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위대한 역사 - 출간 40주년 기념 개정판
데이비드 애튼버러 지음, 홍주연 옮김 / 까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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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40주년 기념 개정판. 말로만 듣던 책을 작정하고 읽는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는 '자연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계 전체를 조망하며, 각 군의 동물들을 그들이 처음 생겨난 때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생명이라는 드라마에서 수행한 역할의 측면에서 살펴"본다고 했다.

제1장 무한한 다양성
찰스 다윈의 이론을 간단하게 살펴보면서 동물의 역사 초창기부터 등장하는 원시 생물과 균류, 원생생물, 군체 생물 등을 짚어본다.

제2장 생명의 구성 단위
원시(해양)생물에 대해서 알아본다. 어류를 제외한 껍데기가 있는 동물, 대칭 형태의 동물, 여러 마디로 나뉘어 있는 동물 등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아주 단순한 편형동물, 몸 앞부분이 복잡한 완족류, 몸 아래쪽이 발(foot)인 연체동물, 눈이 정교한 두족류, 완족류, 피부에 가시가 돋아있고 다섯 부분으로 대칭구조를 기본 단위로 하는 극피동물, 몸을 둘러싸는 둥근 홈이 있는 환형동물, 광익류, 갑각류 등을 알 수 있다.

[재미나는 상식]
ㅡ 고해상도의 눈을 발달시킨 최초의 생물은? 삼엽충.
ㅡ 삼엽충의 친척 중 살아남은 1종은? 투구게.
ㅡ 해양 무척추동물 중 일부가 바다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번성하여 육상 동물 중에서 가장 수가 많고 다양한 동물군을 이룬 종은? 곤충.


제3장 최초의 숲
우산 이끼같은 원시적인 육상 식물부터 노래기를 잡아믹는 사나운 무척추동물, 양치식물, 양서류, 좀류, 톡토기류, (원시)곤충, 초기의 나무(엽상체), 구과식물, 세계의 외관을 변화시킨 꽃의 출현 등 육지 초기 동식물의 생식과 번식에 대해서 설명한다.

[재미나는 상식]
ㅡ 원시 육상 무척추동물 가운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세 종류는? 지네, 전갈, 거미.
ㅡ 물을 이용하기 위해 토양 입자 사이로 깊숙이 파고들어 수분층을 흡수할 뿌리를 가진 식물이 출현했는데, 현재까지 큰 변화없이 살아 남은 세 종류는? 석송, 쇠뜨기, 양치식물.
ㅡ 지금까지 발견된 최초의 날개 달린 곤충은? 잠자리.


제4장 무리의 형성
딱정벌레 같은 외골격 몸을 가진 곤충, 나비 등 탈피를 통해 성장하는 곤충, 벌꿀과 개미처럼 군집 생활을 하는 곤충들의 생식과 짝짓기, 집짓기 등을 서술한다.

[재미나는 상식]
ㅡ 가장 복잡하고 세련된 사회 형태를 이룬 곤충은? 말벌, 꿀벌, 개미.
ㅡ군대를 이룸으로써 숲속 동물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무시무시하고 장수하는 초개체는? 군대개미
.

제5장 물의 정복자
수생 동물의 변천 역사와 어류의 각 감각을 이용한 생존방식을 살펴본다. 한쪽 구멍으로 물을 빨아들여서, 벽에 가늘고 긴 구멍들이 있는 자루를 통과시킨 후, 다른 한쪽 구멍으로 배출하는 여과 섭식자를 시작으로 눈과 코, 그리고 아가미를 지탱하는 아치형 구조를 가지고 있는 턱이 없는 어류를 거쳐 턱과 이빨, 지느러미가 있는 척추 어류로 발달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또한 상어, 가오리 같은 연골어류와 부레를 획득한 후 빠른 속도를 얻은 유선형 물고기(다랑어, 청새치, 고등어 등)와 다시 갑옷을 입은 거북복, 해마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류의 후각, 시각, 청각과 그 감각들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심해 물고기들의 고유 신호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다.

[재미나는 상식]
모든 어류에게는 우리에게는 없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어류의 몸 양옆과 머리 위쪽에는 몸의 나머지 부분과 감촉이 약간 다른 선이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 선은 여러 개의 구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구멍들은 체표면 바로 아래에 위치한 관으로 연결된다. 이를 측선계라고 하며 물고기가 수압의 차이를 감지하게 해준다.


