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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류 - 인류의 위대한 여정, 글로벌 해양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월
평점 :
아시아 해상 질서가 크게 바뀌는 데는 중동 지역 정세 변화가 매우 중요한 작용을 했다. 파티마왕조 등장과 셀주크 세력이 급부상으로 국제 무역의 주도권이 페르시아만에서 홍해 방면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이곳 상인들은 기독교 세력과의 갈등 때문에 지중해보다 인도양 쪽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다. 페르시아만이 쇠퇴하고 홍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아라비아 출신 상인들이 인도 서남부의 말라바르에 더 굳건한 토대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들은 수니 이슬람 전도에 앞장섰고, 강력한 집단 정체성을 유지했다. 이후 남서부 다른 지역들과 스리랑카에도 무슬림 아랍 상인들의 방문이 늘었고, 이로인해 인도에 아랍 혈통이 흡수됐다. 인도 너머 동남아시아 방면으로 팽창해간 이슬람은 교역과 전도를 같은 방향으로 이루었다.
송제국과 아랍-페르시아 세계의 흐름을 연결 고리가 되어주었던 인도 촐라왕국. 촐라의 상인(길드) 세계의 특이한 점은 길드 조직이 사원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촐라의 11세기 경제 번영의 근간은 국가, 상인 길드, 종교 제도 등이 종합적으로 연결된 결과라고 파악한다. 예를 들면 국가가 정복한 지역을 브라만 공동체로 바꾸어가고, 이후 상업 발전으로 생긴 돈으로 사원을 짓는 식이다. 12~13세기 중엽에 촐라 상인의 교역 활동이 정점에 이른다.
책에 실려 있는 당시 인도양에서의 교역이 이루어진 지도를 살펴보면 마치 사이사이에 매듭진 끈처럼 이어져 있다.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로웠던 교역이 유럽의 진입으로 인해 망가졌다고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만약 명이 인도양에서 후퇴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아시아 해양 네트워크가 연합했다면 유럽의 아시아 식민화를 막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