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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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 그토록 기다리던 그의 짐이 도착했고, 침을 찾기 위해 마차 근처에 있던 그는 화물집배원의 개에게 물리고 말았는데, 당황한 이방인은 도망가듯 재빠르게 여관방으로 달려들어갔다. 걱정이된 여관 주인 홀 씨는 그를 따라 올라갔고, 문을 연 홀 씨 앞에는 팔 없는 손이 그를 향해 흔들림과 동시에 면전에서 문이 거세게 닫혔다. 개에게 물린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거부한 채 진척이 없다며 신경질적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이방인.  


그는 교회에도 가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도 전혀 없었다. 복장은 늘 변함이 없었고, 늘 분개에 차 있었으며, 외출은 해질녁에나 한적한 길을 선택해 이뤄졌다. 그의 직업이 '실험 연구자'라는 홀 부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이방인이 범죄자나 무정부주의자, 미치광이, 혹은 흉한 몰골의 외모를 지닌 게 아닐까 의심하곤 했다. 아무튼 지나치게 경계심이 높고 비밀스러운 행동거지는 그에 대한 의혹을 부추겨 여러 의견으로 분분했으나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전체적으로 이방인을 싫어한다는 점은 일치했다.  



이 정도면 어떤 이유에서인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도망자가 아닐까 충분히 합리적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어떤 사연이 있든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고 고글을 쓰고 다니고 외출도 없이 해가 진 후에나 살짝살짝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 요즘에는 성범죄자가 전입신고가 되면 집집마다 통지문이 날아온다. 정확한 주소지는 언급되지 않지만, 적어도 도로명까지는 표기가 되어 있는데, 일시적으로나마 조금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다. 아이핑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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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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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한겨울, 아이핑 마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빈틈없이 감싼 이방인이 출현했다. 따뜻한 주막 안에서 여전히 모자와 외투는 말할 것도 없고 장갑까지 벗지 않는 이 신사. 주인 홀 부인은 머리부터 목까지 둘둘 감겨 있는 붕대가 피치못할 손님의 사정이려니 여기며 동정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을 실험하는 연구자이고 붕대를 감은 이유는 실험 사고 때문이며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외진 아이핑까지 홀로 온 것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가벼운 방해를 받는 시간조차 극심한 괴로움의 원인이 되니 가급적 자기의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무뚝뚝하고 확고하게 당부한다.  



눈에 보이는 곳은 모두 붕대로 감겨있고, 커다란 고글과 항시 장갑 낀 손으로 입을 막고 있는 낯선 남자는, 그가 비록 손님이라고 할지언정 경계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말투까지 무뚝뚝하고 배려라고는 전혀 없으니 호감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다. 마을 주민이자 시계공 테디에게 비호감으로 찍힌데다, 그가 벼르기까지 하니 참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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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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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로 유명한 프랑수아즈 사강이 바라보는 사랑과 권태를 담은 단편 열아홉 작품이 실려있다.  









10년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변함없이 사랑하지만 익숙함이 커지고 깊은 대화가 단절된 부부, 부유한 중년의 여성에게 사랑을 구걸하며 기생해서 살아가는 지골로,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곁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 보게 되는 남자, 긴 세월 동안 감춰오면서 아내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던 남편의 비밀, 지나간 사랑의 아련함과 그와는 무관한 현실에서의 처세, 외로움 때문에 이별도 쉽지 않은 연인,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헤어진 남편을 향한 그리움, 사는 게 연기인지 연기가 삶인지 이제는 분간하기도 어려운 가장, 위기를 겪어보니 곁에 있는 사람의 현실적(?)인 소중함을 깨닫는 여인, 공개적으로 멋지게 결별을 선언하고 싶었으나 막상 헤어지자니 뭔가 아쉬움이 남는 야비한 남자의 심보, 한때의 추억으로만 남은 젊은 시절의 열정적인 사랑. 



프랑수아즈 사강은 거의 대부분의 소설을 통해 사랑이 끝나지 않고 지속되는 결혼 생활 혹은 연애란 없다는 것을 전제하는 듯 하다. 마치 결혼을 하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외도는 거쳐야하는 수순인것처럼 얘기한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상처받는 마음과는 별개로 하나같이 배우자 혹은 연인의 외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사랑에 있어서 우위를 점하는 자는 덜 사랑하는 자가 아니라 돈을 가진 자이고, 때로는 인생에 있어 사람보다 더 사랑하는 게 있을 수 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인생, 경쟁에서 오는 긴장감. 헛되이 살지 않았으나 인생이란 참으로 고단하다. 그래서일까. 사랑의 끝에는 늘 권태와 고독이 기다리고 있음을 프랑수아즈 사강은 말한다. 

 
ㅡ 


기억에 남는 작품은 표제작 [길모퉁이 카페]와 [고독의 늪]이다. 


암으로 3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은 마르크. 별거 중인 아내, 자기에게는 관심이 전혀 없는 노부모, 법적 자식이 아닌 실수로 낳은 아이들. 이들이 그와 관계된 사람들 면면이다. 암이라는 병으로 인해 마르크는 별다른 변명없이 그들을 떠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직후 마르크가 무덤덤하게 찾아간 곳은 병원 앞 길모퉁이 카페다. 그는 카페의 모든 손님들에게 한 잔씩 돌린다. 이는 그가 더 이상 초라하지 않아야 할 자신에 대한 호의 였다.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생각해야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친구들과 매력적인 주말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느닷없이 붉은 가을 길을 걷고 싶은 욕구를 억누를 수 없었던 서른 살 프뤼당스. 자기의 삶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녀가 고독을 느낄 이유는 전혀 없음에도, 그 순간 사무치도록 고독하다. 고독을 느끼고,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삶이려나. 나는 프뤼당스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알 것 같다.   


ㅡ 


[낚시 시합], [왼쪽 눈썹], [개 같은 밤]은 프랑수아즈의 작품이라는 게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혼자서 큭큭 거리며 읽었는데, 그에게 이런 꽁트같은 작품이 있다니, 여기에 이 책의 의의를 두어도 좋을 성 싶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분량이 많지 않은 소설이기는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책들은 특히나 한 편당 20여쪽을 전후로 할 만큼 아주 짧은 소설들인데, 느낌이 그렇게 썩 가볍지만은 않아서 좋았다. 





뻘.
이 책은 행간과 텍스트 간격이 넉넉해 눈의 피로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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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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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모든 시와 글을 만날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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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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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틈타 피레네산양 사냥에 나서는 제롬과 모니카 부부는 절친인 스타니슬라스 커플과 동행한다. 이혼 뒤 보름에 한 번씩 여자를 바꿔가며 만나는 스타니슬라스가 비행기 안에서 모니카에게 추파를 던진다. 아내를 사랑하고, 모든 일에 성실하고 우직하며 책임감이 강한 제롬은 자동차 백미러를 통해 서로의 손을 깍지 껴 잡고 있는 친구와 아내를 보게 된다. 아내에게 자신이 목격한 상황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제롬과 모니카는 깊은 대화가 단절된지 오래다.  
 


여전히 사랑하지만 과묵함이 대화를 대신하고, 표현하지 않은 그의 우직함은 전달되지 못한다. 그러나 긴 세월을 살아온 부부가 대화가 단절됐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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