제6장 육지로의 침공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와서 육지에서 서식하는 최초의 척추동물이 된 것은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 중 하나이다. 이는 약 3억7,500만 년 전에 일어났다. 그런데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은 어떻게 물 밖에서 이동하고, 공기 중에서 산소를 얻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실러캔스와 폐어를 연구한 결과 폐어가 네발동물과 더욱 가까운 관계임을 밝혀낸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양서류(유미류와 무미류)의 진화와 번식, 양육법, 생존 방식 등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제7장 방수성 피부
이 장은 꽤 오랜 기간동안 지구를 장악했던 파충류에 대해 서술한다. 현재 파충류의 천국인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서식하고 있는 이구아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룡, 현재 남아있는 파충류들을 살펴본다. 악어, 도마뱀, 거북, 뱀 등의 번식과 생활방식, 환경에 따른 신체의 퇴화와 강화를 보면서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재미나는 상식]
ㅡ 공룡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파충류 세 종류는? 악어, 도마뱀, 거북이
ㅡ 오늘날의 파충류에서 몸집이 가장 큰 동물은? 악어


제8장 공중의 지배자
시조새 등 화석을 근거로 새의 조상을 알아본다. 조류의 가장 큰 특징인 깃털은 처음부터 비행을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공룡 멸종 당시 깃털을 가진 일부가 살아남아 조류에게 물려주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조류의 부리와 뼈의 진화, 깃털의 기능, 날개의 역할, 피부의 특성, 비행과 길찾기 및 이동, 서식과 짝짓기 등을 서술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새들우 먹이를 부숴 먹어야하기 때문에 이빨 대신 위 안에 있는 모래주머니를 이용하는데, 이는 오래 전 용각류 공룡이 사용하던 방식(위석)이다. 용각류는 공룡 중에서 대형공룡으로 분류 되는데, 이들이 새의 조상이라는 점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제9장 알, 주머니, 태반
포유류의 기원과 진화, 독특한 특징을 가진ㅡ유대류, 알을 낳는 포유류ㅡ포유류에 대해 읽어볼 수 있다. 약 2억 년 전에 완성된 형태의 포유류가 출현했다. 크기가 작고 온혈성 동물인 포유류는 대재앙에서 살아남아 공룡이 사라진 빈 자리를 채웠다.

[재미나는 상식]
ㅡ 알을 낳는 포유류는? 오리너구리, 가시두더지


제10장 주제와 변주
땃쥐, 개미핥기, 박쥐, 두더지, 고래같은 무척추동물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땃쥐류로부터 땅속에서만 먹이를 찾는 변종인 두더지가 생겨났다. 갑옷을 입고 있는 천산갑과 아르마딜로, 개미를 먹고 사는 개미핥기, 털로 된 망토에 덮여 있고 너무 특이해서 독립된 '목'으로 분류되는 날여우원숭이, 이름에 '쥐'가 들어있지만 자신들만의 혈통을 유지하고 있는 박쥐, 그리고 대표 해양 포유류인 고래 등 변주된 포유류들의 생존방식을 알 수 있다.

제11장 사냥꾼과 사냥감
초식동물이 먹이를 취하는 방법을 토끼, 코끼리, 나무늘보를 통해 이야기하고, 고기를 먹는데 특화되어 있는 고양잇과 동물들을 들어 사냥꾼들의 사냥 방식을 말한다. 또한 대규모 무리를 이루는 방식을 통해 방어를 하는 영양 등 유목 생활을 하는 초원의 동물들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생존을 위해 진화한 동물들의 생태를 알 수 있다.

제12장 나무 위의 삶
나무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다면 거리를 판단하는 능력과 나뭇가지에 매달리는 능력이 극도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과 손가락이 필요하다. 이런 물리적 특성을 갖춘 현생종은 약 200여종. 이 장에서는 여러 원숭이와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등의 집단과 생활 방식에 대해 서술했다.

[재미나는 상식]
ㅡ 현생 유인원 다섯 종류는? 아시아 오랑우탄, 긴팔원숭이, 아프리카의 고릴라, 침팬지, 그리고 인간.


