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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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추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지만 특히 여름철에는 책 속에 푹 빠져들기 좋은 책이라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나 심리 스릴러, 호러소설 등을 즐겨 읽는다. 아르테에서 이번 여름을 책임져줄 공포소설이 나왔다. 사와무라 이치의 <시시리바의 집>이다. 일본 호러소설 작가로 기억하는 "사와무라 이치"는 <보기왕이 온다>가 참 인상적이어서 그의 신간 소식이 반가웠다. <보기왕이 온다>는 읽고 아이들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해주었고 아이들도 읽었던 (만화책으로도 읽음) 책이라 그 작가의 책이 새로 나왔다고 하자 아이들도 반기는 모습이었고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기괴하면서도 오싹한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호러소설이나 공포영화들은 여름날에도 소름 돋게 만드는 오싹함을 전함으로 무더위를 한방에 날리게 만드는 서늘한 위력은 선사한다. <보기왕이 온다>에서 디테일한 묘사 덕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 대한 상상력이 어우러져 진짜 몰입하면서 책을 읽게 만들었기에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영화로 제작되었다는데 나는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다. 주말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봐야겠다.


이번 <시시리바의 집>은 제목에서 약간 느낌이 오겠지만 집에 관한 이야기다.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귀신을 보게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상한 집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곳에 살던 친구와 가족은 어느 날 야반도주를 했고 비어있는 그 집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집에 들어가면 저주를 받아 머리가 이상해진다고.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귀신을 본 '나'는 그날 이후로 진짜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위 내용의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1장부터 펼쳐진다. 결혼 후 지방에서 살다가 남편의 본사 발령으로 인해 도쿄에서 생활하며 살림만 하고 있는 가호와 쉴 틈 없이 업무로 바빠 늦은 퇴근이 일상이 되어버린 유다이 부부의 모습이 그려진다.

남편은 직장 일로 바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자 가족도 아는 사람도 없이 오로지 남편만 의지한 채 도쿄에서 생활하는 가호는 점점 외로움과 고립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 상황에 처해있는 가호는 우연히 고향 친구 도시를 만나게 된다. 누군가와 소통이 필요했던 가호에게 고향 친구 도시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어릴 적 친구이자 종종 집에 놀러 갔을 때 반겨주었던 할머니도 계시다고 하여 가호는 도시 집에 가게 된다. 하지만 그 집은 이상하게도 집 곳곳에 모래가 있고 그의 아내는 생기가 없어 보이는 데다 어릴 적 반겨주시던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고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가호는 이후 그 집에는 가지 않으려 하지만 계속 그 집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걷잡을 수없이 휘말리게 된다.

온통 모래가 가득하고 이상한 소리가 나지만 정작 살고 있는 친구 도시는 아무렇지도 않아 한다. 그 집에 발을 디디면서 점점 밝혀지는 비밀과 프롤로그에서 나왔던 어릴 적 그 집에 갔다가 점점 이상하게 되었다는 '나'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그 집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면서 그 집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시시리바"의 정체를 알아내게 된다. 그리고 옛 친구 히가와 함께 시시리바를 봉인하기 위한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진다.

책을 펼치자 놓을 수 없게 책 내용에 빠져들었다. 단숨에 읽었다. 흥미롭고 오싹하며 <보기왕이 온다>에서처럼 기괴함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에 가서는 단순히 오싹한 공포만 느끼게 하는 공포소설이 아닌, 여운을 남긴다. <보기왕이 온다>에서도 가정이라는 것, 가족이라는 것, 의미를 되새겨보게 만들더니 공포라는 장르를 통해서 이번에도 가족의 의미와 여성의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돌아보게 하고 가족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슬픔과 아픔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또한 <보기왕이 온다>에서 등장한 영매사 히가가 어떻게 영매사가 되었는지, 히가에 대한 어린시절 이야기가 더해져 더 흥미로웠다.

호러소설 좋아하는 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또한 단순히 무섭고 오싹한 느낌만이 아니라 작가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가족 이야기에 공포를 더한 일본 소설이랄까.



