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의 밤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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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의 밤』

'N' 이후로 두 번째로 만나는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입니다. 이번에 만난 <폭포의 밤>은 '절벽의 밤'에 이은 "안 된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 전작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N'을 너무 재밌게 읽었던 터라 "안 된다" 시리즈 책이 너무 궁금했던 차였어요. 이렇게 읽어보게 된 건 저에겐 너무 즐거운 일이었지요. '등의 눈'으로 호러 서스펜스 대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미치오 슈스케의 "안 된다" 시리즈는 체험형 소설입니다.

1년 전 실종된 언니의 비밀 SNS 계정을 발견하고 언니를 찾아 묘진 폭포 근처 산장지기를 만나고 그곳에서 섬뜩한 무언가와 마주하는 '묘진 폭포에서 소원을 빌어서는 안 된다', 은둔형 외톨이 삼촌의 도움으로 목 없는 인형을 이용해 친구를 놀래려다 되레 큰일을 겪는 '머리 없는 남자는 구해서는 안 된다', 아들의 폭력에 못 이겨 끝내 살해한 후 시체를 유기했지만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그 영상을 조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소원 비는 목소리를 연결해서는 안 된다' 총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야기에는 소원을 빌면 자신의 소중한 것과 바꾸는 조건으로 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묘진 폭포, 가쿠레이 산, 모란 축제가 등장합니다. 유방암에 걸린 엄마를 위해 소원을 빌러 묘진 폭포로 향했던 언니는 동생이 보내는 메시지를 하나도 읽지 않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강에 떠내려갈 뻔했던 아들을 구해낸 아버지의 손을 뿌리쳤던 삼촌은 죄책감으로 목소리를 잃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것이었을까요? 반듯하게 잘 자랐다 생각했던 아들이 이혼 후 집으로 다시 돌아와 점점 폭력적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연로한 부모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각각의 이야기마다 절절한 사연이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소설이었어요.

네 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사진이 실려 있는데요. 그 사진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단서를 던져 줍니다. 그리고 모두 다른 이야기의 단편일 거라 생각했는데 공통으로 등장하는 장소로 이야기는 모두 연결돼 되는데요.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사진 한 장이 실려 있어요. 무심코 지나치며 읽었는데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면 그 사진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체험형 소설의 재미를 알아버렸습니다. 미치오 슈스케 작품을 좀 챙겨 봐야겠습니다. 이렇게 재밌으면 어쩌란 말입니까~~^^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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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왕 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6
소포클레스 지음, 장시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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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왕 외』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286 번째 도서는 <오이디푸스왕 외>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세히는 아니어도 이름 정도는 누구나 들어 봤을만한 인물이죠.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는 정치인이기도 했다고 해요. 가장 아테나이를 사랑한 사람이면서 아테나이인들의 사랑을 받은 인물 소포클레스. 많은 작품을 쓴 작가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게 전승되는 작품은 7편뿐이라고 합니다. 그중 '오이디푸스왕', '클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세 편이 수록된 이번 세계문학 전집 시리즈가 반갑기만 합니다.

테바이 3부작인 오이디푸스 가문의 이야기를 담은 이번 세 작품은 어쩜 이리도 인간의 운명이 기구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답니다. '오이디푸스왕'은 테바이의 라이오스왕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에 의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갓난아이를 내다 버리며 이 비극은 시작되죠. 이렇게 버려진 아이는 한 목자로 인해 코린토스의 왕의 손에 길러지고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을 얻은 아이는 길에서 시비가 붙어 친아버지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 신탁이라는 게 사실일지도 모르겠으나 아이를 품었다면 아이에 의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비극이 이 정도에서 그쳤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이디푸스는 어머니라는 걸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어머니와 결혼을 했고 그 사이에서 자식도 낳았습니다. 저질러선 안될 일을 저지른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는 자신의 손으로 살해하고, 어머니도 잃고 자신의 눈도 상하게 한 후 테바이로 향합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오이디푸스를 도와 테바이로 향하는 여정을 함께하는 이가 바로 그의 딸 안티고네죠. 그들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가 바로 '클로노스의 오이디푸스'입니다. 자비로운 여신들의 성역에 도착한 이들에게 새로운 신탁이 주어졌는데요. 바로 오이디푸스의 무덤을 차지한 도시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버젓이 살아 있는 사람의 무덤이라뇨! 게다가 두 아들은 전쟁 중에 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오이디푸스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었던 아들 폴리네이케스의 청을 단호히 거절합니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자신과 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테세우스왕을 선택하네요.

