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레이철 조이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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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꼬박 이틀을 집중했다.

해럴드 프라이씨를 따라 잉글랜드 남부 킹스브리지에서 최북단 버윅까지 87일간 약 1000km를 따라 가느라고 거의 휴식도 취할 수가 없었다.

 

이 여행, 정확한 표현으로 기적의 순례는 분홍색 봉투로 된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되었다.

발신인은 해럴드와 한 직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퀴니 헤네시라는 여직원으로부터 온 편지였다. 그녀는 잘 생기지 않는 외모, 거꾸로 노래를 잘 불렀고, 수수께끼를 좋아하던 정도의 기억 밖에 없었다. 그 녀가 퇴직한 후 이십여 년이 흘렀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갑자기 암으로 죽어 가고 있다는 편지를 받은 것이다.

 

그는 곧 장 답장을 써서 우체통에 부치고 오겠다는 생각으로 휴대전화기도 놓고 집을 나선 걸음으로 이 순례를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후두암으로 세상을 뜬 아버지를 위해 쓴 드라마였다고 한다.

 

그러나, 책을 펼쳐서 이 책의 끝에 있는 작가의 편지를 읽기 전까지 나는 실화라고 확신했다. 그 이유는 책 앞부분에 있는 잉글랜드의 실제 순례 지도를 따라 진행된 여행인데다 묘사가 사실적이며, 섬세해서 그런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주인공은 출생 시부터 썩 좋은 형편은 되지 못하였다.

결혼 생활도 거의 반 정도는 행복했지만 하나 밖에 없는 데이비드를 잃고 난 다음부터 근 이십 년 동안은 각 방을 쓸 정도로 불행했던 것이다.

 

이 순례는 믿음의 순례였고 사랑의 순례였다.

자기의 범죄를 대신 해서 누명을 쓰고 퇴직한 은혜에 보은하기 위해서 출발은 했지만, 주인공은 순례 중 자기가 그 곳에 도착할 때까지는 암환자가 살아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그 순례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순례자는 결국 자신을 찾고 발견하는 순례였다.

여행은 자신을 찾아 가는 과정이라는 증거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암이 걸린 퀴니의 생명 연장을 위해 힘든 여정을 완수했다. 그리고, 암을 제거하기 위해서 목도 반을 잘라 내고, 척추도 일부 잘라 내고, 혀도 잘라 내서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의 퀴니를 만날 수 있었고, 의식을 통해 서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부차적이고 피상적인 성과일 뿐이고, 실은 순례의 주인공 해럴드의 부부간의 화해와 사랑의 회복을 이루었던 것이다.

그가 집을 떠나 북쪽으로 순례를 진행하는 동안, 자기와 아내인 모린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과 신뢰의 거리는 한 없이 다가가고 있었다.

 

순례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내는 집 떠난 남편을 걱정하고, 남편은 아내를 생각하면서 차근 차근 사랑의 원형은 복원되어 갔던 것이다.

 

사랑은 서로를 그리워하는 연모와 간절함을 먹고 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살 때는 서로 불편하고 부딪히는 각들이 예리하지만, 막상 멀리 떨어져 있어 보면, 부딪혔던 각들은 스스로가 만든 자해 도구였음을 깨닫는 것이다.

주인공의 슨례는 결국 주인공의 가정을 화목으로 회복하게 했다.

해럴드와 모린은 가슴 설렜던 첫 사랑을 회복시켜 주고 퀴니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 두 사람에게 사랑의 선물을 남겨 주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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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후회없는 삶을 위한 유대인의 한마디 (체험판)
조셉 텔러슈킨 지음, 현승혜 옮김 / 청조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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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한 마디

 

나는 평소에 말을 하는 것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왔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게 말이다. 자동차 운전도 당연히 면허증이 있어야 차를 운전할 수 있겠지만, 기능측면에서만 본다면, 운전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핸들을 조작하는 대로 차는 진행하며, 악세레이터를 밟는 대로 속도를 내어 달리고, 멈추고 싶으면 브레이크를 밟으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운전되고 조작되는 차는 운전자의 운전에 따라 사람을 사망케 하고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운전의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엄격한 시험을 치르고, 5년마다 갱신을 받으면서 철저히 자격증을 관리 받는 것이다. 아마 말을 하는 것도 운전하는 것처럼, 말을 하기 전에 허락을 받게 하고, 수시로 말하는 형편을 점검받게 한다면, 말로 인하여 발생하는 폐해는 휠씬 줄어지리라 생각한다.

