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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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와 파리 대왕의 매시업이라니. 과연 어떤 접점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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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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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의 중단편 네 작품이 실려있다. 고딕소설을 표방하는 이 소설들은 추리 소설의 요소까지 가미하고 있어 적은 분량임에도 읽는 맛이 있다. 








 
[편지]는 사랑을 하는 동안 다변하는 사람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한다. 상대의 교묘하고 악랄한 계략에 대한 분노와 혐오, 진실을 폭로하는 순간 사랑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주는 두려움 등 양가적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의 심리 또한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리지는 앤도라를 향해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혼잣말을 하는데,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이는 정작 리지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선택은 결국 본인의 몫이고, 이 선택은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닌 어느쪽이 덜 불행할지 여부가 될 것 같아 안쓰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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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지른 문]의 그래니스는 고된 노동과 궁핍 뿐인 젊은 시절을 살아왔다. 빚만 남기고 죽은 아버지로 인해 마지못해 얻은 일이 죽도록 싫었고, 늘 가난했고, 건강도 나빠졌다. 그는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고 싶었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돈은 모아지지 않았고, 글도 써지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유산으로 부유해졌으나 진정 원하는 바는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식지 않는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희곡 쓰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이 열정은 세월이 지날수록 병적인 집착으로 변해갔고, 그럴수록 지독한 절망에 사로잡힐 뿐이다. 


그는 사촌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아니라 절망에 지쳐 삶을 끝내고 싶지만, 자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타인에게 맡기려고 한다. 무엇보다 실패로 점철된 인생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성공한 것이라고는 살인 뿐인데, 아무도 자신의 성공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살인 이외에는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남자. 읽는 내내 그래니스를 비겁하고 이기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다. 

 
생기 없는 일상을 반복해야 한다는 공포는 모든 사람이 안고 있는 갈등이다. 열정 없는 지루한 삶을 바라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니스가 수많은 요소로 엮어지는 긴 인생에 오로지 열정과 성공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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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에 등장하는 애슈비 부부. 길다면 긴 세월을 함께 살아야 할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사랑보다는 서로에 대한 측은지심과 신뢰가 아닐까. 우리는 끊임없이 숨기고 거짓을 둘러댄들 그 행복이 지속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진실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세상에는 비겁한 사람이, 비겁한 사랑이 참 많다. 


실린 네 작품 중에서 고딕소설의 공포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하녀의 종]. 1년의 대부분을 부재 중이고 가부장적인 것도 모자라 의처증까지 있는 남편에 의해 시골에서 고립되다시피 살고 있는 여성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그리고 있는 소설은 물리적 폭행만 휘두르지 않을 뿐 다른 형태의 가정 폭력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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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의 종> 을 제외하면 다른 작품들은 고딕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네 작품을 통해 독자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 '공포'냐는 점이다. 작품들에서 정작 '유령' 혹은 무형의 존재는 아무짓도 하지 않는다. 여성을 제 맘대로 통제하고 정서적 학대를 가하는 인권 유린, 상대의 애정과 진심을 농락하는 거짓과 사기, 신뢰와 존중의 부재.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공포를 느껴야하는지, 이디스 워튼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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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류 - 인류의 위대한 여정, 글로벌 해양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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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행성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 저자는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바다 역사와 바다가 인류에 미친 영향, 지금 당면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 해양권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소리없는 전쟁, 그리고 인류의 미래가 바다에 달려 있음을 책 전반에 걸쳐 역설한다. <총, 균, 쇠>가 전방위적으로 문명 이동을 탐구했다면, <바다 인류>는 그야말로 바다의 관점에서 인류사를 통찰한다. 








 
지구상 대부분의 바다는 먼 과거부터 많은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 공간이었다. 태평양에 사람들이 확산하는 역사적 과정을 되짚어보면 그동안 대양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듯 알고 있었던ㅡ서구인이 들어오기 전 시대는 야만적 암흑기였고 서구인이 들어와서야 문명의 시대가 펼쳐졌다는ㅡ이분법적 견해에 대해 에펠리 아후오파는 '태평양의 재개념화'를 통해 태평양 세계의 주민들은 대양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음을 설명한다. '바다에 둘러싸인 섬들'이 아니라 '섬들로 구성된 바다'라는 것. 광대한 대양 세계를 작게 분할한 것은 제국주의 세력이었다. 바다에 가상의 선을 그어 식민지 경계로 삼고, 좁은 세상에 그들을 가두었으며, 현대 문명은 오히려 다방면으로 풍요로웠던 해상 공간을 무의미한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도양을 중심으로 하는 2부와 중세부터 근대까지 다루는 대항해 시대의 3부다. 전 세계 해양의 27퍼센트를 차지하는 인도양은 거의 모든 주요 문명권이 이 바다에서 조우할 만큼 많은 문명이 태동하거나 인접해 있어서 늘 세계사의 중심에 있었다. 지중해와는 다르게 인도양은 뚜렷하게 패권을 잡은 강력한 세력이 존재하지 않았고, 다중심적 공간이었다는, 그래서 인도양은 역사 발전을 추동하는 모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점이다. 로마제국 쇠락 이후, 10세기를 경과하면서 유럽의 흐름이 바뀌어갔다. 바이킹은 러시아 지역과 비잔틴제국 너머와 아메리카 대륙까지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 한자 동맹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해상 교역을 했고, 지중해 세계에서는 이탈리아 항구 도시들이 크게 성장해갔다. 중세 유럽은 위기 상황에서 바다를 통해 돌파구를 찾았고, 근대 초 전 세계를 향한 팽창의 기반을 마련했다.  


