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살인법
저우둥 지음, 이연희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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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피시방 화장실에서 어린아이가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손쉽게 검거한 범인 천원칭의 입에서 나온 범행동기는 평생 편하게 콩밥을 먹고 싶기 때문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한다. 심지어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한두명 더 죽였어야하는데, 그전에 붙잡힌 것을 아쉬워하기까지 한다.


심리연구가 중완칭은 변호사 윈즈에게 피시방 묻지마 살해범 천원칭의 변호를 의뢰한다. 윈즈는 무차별 살인으로 약혼녀를 잃은 피해자 가족으로서 중완칭의 의뢰를 거절하지만 그녀는 집요하게 그를 설득한다. 


97.
그 사람들의 진짜 범죄 동기가 뭔지 정확히 알고 싶지 않으세요? 


윈즈는 천원칭의 살인 동기 분석과 묻지 마 살인의 발생 원인 및 재발 방지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중완칭의 가해자 변호 의뢰를 수락하고 본격적으로 가해자 이력과 사건의 전반적인 사항을 조사하면서 천원칭이 어린시절 부모의 방치와 학대, 아버지의 폭력 및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교육을 받지 못하고 아동 노동에 시달려왔으며 살인을 저지른 그 즈음 연인과 헤어져 자살 충동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그와의 면담에서 정신 이상 및 대인 관계 미숙을 느끼던 차에 이와 관련한 전문 변호사 루이양의 조언을 받아들여 정신감정을 의뢰한 결과 그에게는 공감 능력 부재를 비롯한 정신 이상 소견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결과를 받아든다.


한편 청원칭의 사건을 묻지 마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인 변호사가 맡았다는 사실을 이슈화하려는 기자 스융다가 윈즈를 집요하게 따라붙고, 윈즈는 그를 통해 비서 야란이 자신의 약혼녀를 지하철 승강장에서 떠밀은 가해자 주젠쭝의 이복동생임을 듣게 되지만, 그는 청원칭의 사건을 조사하면서 가해자 유가족이 감수해야 하는 심리적 피해를 이해하였기에 도리어 그녀를 위로한다.


청원칭 아동 살해 사건 2심, 윈즈는 가해자의 정신 감정서의 결과를 통해 1심의 분위기를 뒤집는다. 



■ ■ ■ ■ 



주택가 좁은 골목에서 총기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가족이 없고 소형 고물상을 생계로 하는 60대 노인 남성이다. 특별한 원한 관계도, 재력도 없는 듯 보이는 노인을 왜 죽였으며 무엇보다 총기 소지가 불법인 나라에서 범인은 도대체 총은 어떻게 구했을까? 놀라운 점은 탄환 감식 결과 작년에 발생한 총기 사건의 총기로 밝혀졌다는 사실과 그 사건은 30대 남성 뤄핀훙이 노숙자 여성을 살해한 후 바로 자살했고 총은 의문의 남성이 가져갔으며 같은 총으로 수 개월이 지난 지금 또 다른 범인이 독거 노인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사건은 오리무중이고, 6개월여가 지나 공원 화장실에서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총기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범인이 20대 청년 뤼야난임을 확인하고 주변을 수소문하면서 수사 범위를 좁혀가던 중 다시 총기 살해 범행을  하는 야난을 현장에서 추격하고 이 과정에서 윈즈의 비서 야린이 심각한 부상을 당하며 야난은 백화점 옥상에서 마지막 남은 한 발로 자살한다.


직접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는 자살로써 죽음을 맞이했고, 아무런 잘못도 없는 피해자만 속출한 상황. 그런데 핀훙과 야난에게 총을 제공한 사람은 누구이며, 원칭과 피씨방에서 사형제도에 대해 토론을 했다는 의문의 남자는 누구일까? 


윈즈는 원칭으로부터 제대로 된 진술, 그에게 사형제도에 대해 말한 사람과 관련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처음 사건을 의뢰했던 심리연구가 중완칭에게 원칭을 함께 면회해 주기를 부탁한다. 그녀는 끝까지 거절하지 못하고 윈즈와 함께 면회를 하는데, 원칭은 자리를 뜨려는 중완칭을 향해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이에 윈즈는 그가 한번도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기며 중완칭에 대해서 면밀하게 짚어본다. 그러다가 미처 생각해 내지 못한 헛점들. 윈즈는 목숨을 담보로 한 추적을 시작한다. 


