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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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가 생각나는 분위기의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어두운 밤, 밤하늘의 별, 외로이 켜져있는 가로등, 그리고 빛이 새어나오는 이층 집. 

그 속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내가 있는 곳'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만 일컷는 것이아니다.

길과 사무실, 식당에서부터 봄과 전화 통화와 겨울과 새벽과 마음 속에도 내가 있다.


이 장소들을 이어 마치 단편인 듯, 에세이인 듯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어쩌면 나는 '늘 '이 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닻이 없는 배처럼 부유했다. 언제 그만둘지도 모르는데 3년짜리 적금은 내게 사치라고 생각했고, 누구와도 적당히 거리를 지키고 그러면서 외로워 한다. 


책 속의 그녀는 기차 안에서 5명의 일행을 만난다.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 순간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그들은 그녀에게 그들이 가진 음식을 권한다. 하지만 그녀는 배가 불러 그것을 사양한다. 그 일행이 기차에서 내린 뒤 그녀는 후회한다.  


실은, 모든 스쳐가는 순간들으로 삶이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후회만으로 가득한 삶이 되기 전에, 도착하기만을 아니면 떠나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머물기보다 나는 늘 도착하기를, 아니면 다시 들어가기를, 아니면 떠나기를 기다리며 언제나 움직인다. 쌓다가 푸는 발밑의 작은 여행 가방, 책 한 권을 넣어둔 싸구려 손가방. 우리가 스쳐 지나지 않고 머물 어떤 곳이 있을까?

방향 잃은, 길 잃은, 당황한, 어긋난, 표류하는, 혼란스러운, 어지러운, 허둥지둥 대는, 뿌리 뽑힌, 갈팡질팡하는.

이런 단어의 관계 속에 나는 다시 처했다. 바로 이곳이 내가 사는 곳, 날 세상에 내려놓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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