제13장 의사소통을 향한 열망
유인원들이 인류 계통수의 일부라는 사실에 모두 동의하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호미닌hominin'이라는 용어를 쓴다.
현재까지 발견된 증거로 우리는 초기 인류로부터 그들이 유전적 자취를 남겼음을 알고 있다. 인류가 번성하는데 도움을 준 중요한 능력은 의사소통이다. 우리는 손가락질을 하는 유일한 동물이고 어떤 동물보다 많은 수의 독립된 얼굴 근육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이목구비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다양한 감정의 정보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예술에 대한 흥미로 이어져 수많은 벽화와 기호들이 현대에까지 전해졌다. 인류는 이러한 능력을 경험으로 축적해나가며 더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구가 인류를 위해 존재한다는 오만은 금물이다. 인류 앞에 더 진화된 새로운 객체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설혹 그렇다하더라도 인류가 자연계에서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보다 더불어 공존해야함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서는 인간의 겸손이 자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의 구실이 될 것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 자연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대부분 인재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상들이 과연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원시.고대 생물에 관심이 많아서 읽었는데, 기대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지적욕구의 충족과 사진으로 만난 눈의 호사. 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듯 하다. 물론 전공자 수준의 독자가 읽기에는 부족하겠지만, 나처럼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충분한 사람이 아니라면 쏠쏠한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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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에서 경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 좋아하는 일을 하며 10억을 버는 8가지 비밀
오하마 후미오 지음, 김은혜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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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훗카이도 하코다테에 있는 작은 디저트 가게 '안젤리크 보야지'. 메뉴는 크레이프와 쇼콜라 보야지, 두 가지 뿐이다. 크레이프의 유통기한은 30분, 쇼콜라 보야지는 수제 방식을 고집한다. 그래서 크레이프는 배달이나 포장이 불가능하고, 쇼콜라 보야지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직원은 정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 몇 명 정도다. 그럼에도 연매출은 약 11억 정도, 순이익은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단 두 가지 메뉴와 대량 생산없이 가능한 일일까? 
 
저자가 밝힌 비법 여덟 가지는,
첫째 기술지향주의를 버려라.
뛰어난 기술보다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둘째 잘 팔리는 상품 하나만 만들어라.
자신에게 잘 맞는 상품 하나를 제대로 개발하길 권한다.
셋째 한 가지 상품을 최고로 잘 만들어라.
저자는 초콜릿 뿐만 아니라 생크림에 들어가는 우유와 밀가루, 달걀, 소금의 품질, 밀가루의 비율, 토핑에 올릴 재료의 신선도, 크레이프를 굽는 기구까지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넷째 기억에 남는 상품을 만들어라. 
고객이 잊지 못할 감각을 찾아서 고객이 '다시' 가게를 방문할 수 있게 한다. 이 '다시'가 중말 중요하다.
다섯째 상품에 부가가치를 더하라.
상품의 품질을 올리는 동시에 희소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는 쇼콜라 보야지가 바람대로 소중한 선물이 되어 행복해지는 상품이 되었다고 믿는다.
여섯째 트렌드를 의식하지 마라.
유행을 일일이 따라가기 보다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상품을 성실하게, 꾸준히 판매하는 것이 긴 안목으로 봤을 때 유리하다. 자신이 만든 상품을 믿고,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곱째 시대에 맞춰 상품을 조금씩 바꿔라.
사소하더라도 중요한 개선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 섬세한 노력이야말로 가게 앞에 긴 줄이 생기는 비결이다.
여덟째 함께 하는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겨라.
'고객은 왕'입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직원을 비롯해 모든 관계자들이 왕입니다. 우리는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사람들이 맛있는 디저트를 사기 위해서만 가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을 만나고 저를 만나기 위해, 안젤리크 보야지를 찾았으면 합니다.  (p125)
 
특별한 비결은 아니다. 누구가 생각하지만 쉽게 지켜지지 않는 사항들이다. 저자는 자신의 소신을 잘 지켜온 사람이라고 보여진다.
보통 '재료'라고 쓸 때 '재'는 한자로 材(재목 재)'를 사용하지만 저는 財(재물 재)를 씁니다. 제게 재료는 材料가 아니라 財料이니까요. 재료는 정말 재산만큼 중요합니다. 그렇게 여겨야 자신이 알고 있는 최상의 맛을 손님에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p29) 
 
처음 가게를 열었을 당시 쇼콜라 보야지를 홍보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웃들에게 크레이프와 커피, 쇼콜라 한 조각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저자. 상품 개발이나 재료의 품질 등 여러 비결이 있겠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은 결국 '사람'과 '관계'라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디저트를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면서 음식을 만든다는 것. 이것보다 더 큰 비결이 있을까 싶다. 
 
