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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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샌더가 사르담호에 승선한 이유는 크리지의 전남편 피터 때문이었다. 샌터는 2년 전 피터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받아 바타비아 배의 탑승권을 예약했다는데, 피터는 4년 전에 죽었다. 그러니까 샌더는 죽은 피터한테 편지를 받은 셈이이며 설사 그 편지를 4년 전에 받았다 하더라도 그때 피터는 바타비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시기였다. 

바타비아에 온 샌더는 피터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요새에 있는 크리지를 만날 수 없게 되자 혼자 사건을 추적해갔다. 어느날 목수 보세가 찾아와 고해성사를 하기를, 올드 톰이라는 목소리가 거래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샌더는 보세가 올드 톰의 허수아비가 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샌더의 말에 따르면 올드 톰은 사르담호에 탑승해 승객 중 한 명을 지배하고 있고,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이 배에 올라탔다고 얘기한다. 

샌더가 2년 전에 피터로부터 받은 편지를 확인한 크리지는 그 필체가 남편의 필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샌더 목사가 사르담호에 유인됐음을 뜻했다. 즉 샌더가 올드 톰을 쫓는 것이 아니라 그가 샌더를 쫓는 것이다. 그리고 샌더는 마녀사냥 교단의 마지막 생존자다. 샌더에게 보낸 편지를 위조한 사람은 누구일까? 


주요 등장인물들의 의외의 과거와 승선한 이들의 목적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소설은 점점 더 예측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봤을 때 여전히 미미한 존재로 남아있는 의문의 귀족 여성 달바인 자작 부인. 사교계 활동을 통해 어지간한 귀족 집안을 꿰고 있는 사라는 달바인이라는 성을 들어본 적이 없고, 승선 이후에도 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 그리고 한낱 거지에 불과했으나 결과적으로 인간의 두려움과 공포가 만들어낸 무형의 '올드 톰'은 누구란 말인가? 200쪽이 넘어가고 있는데 계속 뿌려지는 밑밥에 머리쓰느라 바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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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3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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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몇몇 도시의 대표들이 변호를 의뢰하기 위해 카이사르를 찾아왔다. 그들은 10년 전 술라의 수하에서 기병 사령관으로 있었던 가이우스 안토니우스 히브리다의 고문, 강간, 살인에 준하는 폭행, 살인 등 잔혹행위를 기소하고자 한다. 그들의 목표는 승소가 아니라 자격과 역량이 없는 로마인이 지역 관리로 파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로마의 가시계급과 하층민의 관심을 끌어 이슈화하는 것이었다. 
 
카이사르는 이 재판이 로마의 형사 법정에서는 승소도, 관심거리도 되지 못할 것을 간파하고 외인 담당 법무관의 법정에서 민사소송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변호를 의뢰한 대표단의 이피크라테스는 부적격자가 관리로 파견되는 사태의 심각성과 고통을 알리기 위해 고액의 공탁금을 감수하고 카이사르의 제안에 동의한다. 그만큼 부패한 로마 관리인으로부터 당하는 가혹 행위가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재판은 카이사르가 의도한대로 포룸 로마눔 주변에 퍼졌다. 


히브리다는 호민관을 매수해 패소를 눈앞에 두고 평민 구제권 사용을 신청하고, 그리스인들의 공탁금을 차지하려고 한다. 그때 재판관은 재판 취소를 알리며 공탁금을 원고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한다. 카이사르는 히브리다가 평민 구제권을 사용할 것임을 알고 있었고던 것. 히브리다가 재판을 통해 물질적인 손해를 보지는 않았으나, 그의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만들었다. 이로써 원로원은 마케도니아를 비롯한 그리스에 파견할 관리를 선택할 때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목적은 이루었다. 


늘 느끼는 바, 카이사르는 군인보다는 정치에 더 능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의 사례는 그의 영민함과 뛰어난 수완, 정치적 성향까지 잘 드러내 보인다. 소설에서 카이사르는 지나친 자신감이 화근이 되지 않을까 주변 사람들을 늘 조마조마하게 하는데, 어쩌면 아우렐리아가 아들의 이러한 성향을 잘 알기에 더욱 엄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기원전 77년, 카이사르는 변호인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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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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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아버지는 실종됐고, 의식을 잃었던 어린 아렌트만 살아 돌아왔다. 그 과정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아렌트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 어머니와 누이들은 그에게 거리를 두었고, 이것이 사실인 것처럼 소문이 퍼져 아렌트는 어린 나이에 악인으로 낙인이 찍혔다. 아렌트는 그 사냥 때 생긴 손목의 흉터 모양을 마을 사람들의 집 대문에 몰래 그렸고, 이후 대문에 상징이 새겨진 마을 주민은 악마에 영혼을 판 사람으로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장난으로 시작한 그 상징은 마을 사람들의 공포심을 먹고 점차 생명력을 얻어 그 상징이 새겨진 주민들을 마을에서 내쫓겼다. 몇 달 동안 마을은 공포와 악의에 짓눌려 서로를 향해 저주를 쏟아냈고 마침내 비난의 대상을 찾아냈다. 마을의 거지였던 올드 톰. 마을 사람들은 그를 악마로 몰아 때려 죽였다. 


