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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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 오테사 모시페그


1964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일주일 앞둔 금요일.
스물네 살 아일린 던롭은 X빌에 살고 있고 십대 소년들을 위한 민간 청소년 교정시설인 무어헤드에서 비서 업무를 맡고 있다.

어머니는 아일린이 열아홉 살에 돌아가셨고, 언니는 건너 건너 지역에서 어떤 남자와 동거 중이며, 아버지는 전직 경찰관으로 교회를 갈 때를 제외하면 술로 세월을 보내는 알콜중독자다.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언니 사이에서 편애를 당했던 아일린. (정작 술꾼 아버지의 뒷치닥거리는 언니가 아닌 자신이 하고 있건만 아버지는 여전히 아일린에게 독설만 퍼붓는다.) 자신은 누구에게도 시선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자라고 여기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교도관 랜디를 짝사랑할 뿐만 아니라 스토킹까지 하고, 그를 상대로 야릇한 상상을 즐긴다. 종종 사소한 절도를 재미로 여기며, 죽이고 싶지만 죽기를 바라지 않는 아버지와 집으로부터 탈출을 꿈꾸며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언제 실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크리스마스 이브 사흘 전 월요일.
무어헤드 교도소에 새로 부임한 교육국장 리베카. 아일린은 자신과는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다른 리베카를 본 순간부터 그녀를 동경하게 된다. 리베카의 친근한 말 한마디 한마디와 사소한 몸짓, 행동에도 혼자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아일린. 이제 아일린의 눈에 짝사랑 랜디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리베카만이 존재한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하나 뿐인 친구다.

급속도로 친해진 두 여인. 리베카는 아일린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그 초대로 인해 아일린의 운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일흔 살이 넘어 노인이 된 아일린이 자신의 운명을 바꾼 50년 전, 일주일 동안을 회상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젊은 시절 현관문 열고 나올 때마다 두꺼운 고드름이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져 죽게 되는 상상을 하지만 아일린은 늘 살고 싶었다. 아버지를 죽이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지만 아버지가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X빌을 떠나고 싶지만 용기가 없다. 자신을 조롱하는 직장 동료들에게 욕설을 날려주고 싶지만 그저 삼킬 뿐이다.

아일린은 누구에게도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을 받은 적이 없고 누구와도 마음을 나눈 경험이 없다. 그래서 사랑이든 연민이든 그러한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저 대상을 이상화하고 동경할 뿐이다.

유년시절의 정서적 결핍이 이십대의 아일린을 만들었다고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큰 결핍을 겪었음에도 문제 없이 어른이 되는 이들도 있고, 보통의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도 성향에 따라 많은 갈등 요소를 안고 살아간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태도, 나약한 자신의 한 부분을 꽁꽁 싸매어 내면 깊숙한 곳에 숨기기도 하는, 제일 마음 편한 사랑이 짝사랑이라고 하니 한번쯤은 해봤음직한, 닮고 싶은 누군가가 있었던 경험.

스물네살 아일린은 방황하고 갈등하는 청춘의 단면 단면을 모두 끌어안고 있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아일린을 지켜보는 독자는 불편하지만 비난할 수 없지 않을까. 조금은, 아니면 살짝, 기억 속 한 귀퉁이에 있는 누군가의 한 때가 떠올라서.


[소설 속 문장]
17.
나는 누구에게도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여자애였다.

36.
세상에 나와 같은 이들, 다들 흔히 하는 말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몰랐다. 게다가 소외되고 총명한 젊은이들이 으레 그렇듯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지구라는 이 이상한 행성의 생물체로 존재한다는 것의 기이함을 의식 또는 인식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쓸쓸했다.

171-172.
X빌에 사는 젊은 여자였을 때의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만큼 깊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몰랐다. 누군가의 고통이 내 고통에 탐닉할 기회를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누구에게도 공감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서 발달이 심하게 지체되어 있었다.(...) 내 가슴이 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아파야 하나? 갇혀 있고 고통받고 학대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였다. 진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오직 나.