우리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 한밤중에 집에 온 유다이는 항상 시든 배추처럼 축 늘어졌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밥을 차리고 배웅한다. 한밤중에 집에 온 그에게 수고했다고 말한다. 그것 말고는 대부분 문자 메시지로 연락하고, 가끔 잡담 같은 이야기를 하는 날이 이어졌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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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존 M. 렉터 지음, 양미래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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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잔인하게 죽이는 연쇄 살인범, 어린아이를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어른, 다양한 방식의 고문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자들.

우리의 과거, 수많은 전쟁과 내전 국가들의 현실, 세계 역사의 흔적들, 뉴스에 보도되는 학대와 수많은 범죄들을 보면서 인간처럼 잔인한 동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지?

그런 생각들.

하지만 극명한 대립을 이루는 인물들도 있다.

예수, 석가모니, 테레사 수녀, 간디.

히틀러, 아돌프 아이히만, 스탈린.

위 인물들은 같은 인간이지만 같은 인간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극단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이다.

작가는 1990년대 심리학을 공부하던 대학원 시절부터 줄곧 고심하고 학습한 악에 대한 내용을 기록해두고 싶어 했다.

어떻게 같은 종에 속하는 구성원들이 이토록 다를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시작된 20년의 연구를 통해 이 책에서 그 원인과 답을 내놓고 있다.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연구, 노력의 결과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대상화

이다.



타인을 주체가 아닌 사물로 바라보고 사물처럼 대하는 심리적인 과정이 바로 대상화다.

대상화 스펙트럼상의 구분점은 일상적 무관심, 유도체화, 비인간화로 나뉜다. 경미한 수준의 대상화는 자신과 타인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일상적 무관심으로 대변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대상화의 수준이다.

어떤 대상을 한낱 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깎아'내림'으로써 유도체화하는 주체의 욕망과 소망 그리고 두려움을 체화한 대상에 불과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등 유도체화 개념에는 강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훨씬 노골적인 착취 행위 및 폭력적인 학대도 포함된다.

마지막 극단적인 수준의 단계인 비인간화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이해함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단순히 비인간이 아닌 인간의 형태를 한 - 쥐나 잇과 곤충 같은 - 해충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책의 3부와 4부에서는 대상화에 기여하는 기질적 요인에 대한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내용과 대상화에 기여하는 상황적 요인을 살펴보는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4부에서는 실제 연구 사례들을 통해 상황이 유발한 대상화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밀그램 실험과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밴듀라의 동물화 실험 등을 통해 인간의 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의 경우 참가자는 하루 15달러를 벌고자 하는 24명의 젊은이들이 선발되었고 그들은 건강하고 지적인 중산층 백인 남자들이었다고 한다. 동전 던지기를 통해 무작위로 수감자와 교도관 두 집단으로 나눠 2주동안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계획과는 달리 단 6일 만에 종료되었다. 생각지도 않게 단시간에 막대한 영향을 발휘한 이 실험 하나만 봐도 인간이 상황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은 환경으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 존재일지라도 그러한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력 또한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작가는 말한다.

타인을 대상화하는 경향에 기여하는 인간의 내적 심리 요인들과 함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적 요소들까지 살펴본 후 마지막 장인 5부에서는 작가가 비유적으로 표현한 플라톤의 동굴에서 빠져나와 깨달음의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세계의 여러 종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힌두교와 유대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5개의 종류를 상세하게 비교 분석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면서 각 종교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대상화 스펙트럼이 악에 관한 인간 본성의 성향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면 사랑, 연민, 전 세계와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인식 같은 인간의 능력은 대상화 스펙트럼과 반대되는, 다양한 수준의 깨달음으로 구성된 하나의 연속선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p. 366




"대상화 스펙트럼이 악에 관한 인간 본성의 성향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면 사랑, 연민, 전 세계와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인식 같은 인간의 능력은 대상화 스펙트럼과 반대되는, 다양한 수준의 깨달음으로 구성된 하나의 연속선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p. 366


깨달음의 단계는 일상적 관심, 상호연관성, 합일의식으로 나누고 있다. 