오이디푸스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의 '안티고네' 이야기는 역사상 가장 숭고하고 모든 면에서 가장 탁월한 예술 작품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크레온에 의해 매장이 금지된 상태였지만 안티고네는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하려 했고 그런 그녀를 동굴에 가둬 죽이려 하죠. 무엇보다 친척 관계인데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매정함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결국 자식도 잃고 아내도 잃은 크레온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했습니다. 각각의 인물별로 상징하는 바가 달랐던 오이디푸스왕의 등장인물들은 너무 입체적이고, 지금 이 시대를 견주어봐도 손색이 없을 비유가 담긴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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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첫 문장 111
열린책들 편집부 지음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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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첫 문장 111』

제일 고전하는 분야가 바로 세계문학, 고전입니다. 오래전에 출간된 책들을 만나는 것이 왜 쉽지 않을까 고민해 봤는데 문장에서 오는 어려움과 이해되지 않는 세계관에 있지 않았나 해요. 시대가 그만큼 많이 바뀐 거죠. 그런데 세계문학 작품들 중 현재 읽어도 어려움이 전혀 없는 책들도 많이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고전 문학에 도전하는 건 고전 속에 있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해요. 특히나 고전문학을 고를 때엔 표지도 한몫하지만 궁금증을 유발할 첫 문장도 단단히 한몫하는 것 같아요.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세계문학이 '죄와 벌'을 시작으로 '오이디푸스 왕 외'까지 총 286권이 되었습니다. 그중 엄선하여 고른 111권 중에서도 제가 읽은 책은 몇 권 안되더라고요. <열린책들 세계문학 첫 문장 111> 엽서북을 하나하나 펼쳐보면서 첫 문장 중 마음에 와닿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 먼저 골라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엽서북을 휘리릭 넘겨보다 처음 보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언젠가 나는 꿈꾸었다.'로 시작하는 <노래의 책>이라는데요. 이런 책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네요. 표지도 일단 마음에 들고 첫 문장까지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은 꼭 찾아서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답니다. 도서관에 요즘 못 갔는데 <열린책들 세계문학 첫 문장 111>이 저를 움직이게 하네요.






영원한 소년의 이야기 피터 팬 역시 읽어도 읽어도 자꾸 읽고 싶은 책 중 하나죠. '모든 아이는, 한 명만 빼고, 다 어른이 된다.' 영원히 아이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돈을 벌어야 하는 고생도, 아이를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하는 고민도 덜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성장하고 느끼고, 그만큼 알아가는 것이 많기 때문에 성장에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요?






이 엽서북이 지금까지 출간된 책 전권이 수록되어 있었다면 더욱 반가웠겠지만, 111권이라도 이렇게 소장 가치 높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찾아오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이 엽서북을 첫 문장으로 책을 골라 읽고 빈 공간에 책 속 문장을 적어보려고 해요. 저의 문장은 어떤 것들로 채워질지 그것도 궁금해지네요~^^