229.
아버지가 보기에 내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는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 딸의 의무가 아닌 무언가를 하는 것이었다. 나만의 의지가 있다는 증거는 최고의 배반으로 간주되었다.

310.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건, 왜 어머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313.
다 지나고 나면 누가 누구보다 더 힘들었는지 헤아리기 굉장히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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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위엄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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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위엄(상)ㅡ민들레 왕조 연대기 1부>
- 켄 리우

다라 제도의 일곱 신과 티로 7국.
키지(밍겐 수리) 신의 자나, 투투티카(금붕어) 신의 아무, 루피조(비둘기) 신의 파사, 타주(상어) 신의 간, 루소(바다거북) 신의 하안, 피소웨어(늑대) 신의 리마, 그리고 카나와 라파(까마귀) 쌍둥이 신의 코크루.

본섬에서 떨어진 자나국. 자신들을 은근히 멸시하고, 본섬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6국을 정복하기 위해 자나의 레온 왕자가 일어섰다. 정복 전쟁의 성공으로 본섬은 자나국에 머리를 조아렸고 다라 제도는 '자나 제국'이, 레온은 절대지존 렌가(황제) 마피데레가 되었다.

마피데레 치세 말기.
황제는 병약해졌고, 숨죽여 복수와 권력을 노리던 자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친구이자 충신이라 믿었던 시종장 피라와 크루포의 배신을 시작으로 6국의 왕들과 백성은 반란을 시작한다.

이 거대한 역사의 두 인물, 쿠니 가루와 마타 진두.
민들레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쿠니, 국화처럼 기품있고 우아하며 자신의 신념이 곧은 마타.

목적지는 같았으나 지향하는 바가 달랐던 두 사람. 서로 다른 신분과 환경, 각자 어깨에 얹혀 있는 다른 소명과 무게감. 납득은 안되지만 이해하려 노력하며 허심탄회하게 술을 나눴던 의형제.

멸망이 보이는 자나 제국. 그 이후에 6국은 어떤 형태로 분리되고 자국의 이득을 위해서 어떤 행보를 하게 될까. 그리고 두 영웅은 어떤 선택을 할까.


'한나라' 왕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작가.
'초한지'를 골격으로 하는 이 소설은 <민들레 왕조 연대기 3부작> 중 1부 1권이다. 고대 중국 역사에 SF 판타지와 신화적인 요소까지 함께 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한 마디로 단정지을 수 없을 만큼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쿠니의 진가를 알아 본 지아, 가장 낮은 하층민으로 대변되는 미로 형제, 마타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 핀, 긴 세월 복수의 칼을 갈아 온 피라, 운명을 거스를 수 없었던 키코미 공주, 시작은 원대 했으나 자신의 그릇을 넘지 못했던 후마, 시종보다 못한 어리석은 어린 왕 에리시, 그리고 글로벌 자나 제국과 자신의 영생을 꿈꿨던 마피데레.

이 등장인물들과 속도감 있는 스토리로 재미면에서 빠지지 않는다. 책을 펼쳐서 오른쪽 두께가 점점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로.

<종이 동물원> 이후로 나에게 있어 챙겨보는 작가가 된 켄 리우의 대하 3부작 소설. 전작이 워낙 좋았기에 큰 기대는 안하리라 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는. 2부 출간을 기다린다.



[소설 속 문장]


48.
마피데레 황제의 죄는 자연을 거스른 것, 우주 자체의 비밀스러운 작동 방식을 거스른 것이었다.

86.
"우주는 적이 될 운명인 것들을 친구로 맺어주길 좋아하나 봐요." (지아 마티자)

103.
"무기를 빼앗아 봤자 평화는 오지 않아. 인간들은 몽둥이로 돌로 싸울테고, 그것도 없으면 이와 손톱으로 싸울테니까. 마피데레가 불러온 평화는 두려움 덕분에 유지도는 것일 뿐이야. 썩은 가지 위에 지은 둥우리처럼 위태로운 평화지."