깨달음의 스펙트럼 최저점에 위치한 일상적 관심은 타인과의 기본적인 동질감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상호연관성 수준에서는 일상적 관심을 통해 어렴풋하게 인식했던 현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명상이나 요가, 종교의식, 기도, 예술활동 등 마음챙김을 수행하고자 하는 시도 등을 주기적으로 실천하는 등 일상적 관심 수준에 있는 사람들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게 된다. 합일의식은 상호연관성을 인식하는 수준에서 얻은 깨달음이 완전히 만개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 경지는 아마도 테레사 수녀,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같은 인물에 해당된다 싶다. 

인간이 타인을 대상화하는 경향을 줄이기 위한 더욱 친숙하고 역사가 오래된 방법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충분히 공감되고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인간이 왜 잔인해지는가에서부터 타인을 대상화하는 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까지 작가는 오랜 시간 연구한 내용을 정말 꼼꼼하게,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사건 사고들과 우리의 삶 속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차별과 학대, 혐오, 폭력 등을 보면서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의 물음에 심도 있게 답해줄 책이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성자가 되진 못하더라도 인간답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요즘 현대사회는 공감 능력이 참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 답지 못한 인갈들이 판을 치는 세상 속에서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대상화하지 않고 대상화되지 않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바라는 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책을 펼쳐보자. 













훌륭한 문학작품을 읽는 행위는 인간됨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문학작품의 독서는 독자가 이야기에 몰두하기만 한다며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한층 북돋아준다. 위대한 문학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주제를 다루고 깊이와 모순을 지닌 인물들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오래도록 유지된다. 더불어 독자들이 주인공은 물론 악인과도 동일시해보고 본인의 내적 복잡성과 천사 같은 경향 혹은 그림자도 조명해보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타인을 더욱 섬세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각예술과 행위예술에 대한 이해를 함양하는 것도 나와 타인의 내적 깊이를 더욱 민감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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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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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조남주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일 것이다. 나는 그 유명한 "82년생 김지영""보다 "귤의 맛"으로 조남주 작가의 책을 먼저 만났었다. 이번 제주여행의 짐을 챙기며 가제본으로 받은 <우리가 쓴 것>을 챙겨 넣었다. 제주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읽은 조남주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쓴 것>



처음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쓴 것>은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김미현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있어서 책을 다 읽고 난 후 읽어보면 각 소설들의 또 다른 의미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다.

겉표지에는 10대부터 8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다양한 시선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단편소설집이지만 10여 년의 시간의 흐름속에 나온 결과물들이다. 큰 맥락에서 보면 80년생 김지영에서 더 확장된 느낌이다. 또한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함으로써 각 시대별로 여성이 겪고 있는 경험과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매화나무 아래>는 죽어가는 언니의 삶을 지켜보는 80대 동생의 이야기가 노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또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오로라의 밤>은 세대에 걸친 여성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출산과 육아로 힘들지만 직장 생활은 계속 하고 싶은 딸과 딸이 힘든 줄 알면서도 손주를 봐주기 싫은 엄마 그리고 아들을 앞서 보내고 며느리와 함께 살아가는 시어머니. 세 여성의 시선과 삶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악플러를 상대로 고소하기로 마음먹은 작가의 이야기 <오기>는 최근에 붉어진 사적 대화나 개인적인 내용이 무단으로 사용되어 판매 중지가 된 작가들의 상황이 절로 떠올려지기도 했다.

<여자아이는 자라서>에서는 30여 년 전 가정폭력상담소를 열 정도로 선구자적이었던 엄마와 대학 시절 성폭력 관련 동아리를 만들었던 나, 성희롱 문제를 고발한 딸의 이야기가 맞물려 여성 문제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어도 달라지지 않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현남 오빠에게>는 요즘 청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자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데이트 폭력, 가스라이팅 등 남녀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문제점 등을 편지라는 방식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첫사랑 2020>에서는 지금 현실과 맞닥뜨린 코로나 상황의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 시대의 10대들의 고민과 현실을 생각하게 만들었던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이었다.