가게를 운영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경영 철학이 궁금해서 읽었는데, 가게 운영을 넘어서 무엇을 하든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쓴 사적인 리뷰

보통 ‘재료‘라고 쓸 때 ‘재‘는 한자로 材(재목 재)‘를 사용하지만 저는 財(재물 재)를 씁니다. 제게 재료는 材料가 아니라 財料이니까요. 재료는 정말 재산만큼 중요합니다. 그렇게 여겨야 자신이 알고 있는 최상의 맛을 손님에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 P29

‘고객은 왕‘입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직원을 비롯해 모든 관계자들이 왕입니다. 우리는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사람들이 맛있는 디저트를 사기 위해서만 가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을 만나고 저를 만나기 위해, 안젤리크 보야지를 찾았으면 합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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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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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소설에 꽂힌 건 '정통 판타지 문학'의 부활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이영도 작가 이후 얼마만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다. 530쪽 책을 한번에 읽었을 만큼. 
 
 
절대지존 용, 그것도 야생용 빌러디저드에게 납치당한 열일곱 살 울리케.  피어클리벤 영주의 여덟 번째 딸인 그녀는 용의 한 끼 식사가 될 위기에 처하지만 당찬 교섭으로 목숨을 건졌을 뿐만 아니라 가문의 영지의 수호 협력까지 이뤄낸다. 이를 계기로 울리케는 고블린 족, 시그리드 모험단, 유랑민족 류그라, 크누드를 만나면서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고, 심상치 않은 세상의 소용돌이 안으로 발을 딛게 된다. 
 
소설은 재미에 그치지 않는다.
고블린 족의 아우케트를 통해 물리적 폭력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강요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간과되어지는 수단 역시 폭력이라고 말한다. 
 
150.
"나는 확실히 나의 형제들보다 '대화'를 중시한다. 하지만 그 대화를 폭력으로 강요한다면, 과연 내가 대화를 중시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이득과 합리를 타인에게 불합리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 아닌가?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무리 모두에게 이롭다고 해도 말이다." (아우케트-고블린) 

 
 
그리고 현재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노동 착취와 가난으로 인한 인신매매, 고용주에 의해 삶의 결정권이 좌지우지 되는 사람들은 구속되어져 있지 않더라도 노예와 다를 바 없다고 일갈한다. 
 
237.
"단순한 신체의 구속이 노예라면 죄수들도 노예입니다. 얽힌 의무와 터전의 문제라면 가난한 영민들도 결국 노예입니다. 도시에는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노예가 아닙니까? 도시의 유소년 매매상들은 인력시장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그들로부터 팔려나가는 아이들의 생은 고용주에 의해 하늘과 땅처럼 갈라지지요. 노예의 여부는 그렇게 쉽게 판단되지 않습니다." (시그리드-마법사) 

 
 
또한 윤리의식 없는 권력과 돈의 잔인함, 더하여 욕망을 채우기 위한 거짓과 이간질, 그리고 인종 청소, 유랑민족 류그라를 통해 볼 수 있는 디아스포라의 땅에 대한 절실함까지 읽을 수 있다. 
 
513.
"저는 검과 돈이 근본적으로 같은 기원으로부터 주물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둘 모두 각자 다른 두 상대가 서로의 이익을 논할 때 사용하는 도구니까요. 검보다 잔혹한 돈이 있는가 하면,  돈보다 더러운 검도 있습니다. 둘 모두 그것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그 사용자에게 충분한 기술과 더불어 어떤 도리를 요구합니다. 선과 정의에 관한 고찰이 비단 기사의 전유물은 아니지요." (쿠누드-아우셀바프의 치안판관) 
 

 
소설은 8권으로 완간 예정으로 알고 있다. 이제 고작 1권이다. 본격적인 사건은 시작도 안했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고 재밌기까지 하다. 이것을 잘 엮어내고 풀어놓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고 완간까지 힘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달리기만 해도 숨차겠지만. 
 
한 때, <해리 포터 시리즈>를 눈 빠지게 읽었다. 이후 뒤늦게(?) '반지 원정대'를, 이영도 작가의 작품을 읽어대면서 "해리 포터는 아무 것도 아니였어!"를 중얼댔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완간 될 때까지 출간을 기다리는 시리즈가 될 듯 하다.