109.
"인간들은 그 교훈을 몇 번이고 거듭해서 배웠지만.... 제대로 기억하는 것 같지는 않아."

164.
운명이란 돌이켜보면 우연의 연속이 아니던가?

270.
"자기만의 인생보다 행복한 것은 없단다.(...) 그런 삶은 남이 적어 주는 대로 말하고 남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삶보다 훨씬 행복한 법이야. 너는 절대로 야망을 품지 말거라."
(리마의 왕인 지주의 아버지)

282.
만약 그들이 황릉 공사장이나 해저 땅굴 공사장에서 에리시 황제를 위해 하던 것과 똑같은 일을 한다면, '반란군'이라는 이름이 왜 필요한가 하는 궁금증이었다.

313.
진실은 남에게서 들은 세상이 아니라 실제로 뛰어든 세상에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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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위 게임 - 불평등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마이클 슈왈비 지음, 노정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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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바위 게임>
부제 : 불평등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 마이클 슈월비


26-27.
'심한 불평등의 기준은 무엇인가' (...) 누군가가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 이상을 누리고 있을 때 다른 이들은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 언제라도 불평등의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은 어떠한 이들이 삶을 즐기고 인간으로서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반면, 그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다른 이들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함의한다. 나는 적절한 생활수준, 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기본적인 인권의 일부로 여긴다. 불평등으로 인해 이러한 권리가 부정된다면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불평등의 관점을 사람들이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통제하고 있는 자원의 종류와 그 힘에 따라 그렇게 가진 자원을 누구를 위해 사용하는지, 누구 때문에 갖게 되었는지, 누구와 함께 나누는지를 살펴야한다고 말한다.


1장. 불평등의 뿌리
불평등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결과이다.
불평등의 역사는 한참을 거슬러 농업혁명까지 올라간다. 잉여 생산물이 생기면서 시작된 불평등은 '착취'를 근본으로 한다. 이후 '계급'이 생기면서 불평등은 심화되고 인종과 젠더라는 사회적 구성물을 만들어 위계 사회를 만들었다.

p75
'인종'은 정치적 개념이다. 인종이라는 정치적 개념은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강화하기 위해 발명된 신화라고 보는 것이 최선이다.(...) 인종을 구분하는 행위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인종화racializing''라는 용어가 보다 적절할 것이다. 인종화라는 용어는 우리로 하여금 인종이라는 것이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이들을 규정짓고 대접하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p78-80
'남자'와 '여자'라는 범주는 인간이 언어를 통해 만들어 낸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완전히 다른 집단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분명한 창작물이다.(...) 만약 사람들을 남성과 여성 혹은 여자와 남자로 분류할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면, 또는 이러한 범주가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적어도 우리가 아는 식으 젠더 구분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종과 젠더를 신체적(생물학적)으로 구분 짓지만, 이러한 분류의 기준은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 지배세력이 생물학적 근거로 서열을 매기며 고착화시켰다는 점은 역사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2장. 야바위 게임
사회적 제도는 가시적인 논리 혹은 게임의 규칙에 따라서 움직이지만, 그 법칙은 중립적이지 않고 다양한 집단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러한 규칙들이 중첩되는 가운데 사람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불평등이 빚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p94
규칙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즉 규칙이란 다른 이들과 갈등을 빚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관념의 집합체다.

우리는 규칙이 만들어지고 적용되는 조건에 의해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공정함이 모든 이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현혹되어서도 안된다. 규칙이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한 이들에게만 더 유리한 결과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체적 사례들이 미국내 제도를 바탕으로 두고 있어 우리나라 실정과는 다소 차이(용어, 법 등)가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에 있어서 큰 괴리는 없다.)