각 이야기 속에는 여러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삶은 현실 속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지, 한 인간으로 한 개인으로 한 여성으로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며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것을 응원하는 메시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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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를 피하는 법
리처드 로퍼 지음, 진영인 옮김 / 민음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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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제목만 봤을 때에는 죽음에 관한, 그것도 고독사에 관련된 에세이로 생각을 했다. 이 책 이전에 읽었던 책이 유품정리사가 다양한 죽음을 통해 느낀 삶의 의미 등을 기록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이었기에 뭔가 그 연장선상에서 이어지는 죽음에 관한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소설이라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책장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자 제목과는 상반되게 유쾌하고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로 흘러갔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가족 없이 외롭게 죽은 이들의 신원 파악과 재산 조사 등의 업무를 하는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죽음에 관해 여러 측면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유품정리사라는 직업도 고독사 하는 이들의 신원 파악이나 재산 조사, 가족을 찾는 일, 장례절차까지 맡는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독사를 피하는 법>에 등장하는 주인공 앤드루는 구청 직원으로 공중 보건법에 의거한 사망 사건을 담당하며 가족 없이 홀로 죽은 이들의 장례를 치러 주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앤드루는 취직을 위해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얼떨결에 아내와 아이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일이 점점 꼬이게 된다.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앤드루. 자신의 순간적인 거짓말로 인해 점점 거짓말은 커져가고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모든 직원들이 그가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유부남으로 알고 있다. 한번 시작된 거짓말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의 에피소드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점점 부풀려지고... 이로 인해 그의 삶은 점점 더 외롭고 고독해져만 간다. 수많은 고독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일을 담당하면서 자신도 이들처럼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얼떨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가 자신의 삶을 더 외롭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며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그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알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 간의 오해와 단절, 그리고 그를 외롭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삶을 옭아매는 느낌이었다. (후반에 가서 앤드루의 가슴 아픈 과거사가 밝혀진다.) 새로 들어온 신입 페기와 함께 고독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앤드루는 점점 그의 삶에 그녀가 크게 차지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친구처럼 지내는 둘 사이에 거짓말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는 앤드루. 결국 그는 페기의 영향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고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책의 후반부에 가서는 앤드루의 과거와 마음의 상처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조금 더 그를 이해하게 된다.

다소 찌질한 캐릭터인 앤드루가 페기를 통해서 조금씩 변화하고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바뀌고 삶이 달라져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상처받은 앤드루는 어쩌면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자기방어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를 버텨간 게 아닐까 싶다. 타인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스스로 외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앤드루가 고독사 현장 업무를 통해 타인의 죽음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깨달으며 페기의 적극성에 맞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생기게 된 것이 아닐까.

앤드루라는 인물을 통해 그리고 앤드루의 직업적인 고독사 현장의 여러 죽음들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떻게 마음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흥미롭고 재미난 소설이 아니라 앤드루의 삶을 바라보면서 독자 또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유쾌하지만 명쾌하게 말해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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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진여행지 - 디지털카메라 사용자를 위한 지침서
허흥무 지음 / 미진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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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진 책이라면 사진과 함께 촬영 정보와 카메라 조작법이나 촬영 방법 등의 정보로 채워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진여행지>책은 단순히 사진에 관련된 정보만 기록된 것이 아닌, 더 다양한 정보와 수없이 찍어본 이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진정한 노하우를 비롯해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의 심상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어 기존의 사진 관련 책과는 차별화된 인상적인 책이었다.



목차를 살펴보자면 총 6개의 지역으로 나누어져 각 지역마다 풍경이 아름다운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받고서 머리말을 읽은 후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중심의 내용들을 먼저 살펴보았다. 경상권 여행지들의 풍경들을 먼저 읽은 후 다음으로는 제주편의 이야기를 읽었다. 책을 마주한 이들이라면 꼭 처음부터 읽기보다는 내가 관심 가는 장소나 지역부터 읽어도 무관하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담기 위해서 작가는 얼마나 많은 발품을 팔았을까. 사진을 좀 찍어본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특히 풍경 사진의 경우 그 장소에 간다고 해서 제대로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의 풍경을 담기 위해 어쩌면 수도 없이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열정과 노력과 끈기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하다. 한두해로 이루어진 작업이 아니다. 사진가는 부지런해야 한다. 이 책은 그 부지런함의 결과물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자발적으로 사진이 좋아서, 풍경에 미쳐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때론 위험을 무릅쓰고 담아낸 풍경들과 적절하게 어우러진 그 숱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사진 선배의 따뜻한 조언 같은 글들이 뭉클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기어이 해 낸 작가의 의지와 노력이 느껴져 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거 같다.