누가 배후에서 무차별 살해의 살인자들을 조정하는 것일까? 



□ □ □ 



처음 만나는 대만 작가이다. 제목만으로 충분히 유추가 되는 소설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묻지마 살인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러나 소설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의 범인을 수사하는 과정이 아닌 그들이 왜 가해자가 되었으며 현재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부재와 모호한 기준들, 그로인한 피해자 속출과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소설에서는 세 명의 가해자가 등장하는데,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핀훙의 유년 시절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재봉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넉너가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평범했으나 대학 진학 이후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면서부터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한쪽 팔을 못쓰게 됐으나 파견 계약직이었던 핀훙은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노숙자로 전락한다.
야난은 조직폭력배 아버지와 우울증으로 자살한 어머니로 인해 일찍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으며 자라지 못했다. 친척집을 전전했고 공갈과 절도 및 약물까지 손을 댔다. 세 사람은 유년시절부터 불우한 환경에 노출되었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다. 그러나 불우한 환경에서 성자한 모든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모든 범죄자들의 범죄 원인이 성장 배경에 기인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아니 묻고자 하는 것일까?



치료가 우선인가? 처벌이 우선인가? 


피시방 살인 사건 가해자 원칭은 심리 검사의 결과에서 공감 능력 부재와 정신 이상 소견이 나온다. 실제로도 가해자의 변호인들이 가장 많이 주장해 구형을 줄이는 수법이 심신 미약이다. 그만큼 형량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떄문에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만일 진단이 핑계나 거짓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복적 사법을 지지하는 변호사 루이양은 범죄자들에게 치료를 받게 해 회복한 후 자신의 범행을 깨닫고 피해자 혹은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사죄와 보상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윈즈가 말도 안되는 범죄자의 변호를 결심하게 된 동기도 무차별 살해의 근본적인 원인과 재발 방지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범죄자를 무조건 사형시킨다면 우후죽순으로 일어나는 직접적 동기불명 살인 사건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빠른 판단과 빠르고 극단적인 처벌이 모방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뚫린 댐을 주먹으로 막고 있는 꼴이다. 또한 과거 살인자였던 사람이 이웃으로 온다고 상상해 보라. 지역 주민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며, 그 공포는 또 다른 범죄를 불러올 소지가 충분하다. 사회 안전과 정신 의료, 함께 이뤄내야할 부분이다. 그런데 이쯤되면 또 다른 의문점이 튀어 나온다. 



정신감정에서 나온 정신질환 결과를 믿으십니까? 


소설에서 원칭은 심리 검사를 두 번 받는데, 결과가 상이하다. 실제로도 이러한 사례가 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할까? 환자의 심리 상태, 검사 시간(기간)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주이양이 짚어낸 바로는 원칙과 기준의 부재다. 사람의 정신이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고 정신질환을 초래하는 원인은 다앙하고 복합적이며 여러 검사를 한다고 해도 실재하는 원인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신의학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담.검사하는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 결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대한 규정된 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성이 있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거짓으로 정신 검사를 빠져나가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사회 구성원의 안전과 인권 및 사생활 침해,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할까? 


정신연구가 텐 교수는 빅데이터를 토대로 일부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선별 기준을 만들어 각 지역 의료기관에 보급해 고위험 사례가 있으면 경찰 및 정부와 함께 대상을 추적 조사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현재 무차별 살인범은 인격장애들이기 때문에 사법기관에서 개입해 강제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중완칭은 정신질환의 심각성과 범죄 가능성이 정비례하지 않으며 인권 문제와 사생활 침해 문제를 든다. 그리고 고위험 정신질환자는 매우 많지만 그중 범죄자가 되는 확률은 극미하므로 텐 교수가 본말을 전도한다고 말한다. 또한 범죄 예방을 논할 때 정신질환은 범죄 요소로 단정해도 되는 것이냐는 것과 정신질환과 범죄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음을 피력한다.