3장. 아홉 식구가 사는 골짜기 (이야기)
하나의 시대를 넘어서 실제 세계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아홉 식구가 사는 골짜기' 이야기에는 Heng부족, Haah부족, Ji부족이 등장한다. 공평하게 나누며 살던 세부족의 골짜기에 약탈자가 침략한다. 세 부족이 숨겨놓은 금을 빼앗기 위해 약탈자 왕은 Heng부족의 젊은이를 잡아 협박한다.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구하려면 금을 숨겨놓은 곳을 말하라고.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금의 위치를 털어놓는 젊은이. 그는 자신의 부족의 몫인 금을 다른 곳에 숨겨놓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차등 없이 공평하게 가진 것을 나누며 살던 골짜기에는 변화가 생긴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진실을 더 일찍 털어놓지 않았던 젊은이의 죄? 진실을 믿지 않은 혹은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외면했던 후손들의 뻔뻔함? 거기에 Heng부족이 차별이 생긴 원인이 다른 두 부족의 무능려과 게으름이라고 비난하는 적반하장? 아니면 처음부터 정의롭지 못했던 젊은이의 이기적인 행동?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면밀히 생각해 볼 일이다.


4장. 상상력에 족쇄를
사람들은 선택을 하지만, 그들 스스로의 뜻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그 결과를 온전히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상상력을 억누르는 것은 불평등을 고착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사람들이 조작된 게임에 순응하도록 하는데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불평등의 재생산에 대해 익숙해져있을 뿐만 아니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이는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득을 보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함을 의미한다.

'공정한 게임'이라는 틀에 갇혀 실제로 기초부터 공정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의심하지 않는다. 더구나 게임에서 진 사람에 대해서는 그 원인이 자신 스스로 조차도 개인의 무능력으로 몰아간다.

p192-193
지배적인 집단의 관점을 차용하여 그들 자신을 열등한 타자로 간주할 때, 사람들은 일종의 내재화된 억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성취 이데올로기가 조작된 게임과 결합하면, 사람들은 패배했을 때 자신을 탓하게 되고 무력감과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이들은 일종의 내재화된 억압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정규교육 과정과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 속에서는 대안을 다루지 않음으로써,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안에 대해 알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다.

사람들은 그동안 좋은 지도자를 뽑는 것을 중요한 일로 여겨왔다. 그렇다면 지도자가 없는 세상은 어떨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도자는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p205
새장 밖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탈출은 무의미하다는 현실 정의를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탈출의 첫걸음이다.

p210
저임금을 설명하기 위해 '시장'을 들먹일 때,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상대적 권력 차이는 은폐된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자본가들은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게임의 규칙을 설정할 수 있으며 착취의 상한선과 하한선 역시 제시할 수 있다.

결국 현 시대의 권력은 미디어와 인터넷 등(국민의 상상력을 원하는대로 차단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자원을 얼마나 소유하냐에 따라서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5장-6장. 행동을 규제하라.
지속적으로 불평등을 생산해내는 조작된 게임은 사람들을 불행하고 분노하게 만들고, 그들은 대체로 저항하며 조작된 게임을 교란할 방색을 모색한다.
책임의 그물과 지는 쪽에 걸도록 만드는 속임수가 없다면, 야바위 게임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없다.

피억압자들에게 외부에 구성된 책임의 그물까지 끌여들여 도덕적 책임감으로 억압한다.

p307
지배적인 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이미 만들어진 약탈적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라고 책임 의식을 고취시키는 일이 벌어진다.(...) 다른 집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 이득을 주는 기존의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그들의 정체성의 근본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7장. 라니아 O와의 인터뷰
2084년에 98세가 된 라니아를 학생들이 인터뷰한다는 가상의 내용. 2000년 이후에 발생한 사건들을 조모조목 짚어가며 끊임없이 이어진 불평등의 재생산에 대해 말한다. 라니아의 인터뷰가 독자에 따라 비관적으로 혹은 낙관적이라 볼 수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변화하는 환경을 두려워하면 우리는 불평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8장. 불평등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완벽함이 아니라, 현재 불평등을 공고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이해하는 순간 훨씬 더 실현 가능해질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할까? 타자를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 모순을 향해 '왜?'라는 질문을 던질 것,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가치들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추구되어 지는지 고민할 것, 연대를 통해 스스로와 사회, 문화를 바꿀 것.