 

 

너를 먹겠다

"나는 확실히 나의 형제들보다 ‘대화‘를 중시한다. 하지만 그 대화를 폭력으로 강요한다면, 과연 내가 대화를 중시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이득과 합리를 타인에게 불합리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 아닌가?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무리 모두에게 이롭다고 해도 말이다." (아우케트-고블린) - P150

"단순한 신체의 구속이 노예라면 죄수들도 노예입니다. 얽힌 의무와 터전의 문제라면 가난한 영민들도 결국 노예입니다. 도시에는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노예가 아닙니까? 도시의 유소년 매매상들은 인력시장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그들로부터 팔려나가는 아이들의 생은 고용주에 의해 하늘과 땅처럼 갈라지지요. 노예의 여부는 그렇게 쉽게 판단되지 않습니다." (시그리드-마법사) - P237

513.
"저는 검과 돈이 근본적으로 같은 기원으로부터 주물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둘 모두 각자 다른 두 상대가 서로의 이익을 논할 때 사용하는 도구니까요. 검보다 잔혹한 돈이 있는가 하면, 돈보다 더러운 검도 있습니다. 둘 모두 그것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그 사용자에게 충분한 기술과 더불어 어떤 도리를 요구합니다. 선과 정의에 관한 고찰이 비단 기사의 전유물은 아니지요." (쿠누드-아우셀바프의 치안판관) - P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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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의 정의로운 사전 - 정의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박일환 지음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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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에게 자유를 완벽하게 누릴 수 있도록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의 첫째 원칙이고, 가장 빈곤한 사람들의 복지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의 둘째 원칙이다. (존 롤스)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어린시절부터 평생동안 배우고 생각해야 논제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에서는 여건상 나누지 못하는 부분들이다. 선생은 교육 일정에 맞춰 진도 나가기에도 빠듯하고, 학생은 수행과 지필고사, 학생부를 채울 과외할동으로 1년내내 시험기간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니 깊이있는 대화와 토론의 부재에 대해서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싶다.

아이들에게 자유가 무엇인지, 평등이 무엇인지, 정의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딱!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 대답한다. 그나마도 시험 공부한 것이 머릿속에 남아있을 경우다. 진보와 보수, 시민,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런 걸 왜 알아야하냐는 표정이다. 거기다 환경, 윤리, 난민까지 이야기하면 식상하다고, 다 안다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이 많다. 물론 동물권이나 페미니즘 같은 각자 관심있는 분야가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체로 정치와 경제, 사회 문제에 있어서는 신경쓸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렵지 않게 쓴 사회일반 책을 만났다.
오래 전부터 인류의 중심에서 고민하는 윤리와 도덕, 정의, 자유, 평등, 인권부터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사회적 이슈인 환경과 생태, 국가와 시민, 전쟁, 진보와 보수, 경쟁과 협력, 노동 등 그리고 근래에 빼놓을 수 없는 소수자, 페미니즘, 차별과 혐오, 동물권까지 30개 키워드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함께 고민해야할 부분들을 던져주고 있다.

아주 깊이있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열네 살) 중학생 친구들과 읽고 토론하기에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10월에 중딩 친구들과 함께 할 책으로 결정했다. 중학생 뿐만 아니라 사회일반 문헌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가 읽어도 좋을 책이다.

요즘에는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서가 꽤 많이 출간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경우에는 청소년을 위한 다이제스트 형태로 출간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탐탁지 않다. 이왕이면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저자가 직접 쓴 책이 출간되기를 바란다.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기다려진다.



[책 속 문장]

24.
무엇을 어떻게 평등하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치된 답을 찾기가 어려워요. 정해진 공식이나 정답이 없기 때문인데, 그럴수록 공통분모를 찾아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요.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할 때가 많다는 걸 인정하고, 꾸준히 지평을 넓혀가야 해요.

71.
"복종을 위한 복종을 가르치는 건 가치가 없으며, 누구나 안전과 청결, 예절에 대한 고려와 충돌하지 않는다면 그가 선택한 방식으로 개인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건전한 가르침"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연방법원)

79.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루돌프 폰 예링)

131.
차별이 나쁜 건 절대로 자신보다 우위에 있거나 힘이 있는 사람에게는 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별의 칼날은 항상 자신보다 약자이거나 소수자에 속한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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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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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날, 동료 사진기자로부터 건네받은 사진 한 장. 사진 속에는 소 두 마리를 몰며 밭을 가는 남자의 모습이 있다. 21세기에 캘리포니아에서 소로 밭을 가는 모습에 흥미를 느낀 저자는 사진 속 남자를 찾아간다. 찾아간 농장은 자신들을 '열 번째 섬'이라고 일컫는 포르투갈 아조레스 제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집단 ('열 번째 섬'은 북미 대륙에 사는 디아스포라를 아우르는 말). 모라이스와 만난 후 주말에 그의 초대를 받아 그들의 파티를 즐긴 후 여름마다 고향을 찾아가는 아조레스 이민자들을 취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해 9월 취재 중 만났던 프랭크의 호의로 아조레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다. 
 