 

유대인들은 말을 칼에 비유하지 않고, 활에 비유했다.

칼은 빼어서 사용하다가도 생각을 바꾸어 거두어 들일 수 있겠지만, 한 번 시위에서 벗어 난 활은 다시 회수 할 수 없다는 의미의 차이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랍비를 찾아와서 잘 못한 말을 거두어들이는 방법을 물었을 때, 새의 깃털을 날려 보내고 오도록 한 후 다시 날려 보낸 깃털을 주워 오라는 말을 읽으며, 화살과 같은 말의 속성을 실감나게 깨닫게 되었다.

 

, 어떤 사람이 모임에 나가서 어떤 사람의 기부에 대하여 칭찬을 하고 돌아 온 후, 남은 사람들이 그 사람에 대하여 이런 저런 흠을 찾아 그 칭찬을 오히려 비난했다는 내용을 읽으며, 말은 함부로 해서는 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훈육을 한답시고, 집에 함께 있는 동안 이것저것을 참견하고, 가르치고 간섭한다. 그 사소하여서 아무런 의식없이 하는 부모님들의 잔소리에 어린 자녀들은 얼마나 힘들고 불편해 할까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 같으면, 들볶이고 견디기 힘들면 사표라도 던지고 나오면 그만이겠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자녀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견기기 힘든 고역일까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날로 양산되는 문제아, 사회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청소년들의 가출문제가 부모들의 부주의와 간섭과 유관할 수도 있음을 의미 있게 생각해 보았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겠지만, ‘사랑의 요구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청년에게 살해당한 여학생의 실화는 말의 어려움을 실감하게 했다.

 

청년의 카울슬러는 청년에게서 심각성을 간파하고, 경찰에 사전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정상적인 행동만 보고 그 청년을 석방해 주었고, 그 카운슬러의 상관은 카운슬러에게 여자의 가족에게 위험을 경고하지 말도록 함으로써, 결국 그녀는 살해 되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해성사를 받은 성직자의 비밀유지의 한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또는 소극적으로 의견이 양립되어 있음도 알게 되었다.

또한 어떤 사람은 개과천선해서 변화된 삶을 살고 있는데, 악의적인 사람에 의해 그의 과거가 알려지게 된 후 야기되는 후유증에 대해서도 많은 깨달음이 되었다.

 

우리 입은 열려진 대문과 같다. 그 입을 통해 하루에도 셀 수 없는 말이 나간다.

그러나, 이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위험이 훨씬 많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사유로 성경은 열린 문 앞에 파숫군을 세워 두라고 경고하고 있다.

 

숨을 쉬듯이 쏟아 내는 말이 상대에게 또는 세상을 떠돌면서 유익할지 유해할지를 깊이 생각해 본 후 말을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칭찬하기를 좋아하면 칭찬이 돌아 오고, 저주하기를 즐기면, 그 저주가 말하는 이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이치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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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 그래피티로 세상에 저항하다
마틴 불 글.사진, 이승호 옮김 / 리스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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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테레리스트 뱅크시, 그래피티로 세상에 저항하다

 

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진 1987년부터 몇 년간 운 좋게도 해외여행을 나갔다.

보통 사람들은 나가 보지 못한 외국에 나간다는 것이 특혜 같기도 하고, 행운 같기도 하였다.

특히 그 중에서 미국 서부, LA같은 곳에 가면, 거리의 하얀색 벽에 새겨진 검은 페인트로 써져 있는 낙서가 섬뜩하기도 한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글자를 가끔 만날 수 있다.

나는 단순히 이 글자들이 평범한 낙서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낙서들을 포함해서 형상들까지를 그래피티라고 부른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그래피티(graffiti)라는 어원은 긁다, 긁어서 새기다의 뜻의 이태리어인 ‘graffito’와 그리스어 ‘sgraffito’에서 유래했단다.

분무기(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 같은 문자나 그림을 뜻하는 말로 ‘spraycan art’ ‘aerosol art’라고도 한단다.

유럽에서는 이를 거리의 예술(street art)로 인정해 주고 있다고 한다.