이 책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타의에 의해 불평등의 굴레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를 새삼 짚어볼 수 있었다. 요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성적 이상으로강조하는 것이 창의력(상상력)이다. 이는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덕목은 아닌 듯 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감과 연대를 이뤄야할 사람들은 정작 어른들이다.



모든 신비로운 부의 이면에는 망각되어버린 범죄가 있다.
/ '고리오 영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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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그리고 테오 - 반 고흐 형제 이야기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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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테오가 없었다면 이 세상에 빈센트도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 평전을 보여지는 삶과 죽음, 인상에 의존하지 않고 확실한 기록과 세세한 정보에 기반을 두어 왜곡되지 않게, 빈센트의 모습을 최대한 선명하게 그려내겠다고 했다.

목사 집안에서 태어나 사산된 형의 이름을 물려받은 빈센트 반 고흐. 국립중학교 재학 시절 성적이 우수함에도 중퇴하고 화랑 하급 견습생, 물품 창고, 영업.회계 일 등을 거쳐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목사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전도사가 된다. 중산층의 삶을 버리고 스스로 극빈자가 되어 건강을 망치면서까지 가난한 이들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는 것에 보람을 느끼지만, 이것이 종교적 열정이 아닌 타고난 정신질환의 증세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스물 일곱살 나이에 화가의 길로 들어선 빈센트. 그는 독서와 예술을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그 앞에는 빈곤한 현실이 늘 눈앞에 있었고, 그 구멍을 채워준 동생 테오를 의지하고 사랑했다.

스물 세살 나이에 구필 화랑 총매니저가 되며 승승장구하는 테오. 하는 일마다 중도에 접고 갈피를 못잡는 빈센트. 이십대 두 형제는 위로와 갈등, 화해를 반복하고 둘의 연대감은 더욱 단단해진다.

빈센트는 경제적 지원과 사실상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동생 테오에게 갖는 강박적인 부채감과 가족에게 공헌하고픈 마음으로 그림을 하루라도 빨리 잘 그리고 싶었고, 잘 팔리는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바랐다. 그래서 드로잉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노력파였다.

삼십대 중반을 넘기면서도 여전히 작품이 팔리지 않는 화가로서 빈센트는 테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에 대해 미안하면서도 또 돈과 물감을 부탁해야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하지만 그에 대해 테오는 형에게 그림을 파는 일이나 돈 문제는 자신에게 있어 늘 달고 사는 지병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아버지가 급사하고 테오는 자신의 수입에서 15%를 빈센트에게 보내고 있고, 어머니의 생활비 뿐만 아니라 두 동생에게 돈을 보낸 적도 있다고 하니 테오의 부담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형에게는 건강과 그림에만 신경쓰라고 하다니...

빈센트는 자연에 나가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마음이 편했지만 그에게 깊은 울림의 주제는, 그에게 '무한 감각'을 주는 초상화였다고 한다. 조카를 위해 그렸다는 아몬드 나무를 보면 빈센트의 그림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밝은 색감이 눈에 들어온다.

그의 그림과 이름이 1년만이라도 일찍 회자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테오도 여러모로 여유가 생겨 자신의 몸을 돌볼 틈이 있었다면... 오랜 세월이 지난 이후 빈센트 죽음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형이 죽기 전부터 테오의 건강 상태가 최악이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아마 빈센트가 테오의 죽음을 마주했더라면 그의 자책감도 엄청났으리라. 빈센트의 죽음도 안타깝지만 테오의 마지막 6개월 동안은 빈센트의 죽음 이상으로 안티깝다. 형제를 모두 아꼈던 테오의 아내 요안나의 상실감이 느껴진다.