2주 계획으로 간 섬에서 만난 사람들과 밧줄 투우. 서슴없이 음식을 나누고 여자가 혼자 산책하기에 안전한 장소를 묻는 저자의 물음에 당황해 하는 안내 데스크 직원이 사는 곳. 저녁을 나누면서 노래와 춤이 함께 하고, 이방인에게도 친근하게 대하는, 인터넷이 되지 않아 손편지를 쓰고 노새가 수레를 끄는 곳.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는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다이애나는 캘리포니아에 돌아온 후에도 섬을 잊지 못한다. 4년 후 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자 희망 퇴직 후 다시 아조레스로 돌아간다. 
 
테르세이라 섬에 도착하자 바로 우연찮게 재회하는 소방대장(다이애나는 처음 만남에서 그의 말을 잘못 알아 듣고 이후에도 그를 주방장이라고 부른다). 덕분에 집을 구하고, 그녀가 별다른 목적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답사할 장소, 인터뷰해야 할 다양한 사람들을 안내해준다. 밝은 바다에 청록색 거품이 일고 푸성귀 가득한 장기판 모양의 들판과 양옆으로 해안가가 둘러진 섬. 하지만 사이사이 캘리포니아를 그리워하다가 로마나가 그 해 섬에서 머무르는 마지막날 같이 대화를 하던 중 다이애나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무일푼인 상태로. 
 
캘리포니아로 돌아 온 다이애나. 프리랜서로 일하던 중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에 채용된다. 생태와 지역 사건에 동분서주 뛰어다니고 시에라 주의 가뭄과 화재에 대해 취재하고 2015년 그에 대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는 사이, 어느새 집으로 돌아온지 6년이 지났다. 상금을 받자 그녀는  1년간 휴직계를 내고 다시 또 아조레스로 향한다.  
 
 
손주를 둔 나이에도 재기와 활기가 넘치는, 해마다 섬에 돌아오지만 고향 사람들과 공통점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슬픈 로마나. 함께 있으면 지치지도 않고 끝없이 말을 쏟아내는 구두장이 할아버지와 그의 친구들, 오랜 세월 이민자로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매니, 노르베투, 루이스 등 아조레스인들은 그들의 고향을 대부분 잊지 않고 살고 있다.  
 
유네스코에도 등재되어 있는 섬은 여행자들에게 낭만과 사랑을 전한다. 실제로 섬 원주민과 여행자들 중에도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기도 하고, 이별을 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여행자들이 아조레스 제도를 사랑하는 건 아니다. 쇼핑몰이나 영화관 따위는 없고 와이파이도 없어서 할 일이 없다는 불만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볼 거라면 굳이 아조레스를 찾아갈 이유가 무언가? 
 
전 세계 삼림의 1%만 존재해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생태계로 꼽히는 고대 숲 라우리실바,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추형 화산 내부로 걸어갈 수 있는 아우가르 두 카르방 등 책은 단순히 아조레스의 아름다운 경관이나 여행자의 기록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아조레스의 역사와 가난 때문에 떠나야 했던 사람들, 남아서 견뎌낸 사람들, 그리고 현재를 살고 있는 젊은이와 아조레스와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지치고 힘들 때 마다 아조레스를 기억하는 듯 하다. 그곳에서 얻은 에너지를 추억하고 그것이 모자라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힘을 받는. 
 
369.
카카후가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다로 처음 나가는 어린 새들이 계속 길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어째서 길을 잃은 것인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일생을 살면서 길을 잃는 것이 어린 카카후 뿐일까.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종종 길을 잃는다. 그럴 때마다 충전이 될 수 있는 자신만의 히든 플레이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곳이 꼭 아조레스가 아니더라도. 
 

 
"If thiis were the last night of the world what would I do?"

 

 



 
  출판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 나는 내가 여기 사람들을 넘어섰든지 여기 사람들이 나를 넘어섰든지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해요. 뭐가 맞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더 나은 사람도 더 못한 사람도 아니라는 거예요. 그냥 여기 사람들과 공통점이 없을 뿐인데 가끔은 그게 너무 슬퍼요." (로마나) - P195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늘 동전처럼 앞뒤로 뒤집어졌어요. 세상을 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내 존재까지도 자유자재로 뒤집어졌죠. 그러다 보니 내 안에 있는 어떤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루이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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