마녀 사냥꾼의 말에 따르면 악마는 스스로를 올드 톰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올드 톰이 왜 이 배를 위협하는지, 아렌트의 손목에 있는 흉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했다. 얀은 아렌트에게 이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다. 단, 새미의 도움은 받지 말고. 더하여 그를 믿지 말라는 충고까지.



이제 슬슬 독자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얀 하안이 최고의 빌런이 될 거라고 예견했던 나의 경솔함을 거둬들인다. 작가는 일찌감치 아렌트의 과거를 시원스럽게 폭로(?)했다. 과연 새미는 아렌트의 믿음처럼 호기심이 강하고 영리한 탐정인가, 아니면 얀 하안의 충고대로 가면 뒤에 숨은 악인인가. 사실 아직까지는 새미가 악인이라는 그 어떤 증거는 없다. 음... 흥미진진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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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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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사르담호의 출항 직전, 피로 흥건한 붕대로 감싼 문둥병자가 화물 꼭대기에서 저주를 내린다. 

"내 주인님께서 사르담호를 인도하실 것이다. (...) 사르담호의 화물은 죄악이며 그 배에 승선하는 자들은 모두 무자비한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배는 절대로 암스테르담에 닿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말과 동시에 화염에 휩싸인 문둥병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둥병자의 혀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절름발이이자 혀가 잘린 문등병자가 화물 상자 위로 오르고 짧은 연설까지 했다. 더구나 손을 비롯한 신체 구조의 상태를 보아 목수일 확률이 높다. 죽은 자 뒤에 누군가 있는 것이라면? 이 석연치 않은 불길한 조짐. 이를 간파한 이는 죄수 새미 뿐이다. 


처음부터 등장하는 인물마다 색깔이 확실하다. 이 작품에서 최고의 빌런으로 활약할 것 같은 바타니아의 총독 얀 하안. 오랜만에 읽는 장르소설이라 그런지 아직 100쪽도 안 읽었는데, 나 혼자 사건 추리 중이다. 600여쪽의 분량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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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다
최다혜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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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스 김지현, 비정규직 시간 강사 강은영, 프리랜서 이지은. 
작가는 이 세 인물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고용 환경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자신의 책을 내고 싶지만 생계를 위해 외주에서 의뢰받은 그림만 그리기에도 퍽퍽한 매일이다. 학기마다 강의가 배정되지 않으면 당장 생활고에 시달려야하지만 경제적인 지원없이는 박사 학위까지 가기도 어려우니 교수 임용은 언감생심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과감하게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밥값까지 아껴가며 그림 그리기를 이어가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 그래픽노블은 우리 주변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당장에 소득이 없으면 생계의 절벽으로 내몰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하고 싶은 일을 잘 하기란 어려운 환경이다. 스스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면서 재능이 만개하기까지 버틸 수 있는 비정규직, 프리랜서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의 능력과 열정을 쉽게 폄하하고, 노력의 가치를 아무렇지 않게 훼손한다. 작가는 이렇듯 모든 성과를 개인의 노력으로만 치부하는 대중의 인식을 무례하다고 일침한다.  


부모의 재력이 능력으로 인정되는 세상에서 공정은 없다. 현재 우리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불행이 네버엔딩스토리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제목이 참 역설적이다. 김지현, 강은영, 이지은이 처한 현실이 아무렇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회.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 일상적이고 흔한 일이라 아무렇지 않다면, 그 무례와 기만이 당연시 되어 아무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 아무렇지 않을 수 없어야 한다. 등장하는 세 젊은이는 그럼에도, 내일을 위해 한 발 더 나아가는 모습으로 문 밖으로 나간다. 이들의 뒷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독자는 나만이 아닐 것이다.  







 
수도권 밖 국립대를 졸업하고 학벌이 곧 얼굴이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제법 이름있는 대학에 편입한 후, 취직이 여의치 않자 대학원에 진학하고 졸업도 못한 채 수료로 학업을 마쳤을 때 친구의 나이는 서른이 넘었더랬다. 딱히 하고 싶은 일도, 해야겠다는 의지도 없는 친구는 지나친(?) 고학력으로 지금까지 변변한 직업없이 생활한다. 물론 사는 데 있어 불편함은 전혀 없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상경대에 진학해 학자금 마련으로 휴학을 밥 먹듯 한 친구. 어찌됐든 졸업 후 무난하게 취업에 성공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자신이 그림에 재능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있다. 요즘 '가난'한 젊은이들은 이조차도 어렵겠지만.



지금의 어른들은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자립'을 강조하고 있으나, 부모의 경제 능력이 대물림되고 노동 및 고용 환경이 불안정해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구조에서 자립은 곧 벼랑 끝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이 자립할 수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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