강한 여인 요안나. 서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빈센트의 그림도 존재하지 않았겠지만 요안나가 없었다면 후대는 빈센트의 그림을 마주할 수도, 이들의 서신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테오 사후, 빈센트의 그림을 관리하고 가족의 서신을 책으로 출간한 사람. 고흐 형제에게 있어 서로만큼이나 그 둘을 이해하고 보듬어준 여인이다.

아버지와 테오, 가족을 사랑했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준데르트를 죽을 때까지 그리워했던 빈센트. 성향은 다르지만 삶에 있어 많은 부분이 닮았던 빈센트와 테오. 그들의 남다는 연대감과 애정, 그리고 삶의 궤적으로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도 책을 한동안 안고 있어야 했다.






[책 속 문장]



106.
'누구보다 슬프지만, 늘 기뻐하기를 쉬지 않으심.'
(빈세트가 예수님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괴를리츠가 빈센트를 바라보는 시선)

137.
"내가 참말로, 너에게 혹은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짜증을 불러일으키거나 부담이 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껴야 한다면, 또 그래서 하릴없이 내 자신이 너에게 불청객이나 사족이 된 기분이 되어 차라리 내가 없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난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될거야." (빈센트)

145.
지금 그는 '머리 위를 막아 줄 지붕도 없이, 휴식도 먹을 것도 피신할 곳도 찾지 못하고, 거기다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가망도 없는 상태로, 아득한 먼 곳을 향해 부랑아처럼 터벅터벅 걷고 또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173.
빈센트는 이상화 된 여인을 그리지 않고, 그의 눈에 보이는 여인의 모습운 그대로 그렸다. 진짜 사람을 그려 넣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이에게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왠지 그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녀느 시엔이다. (...) 테오에게 진실을 숨겨야 하는 슬픔. 그것이 바로 진정한 슬픔이다.

223.
"네 안에서 무언가가 '너는 화가가 될 수 없어'라고 말한다면, 그때야말로 네가 붓을 잡아야 할 때야. 그러고 나면 그 목소리도 잠잠해 질거야. 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함으로써 말이지." (빈센트)

240.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둘(빈센트, 테오)의 관점은 너무도 다르다. 그럼에도 여전히 빈센트는 테오의 돈이 필요하다.

258.
"아무리 세상이 위대한 학교라고 해도, 모든 것의 근본은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접해 온 가족과 함께한 생활 속에 있어." (테오)

268.
두 형제에게 보색이란, 서로 나란히 놓임으로써 서로를 보강해 주는 색을 말한다. 즉, 서로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색이다.

349.
좋은 작품, 좋은 공동체, 이는 바로 빈센트의 이상향이다.

378.
"그의 그림을 이해하려면, 먼저 기존의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만 합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사람들이 그를 이해하게 될 거예요. 언제냐고요?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테오)

387.
그의 삶은 예술이 전부이다. 가족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 자신과 테오를 위해서다. 늘 언제나, 테오를 위해.

394.
빈센트는 테오에 대한 걱정으로 속이 탄다.
테오는 빈센트에 대한 걱정으로 속이 탄다.
두 사람 다, 때로는 마지막이 가까이 왔다고 느낀다. (...)
그 두 사람은 '운명의 동반자'이다.



[빈센트 형이 없는 나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빈센트 형이 없는 나는 진정한 나라고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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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혁명적인 글쓰기 방법론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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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

읽어야지 마음만 먹던 책이였는데,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일단 어렵게 쓰이지 않아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는 방식들이라 좋았다. 누군가는 식상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식상한 것조차 실천을 못하는 사람도 많고, 기본을 지키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세상인지라... 아는 것을 다시 짚어보고 공감되는 몇 가지들을 메모해 본다.


글쓰기를 위한 연장을 신중하게 선택하라. 그렇다고 문구점에서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금물.
나는 B5 사이즈나 그보다 조금 작은 노트를 선호한다. 필기구는 HB 연필. 사실 볼펜을 썼던 기간이 긴데 나는 여전히 연필이 좋다.