4부에서는 증기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과학과 기술의 힘을 갖춘 서구 세력이 바다를 제국주의 이념에 사용한 내용이, 5부에서는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인간의 지배가 극대화된 바다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일단 통사임에도 책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자세하다. 역사적 사건이나 흐름 뿐만 아니라 고대 갤리선, 이슬람권 및 인도양 각지에서 사용한 다우선, 중국의 신안선과 정크선, 몽골이 원정에 사용한 배, 남중국의 조선술, 곡스타드 선박, 발트해의 코그선, 범선 클리퍼, 증기 선박, 철선, 등 배와 당시의  이동 경로가 한눈에 들어오는 지도들에 대한 설명과 사진 등 사료가 풍부하게 실려있다. 무엇보다 이토록 면밀하게 서술했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데, 개인적으로는 마치 이야기 책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적어도 재미면에 대해서는 백점 만점의 백점이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책에 실려 있는 당시 인도양에서의 교역이 이루어진 지도를 살펴보면 마치 사이사이에 매듭진 끈처럼 이어져 있다.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로웠던 교역이 유럽의 진입으로 인해 망가졌다고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만약 중국 명이 인도양에서 후퇴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아시아 해양 네트워크가 연합했다면 유럽의 아시아 식민화를 막을 수 있었을까? 


한자 동맹은 16세기에 이르러 국민국가의 등장으로 쇠락해갔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식민지 교역을 열었고, 청어잡이가 발트해에서 북해로 이전한 것 등 여러 요인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군주들이 자국의 상업 이익을 통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일련의 역사적 계기들을 접할 때마다, 그리고 현대사에 들어서면 더욱 드는 생각은 '국가'가 갖는 혹은 존재해야 하는 본질적 의미다.  


세계 4대 문명 중 현재까지 그 위세를 떨치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들이 이토록 장구한 세월 동안 위기를 겪으면서도 그 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수용'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일정 기간 쇄국 조치를 취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들의 기본 정신에는 어떤 형태로든 타민족.타문화를 수용하는 데에 긍정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현대의 (중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이 국가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읽으면서 변함없이 드는 생각은, 인류의 흥망성쇠는 일방적인지 않은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고, 천운과 기회, 정치와 군사는 말할 것도 없이 종교, 자연환경도 무시할 수 없으며 그로인해 맞물려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결과 또한 한끝 차이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후대는 늘 끊임없이 '만약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한다. 역사의 가정이 무의미없다 치부할 게 아니라 역사의 그룻된 부분을 반면교사 삼아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본격적인 냉전 체제에 접어들어 긴장감은 고조되었고, 해상과 육상 심지어 우주전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더구나 최악의 무기로 증명된 '핵'을 향한 집착은 각 나라마다 커져갔다. 핵과 석유, 전쟁과 산업이 맞물린 중동 및 아시아 해역은 그야말로 꾸준한 전쟁의 무대가 되었다. 또한 아프리카 해역과 중남미 지역에서 해적, 그리고 곳곳의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는 밀수(특히 마약)는 나날이 진화하며 끊임없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강대국들은 너도나도 해군력을 파괴적으로 증강하며 바다에서 경쟁하고 있다.  


어업도 위험한 수위에 직면해 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황금기를 거쳐 어획량의 등락을 반복하다가 현재에는 수자원의 고갈을 초래하고 있어 생태계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따른 해양 환경의 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이로인해 발생하는 사태는 해양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들을 지엽적이고 근시안적인 해결이 아닌 인류 뿐만이 아니라 생명권, 환경 등 다각적인 여러 분야에서 연대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 적지 않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좀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과 경제 성장도 반길 일이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문제점을 수시로 점검해야한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한 일임을, 잊지 않기를 바람한다.  


세계는 바닷길로 연결되어 있다. 월터 롤리 경은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교역을 지배하고, 세계의 교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부를 지배하며, 결국 세계 자체를 지배한다고 말했다는데, 이제는 바다와 인류.비인류 생명체가 공존하는 세상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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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코스 윤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2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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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5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랬다. 작년부터 한 번은 더 읽어야지 했는데, 마침 새롭게 출간됐다. 좋은 문헌임을 알기에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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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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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티푸스를 앓은 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던 하틀리는 레일턴 부인의 소개로 시골에 거주 중인 브림프턴 부인의 하녀로 들어간다. 신경에 예민하고 침울한 브림프턴 부인은 두 아이를 모두 잃었고, 남편은 집을 비울 때가 많다. 레일턴 부인은 집주인이 집에 있는 날에는 가능하면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는게 좋다는 말을 남긴다. 


도착한 집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고, 부림프턴 부인을 비롯해 사람들은 좋아 보였다. 그런데 이 집, 어딘가 이상하다. 하녀의 종을 두고 구태여 하녀를 부르기 위해 다른 하녀를 부르는 것 하며, 가정부도 간호사도 없다는데 하틀리가 복도에서 마주친 그 여성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 


겨울 어느날, 한번도 울린 적이 없었던 하틀리 방의 종이 울리고 어수선한 사건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 재봉틀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을 보고 경악하는 하틀리. 



'뭔가 있어' 하면서 읽고 있는데(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브림프턴 부인에 대해 미심쩍어 할 것이다), 예상을 깨는 진실. 에마 잭슨,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진정으로 독자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다른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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