텐 교수, 중완칭 두 사람의 의견에 모두 일리가 있다. 우리는 '안전'과 '인권(사생활)' 사이에서 늘 딜레마에 빠진다. 우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언제라도 '소수'의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한다면 이 딜레마에서 덜 헤매려나?



무차별 살인을 막는 뚜렷한 대안은 현재로써는 없는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불우한 환경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소설 속 윈즈의 말처럼 개인과 가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개인이 사회에 나와 구성원으로서 공동체 일원이 되었을 때, 사회와 행정기관은 개인의 존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사회가 진정한 발전으로 가는 길이다.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선생님과 복지사들은 그 이유를 알아야 하고, 아동 노동 혹은 불법 미성년 갈취 현장을 알게 되면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일자리를 잃어 굶주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사회 안전망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사회가,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잘 살아야한다는 초경쟁 시대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실패한다는, 실패가 패배라는 공포가 언제든 무차별 살인을 불러올 것이다. 이러한 공포를 조장하는 이는 다름아닌 우리 자신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소설은 불우한 환경을 들어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가해자 인권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차별 살해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현대 사회의 근본적인 원인이 사회 구조와 안전망 부재에 있으며 이를 순차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가해자가, 혹은 피해자도 될 수 있음을 일갈한다.


처음 만나는 작가가, 나에게 무거운 숙제를 던져 놓았다. 일독을 권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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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0 봄.여름 특별호 - 67호
한국추리작가협회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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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애 작가의 인터뷰와 신인상을 수상한 백색살의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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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탕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7
이승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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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에 닿아 있는 작은 항구도시 캉탕에서는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바다의 신을 달래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 사람을 빠뜨리는 제사 풍습이 남아 있었다. 배의 돛대 꼭대기 끝에서 희생자는 눈을 가린 채 뛰어내렸다. 이 사람들은 '뽑힌 자'라는 뜻에서 '파다'라고 불린다. 이 의식은 폐지되었고 현재는 누구나 방파제에 만들어진 돛대 모양의 높은 탑 위에 올라가 바다로 뛰어내릴 수 있다. 인습은 놀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원해서 그 위에 올라가지만, 뽑힌 자로 거기서 떨어진다.










한중수는 정신과 의사이자 친구인 J의 조언ㅡ보려고 걷지 말 것. 쓸 것이 없으면 쓰지 말 것. 그저 걸을 것. 걷는다는 의식도 하지 말고 걸을 것ㅡ을 받아들며 서둘러 집을 나선다. J가 한중수의 손에 쥐어준 쪽지에는 '모비 딕'에 홀려 고래잡이 배를 탔다가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세상 끝 작은 항구 마을 캉탕에서 정착한 그의 외삼촌 핍의 주소가 적혀 있다.


한중수가 J를 통해 상상한 핍은 활달하고 자유롭고 밝고 천진한 노인이었으나 그의 앞에 있는 핍은 음침하고 침울한, 밤에도 불을 켜지 않는, 흡사 겨울잠을 자는 짐승처럼 보였다. 조카 J를 언급해도 시큰둥해하며 원한다면 남는 방에서 묵든 말든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는 핍은 아픈 나야를 돌보기 위해 병원에 간다.


한중수는 핍이 한때 운영했던 피쿼드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한 남자. 선교사였던 그는 자신과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아주 먼 과거에서 부터 날아온 해임 통지서로 인해 선교사에서 해임되었고, 그때문에 글을 쓰고 있으나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어느날 피쿼드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쇼크를 일으켜 캉탕병원에 실려온 한중수. 그를 병원에 데려간  이는 해임된 선교사 타나엘이다.


컨설팅 강사인 한중수는 머리에서 사이렌 소리가 맹렬히 울려 더이상 강의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스트레스와 과로가 원인이라고 했지만 물리적인 치료와 투약을 해야하는 병은 아니었다. 스물한 살에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빚과 우울증 환자 어머니였다. 그는 미친 것처럼 필사적이고 전투적으로 살면서 한순간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죽기 직전에, 캉탕으로 온 것이다.