'첫 생각'을 놓치지 말아라. 굉장한 에너지가 들어있다.
이 부분은 공감이 많이 된다. 쓰고 난 후 고치고 고치다 보면 제자리에 와 있는 경우가 많다.

글감 노트 만들기.
읽으면서 헉! 했다. 글감, 그때 그때 생각나는 문구들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지에 기껏 적어놓고 나중에는 다 버렸다는... 작은 전용 수첩을 갖고 다녀야겠다는 생각.

세부 묘사를 이용하라. 세부 묘사는 글쓰기의 기본 요소이자 단위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종종 '이렇게까지 구체적이고 세부적일 필요가 있을까?'싶은 장면들을 만나곤 한다. 지금 되짚어보니 저자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만약 내가 읽었던 소설들의 장면들을 간단하게 몇 줄로 서술했다는 가정을 하고 상상을 해보니 그 소설을 무슨 맛으로 읽었겠는가 싶다.

저자는 글을 쓸 공간은 방 하나에 비가 새지 않고 창이 하나 있고 난방만 된다면 그만이라고 했다. 이렇게 소박한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거기에 나무 책상과 의자만 하나 있으면 끝. 나는 몇 년전 책상 하나 구하려고 오프라인 매장부터 온라인 매장까지 뒤졌던 적이 있었다. 요즘에는 시스템 가구라고 해서 무척 깔끔하면서 뭔가 그럴듯 하다. 소재는 대부분 스틸. 하지만 너무 비대해서... 맘에 드는 나무 책상 하나 사기에도 쉽지 않았다. (맘에 드는 건 가격이 어마무지... 😵)
(참고로 원서의 출간년도는 1986년이다.)

자신을 규정하는 경계를 확장시켜라.
잠시 동안이라도 그 경계선 끄트머리에서 살아 보라고 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끔은 잘 듣지 않던 헤비메탈에 영혼을 던져보기도 하고, 계획없이 운전대를 틀어보기도 하고, 책 읽기에 최적화(?) 되어 있는 나의 자리에서 벗어나보기도 한다. 소소하지만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것. 좋은 경험이더라.

자기가 쓴 글을 쓰자마자 다시 읽어 보지는 말라. 자기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기 전에는 잠시 시간을 두고 기다리라고 한다.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 말도 이해가 된다. 종종 한두달 전 일기를 읽다보면 정말 내가 쓴 게 맞나 싶을 때도 있다(여러 의미에서).

잘 쓰고 싶다면 잘 들으라는 문장에 "응?" 했는데, 읽다보니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듣자, 분석하지 말고!



20.
글쓰기는 매번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다.

39.
스스로 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을, 결코 편하게 앉아서 사탕이나 먹으며 살겠다는 핑곗거리로 삼지 말라.

62.
나는 수업 계획을 미리 세워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지는 상황에 겁먹지 않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충실하려 애쓴다. 그리고 매번 이 방법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비결이 있다면, 마음을 계속 열어 두고 있는 것이다.

67.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공교육이 저지르는 가장 끔찍한 질문은 타고난 시인이자 소설가인 어린 학생들에게서, 그들의 문학을 빼앗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문학 수업은, 어린이들에게 문학 작품을 읽게 한 다음 곧바로 문학에 '대해서'만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130.
글쓰기 속에 몰입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과 차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세상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한 몰입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균형을 잡는 데에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136.
그 대상들에게 선의의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216.
글쓰기에도 커다란 들판이 필요하다. 너무 고삐를 세게 잡아당기지 말라. 스스로에게 방황할 수 있는 큰 공간을 허용하라. 아무 이름도 없는 곳에서 철저하게 길을 헤맨 다음에라야 당신은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

223.
모범생이 되기 위한 모범생은 되지 말라. 규칙에 얽매이면 글쓰기에 필요한 '진짜 현실'이라는 반석을 얻지 못한다.


작가는 모든 소문과 지나가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책임이 있다. 이야기꾼은 이런 방식으로 인생을 배워 나간다.
/ 그레이스 팔레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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