한 후 딱 중간의 글, 중간의 시를 써야겠다고 늘 생각했다는 작가의 글이 이렇게 따뜻하고 예쁘다. 뭐든 적당히, 중간만큼이 참 쉬운 게 아닌데 작가는 중간의 글을 썼다고 하면서 중간 같지 않으니 타고났다고 해야 하는 게 맞겠지? '보여드릴 게 많지 않아' 부끄럽다는 작가의 글을 더 만나고 싶은 마음이니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의 시를 조금 더 음미해야겠다.



작가님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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