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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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어느날, 프레디로부터 테리사 호텔을 털고 그곳에서 훔쳐올 장물을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카니의 도덕성이나 양심과는 관계없이 그에게는 테리사 호텔에서 가져온 대량의 물건을 처리할 만한 연줄이 없었다. 약간의 보석이나 어쩌나 들어오는 가전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카니는 프레디에게 제안을 거절했고 그에게도 그만두라고 했으나 마침내 2주 후에 일어난 강도 사건은 모든 뉴스에 나왔다. 그리고 곧이어 카니를 찾아온 칭크 몬터규의 부하들은 그에게 테리사 호텔에서 도난당한 목걸이를 돌려달라고 협박한다. 장물을 처리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장물을 돌려달라고? 
 



트러블 메이커 프레디,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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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2 아이네이스 2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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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 - 796
보느냐? 정수리의 깃털 한 쌍을,
신들의 아버지가 존엄으로 수여한 훈장을?
보라, 이자의 상서로움이 서린 로마는, 아들아,
패권을 대지에, 용기를 올륌풋에 견주겠고
일곱 언덕을 통째로 성곽으로 둘러쌀 터이니,
배출할 인물들로 복되다.
(...)
이리로 이제 두 눈을 돌려 보아라, 이 가문과
너희 로마 백성을, 여기 카이사르, 모든 율루스
혈통들이 커단 하늘 축 아래로 가게 될 게다.
여기 있는, 여기, 너도 종종 장차 올 것이라 들은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 신의 아들은 황금
세대를 다시 일찍이 라티움, 사툰이 다스리던
평원에 열고, 나아가 가라만텟과 인도에 걸쳐
제국을 넓히리라. 
 



이러한 예언을 보고 들으면 가슴이 설렐 수 밖에 없겠다. 아들의 열망과 야망에 불을 지피기 위함이 목적이었다면 앙키사는 제대로 성공한 셈이다. 그런데 베르길리우스, 자신이 살았던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이 정도라면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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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계몽 - 이성, 과학, 휴머니즘, 그리고 진보를 말하다 사이언스 클래식 37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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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부에서 계몽주의의 개념들을 정리하고, 2부에서 그 유효성을 입증했다면, 3부에서는 계몽주의 사상을 옹호한다. 특히 이성, 과학, 휴머니즘에서의 개몽주의 이념이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며 보탬이 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자는 보편적 인간 본성이라는 개념의 주제로서 네 가지를 꼽는다. 이성, 과학, 휴머니즘, 진보가 그것이다. 이성은 비타협적이다. 우리의 일반적인 사고 습관이 그다지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성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과학 혁명은 인간을 무지로부터 뿐만 아니라 공포로부터 탈출시켰다. 과학에는 우리 자신 즉, 인간에 대한 이해도 포함되었다. 휴머니즘은 부족, 인종, 국가, 종교의 영광이 아닌 인간 개개인의 안녕과 복리에 특권을 부여하고, 만족과 고통을 느끼는 지각 있는 존재는 집안이 아니라 개인이다. 인간은 공감이라는 정서를 타고 났기에 휴머니즘 본성에 부합할 수 있다. 과학과 이성과 세계주의가 공감의 범위를 넓혀 준 덕분에 인류는 지적, 도덕적으로 진보할 수 있었다. 진보를 이야기함에 있어 짚고 넘어가야할 중요한 점은 휴머니즘에 기초하지 않은 '진보'는 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조건을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인 엔트로피, 진화, 정보는 인간의 진보 이야기의 핵심적 줄거리다. 저자는 이 세 개념을 통해 불행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유기체같은 복잡계는 수많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쉽게 망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여기서 망가짐이란 압제와 착취). 인간은 폭력을 부도덕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것으로 본다고 얘기하면서 그 증거로 인류 역사 전체에서 탐욕보다는 정의의 이름으로 살해된 사람이 더 많다는 문장이 확 와닿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는 경제 성장이다. 그리고 현재 예민한 이슈인 불평등, 환경에 대해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저자가 말하는 여러 형태의 폭력과 사고, 그에 따른 사망이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졌고,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는 글에서 피해자에 대한 경시는 없다. 객관적인 자료에 따른 결과를 말할 뿐이고 이는 사회가 더 진보하고 있음을 근거한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상대 수치에 기대어 절대 수치의 피해자가 잊혀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가 주장한대로 분야에 따라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상은 점점 진보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약자의 입장에서 평등은 여전히 미흡하다. 무엇보다 과거보다 현재가 더 나아졌다는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중적 희망이 될 수 있음은 분명하지만, 현재의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그는 인간이 평등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진보(계몽)를 이뤄야하고, 진보는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저자의 의도가 무조건적으로 부를 지향하자는 것도 아니고, 기본소득 등 인류가 평등하게 누려야할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칫 이러한 논리가 악용될 소지가 있을 가능성이 느껴진다. 따라서 인류가 추구해야할 가치의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어야하는지를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의 글은 중립적이고 정치적.편향적이지 않으며 현실과 인간의 본성을 기초로 냉철하게 판단한다. 읽으면서 크게 동의.공감한 부분도 있었고, 물음표를 찍어 놓은 부분도 있었다. 진보는 인간의 지식과 행동에 달려있다고 말하는 저자에게서 계몽을 지향하는 그의 사상이 흔들림이 없음을 느낀다. 우리가 사회과학 문헌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사실에 입각한 정보와 다양한 시각으로 통찰할 기회를 줌과 동시에 독자 스스로 물음표를 찍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부분에서 공감하고 어느 지점에서 물음표를 찍을지 무척 궁금하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들이 많을 것 같아 독서 토론 한 번 가야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 리딩투데이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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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2 아이네이스 2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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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604 - 608
이때 느닷없이 바뀐 운명은 약속을 바꾸었다.
여러 경기들로 무덤가에 경건히 제사 드릴 때
사툰의 따님 천상의 유노는 이리스를 내려
일리온 배로 보내 걸음에 순풍을 불어 넣었다.
묵은 앙심을 풀지 못하고 많은 일을 꾸민다.  
 