 

여기 책자에 소개된 뱅크시는 영국 대영 박물관 고대 전시실에 몰래 숨어 들어가서 원시인이 쇼핑카트를 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자신의 작품을 8일 동안 도둑 전시한 기인이기도 하다.

이 뱅크시는 2010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로 제23회 시카고 비평가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사진작가이자 거리 아트의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마틴 불이 뱅크시의 작품을 소개하는 가이드 북이다.

지난 4년간 런던의 구석구석을 헤매며 뱅크시의 작품을 채록한 마틴 불의 책이다.

그러나 여기에 수록된 많은 작품들이 자취를 감춘 탓에, 가이드 북이라는 의미보다는 소장의 의미로 변화되었다고 알려 준다.

 

런던에서는 뱅트시의 그래피티가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서는 뱅크시 투어가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수록한 작품들은 그 코스 중 세 코스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혹스턴과 쇼디치 코스, 패링턴과 클러큰웰 코스, 마지막 투어코스는 로어마시와 워털루 주변의 작품을 감상하도록 배치해 놓았다. 그래피티는 원래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려진 작품이 아니고, 사람들이 왕래하는 거리의 벽에 그려진 작품들이다.

 

뱅크시나 이 책의 저자인 마틴 불은 이 그림들이 거리에 걸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호사가들은 이 특이한 작품들을 임의로 옮겨서 경매에 붙여지고 팔려 나가기도 한단다. 뱅크시의 작품은 1억원을 웃도는 가격에 팔려 나가고 있는데, 브레드 피트나 안젤리나 졸리,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할리우드 유명연예인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 중 특히 쥐에 관한 작품이 많다. 그는 균형을 무시한 예술파괴주의인 반달리즘(vandalism)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의 작품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목적으로 뱅크시의 작품을 카메라에 담고, 그 작품을 해설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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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류민해 지음, 임익종 그림 / 한권의책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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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제목이 쿨하다.

상큼해서 막 샤워하고 나온 몸에서 풍기는 비누 냄새 같다.

제목에서는 갓 결혼한 초기는 지났고, 아이 한 둘을 낳은 새내기 아줌마 같은 아우라가 느껴진다.

 

이 작가가 잃어버렸다는 그 발랄함이란, 봄철에 갓 피어난 여린 새싹이나 맑은 물에서 헤엄쳐 다니는 어린 물고기의 자유분방하고 막힘없는 유영을 연상시킨다.

풋과일처럼 그렇게 풋풋하고 비린내가 밴 상큼한 처녀성의 상실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리라.

 

여자가 결혼을 함으로, 가정을 가짐으로, 남편을 뒷바라지 하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서서히 아줌마로 변신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뭉뚱그려서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아내들이 감당하고 있는 희생과 헌신, 가정과 생활과 자녀 양육에 대한 무거운 짐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런 대책 없이 회사를 사직한 남편을 대신해서 두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강박에 고민하는 이 작가의 애처로움이 실감 있게 전해져 왔다.

친구들에게 학습지 자리를 알아보고, 보험 설계사의 형편을 염탐하는 대목에서는 콧등이 시큰 거릴 정도였다.

 

키 큰 미남의 청년에게 필이 꽂혀서 결혼을 하고 여러 가지의 환상을 갖고 출발했지만, 그 꿈은 안전히 허상임과 그 허상에 가려진 대부분의 짐을 자신이 져야한다는 자각을 하면서 현실로 돌아오는 데는 그리 어렵거나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좌충우돌 부대끼며 배워도 도통 문제의 실마리도 붙잡지 못해 헤메고 있을 때, 육아에 모범생인 어떤 선배 여자분에게 배운, ‘하루에 서른 번씩 안아 주라는 처방을 실천했을 때 변화가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이 책 123페이지와 124페이지에 걸쳐서 기록된, 큰 아이가 다니는 원장선생님으로 전해들은 세 가지의 훈육법이 매우 유익했다.

첫째, 아이에게 책임을 주고 인정해 주라

둘째, 지시하거나 설득하지 말고 예상되는 행동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셋째, 규칙은 꼭 지키게 한다. 규칙은 바꿀 수 없고 무조건 해야 한다는 걸 이해시켜라.

 

실제로 작가가 큰 아이의 문제로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이 방법대로 적용하여 실험해 본 결과 놀라운 긍정적인 변화를 얻었다는 데 박수를 보낸다.