병원에서 나오면서 핍을 발견한 한중수는 그를 뒤따라가 아픈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에 가슴에 무언가 꽉 차는 느낌을 받는다. 글이 써지지 않는 타나엘은 한중수를 대상으로 말을 하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타나엘의 젊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선교사가 된, 그리고 선교사에서 해임된 까닭을 이야기한다.


어느날 나야의 생일 파티를 위해 장을 보고 집을 정리하고 한중수를 초대하는 핍은 밝고 들떴다. 다음날 한중수의 기대와는 달리 집은 여느날과 다름없이 지나치게 고요하고, 다시 하루가 지나 한중수는 마을에서 멀찍이 떨어진 해안에 앉아 있는 핍을 본다. 그는 캉탕 축제의 마지막날, 나야는 3년 전에 죽어 해안이 바라보이는 언덕에 묻혀있음을 알게 된다.


축제의 마지막, 파다가 물에 뛰어든다. 바다에 뛰어든 파다는 모두 서른세 명, 그들 가운데 타나엘이 포함 되었다. 그러나 타나엘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  □  □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등장인물들이 안주하지 못하고 떠다닌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과거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몸무림치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학교에 다닐 수 없을만큼 가난해 열여섯 살에 남의 집 머슴으로 들어가 열아홉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을 나온 핍. 그에게 삶의 의욕을 키워준 유일한 행위는 독서였고 '모비 딕'에 홀려 바다로 나가 세이렌(나야)의 노래소리에  끌려 캉탕에 몸을 던진 최기남 핍. J가 기억하는 (생서조림을 하고 보쌈을 만들어 내며 활달한) 핍은 나야가 죽으면서 사라졌다. 파다가 되어 캉탕에 몸을 던져 구원되었지만, 나야의 죽음으로 육신만 살아남은 최기남은, '모비 딕'에서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된 후 정신이 온전하지 않게 된 핍과 같은 선상에 있다. 


190.
"나는 죽은 사람이야. 죽은 사람은 움직일 수 없지. 나는 여기서만 산 사람이야. 여기는 죽은 내가 사는 곳이야."



젊은 시절 고향에서 한 여인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온 후 오랜 세월이 지나 그녀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유력한 살해 용의자가 되어 선교사에서 해임된 타나엘은 캉탕에서 소명서를 쓰는 중이다. 그러나 비록 그녀를 직접 살해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 가했던 잘못이 떠오르면서 글을 쓰지 못한다. 대신 그가 찾은 방식은 한중수에게 말로써 글을 쓰는 것인데, 기록으로 남는 글이 아닌 언어는 휘발된다는 사실에 선택했지만 이는 타나엘에게 고해성사처럼 되어버리고 오히려 자신의 '죄'에 대면하게 된다. 이는 희생자로 뽑힌 파다가 바다에 뛰어듦으로써 구원자가 되는 것처럼 타나엘은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파다가 된다. 



타나엘의 고백을 들으면서 내면 가장 아래에 깔려있던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마주하는 한중수. 노름꾼 아버지를 인간 이하로 여겼던 것, 칼에 찔려 죽어가는 아버지를 방치한 것, 그 누구에게도ㅡJ에게도ㅡ말하지 않았던, 그래서 자신을 노려보는 아버지의 시선을 느껴왔던 것을 직시한다. 그 또한 파다가 되어 캉탕으로 흘러든 것이다. 


65.
캉탕은 익숙한 언어로부터 자기를 숨기기 위해 핍이 택한 장소가 아니었을까. 그 질문은 곧바로 그 자신을 겨냥하고 날아왔다. 핍이 자기를 마뜩잖아 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가슴이 서늘해졌다.



'죄'와 '구원'의 근원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정도의 차이일 뿐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고, 구원받고자 한다. 철학이, 문학이,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이 명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고 완벽한 해법이 없기 때문일테다. 이러한 반복된 과정을 통해 인류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214.
바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고백들이 저 견고한 침묵 속에 묻혀 있는 것일까. 바다가 저렇게 검푸르고 탕탕하고 깊고 아득한 것은 그 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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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살인법
저우둥 지음, 이연희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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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대만 작가입니다.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책소개에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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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티튜트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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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죽어서 여길 탈출할 수 있으면 좋겠어. 