709 - 710
여신의 아드님, 운명이 이끄는 대로 따릅시다.
어떻든 운명은 무두 견딤으로 극복해야 할 바.
(노인 나우텟) 
 
​ 
 
도대체 신화에서 여신들의 컨셉은 왜 (대체로) 이렇게 설정해 놓은 것일까.
그리고 자꾸 뭘 견디래... ㅜㅜ
​ 
 

그리스.로마 신화 뿐만 아니라 여타 신화들을 읽다보면 간혹 인간은 오래 전부터 위기와 운명을 극복한 위대한 영웅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마블에 열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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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1 아이네이스 1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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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는 트로이아 멸망을 시작으로 하는 로마 건국 서사시로서 총12권으로 되어 있으며 베르길리우스의 11년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완성으로 남아있다. 이 책은 트로이아 목마로 유명한 그 시점부터 신의 계시를 받은 후 일행을 이끌고 망명길에 오른 아이네아스가 카르타고를 떠나는 장면인 4권까지 실려있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질 때가 종종 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베르길리우스가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문구마다 감정이 격렬해 따라가기 바빴는데, 쓰는 장본인은 이 격한 감정을 어떻게 눌러가며 글을 썼을까싶다. 눈앞에서 아들을 처참하게 잃고, 무너져가는 남편을 지켜봐야하는 헤쿠바와 멸망 왕족의 여인으로서 살아남은 죄로 처절하고 기구한 운명에 던져진 안드로마케. 아이네아스의 아들 아스카니우스를 보면서 자신의 아들을 떠올리는 그녀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남편을 오라비가 살해하고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가까스로 마음의 문을 연 디도의 애절한 호소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 가슴이 아픈 건, 처연하기까지 한 그녀의 죽음이 아니라 아이네아스와의 이별이 전 남편의 주검에 정절(신의)를 지키지 않은 대가라고 여기며 자신에게 탓을 돌리는 디도의 절망감이다. 디도가 아이네아스의 이별 선언에 죽음을 선택한 까닭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 찾아오는 상실감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그 상실감과 그 이후에 강요받을 혼인에 대한 압박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디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도구가 아이네아스에게 선물로 요구해 받은 칼인데, 주석에서 보면 디도가 '트로이아의 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상징성을 언급한다. 상징성이 차후 세 번에 걸친 카르타고와의 전쟁, 그리고 한니발을 끝으로 로마의 속주가 되는 것을 말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감정 뿐만 아니라 상황의 묘사도 상당히 역동적이다. 목마가 열리고 시작된 살육과 파괴의 현장을 묘사한 문구는 어떤 설명없이도 오롯이 전해진다. 이어지는 일행의 방랑길은 극한의 연속이다. 첫번째 정착지에서는 영혼이 떠나라고 하고, 두번째 정착지에서는 역병이 돌고, 중간에 태풍과 괴조의 출몰은 서비스다. 정착할 땅을 찾아 떠도는 패배자이자 망명객의 고단함과 열패감 , 처절함이 애절하게 전달된다. 카르타고에 난파되기까지의 여정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감정을 흔드는 부분은 3권이다. 
 


 
지극히 트로이아인의 관점(굳이 따지자면 로마인 관점)에서 쓴 작품이다보니 베르길리우스의 약간 유치한 면도 있어 웃음이 나는 구석이 꽤 있고, 주석을 읽으면서 오뒷세이아까지 뒤적거리며 맞춰 읽다보니 번역하신 선생의 말씀에 나 혼자 궁금한 점이 생기기도 했더랬다. 예를들어, 2권에서 꿈을 꾸고 있는 아이네아스는 헥토르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는 주석이 있는데, 왜일까? 헥토르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나?'처럼. 베르길리우스는 코로이부스를 통해 '간계'가 그리스 사람들의 전유물인 양 표현했다고 해석했다. 즉 그리스인들을 에둘러 폄훼한 것. 그리고 속임수를 쓰는 그리스군이 승리한 것에 아이네아스는 분노하는데 올림픽도 아니고 전쟁에서 무슨 정정당당한 승부를 외치시는지. 





 
고대 문헌을 읽을 때 주석을 따로 읽는 편이다. 원문을 한 번 읽고, 원문을 보지 않은 채 주석만 읽는다. 그러면 두 번 읽는 효과도 있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좋다. 주석을 읽다보면 해석에 대해 아직까지 논쟁되는 부분이 있다고하는데, 이런 부분은 과감(?)하게 통과하면서 읽었다. 
 


이 판본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가능한 원전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물론 의역해 놓은 판본들보다는 읽고 소화하는데 시간이 좀더 필요하지만 아름답고 호소력 짙은 문장을 즐길 수 있어 기꺼운 마음으로 읽는 중이다. 두번째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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