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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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럴 오츠의 고딕 스릴러는 공포라는 경계를 가뿐하게 넘어선다. 미출간 소설집이라니 안 읽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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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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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사건으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의도치 않게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된 루이즈, 전쟁터에서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인간의 민낯과 인간이 갖는 다양한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가브리엘(과 라울과 페르낭), 그리고 사기꾼 데지레. 소설은 이들의 관점을 교차하며 서술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1940년 5월 독일의 벨기에 침공 시점을 본격적인 소설의 시작으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소설은 전선이 아닌 프랑스 내부 상황에 집중한다. 파리 탈출, 탈영병, 정치 및 사상범, 피난민, 부족한 보급품과 굶주림, 그리고 세대를 이어 전쟁 중에도 계속되는 삶과 그 안의 인간군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이 중반부에 이르도록 가장 궁금한 점은 도대체 의사 티리옹은 루이즈에게 왜 그런 부탁을 했으며, 굳이 알몸의 그녀 앞에서 자살한 것일까? 그리고 그의 아내는 검사로부터 끈질기게 고소하라는 제안을 물리치고, 그것도 모자라 남편이 루이즈에게 지불하기로 약속했다는 거금 1만 프랑을 왜 돌려받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며, 심지어 호텔의 손해 배상까지 모두 해결해 주었다. 도대체 왜? 이 의문에 그토록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있을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나.  


ㅡ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들의 공간적 배경과 입장 차이와 이에 대한 구성 방식이다. 소설의 중후반에 이를 때까지 그들의 관계를 전혀 짐작할 수 없고, 그들은 서로 만난 적도 없는 사이다. 루이즈는 파리 도심의 민간인, 가브리엘과 라울은 전쟁터의 병사, 데지레는 보도를 담당하는 공보국 직원에 위치에서 시작한다. 
(소설 막바지에 그들이 만나는 장소는 참 의미심장하다.) 


시간이 흐르고 전쟁이 긴박해지면서 그들은 각각의 공간에서 때로는 교차하고 때로는 엇갈리며 공간을 이동하고, 동시에 각자가 처한 입장을 대변한다. 특히 전쟁터 한복판에 있는 세 인물(라울, 가브리엘, 페르낭)의 관점과 데지레의 관점을 교차하면서 보여주는 장면은, 실제 전선의 상황과 프랑스 정부가 언론 및 시민에게 보도하는 내용이 상이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정부의 거짓 선전과 대국민 가스라이팅을 절묘하게 비판하고 있다.   


즉 독일의 나치뿐 아니라 역사 안에서 어느 나라에서든 있어 왔던, 그리고 현재에도 애용되고 있는 가짜 뉴스와 국민을 상대로 한 언론 사기극에 대해 일갈하고, 더불어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는 이러한 행태를 꼬집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하여 떠돌이 사기꾼에 불과한 데지레가 재미삼아 벌이는 사기 행각이 오히려 정부보다 더 가까이에서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고 씁쓸하다. 또한 아비규환의 지옥같은 세상에서 사기꾼 데지레가 만들어낸 세상은 천국과 다름하지 않다. 전쟁으로 국토는 초토화되고 대다수 국민들을 거지로 만들었는데, 정작 정부도 신도 아닌, 진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기꾼이 만들어놓은 천국이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ㅡ 


데지레는 대중이 듣고 싶은 말만 했고, 권세가들이 믿고 싶은 말만 했기에 콩티낭탈 호텔에서 그의 인기와 신뢰는 하늘을 찌를듯 했다. 나눔과 기부를 빌미로 인근 농가의 식료품과 가축들을 갈취하다시피했고, 유려한 말솜씨로 군 의료 트럭을 피난민들을 위해 끌어왔다. 알리스와 세실 수녀는 그가 진짜 사제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고통받는 이들이 필요한 것을 가져왔다. 그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데지레가 가는 곳은 당시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민의 눈을 가린 정부, 외국인과 이방인에 대한 혐오의 현장에 사기꾼 데지레가 활개를 친다. 그런데 독자는 사기꾼인 데지레를 비난할 수 없다. 



티리옹, 이토록 무력하고 비겁한 사람이라니. 그로인해 몇 사람의 인생이 망가졌는지. 책장을 넘기고 인물들의 서사가 이어질수록 그에 대한 원망이 깊어졌더랬다. 20년을 넘게 남몰래 지켜본 순애보에도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더라.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인물은 레스토랑 주인 '쥘'이었다. 별거 아니라는 듯 무심한듯 다정한듯 루이즈를 챙기는 쥘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 곁에 쥘 아저씨가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고통에서 시작된 루이즈의 여정은 우울증을 앓았던 어머니에 대한 이해와 결핍된 자존감을 되찾은 치유의 과정이 됐다. 루이즈가 걸었던 그 길이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그녀도 우리도 진정한 아름다움과 사랑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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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영원 옮김 / 새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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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검은 고양이>와 대표작 <어셔가의 붕괴>를 포함한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열 작품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포의 작품은 호러와 추리 소설이면서 복잡한 구조를 가지지 않는, 독자가 의심의 여지를 가질 필요 없이 기승전결이 분명하다. 뭔가 미심쩍거나 꺼림칙한 부분이 남지 않고 똑떨어진다고 해야할까. 