열린책들 세계문학을 모두 섭렵하는 그날까지 <열린책들 세계문학 첫 문장 111>을 옆에 꼭 끼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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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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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최근 들어 자주 접하는 것 같아요. 처음 개미를 출간했을 당시 호기심에 조금 읽어봤던 게 전부였거든요. 그러다 고양이 3부작을 만나고 난 후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은 찾아 읽게 되고 이전에 출간했던 책들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이번에 읽게 된 '뇌'는 새로운 표지를 입고 다시 찾아온 2013년 출간 작품입니다. 타고난 글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다작을 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인간의 뇌는 평생 10%도 활용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지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한한 능력을 감춘 채 몇 십 년을 인간의 최상위에 위치하며 모든 감각기관과 사고를 관장하고 있는 뇌. 뇌의 비밀은 신만이 아는 영역인 걸까요? 똑똑하기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도 자신의 뇌를 백 퍼센트 활용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건 똑같으니 뇌를 온전히 다 활용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궁금하기만 하네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에는 신경정신과 의사 사뮈엘 핀처 박사가 등장합니다. 컴퓨터 디프 블루 IV를 상대로 핀처 박사는 체스 대결을 펼칩니다. 접전 끝에 승리는 핀처 박사가 거머쥐었지요. 그런데 그날 밤, 사뮈엘 핀처 박사는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그것도 약혼녀와 사랑을 나누다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죠. 사람들은 행복한 죽음을 맞았다 생각했지만 두 기자 이지도르 카첸버그와 뤼크레스 넴로드는 돌연사가 아닌 살인사건이라 생각하며 사건에 대해 파헤쳐 들기 시작합니다. 사뮈엘 핀처 박사가 근무하던 병원에도 잠입하려다 실패하고, 그가 활동했던 단체에도 드나들며 조사를 펼쳐가던 뤼크레스가 돌연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는데요. 그녀가 납치된 곳이 바로 핀처 박사가 일했던 병원입니다. 정신병원에 갇히면 제 발로 빠져나오기 힘든 곳이라고 알고 있는데 뤼크레스는 어떻게 그곳에서 빠져나올지 기대가 되네요.

사뮈엘 핀처 박사 사후에 그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이지도르와 뤼크레스의 이야기와 핀처 박사의 과거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읽으면 읽을수록 범인이.. 혹시 그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저의 추측이 맞을지, 빗나갈지 알아보기 위해선 빨리 2권으로 넘어가야겠죠? 어떤 이야기들이 2권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빨리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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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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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오랜 시간을 한자리에서 굳건히 세월을 이겨내는 나무. 그런 나무와 함께 왜 정처 없다는 건지 알쏭달쏭했던 제목의 산문집입니다. 노재희 작가의 책은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이 처음인데요. 에세이를 좋아하는 1인이라 그런지, 오랜만에 만난 산문집이라 그런지 노재희 작가의 글이 너무 좋았다는 느낌입니다.

기억이 무너지면 자신과의 연결이 끊어진다고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이 바로 자신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나를 기억해 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는 나로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7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라 그런지 그녀의 어린 시절에 공감이 가고, 아파서 기억이 사라지고 병간호하는 가족들의 이야기에 자신의 모습을 조각조각 맞추는 애잔함이, 반려 나무들과 함께 쉽게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던 모습들이 대단하다 여겨졌던 작가의 이야기들이 담긴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입니다.

에세이, 산문집을 읽다 보면 사람 냄새가 나고, 너무도 인간적인 작가를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하며 공감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읽다 보면 내 삶과 비교도 해 보고 나의 어려움이나 상대의 어려움이나 다 비슷해 보이곤 하더라고요. 작가의 이야기에 웃음 요소를 발견하면 더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안타까운 이야기는 독자도 못내 가슴 아픔을 느낍니다.

나는 이제 어떤 일을 완벽하게 해내자고 다짐하는 대신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한다.

내 능력만큼, 내가 가진 속도로, 내게 있는 적은 양의 의욕과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에너지만큼만 하려고 한다.

이 결심은 자주 흔들리고 쉽게 잊히지만 결국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결론이다.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를 들을 땐 어떤 기분일까 짐작해 보게 되고, 중년이 되면 조금은 외곽으로 나가 텃밭을 가꾸며 살고 싶은 바람이 책에도 살며시 담겨 있어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가진 능력, 내가 가진 속도, 내가 가진 의욕과 에너지.. 중요한 건 '나'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절실히 느낍니다.

다 귀찮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해보자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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