두 건의 사고로 사직을 한 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전직 경찰 팀 제이미슨. 지인이 추천해준 사설 경비직으로 취업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하던 중 우연찮게 변두리 작은 마을 듀프레이에서 야경꾼으로 일하게 된다. 한동안 그의 업무 능력을 지켜본 보안관 존은 팀에게 정식 경찰직을 제안한다. 



□ □ □  



감성과 이성, 정서, 기억력, 무엇 하나 빠진 것이 없는 열두 살 천재 소년 루크. 루쿠는 영재학교에서도 천재성을 인정받아 SAT시험을 치르고 부모와 함께 행복한 마음으로 대학 입학을 기다리던 평범한 6월 어느날 한밤중에 자다가 납치를 당한다. 뒤늦게 출동한 경찰은 살해당한 부부를 발견하고 사라진 어린 아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루크를 찾는다.


루크가 눈을 뜬 곳은 '시설'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특별한 능력ㅡTP(텔레파시)와 TK(염력)ㅡ이 있다고 여겨지는 아이들을 '징집'해 실험과 훈련을 시키는 곳이다. 루크는 운영자 식스비 부인으로부터, '앞 건물'에서 주사를 통한 실험과 육체적.정신적 점검을 지속적으로 받은 후 보통 3주가 지나면 대개 '뒷 건물'로 보내져 최장 6개월 동안 특정 임무를 수행하고 그 이후에는 기억이 삭제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을 듣는다.


'징집'된 아이들은 굴욕감을 자극하는 가혹한 실험 및 점검과 훈련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명령을 어기면 잔인한 처벌을 받고, 외부 세계와는 전혀 접촉할 수 없으며 모든 의례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아이들이 유일하게 친절하다고 믿었던 청소부 모린의 비밀. 그러나 그녀에 대한 루크의 진심어린 걱정과 조언으로 모린은 루크에게 암시를 보낸다.


가벼운 TK라 여겼던 루크. 그러나 그들은 TK와 TP를 연계할  수 있는 실험을 하고 있었고, 루크는 가능성이 있는 실험체였다. 그들의 폭압적인 실험에도 불구하고 루크에게서 TP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루크는 자신이 TP가 가능해지고 있음을 안다.


며칠이 지났을까. 잔혹한 검사는 계속되고 그 사이 영웅같았던 니키와 부드러운 맏이 역할을 해주던 칼리샤가 '뒷 건물'로 끌려갔다. 루크는 감시자들 몰래 다크앱과 유사한 그리핀 사이트를 통해 외부 세계로 접속하고 자신의 부모가 피살됐음을 알게 된다.


'뒷 건물'로 끌려간 칼리샤, 절대적 TP 능력을 가진 에이버리, 비록 초능력에서는 '분홍색'이지만 다른 방면에서 천재 능력자 루크.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으로 소통하기 시작한다. 루크는 칼리샤가 에이버리를 통해 전달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간파하고 자신들을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지 알아낸다.


루크가 TP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과 검사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뒷 건물'로 보내질 날도 임박했다. 루크는 이제 탈출을 하고자 한다. 아니면 죽든가.








국제 정치에서 열강국의 우위를 지키고 자신들의 이익대로 세계를 조정하고 싶어하는 권력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시설'. 초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감지된 아이들을 납치해 '국가를 위한 봉사'라는 명분으로 고문과도 같은 악랄한 실험과 검사를 반복하고 복종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폭력을 가하며 테러에 사용할 무기로 개조한다.


이 설정을 읽으면서 무심히 지나칠 수 없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와 2차대전 당시 인체 실험에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과 인간만을 위한 동물실험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 혹은 국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발상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절대 악'으로 보여지는 그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다수결의 원칙은 바꿔말하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 그 '소수'는 대체로 약자들임을 감안한다면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는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암암리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1권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 처음 등장했던 팀과 루크의 조우가 예상된다. 1권에서 팀의 조력자가 모린이었다면 2권에서는 팀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부모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루크가 정치적으로 얽혀 있는 '시설'의 존재를 외부 세계에 어떻게 알릴 것이며, 실험체로써 고문을 받고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구출할 것인지 궁금증이 크다. 팀과 루크의 환상적인 케미를 기대해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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