 
내가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들을 몇 년의 간격을 두고 판본을 달리하면서 읽을 때마다 새삼 놀라는 것은 그의 소설에서 자행된 범죄들이 지금도 변함없이 아주 유사하게 이어져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현재 사회의 문제점과 현상들ㅡ여성 학대,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모욕과 편견, 기득권층이 휘두르는 억압, 우울증, 가정폭력 등ㅡ을 입이 아프도록 제기하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는 어느 자동차 회사의 광고에서의 달팽이가 차도를 건너는 속도보다 더디고 더디다. 

정신병원의 환자와 관리자의 위치가 바뀐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은 터무니 없는 듯 보이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강력 범죄의 양상을 그대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다. 여러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대중교통 운전자들을 거침없이 폭행하거나 게임 중독으로 갓난 아기가 굶어죽는 지경에 이르도록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부모들에 대한 기사는 이제 놀랍지도 않은 이 사회를 돌이켜보면 과연 포의 소설이 허구의 옛이야기로만 읽힐까. 


알콜중독을 핑계로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가장, 제 신경을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소시오패스, 가족력에 의한 지병을 드러내지 못해 자멸한 남매,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폭력, 신뢰의 부재, 속임수가 능력으로 인정되는 세상, 시기와 탐욕 등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공포다. 아마도 포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 공포란 인간의 주체하지 못하는 광기와 분노,오만과 폭력성이라고 말하는 듯 싶다. 

공포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누구라도 정답을 말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는 가능하면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며 관찰하고 제안하고 증언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추론의 천재 '오거스트 뒤팽'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부정을 외면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이와 같은 이유로 포의 소설이 그저 공포 혹은 추리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것일테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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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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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포시, 에르네스트 보, 치치올리나, 스텔라 테넌트, 모나 헤이더, 레니 리펜슈탈, 미셸 우엘벡, 로버트 저메키스, 백스 마틴 등 한 번쯤 들어봤거나 왠지 알 것 같지만 익숙치 않은 스물여섯 명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한 시절을 풍미했으나 지금은 잊혀진 사람들, 혹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떤 것들의 숨어 있는 진정한 창조자이거나 조력자들, 단 한번의 임팩트를 남기고 사라진 사람들, 그리고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이들 중에는 사회적.경제적으로 변혁을 일으킨 인물도 있고, 인류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알콜중독자, 인종차별주의자, 나치 프로파간다 참여자가 있는가 하면 진보와 보수, 선과 악, 성소수자 및 성차별, 장애, 우울증과 자살, 젠더, 세상을 투영하는 픽션이 갖는 자유의 한계를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이들을 통한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포르노 배우 국회의원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역사의 한 부분을 담은 창작물의 정치적 의도가 불순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성범죄가 동반한 예술의 역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ㅡ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인물은 2000년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에 매각된 아이스크림 회사 벤앤제리스 창업주인 벤 코언과 제리 그린필드다. '보살피는 자본주의'를 경영 원칙으로 내세운 이 회사는 다양한 분야의 자선 재단에 기부하고 상품 개발에도 이 원칙을 지켜왔으며, 매각 당시 매각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창업 정신을 지킨다'는 계약 조건을 고집했다. 사실 편의점을 애용하지도 않고, 아는 아이스크림이라고는 체리주빌레와 투게더가 전부인 나로서는 벤앤제리스를 처음 들어본다. 어느 편의점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당장 내일 편의점을 들러볼 요량이다. 


모나 헤이더 편을 읽으면서 몇 년 전의 젠더 관련한 책을 읽은 독서모임이 기억났다. 이때 히잡에 대한 얘기가 오갔는데, 대체로 히잡이 여성 억압의 도구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으나 한 회원이 선택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다른 의견을 냈다. 이에 히잡, 특히 니캅이나 부르카를 선택할 여성이 얼마나 될 것이며 설령 선택이라고 해도 이것을 벗고 일상 생활을 한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과연 자발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냐며 강경하게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회원이 있었다. 문화적 측면과 젠더적 측면.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냐에 따라 얘기의 방향이 달라지지만, 두 사람의 팽팽한 주장은 그날 결말이 나지 않았다. 히잡을 착용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관습에 따라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학습(세뇌)되었다는 전제가 있어서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 문제의식을 느껴야 하는 것은 그들 본인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전제 되어야 외부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이렇게 얘기했다가 너무 안일한 대응이라고 한 소리 듣긴했지만). 


ㅡ 


사실 각 인물마다 대여섯 장 정도의 분량을 할애하고 있어서 해당 인물에 대해 굉장히 심도있는 접근을 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저자는 가볍게 던지듯 얘기하고 있지만 독자는 제법 묵직한 무게감을 안고 생각하게 된다(묘한 재주이자 능력이다).  


저자의 생각이나 의견에 다른 입장을 가진 독자도 있을 것이다. 반대 급부도 이 책의 매력이다. 기대 이상의 재미진 독서였다.  


그리고 새삼스러운 깨달음 하나. 디터 람스의 'Less, but better'는 디자인 원칙을 넘어서 우리의 삶에 대한 태도에 적용해도 가치 있는 원칙이 될 듯 하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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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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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인의 시풍과 천경자 화가의 화풍. 언뜻 색깔이 전혀 다르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1958년 판본의 표지를 보니 왜 이 콜라보가 조화로운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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