이 작가는 두 어린 자녀를 손수 양육하면서, 언제 이렇게 다양한 책들을 읽을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그 중요한 내용들을 써머리 할 수 있었을까 놀라운 뿐이다.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이나 여행하는 것이나 육아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세가지 중에서 육아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병원에서 나와서 약국에서 약을 짓는 사이에 약국을 나간 애를 찾으러 헤매는 모습에 얼마나 가슴을 조렸는지 모른다.

이 아이의 엄마처럼 나도 안절부절이다. 이 아이를 찾지 못하면 집에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모정 앞에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온다.

 

이 애틋하고 따뜻한 무한 사랑이 바로 잃어버린 발랄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마시라.

그 발랄함은 바로 당신의 남편에게 태산 같은 힘으로, 당신의 자녀에게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리고, 당신의 가정에 평화와 화목의 꽃으로 활짝 피어 갈 것임을---

 

이 세상에 있는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분들에게 가슴 가장 밑바닥에서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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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류행 - 건축과 풍경의 내밀한 대화
백진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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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풍경의 내밀한 대화]라는 부쳐있다.

이 작가는 남도의 땅 장흥에서 출생하여, 서울대에서 건축학 학사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리고, 미국에서 또, 일본에서 교수 생활을 한 것을 비롯하여 짬짬이 아테네, 예루살렘, 인도의 바라나시 등을 주유하며 살면서, 보고 느낀 감상을 이 책으로 엮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 간 유랑의 삶을 살아오면서 낯선 곳에서 유랑이 길어지면서 환경에 대한 지평과 안목이 넓혀졌고, 나름의 생각이 단단한 이론으로 정립되었고, 그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고 한다.

 

유랑(流浪)이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님을 뜻하는 표현이다.

일정한 거소를 정하지 못하고 이 곳 저 곳을 주유하는 삶을 유랑의 삶이라고 한다.

이 낱말은 다분히 철학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있고, 장소의 이동과 함께 사유의 변이를 아우르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작가는 자신의 유랑을, [공간적 유랑에서 시간적 유랑]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여기에 학문과 종교의 유랑을 덧 붙였다고 말한다.

그의 족적에서 눈치 챘겠지만, 예루살렘은 기독교의 성지이며, 인도의 바라나시는 불교의 상징성을 갖는다.

 

그 유랑을 거치면서, 자신이 낳고 자란 땅에서 보고 자란 풍경과 이국의 낯선 풍경을 비교하게 되었고, 그런 가운데 자신의 전공 분야인 건축과 관련한 풍경에 대한 사유와 철학의 지평이 넓어진 계기가 된 것이다.

 

건축은 자연환경과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학문이다.

그래서 건축은 각 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게 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습기가 많은 일본 집은 벽보다는 평평한 바닥과 지붕을 중요하게 짓고, 벽은 바람이 쉬이 넘나드는 스트린 정도로 한 개방적인 구조로 지어 진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방과 방 사이가 오픈 공간이 되어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우리나라 보다 훨씬 개방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습기가 많고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의 경우, 인공적으로 다듬지 않으면 금세 정글이 되기 때문에 자그마한 정원 하나에도 정성을 들여 꾸민다.

 

그리고, 일본이 추구하는 이상적 질서는 각 요소 하나하나의 질서보다는 요소 사이의 관계를 더 중요시 한다고 한다. 이에 비하여 그리스는 자연 자체가 아름다운 정원이 되어 있으므로, 사람이 인공적으로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저자는 건축계에서 명작으로 손꼽히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디자인 되어 아름답기는 했지만 감동이 없다는 것이다.

그가 지향하는 광장은 [한 천재에 의해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 온 흔적을 담아 내고 필요하면 변형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곳이어야 한다 137p]는 지론이다.

 

즉 살아 가면서 함께 만들어 가는 부족과 모자람을 갖는 광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세 문화에 대해서도 일갈한다. [채워진 것에 대한 감사보다 채워지지 않은 것에 대한 욕구가 충만한 것이 문명]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 제목에 [풍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에 대하여 작가는 유학 생활 중 어느 날 부터인가 이 말의 의미가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술회한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을 원풍경을 모본으로 삼고 있다는 자의식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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