모든 사진들이 다 아름답고 멋지지만 서울 세계불꽃축제 사진은 더 시선이 머물 수밖에 없었다. ^^

사진들을 보노라니 우리나라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나라라는 걸 새삼 느끼면서 언택트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사진 한 장 한 장이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되었다.

책 중간중간에는 다양한 상황에서 사진을 좀 더 잘 찍을 수 있는 비법? 같은 정보도 모아놓았다. 사진을 처음 접하거나 나도 사진을 좀 잘 찍어보고 싶다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 한 권의 내용만 따라 해도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진을 보면서 '이런 사진은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찍으려는 대상에 따라 카메라의 작동법만이 아닌, 시간대나 날씨 빛의 각도, 배치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참 많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꽃 사진은 이렇게 찍고 불꽃은 이렇게 찍고... 등등 정형화된 방식이 아닌 상황에 따른 촬영법이나 상황에 따른 대처법 등도 세세하게 안내하고 있어 참 친절한 책이다.

지금껏 사진 책들을 살펴보면 이론적이고 기계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 <대한민국 사진여행지>책은 마치 함께 출사를 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사진사에게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이런 식으로 찍어보라며 자세하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는 기분이다. 글로 다 설명이 어렵지만 책을 읽어 보면 얼마나 자상하게 가르쳐주는지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마지막에도 풍경 사진을 잘 찍는 10가지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모아두었다. 그리고 각 지역별 촬영지마다 주소와 자차 이용, 대중교통 이용 등 처음 가는 사람들을 위해 정보도 꼼꼼하게 정리해 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장소에 따라 촬영하기 좋은 시간, 위치, 계절 등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사진을 찍어본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정보인지.

신기하게도 사진 한 장에서도 촬영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같은 풍경이라도 찍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을 통해서 그 사람의 감정과 결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허흥무 작가는 단순히 사진만 잘 찍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아름답다.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담긴 결과물도 다르다. 블로그 생활을 하다 보면 댓글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바라쿠다님은 섬세하고 따스한 분이라는 걸 평소 느끼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는 섬세하고 꼼꼼함은 물론이고 굉장히 감성적이며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을 보다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가끔은 사진 책이 아닌 사진 에세이를 읽고 있는 착각이 들 만큼.

정보도 사진도 많지만 글도 꽤 많다. 그래서 사진 안내서이기도 하지만 사진 여행 에세이기도 한 책이다.




아마도 머리말에 쓰인 이 글이 허흥무 작가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마음을 담아 모든 걸 다 쏟아낸 듯한 책.


처음부터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없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패한 결과물을 놓고 분석하고 재도전하고... 고민하였기에 발전도 있는 법이다. 아마도 허흥무 작가도 처음엔 고민하면서 사진 관련 책들도 살펴보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본 개념은 물론이고 경험을 토대로 해야만 알 수 있는 촬영법이나 노하우를 적은 책들은 거의 볼 수 없어 아쉽고 답답했을 것이다. 이 책은 작가가 고민하고 노력한 끝에 제대로 모든 것을 담은 사진 책을 만들어보고자 작정하고 쓴 책인 거 같다.

<대한민국 사진여행지>책은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에 나와 있는 정보를 토대로 따라 하기만 해도 사진 실력은 물론이고 어렵지 않게, 쉽고 즐겁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고 사진을 취미로 혹은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들에게도 또 다른 방향으로 배울 점과 느끼는 부분이 많을 책이다.

또한 사진 촬영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책에 나온 풍경과 여행 이야기들을 작가의 시선을 따라 함께 여행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풍경이 마음에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올 컬러판 사진책인데 출판 과정에서 사진들의 톤이 전체적으로 어둡게 인쇄되어 실제 담은 사진의 그 감동과 디테일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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